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_김범철 교수의 호수의 과학 93]

호수에 사는 무척추동물

우리나라 호수에는 말조개 비롯 석패류 10여종 출현

김범철 강원대 환경융합부 명예교수

전 한국하천호수학 회장

호수에는 어떤 종류의 동물이 살고 있나? 라고 묻는다면 대부분 물고기, 개구리 등 척추동물이 먼저 떠오를 것이다. 그러나 호수에는 눈에는 잘 띄지 않지만 다양한 무척추동물도 살고 있다. 호수에 사는 동물의 종류를 자세히 나누자면 수백 개로 나누어도 부족하지만, 흔히 볼 수 있는 종류를 대략 크게 나누어 소개하고자 한다.

원생동물이 동물이라는 명칭이 붙은 생물 가운데 가장 작은 종류이다. 현미경적 크기의 단세포이므로 미생물이라고 볼 수 있는데, 동물이라고 부르지만 분류학에서는 동물이 아니라 그보다 하등한 원생생물로 분류한다. 광합성은 하지 않고 박테리아나 조류를 잡아먹음으로 동물과 유사한 섭식 형태를 가진다고 해서 동물이라는 이름이 붙어 있다.

흔히 알고 있는 짚신벌레와 아메바가 대표적인 형태이다. 호수물 1리터에는 수백 마리 이상의 원생동물이 있다. 원생동물은 크기가 작아 직접 어류의 먹이가 되기는 어렵고 좀 더 몸집이 큰 동물플랑크톤의 먹이가 된다.

그다음의 크기를 가진 동물은 윤충(輪蟲)류이다. 입 주변에 작은 털(섬모)이 원형으로 나 있고 이를 바퀴처럼 회전시키며 먹이를 잡아먹어 바퀴벌레라는 이름이 붙어 있다. 약 50마이크론의 크기이므로 어류의 종류에 따라 직접 먹이가 될 수도 있다. 동물플랑크톤이라고 부르는 생물 가운데 가장 작은 종류이다. 숫자로 본다면 동물플랑크톤 가운데 가장 많은 종류이다.

절지동물은 호수에서도 가장 많은 동물

▲ 갑각류에 속하는 지각류. 물벼룩<사진 : 김범철>

절지동물은 종수가 매우 많아 1백만 종을 넘으며 지구상 동물의 80%를 차지하는데, 호수에서도 가장 많은 동물이다. 물벼룩, 요각류, 새우, 가재 등의 갑각류와 수많은 곤충이 이에 속한다. 키틴질로 만들어진 단단한 껍질을 가지고 있으며 체 내에는 뼈가 없고 외골격이 뼈 역할을 대신한다. 종류가 매우 다양하므로 몇 개의 종류로 나누어 설명할 필요가 있다.

갑각류 가운데 가장 작은 종류가 요각류인데 육안으로는 겨우 보일 정도이다. 그러나 개체수로는 윤충류에 이어 두 번째로 많은 동물플랑크톤이다. 큰 것들은 어류의 먹이가 될 수 있다.

호수에서 세 번째로 중요한 동물플랑크톤이 지각류라는 갑각류이다. 물벼룩이 대표적인 지각류이다. 물벼룩은 바다에는 살지 않는 담수동물인데 알이 아니라 성체와 같은 모양의 새끼를 낳는 독특한 특성을 가지고 있다. 갑각류 가운데 몸집이 가장 큰 종류는 새우, 가재 등의 십각류이다. 발이 10개라는 뜻을 가지고 명명되었다.

곤충은 육상에서 가장 종수가 많은 절지동물인데 수중에서도 가장 종수가 많을 것으로 생각된다. 그러나 아직 밝혀지지 않은 종도 많아 정확한 파악이 어렵다. 곤충은 대부분 날개를 가지고 육상에서 살고 있으나 알은 물에 낳고 유생이 물속에서 사는 종류가 많이 있다. 물방개, 물장군, 잠자리, 깔따구, 모기, 강도래, 하루살이 등 매우 다양하다.

▲ 곤충의 유생. 깔따구<사진 : 김범철>

개체수가 가장 많은 것을 꼽으라면 아마도 깔따구일 것 같다. 깔따구는 모기와 유사하게 생겼으나 물지는 않는다. 그러나 그 수가 많아서 집안에 까맣게 달라붙어 생활에 큰 불편을 준다. 깔따구가 많이 사는 물가에서는 으레 창문을 열지 말라는 경고문구가 붙어 있을 정도이다.

