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신당리~부장리를 잇는 남원천교 하류에 자리를 잡은 낚시인들. 대좌대 설치 후 수중전을 벌이고 있다. 뒤편에 넓은 주차공이 넓어 시조회 등의 행사를 치르기에도 좋다.
본격 시조회 시즌을 맞아 삽교호의 인기가 하늘을 찌르고 있다. 지난 3월에 삽교호에서 시조회를 치른 동호회는 20여 개 넘는 것으로 파악된다. 30명 이상 모이는 대규모 동호회만 따졌을 때의 기준이다. 포인트의 광범위함, 안정적 조과를 앞세운 삽교호의 인기는 세월이 흘러도 시들 기미가 보이지 않고 있다.
삽교호가 월척 이상의 큰 붕어를 노리는, 소위 대물낚시인들에게까지 인기를 끈 것은 2016년 무렵부터다. 당시 나는 ‘삽교호 환골탈태’라는 제목의 삽교호 특집기사를 쓴 적 있는데 대략 그때쯤부터 대물낚시인들도 자주 찾는 ‘무게감 있는’ 낚시터로 인식이 바뀌었다.
수질이 나쁘고 붕어 씨알이 잘다던 기존 이미지가 바뀌게 된 것은 평택호가 부각된 계기와도 상통한다. 당시 대물낚시인 사이에 ‘붕어는 가져가지 않는다. 어차피 손맛만 보고 놔줄 것이므로 수질은 상관없다’는 인식이 평택호, 삽교호로까지 전파됐기 때문이다.
내가 삽교호 특집기사를 썼던 무렵은 삽교호 붕어낚시의 최고 전성기로 봐도 무방할 정도였다. 과거에는 상류권 하천인 곡교천, 도고천, 선장수로 등이 주요 낚시터였다면 2000년 중반은 최하류 본류인 운정리~신당리, 남원포수로(현재는 낚시금지구역으로 지정), 소반리수로 등이 급부상한 시기였다. 특히 산란기 무렵, 최상류가 아닌 하류권 운정리 본류대에서 허리급 월척과 4짜가 폭발적으로 낚이면서 대물 낚시인들의 러시가 시작됐다.
수중전 요구되는 운정리~신당리 본류대
▲ 신당리 본류대에 대좌대를 편 낚시인들. 봄에는 얕은 연안과 논이 물에 잠기기 때문에 수중전이 필수다.
지난 3월 초, 인천대물낚시 회원이자 경원F&B의 필드스탭으로 활동 중인 이성혁 씨로부터 솔깃한 요청을 받았다. 시조회를 여는데 낚시회 소개 겸 동행취재가 가능한지를 묻는 전화였다. 처음에는 망설였다. 시조회라면 으레 조황보다는 차 대기 좋고 포인트 넓은 곳을 우선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장소가 삽교호라는 얘기에 취재를 결정했다. 그동안 간간이 삽교호 소식이 들려왔지만 직접 찾아가 근황을 살펴보고 싶었기 때문이다.
지난 3월 25일 새벽에 집을 나서 삽교호에 도착한 시간은 오전 8시 무렵. 취재도 취재지만 일단 내가 낚시할 자리를 먼저 잡는 게 우선일 듯해 서둘렀음에도 그럴듯한 자리는 이미 전날 온 낚시인들의 차지였다. 게다가 요즘이 시조회 시즌이다 보니 곳곳에 동호회 현수막이 보였고 연안에 대좌대를 설치해 수중전을 준비 중인 낚시인들도 여럿 목격됐다.
▲ 삽교호에서 시조회를 연 네이버카페 인천대물낚시 회원들. 인천, 경기 지역 낚시인들이 주축을 이루고 있다.
인천대물낚시는 지난 2007년부터 활동을 시작한 네이버카페로 현재 130여 명의 회원이 가입돼 있다. 주로 인천과 경기지역 낚시인들로 구성돼 있으며 매년 3, 5, 7, 9, 11월에 5회의 정출을 갖는다. 온라인보다는 오프라인 모임이 활성화돼 있다. 회장을 맡고 있는 유진호(징검다리) 씨는 “인천대물낚시카페는 요즘 유행하는 조구업체 관련 동호회가 아닌 순수 낚시인 모임이다. 매 정출 때마다 50여명이 참석할 정도로 결속력이 강한 게 자랑거리다. 카페 이름은 인천대물낚시지만 지역과 연령에 관계없이 동참할 수 있으니 동호회에 관심있는 낚시인라면 누구나 가입을 환영한다”고 말했다.
▲ 인천대물낚시 시조회에서 입상한 낚시인들이 한자리에 모였다.
