▲ 상류에서 바라본 미사리 하류권. 태양열발전기가 놓인 연안에 낚시인들의 낚시텐트가 늘어서 있다.

청평호에는 수많은 봄낚시 명소가 있다. 그중 미사리만큼 포인트 경쟁이 심한 곳도 드물다. 소개하는 미사리권은 홍천강 지류인 미사천 최하류에 속한다. 폭이 워낙 좁아 낚시할 수 있는 구간은 본류와 만나기 직전의 200m에 불과하다. 특히 최하류권 한두 포인트를 제외하곤 수심이 40cm 내외로 얕아 낚시 여건도 썩 좋은 편은 못 된다. 다만 수초가 잘 발달해 있고 봄이면 본류에서 대형급 붕어들이 올라붙기 때문에 결코 무시할 수 없는 곳이다.

상류에는 작은 둠벙도 하나 있는데 이곳에는 4~5군데의 낚시 자리가 나온다. 올해 미사리권 첫 4짜가 이 둠벙에서 낚인 터라 내가 찾아간 날에는 4명이 낚시 중이었다.

▲ 상류에서 촬영한 둠벙과 하류 일대 모습.

내가 미사리를 찾아간 3월 29일은 아직 봄낚시 시즌으로는 이른 시기였다. 이곳은 주로 부들 새순이 올라올 때부터 씨알도 굵어지고 마릿수도 좋아진다.

시기상 초봄에는 상류보다 하류권 조황이 좋은 편인데 마침 하류에서 낚시하던 지인이 갑자기 일이 생겨 철수한다는 얘기를 듣고 자리를 물려받을 수 있었다.

▲ 필자가 낚시한 최하류 포인트.

이틀 연속 새벽 1시에 찾아온 월척 입질

한밤중에 도착해 대를 폈다. 밑걸림이 심해 3.8칸 대의 채비에 밑걸림이 생겼다. 3.8칸 안쪽 거리에는 다 비슷한 듯했다. 어쩔 수 없이 수초대를 넘겨 치게 됐고 결국 5.2칸 대까지 꺼내 들어야만 했다. 그리고 새벽 1시가 넘었을 즈음 5.2칸 대에서 첫 입질이 들어왔다.

천천히 대각선으로 찌가 솟아올랐지만 손이 나가는 순간 이미 찌는 내려가고 있었다. 콩닥콩닥 뛰는 가슴을 진정시키며 유심히 지켜보는데 얼마 후 또 다시 대각선으로 찌가 천천히 솟았다. 이번에는 제대로 물었다는 확신이 들어 강하게 챔질했다.

▲ 새벽 1시30분경 필자가 올린 35cm 월척. 미사리 붕어는 황금빛이 진하고 힘이 장사다.

새벽이라서 그럴까? 물파장 소리가 엄청났고 그와 동시에 저항감도 대단했다. ‘월척은 당연히 넘는다’는 판단에 조심조심 끌어내 뜰채에 담았다. 35cm짜리 허리급이었다. 대편성 직후 입질이 온 터라 흥분이 됐지만 이후로는 누치와 7치짜리 붕어 한 마리가 올라온 것을 끝으로 날이 밝았다.

▲ 손아귀에 꽉 차는 35cm 붕어.

물이 맑은 탓인지 아침에는 전혀 입질이 없었다. 그래서 낮에 쉬었다가 두 번째 밤낚시를 이어 갔다. 초저녁부터 눈꺼풀에 무거워져 눈이 자꾸 감겼다. 그 바람에 몇 번의 입질을 놓쳤다. 자정 무렵에나 정신을 차린 후 전날처럼 새벽 1시 무렵 입질이 들어올 것으로 예상해 두 눈을 크게 뜨고 찌를 쳐다봤다. 예상은 적중했다. 새벽 1시를 조금 넘길 무렵, 수초를 넘겨 친 4.4칸 대의 찌가 1마디 올라오더니 잠시 멈춰 섰다. 바늘이 여전히 붕어 입에 들어있다는 걸 본능적으로 직감하고 강하게 챔질했다.

챔질과 동시에 손으로 전달되는 저항력은 전날의 허리급 월척과는 비교가 되지 않았다. 강한 저항은 계속 이어졌고 수초에 박히지 않도록 팔에 온 힘을 주며 도주 방향의 반대로 당겨냈다. 그러나 이내 긴장감이 사라지며 케미가 허공에서 춤을 췄다. 목줄이 터진 것이다. 이후로는 전날과 마찬가지로 입질을 받지 못한 채 아침을 맞았다.

▲ 즉석에서 맛본 삼겹살구이.

낮에는 수위 변동 심해 밤낚시가 유리

한편 청평댐은 발전배수의 영향을 많이 받는다. 그래서 낮 동안은 10cm 내외로 수위가 변하다가 밤부터 조금씩 수위가 올라 안정세를 찾을 때가 많다. 그런 영향 때문이라도 낮보다는 밤 조황이 좋은 곳이다. 많지 않은 포인트만큼이나 주차 여건이 불편한 점도 문제다. 낚시터 뒤편 도로는 너무 좁아 주차가 어렵기 때문에 짐만 내려놓고 인근 공터로 이동주차할 필요가 있다(내비 주소 참조).

비록 한 마리의 허리급 붕어로 마감했지만 ‘걸면 허리급’이라는 청평호 미사리의 명성을 재차 확인할 수 있었던 기회라 만족스러웠다. 기사를 작성하는 4월 초에는 낚시 당일보다 씨알이 더 굵어지고 마릿수도 좋아졌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붕어 낚기보다 자리 차지하기가 더 힘든 곳이지만 분명 한 번쯤은 도전해볼 만한 곳임은 틀림없다.

▲ 장박낚시인이 올린 조과.

가는 길 내비에 가평군 설악면 미사리 484-3을 입력해 찾아간 후 주택가 인근 공터에 주차하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