일본에서 만난 어느 교수가 깔따구를 전문으로 연구한다는데 일본에서 출현한 깔따구가 무려 600종을 넘는다고 하니 종수가 얼마나 많은지 짐작할 수 있다. 깔따구의 유생은 모기의 유생인 장구벌레와 유사하게 생겼고 헤모글로빈을 가지고 있어 빨간색을 띠는 것도 있다. 일본의 호수에서 빙어낚시를 하는 모습을 본 적이 있는데 그 작은 깔따구 유생을 미끼로 쓰고 있었다. 1cm 크기의 가느다란 깔따구 유생을 빙어 바늘에 꿰는 기술은 경이로웠다. 깔따구나 모기의 유충은 물고기의 좋은 먹이이기 때문에 어류가 살기 어려운 무산소 상태이거나 가뭄에 말라 어류가 없는 환경에서 대량 번식할 수 있다.

실지렁이는 오염된 물의 지표종실지렁이, 갯지렁이 등은 환형동물이라고 분류한다. 몸이 반지 모양의 고리마디가 여러 개 이어진 형태를 띠기 때문이다. 실지렁이는 저산소에 내성이 있는 종류가 많아 오염된 물의 지표종으로 사용된다. 갯지렁이는 담수에는 없지만 바닷물이 섞이는 기수역에서는 흔히 볼 수 있다.

자포동물이라는 동물도 있다. 말미잘, 해파리, 히드라 등이 이에 속한다. 독을 가진 작은 침과 같은 세포를 자포라고 하는데 촉수에 자포가 있어 이를 사용하여 먹이를 마비시켜 잡아 먹는다. 이 종류는 특이한 세대교번을 하여 모양이 크게 변한다. 말미잘과 같은 폴립형으로 살다가 떨어져 나와 부유하면 해파리와 같은 메두사형으로 바뀔 수 있다. 담수에서는 대부분 작은 폴립형으로 사는 종류들이므로 육안으로 확인하기 어려운 작은 개체들이다. 그러나 호수에서도 가끔 어떤 이유인지 메두사형이 대량 발생하는 사례가 있다. 그러면 민물해파리가 떠다니는 모습을 볼 수 있다(2018년 10월호 참조).

▲ 자포동물. 민물 해파리<사진 : 김범철>

연체동물은 다양한 형태를 가진다. 조개(부족류), 우렁이(복족류), 오징어(두족류)등이 이에 속한다. 두족류는 담수에 살지 않고 부족류와 복족류는 호수에서 출현한다. 우리나라 호수의 조개(이매패류)로서는 말조개를 비롯하여 석패류가 10여종이 출현한다.

그 외에 도수관을 막아 골치를 썩이는 민물담치라는 홍합류도 있다. 민물담치가 상수도관이나 발전소의 도수관에 부착하여 살면 관이 막히는 피해를 준다. 그러므로 주기적으로 염소 소독약을 넣거나 세척을 해 주어야 한다.

춘천의 의암호에서는 크기가 손바닥을 넘는 말조개를 가끔 볼 수 있다. 과거에는 식용하기도 하여 오래전 호숫가 식당에서 요리로 내어 놓은 것을 먹어 본 적이 있는데 너무 질겨서 다시 먹고 싶은 생각이 없었다. 근래에는 국내에서는 먹지 않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수년 전 중국 여행길에 말조개를 판매하는 것으로 보고 호기심에 다시 먹어 보았다. 좀 질기기는 하지만 궁하면 먹을 수 있을 것 같았다. 그 외에 귀이빨대칭이는 멸종 위기종으로서 유명하다.

▲ 호수의 태형 동물. 이끼벌레<사진 : 김범철>

태형동물은 기괴한 외형 때문에 언론에서 괴생명체라고 보도한 사례가 있었다. 물컹한 젤리 덩어리의 표면에 작은 미소동물이 붙어서 큰 군체를 형성하는 종류인데 바위에 이끼가 붙어 있는 형상과 유사하여 영어로 이끼벌레라고 부른다. 우리나라 고유종도 있고 외래종도 유입하여 호수의 수중 구조물에 부착하며 대량 증식하기도 한다(2015년 8월호 참조).

▲ 호수에 사는 대형 연체동물. 말조개<자료 : 위키백과>

척추동물은 가장 진화한 형태로서 일반적으로 어류, 양서류, 파충류, 조류, 포유류 등 5개 그룹으로 분류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