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비비붕어 운영자 박현철 씨가 부사호 보트낚시로 올린 월척 조과를 자랑하고 있다.
밤낮에 관계없이 마루큐사의 노리텐 떡밥으로 입질을 받아냈다.
123만평 규모를 자랑하는 서천 부사호가 2023년 충남권 물낚시 최고 스타로 맹활약 중이다.
가장 이른 입질을 보이는 서산, 태안권이 부진의 늪에서 허덕이던 3월 초순부터 홀로 분전하더니 4월로 들어서자 씨알과 마릿수 모두 최고 수준을 기록 중이다.
▲ 비바붕어의 최신형 보트 ‘스피돔’을 타고 갈대밭을 노린 박현철 씨가 연속 입질을 받아내고 있다.
올해 봄 서천 부사호는 충남권 아니 중부권 낚시인들의 구세주였다. 올해 봄은 유독 바람이 많이 불고 기온차도 커 봄 입질이 늦게 시작됐다. 그 탓에 입질 빠르다고 소문난 서산과 태안권도 3월 말까지도 부진을 면치 못했다. 이런 사정은 공주, 부여 등지의 내륙권도 다르지 않았다. 실제로 내가 부사호에서 만난 낚시인 중에는 ‘내일은 터지겠지’라는 심정으로 홍성호와 간월호 등에에서 며칠을 버티다 내려온 낚시인을 여럿 만날 수 있었다.
일부 낚시인들은 올해 윤달이 껴 시즌이 늦다고 말하지만 윤달만으로는 설명되지 않는 부분이 많다. 멀리 볼 것 없이 부사호만 호조황을 보인 것은 어찌 설명할 것인가. 부사호가 간척호라서? 당진 대호와 태안 이원호도 간척호지만 이곳들도 3월 내내 불황을 겪었다.
아무튼 부사호의 호황 소식은 전국으로 퍼졌고 그 바람에 최상류 웅천천~하류 소황교에 이르는 구간은 낚시인들로 장사진을 이뤘다. 그중 가장 핫했던 구간은 중하류에 해당하는 소황교 하류였다.
▲ 서산과 홍성에서 며칠간 고전하다 부사호에서 살림망 가득한 손맛을 본 오창환 씨. 여러 마리의 월척 중 36cm짜리를 보여주고 있다.
“고기 나오는 데가 부사호 밖에 없어요~”
▲ 부사호 소황교 우안 하류. 연안을 따라 갈대 포인트가 늘어서 있다.
보통 봄낚시 포인트로는 최상류의 얕은 수심을 떠올리지만 부사호의 봄낚시 패턴은 다른 곳과는 약간 다른 양상을 띤다. 즉 겨울에서 이른 봄(2월 중순 해빙기 무렵)까지는 수심 깊은 최상류 웅천천 축구경기장 앞에서 낚시가 이루어지다가, 얼음이 완전히 녹은 후 보름 정도 지나면 소황교 하류권에서도 입질이 터진다. 이때가 3월 초순에서 중순 사이다.
최상류 웅천천의 경우 겨우내 깊은 수심에 머물던 붕어들이 봄을 맞아 조금씩 움직이기 시작하는 케이스. 반면 소황교 하류 구간은 깊은 본류에 있던 붕어들이 서서히 얕은 곳으로 올라붙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이후 4월로 접어들면 우안 최상류 증산수로에서도 본격적인 봄 입질이 터지며 부사호 붐붕어낚시는 최고의 전성기를 맞게 된다.
▲ 갈대 포인트가 멋지게 형성돼 있는 소황교 하류 연안.
▲ 소황교. 만수라 안 보이지만 물속에 염해방지용보가 잠겨있다.
지난 3월 20일 비바붕어 박현철 씨 일행과 부사호를 찾았다. 원래는 전북 익산의 옥금제에서 보트낚시를 취재할 예정이었으나 그때까지도 조황이 부진해 부사호로 장소를 변경했다. 부사호에서는 3월 초순부터 4짜 입질이 붙었고 취재 당시에는 보트낚시보다 연안낚시 조황이 훨씬 앞서는 상황이었다.
촬영에 앞서 4월호 마감이 끝난 후인 3월 18일부터 조황 확인 차 부사호를 찾았는데 당시는 낮에 강풍이 심하게 불어 낚시가 어려운 여건이었다.
