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안성 칠곡낚시터 최상류 버드나무 밑 포인트. 산란기 무렵 가장 인기가 높은 포인트다.

수도권 토종붕어 유료터로 유명한 안성 칠곡낚시터에서 황금빛 토종붕어가 솟구치고 있다. 산란 특수를 맞아 월척~4짜급이 상류와 하류에서 고루 낚이는 중이다. 이런 호황은 5월 초순까지 이어질 전망이다. 

안성 칠곡낚시터는 약간, 아니 많이 특이한 낚시터다. 4만4천평에 달하는 적지 않은 저수지를 토종터로 관리하는 것도 그렇고 주변 경관이 딱히 수려하지도 않다. 보통의 토종붕어 유료터들은 산세 좋고, 물 맑고, 한적한 자연미를 앞세우는 데 반해 칠곡낚시터에서는 그런 자연미를 찾아보기 힘들다. 저수지를 삥 둘러 카페 천지고 밤이면 카페와 식당에서 발산하는 화려한 조명 탓에 밤에는 눈이 부신 포인트도 있다. 심지어 요즘 유료터에 흔한 최신 럭셔리 수상좌대도 안 보인다. 그럼에도 칠곡낚시터를 찾은 낚시인이 꾸준한 이유는 무엇일까? 단골 낚시인들은 칠곡낚시터는 토종붕어 유료터의 정석이라고 입을 모은다. 정석? 처음에는 무슨 뜻인지 이해가 안 되다가 취재일 낚시인들이 올린 황금빛 월척 붕어들을 보고 무릎을 쳤다. 토종붕어를 방류하는 유료터는 많고도 많지만 ‘때깔’에서만큼은 칠곡낚시터를 따라올 만한 곳이 없다는 얘기였다. 

▲ 관리소 맞은편 포인트. 

전원주택과 카페가 밀집해 주차여건이 다소 떨어지지만 한적한 분위기에서 낚시할 수 있는 자리다.

1.8칸 대에 올라온 40.5cm 토종붕어 

▲ 지난 4월 1일, 송탄에서 온 조성태 씨가 버드나무 밑에서 1.8칸 대로 올린 40.5cm 붕어를 자랑하고 있다.

지난 2009년 칠곡낚시터를 인수한 이영주 씨는 개장 이래 14년 동안 매년 많은 양의 토종붕어를 방류해오고 있다. 해마다 여러 간척호의 토종붕어를 방류해온 끝에 지금은 어느 계절에 어떤 곳의 붕어를 방류할 때 가장 생존률 높고 적응력도 좋은지에 대한 데이터가 축적된 상태다. 

실제로 칠곡낚시터 토종붕어는 마치 현지에서 나고 자란 것처럼 상처 하나 없이 깨끗한 몸체를 갖고 있는 놈들이 대부분이다. 보통은 어부들의 그물에 오래 갇혀 있다가 방류된 붕어들이 몸에 상처가 많다고 알려졌는데 그런 붕어는 칠곡낚시터에도 방류된다. 그런데도 낚시에는 때깔 좋은 황금 붕어가 주로 올라오는 것은 칠곡낚시터가 갖고 있는 좋은 환경 때문일 것이다.

일단 저수지가 수심 얕은 쟁반 형태의 평지형이라 붕어가 빨리 자란다. 여기에 여름이 되면 중상류와 연안 전체가 다양한 수초로 뒤덮여 붕어가 은신하기에도 좋다. 배스와 블루길이 서식하고 있지만 월척 뿐 아니라 7치~9치급 자원이 풍부한 것도 칠곡낚시터의 장점이다. 관리인 이영주 씨는 “물 맑고 수초 없는 계곡지보다 적당히 탁하고 수초가 많은 곳에 방류된 고기가 상처도 빨리 치유되고 때깔도 좋아집니다. 낚시터 외관은 자랑할 게 없지만 물속 여건만큼은 토종붕어 유료터 중 최고라고 자부하는 이유입니다”라고 말했다.