▲ 시조회에 앞서 고사를 지내는 인천대물낚시 회원들.
시조회에 참가한 인천대물낚시회원들은 남원포교를 기점으로 상하류권 본류에 자리를 잡았다. 그리고 대다수 회원이 대좌대를 설치해 수중전을 감행했는데 특히 운정리~신당리, 부장리 본류대는 연안 논둑까지 만수로 잠긴 곳이 많기 때문에 대좌대를 이용한 수중전은 필수다. 대좌대가 없어 수중전이 불가능하다면 본류대에 중간중간 끼어있는 샛수로를 노리면 된다. 최하류 운정양수장에서 상류 방면으로 올라가다 처음 만나는 운정리수, 두 번째 수로인 일자수로가 대표적이며 남원천교를 건너면 바로 나오는 신촌수로 등이 대표적이다. 대체로 3월까지는 본류대에서 굵은 씨알이 낚이지만 이곳 샛수로들은 붕어 산란이 무르익는 4월부터 호황을 보인다.
주차 편한 캠낚 포인트 원한다면 소반리수로
▲ 신당리~소반리수로 사이에 있는 소들공원. 공간이 넓어 캠낚을 즐기는 낚시인들이 많이 찾는 곳이다.
▲ 소들공원 이정석.
한편 삽교호 본류대에서 가장 낚시 여건 좋고 조황까지 안정적인 곳으로 소반리수로를 빼놓을 수 없다. 하류에서 남원천교를 건너 3km 가량 상류로 올라가면 왼쪽으로 물가에 주차된 자동차 무리가 보인다. 그 길이가 400여 미터에 달하는데 차가 물가까지 내려갈 수 있어 매우 편한 곳이다. 포인트에 따라선 주차 후 바로 대를 펼 수 있는 구간도 있다. 수로의 폭은 20~30m. 수심은 깊어봐야 1m 내외로 2칸~3칸 반 대만 펴도 충분한 여건이다.
▲ 차가 물가까지 내려갈 수 있어 캠낚터로 인기가 높은 소반리수로.
다만 아쉬운 점은 하류권에 비해 붕어 씨알이 잘게 낚인다는 점이다. 평균 6~8치급이 많고 월척은 어쩌다 한 마리씩 올라온다. 하지만 1박2일 낚시에 적게는 10여수는 무난하다보니 손맛 위주 또는 가족, 친구들과 캠낚 겸 찾는 사람들에게는 안성맞춤한 곳이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물가로 내려가는 진입로를 막아 놓아 불편했는데 어느새 개방돼 있었다.
▲ 도로변에서 바라본 소반리수로. 주차한 차량 너머에 수로가 있다.
▲ 수문을 사이에 두고 본류와 맞닿아 있는 신촌수로. 제법 규모가 큰 수로다.
4월 중순부터 황금 시즌 돌입할 듯
지난 3월 25일 인천대물낚시 동호회의 시조회 당시는 불순한 일기와 큰 일교차 탓에 폭발적인 호황은 맛볼 수 없었다.
▲ 서울에서 온 김해봉 씨는 신촌수로에서 월척과 잉어로 손맛을 봤다.
보통 하류권의 산란 피크는 ‘운정리 본류대 수중전에서 월척이 터지느냐 마느냐’를 기점으로 삼는데 취재일은 커야 9치급만 낚이는 불황이었다. 하류권의 다른 구간도 사정은 동일했으며 신촌수로에서 김해봉 씨가 올린 33cm짜리가 유일한 월척이었다.
그러나 이 기사가 나갈 즈음인 4월 중순 이후부터는 분위기가 급격히 달라질 것이 분명해 보인다. 이미 지난 4월 10일에 운정리 본류대로 출조한 낚시인들 사이에서 월척 소식이 들려오고 있기 때문이다. 입질 시간도 밤에만 집중되던 3월과 달리 붕어 산란기의 특징인 오전에 입질이 활발하다고 하니 4월이 가기 전에 출조에 나설 것을 권하고 싶다.
▲ 인천대물낚시 회원들이 시조회 당일 올라온 잉어와 붕어 조과를 보여주고 있다. 왼쪽부터 오택수 (은파), 이성혁(붕순이앤), 최대범(범자) 회원이다.
▲ 서울에서 온 장경수 씨가 소반리 수로에서 거둔 조과를 자랑하고 있다.
▲ 소반리수로에서 떡붕어를 올린 김진곤 씨.
가는 길 내비에 ‘운정양수장(당진시 신평면)’을 입력해 찾아간 뒤 최하류부터 올라가며 포인트를 선택하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