하지만 그 와중에도 월척~4짜에 이르는 붕어들이 낮부터 활발하게 올라왔고 밤에도 꾸준한 입질을 보여주었다.박현철 씨와 다시 찾은 3월 19일(일요일)은 불과 이틀 새 조황은 변해 있었다. 바람과 파도는 주말보다 훨씬 약해졌지만 씨알과 입질 빈도가 약간 떨어져 있었다. 전날 답사 때의 높은 파도와 강풍이 물색을 탁하게 만든 것이 호황의 원인 같았는데 물색이 약간 맑아지면서 변화가 생긴 것 같았다. 우리는 소황교에서 2.5km 상류의 배터에서 보트를 띄워 하류까지 내려왔다. 소황교 바로 밑에는 염해 방지용 보가 있지만 수위가 높아 쉽게 넘어갈 수 있었다.
▲ 성제현 씨가 멀리 떨어진 갈대 앞으로 채비를 투척 중이다.
하류로 내려가며 좌안 갈대밭에 자리를 잡았다. 바람이 강해 보트를 제 포인트에 정박하는 게 쉽지 않아 첫날은 대충 자리를 잡았고, 초저녁에 월척 2마리를 낚은 후 일찌감치 잠을 잤다. 이날 처음으로 보트를 탄 김영문 씨는 비바붕어의 신제품이자 초대형 보트인 ‘스피드돔’을 타고 왔는데도 용케 자리를 잘 잡아 초저녁부터 손맛을 보고 있었다.
▲ 비바붕어의 스피돔으로 보트낚시에 입문한 서울의 김영문 씨가 월척을 끌어내고 있다.
▲ 비바붕어 스피돔 보트의 내부. 캠핑용 난로를 들여놓을 수 있을 정도로 공간이 널찍해 장박낚시에도 알맞다.
다음날 아침부터 본격적인 보트낚시를 시작했다. 박현철 씨는 새벽부터 일어나 밤낚시를 했고 글루텐 미끼로 제법 많은 월척을 낚아놓고 있었다. 박현철 씨가 사용한 떡밥은 마루큐에서 새롭게 출시한 노리텐이라는 제품. 손에 묻지 않아 편리하고 결착력이 높아 양어장과 노지 모두에서 위력을 보이고 있다. 다만 우리가 들어간 날부터는 확실히 씨알이 잘아진 느낌이었다. 흔하게 낚이던 월척은 보기 드물었고 자로 잰 듯 9~10치급이 많이 올라왔다. 연안낚시도 상황은 비슷했다.
박현철 씨는 갈대와 갈대 사이의, 부들 새순이 올라오는 골자리에 3칸 반 이내의 짧은 대를 편성해 오전에만 20마리가 넘는 입질을 받아냈다. 가장 큰 놈이 35cm 정도 되는 허리급, 나머지는 9치~턱걸이 월척이었다. 다양한 포인트를 짚어 볼 수 있는 보트낚시의 기민성, 박현철 씨의 포인트 보는 선구안이 복합된 결과였다.
수시로 바뀌는 미끼 패턴에 당혹
이튿날은 반가운 ‘손님’이 찾아왔다. 군계일학 대표 성제현 씨가 동영상 촬영을 위해 찾아온 것이다. 성제현 씨는 10년 전 소황교 하류 우안에서 촬영을 한 적 있는데 이번에는 좌안에서 낚시를 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같은 날 보트낚시와 연안낚시의 두 고수가 함께 마주보며 낚시하는 보기 드문 장면이 연출됐다. 붕어낚시 고수들답게 두 사람은 주거니 받거니 식으로 붕어를 낚아냈고 오전에만 각각 10마리 이상을 뽑아냈다.
점심 무렵 박현철 씨 일행이 철수한 뒤에는 연안으로 옮겨 성제현 씨와 연안낚시를 취재했다. 성제현 씨는 낚싯대 한 대 걸러 지렁이와 글루텐 떡밥을 달아 어떤 미끼가 잘 먹히는지를 확인 중이었는데 그 결과가 매우 재미있었다.
먼저 보트낚시를 한 박현철 씨는 밤낮 없이 떡밥(노리텐)으로 입질을 받아낸 반면 연안 낚시에서는 그날그날 잘 먹히는 미끼가 달라졌다. 심지어 밤과 낮에 잘 먹히는 미끼도 달라졌다. 성제현 씨의 팬이라고 밝힌 한 낚시인은 3일 전부터 낚시를 했는데 떡밥을 썼던 첫날은 완전 몰황을 맞았고 지렁이를 쓴 둘째 날부터 대박을 맞았다고 말했다. 보통 밤에는 떡밥, 낮에는 지렁이가 잘 먹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밤과 낮 가리지 않고 지렁이가 잘 먹혔다는 점은 매우 이례적이었다.