취재일이었던 4월 1~2일은 작은 이벤트가 열린 날이었다. 공식 물낚시 개장일을 맞아 이영주 대표가 단골 낚시인들을 초청, 미니 낚시대회를 연 것. 대회인 만큼 이날만큼은 낚싯대를 4대만 펴는 것으로 제한했는데 그럼에도 씨알 굵은 월척붕어가 마릿수로 올라왔다.

가장 많은 월척이 낚인 곳은 전통의 명당인 상류 버드나무 일대. 10m 안쪽 거리에 물골이 놓여있어 3칸 이내의 짧은 대로도 4짜를 노릴 수 있는 자리다. 이벤트의 최대어인 40.5cm 붕어도 요즘 보기 드문 1.8칸 대에 올라왔다. 

▲ 경기도 광주에서 온 낚시인들이 황금빛 강렬한 허리급 월척을 보여주고 있다. 

밤에는 입질이 없다가 동틀 무렵 입질을 받았다.

▲ 노지 대물꾼인 정창금 씨가 관리소 맞은편에서 거둔 월척을 자랑하고 있다. 

토사가 밀려내린 곳에 대좌대를 놓고 낚시를 즐겼다.

▲ 송탄에서 온 김도연 씨가 월척이 여러 마리 담긴 살림망을 보여주고 있다.

자연지 대물 낚시인도 반한 낚시터 

▲ 상류 버드나무 밑 포인트에서 아침 시간에 붕어를 끌어내는 낚시인.

평소 ‘물 맑고, 경치 좋은 곳’을 선호하는 사람이라면 칠곡낚시터는 그닥 추천하고 싶지 않다. 오히려 나처럼 낚시터가 도심에서 가깝고, 근처에 식당과 카페도 많으며, 절간 같은 곳보다는 있을 것 다 있는 낚시터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최고의 선택일 수 있다. 자연지와 별반 차이 없는 낚시 패턴도 칠곡낚시터의 장점이다. 유료터 붕어는 으레 입질이 지저분하거나 양어장식 집어낚시가 요구되는 낚시터들이 많다. 그러나 칠곡낚시터는 자연지 스타일 그대로 낚시해도 입질 받는 데는 아무런 문제가 없어 원정낚시를 다니던 대물낚시인들도 자주 찾는다. 취재일 관리소 맞은편에서 2박3일간 30마리가 넘는 준척과 월척을 올린 수원의 공석필 씨가 그런 케이스다.

▲ 수원에서 온 공석필 씨가 도로 밑 포인트에서 올린 조과.

“경상도 의성부터 전라도 고흥까지 안 다녀본 데가 없습니다. 그런데 요즘은 나이가 드니 장거리 출조가 부담되더군요. 그러던 차에 칠곡낚시터에서 재미를 보곤 단골이 돼버렸습니다. 유료터지만 낚싯대 편성에 제약을 두지 않고 저처럼 대좌대를 펴고 낚시해도 관리인이 터치 안 합니다. 게다가 보시다시피 조황도 만족스러우니 굳이 멀리 갈 필요가 없더군요.” 

나의 촬영 요구에 공석필 씨는 혼자 들지도 못할 만큼 무거운 살림망 조과를 기꺼이 보여줬다. 골수 대물 낚시인들이 왜 이 ‘번잡스러운’ 칠곡낚시터를 좋아하는지를 보여주는 장면이었다. 잡이터로 운영 중이며 입어료는 3만원이다. 

▲ 칠곡낚시터 도로변의 카페.

▲ 칠곡낚시터의 부교 포인트. 우측 방갈로는 예약이 밀린 명당 중에 명당이다.

▲ 칠곡낚시터 좌안 하류에 있는 에메랄드 그린 카페. 야간 뷰가 좋은 카페다.

문의 관리인 이영주 010-3721-198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