▲ 서천의 임석종 씨가 연안낚시로 올린 41cm와 마릿수 월척을 보여주고 있다.
이에 대해 성제현 씨는 “3월 20일이면 아직 부사호 하류권이 본격 산란 피크에 접어들었다고 보기 어렵습니다. 지금 낚이는 고기들은 산란터를 잡기 위해 돌아다니는 녀석들이죠. 그러다 보니 외부 기상과 물색 같은 여건에 큰 영향을 받습니다. 오늘도 아침에는 서풍이 불더니 오후가 되니 동풍으로 바뀌었습니다. 중간중간 안개도 끼는 등 일기가 변화무쌍합니다. 그런 원인들이 잘 먹히는 미끼에도 변화를 불러오는 것 같습니다”라고 예상했다.
결국 성제현 씨는 부지런히 떡밥과 지렁이를 교차로 써보며 변화하는 입질 상황에 대비했고 1박2일간 총 30마리가 넘는 붕어를 낚아냈다. 이날 낚시한 연안 낚시인들 중에는 가장 출중한 조과였다. 아쉽게도 성제현 씨가 도착한 무렵부터 연안 물색이 약간 맑아진 탓인지 월척은 한 마리뿐이었지만 나머지는 8~9치급이 대부분이었다.
▲ 성제현 씨가 오전 시간에 올린 9치급 붕어를 보여주고 있다. 취재일에는 8~9치급이 많이 낚였다.
▲ 성제현 씨와 동행출조한 손태성 씨도 푸짐한 손맛을 봤다.
▲ 성제현 씨가 1박2일 낚시로 올린 조과. 월척 포함 30마리 가까운 붕어를 낚았다.
연중 최고의 피크 시즌 돌입
4월 중순으로 접어든 현재 부사호는 연중 최고의 산란특수를 맞고 있다. 우안 상류 증산수로까지도 어신이 확산돼 연일 장사진을 이루고 있다. 4월 초까지만 해도 충남권 낚시터들의 부진이 심했지만 4월 중순 들어 조황 회복세로 전환되면서 ‘부사호 쏠림현상’은 어느 정도 해소된 상황이다. 다만 취재 때 소개한 소황교 하류권은 여전히 포인트 경쟁이 심하다는 게 낚시인들의 전언이었는데 특히 한 번 앉으면 사나흘 이상 낚시하는 장박낚시인들이 많은 게 옥의 티가 되고 있다고 한다.
따라서 이맘때부터는 부사호 전역이 산란 피크에 접어든 만큼 굳이 소황교 하류만 고집할 필요가 없다는 게 단골 낚시인들의 조언이다. 소황교 초입에서 이어지는 둑 옆 도로를 타고 이동하면 최상류 옛 잔디포 구간까지 이어진다. 차창 밖으로 쉽게 연안이 보이므로 마음에 드는 곳에 자리를 잡을 수 있고 포인트도 많다는 게 부사호의 장점이다.
▲ 좌대를 설치하고 수중전을 벌이고 있는 낚시인.
▲ 입질이 없는 낮 시간을 이용해 홍원항의 횟집을 찾은 김영문(왼쪽) 씨와 박현철 씨.
FISHING GUIDE
부사호 붕어낚시 상식
미끼는 다양하게, 낮에는 100% 바람 영향 받아
부사호는 바다와 가까워 낮에는 100% 바람 영향을 받는다. 보통은 서풍이 많이 불지만 올해는 동풍도 함께 부는 등 변화무쌍한 날씨를 보이고 있다. 그 영향인지 붕어 활성에도 영향을 미쳐 잘 먹히는 미끼가 수시로 달라지고 있다. 따라서 지렁이와 글루텐을 모두 준비하는 게 좋다. 입질은 동튼 후 오전 10시 무렵까지가 가장 좋지만 오후 4시 이후부터 밤 10시 사이에도 제법 많은 입질이 들어오는 점을 참고할 것. 아울러 입질이 뜸한 낮에는 인근 시내로 이동해 식사를 즐기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간단히 부식과 먹거리만 사러 간다면 웅천읍이 가장 가깝고 회를 먹는다면 홍원항과 무창포항이 가깝다. 보통은 마트가 많은 홍원항을 자주 찾는 편이다. 참고로 올해 봄에도 부사호에서는 낚싯대 도난 사건이 발생했다고 한다. 주로 새벽 시간에 발생했는데 포인트 옆 차에서 자는데도 범행이 이루어졌다. 장비 관리에 각별한 주의가 요구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