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이 살아가며 쓰레기가 나오는 건 당연지사지만, 쓰레기 처리가 되지 않아 지구가 몸살을 앓는다는 뉴스가 연일 보도되며 쓰레기의 심각성을 우리 모두가 고민해야 할 시점에 다가와 있다.
미국의 하와이와 캘리포니아 사이에 있는 북태평양 바다 위에 ‘태평양 거대 쓰레기 지대(GPGP, Great Pacific Garbage Patch)’가 발견되면서 해양쓰레기의 문제가 얼마나 심각한가에 대한 경각심을 가져다 주었다. 최근 들어 미세플라스틱과 함께 해양쓰레기가 우리의 생활 환경과 생태계를 위협하는 주요 원인으로 지목되면서 세계적으로 시급한 환경 현안으로 떠올랐다.
해양쓰레기로 인해 비닐봉지를 목에 달고, 그것을 먹이로 착각하며 먹고 있는 거북이, 죽은 고래 사체 속에서 쏟아져 나온 엄청난 양의 플라스틱, 낚싯줄과 바늘에 몸이 감겨있는 조류들…. 우리 인간이 버린 쓰레기로 인해 많은 동물들이 피해를 입고 있고 더 나아가 바다생물들을 통해 다시 우리네 식탁이 미세플라스틱으로 뒤덮여 인간의 건강까지도 위협하고 있는 실상이 되어 버렸다.
‘나 하나쯤은 괜찮겠지’하며 버린 쓰레기들이 모여 반기를 들고 인간의 삶까지 위협하는 심각한 문제에 직면하게 되며 이제는 우리 모두가 쓰레기에 대한 깊은 고찰과 함께 쓰레기 줄이기에 노력하며 나가야 할 때가 되었다.
해양쓰레기를 역추적해본다면 하천을 통해서 흘러가게 된다. 그 하천에서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내는 사람들이 ‘낚시인’들이다. 이런 낚시인들이 의식을 바꾸어 ‘버리지 말고 줍기’를 실천한다면 조금은 나아진 미래를 맞이하게 되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천안의 소류지에 출조해 쓰레기를 주워 담은 쓰레기봉투를 보여주고 있는 필자.
낚시인 많았던 유명 낚시터에 쓰레기가 적었던 이유
어느덧 겨울이 지나가며 봄이 다가온 시점에 2023년 첫 출조를 나가게 되었다. 두 곳의 필드를 다녀오며 배스를 낚겠다는 고민보다 쓰레기에 대한 고민을 더하게 되었고, 런커가 아닌 주운 쓰레기들을 모은 봉투를 들고 돌아왔지만 런커보다 큰 깨달음을 얻게 되었다.
두 곳 중 처음으로 도착한 곳은 천안의 작은 소류지였다. 도착하여 처음 마주한 것은 어마어마하게 널브러진 쓰레기들이었다. 쓰레기 종류는 그야말로 다양했다. 낚싯줄, 웜, 페트병 등등 기분 좋은 첫 출조였지만 낚싯바늘을 던져 보기도 전에 인상이 쓰여졌다. 정말이지 너무나 더러운 필드였다.
사실 이 필드는 예전에 나와 몇 사람이 함께 가서 많은 쓰레기들을 주웠던 곳인데, 청소했던 게 무색할 만큼 다시 쓰레기천국이 되어 있었다.
밟히는 쓰레기들을 피해 몇 번의 캐스팅을 감행해 보았지만 낚이는 건 쓰레기들뿐이었다.
정말 놀랐던 것은 낚시하며 한쪽 구석진 곳을 보았는데 사람이 뒤집어져 있는 모양이 있어 119에 신고해야 하나 생각하며 달려가봤는데 다행히 사람은 아니었지만 너무나 역겨운(?) 쓰레기인 성인용품이 있어서 더 이상 낚시하고 싶은 마음이 사라져 버렸다.
함께 낚시 간 카페 회원들과 ‘쓰레기나 줍고 가자’는 심정으로 많은 쓰레기를 주웠지만 워낙 많은 쓰레기들에 우리의 손은 역부족이었다.
▲천안 소류지의 연안과 물속에 버려진 쓰레기들.
그리고 평택의 한 포인트로 이동했다. 이 필드는 너무나 유명하고 앵글러들도 많이 모이는 포인트인데 생각과 다르게 ‘너~~~무나’ 깨끗한 것이었다. 대한민국에 이렇게 깨끗하고 정리가 잘 되어있는 필드가 있다는 게 정말 믿기지가 않았다. 사실 돈을 내고 낚시하는 관리터도 이렇게 깨끗하게 관리되지 않을 것 같은데, 아름다운 자연을 쓰레기가 망치지 않아서 낚시를 하기 전부터 기분이 좋았다.
사람들도 많이 다니는 필드가 어떻게 깨끗할 수 있을까 생각하며 둘러보다가 해답을 찾았다. 그 이유는 너무나 간단하고 쉬운 누군가의 배려에서부터 시작된 것 이었다. 그것은 바로 누군가 50~100m 구간에 가져다 둔 쓰레기봉투 3장 때문이었다.
고작 대형 쓰레기봉투 3장. 돈으로 따져도 한 5천원이면 되는 쓰레기봉투 3장이 이렇게 깨끗한 필드를 만들었던 것이다. 사실 거기에도 웜, 바늘, 부서진 뜰채들도 버려져 있기는 했지만 쓰레기 없는 깨끗한 필드에 쓰레기를 버리는 아무런 의식 없는 사람까지의 변화는 바라지 않는다. 사실 그 정도는 의식 있는 낚시인들이 주우면 그만이기 때문이다.
▲많은 낚시인이 다녀가는 곳이지만 깨끗하게 유지되고 있는 평택의 유명 낚시터.
▲평택의 유명 낚시터가 깨끗하게 유지되고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사진의 쓰레기봉투가 50~100m 구간마다 놓여 있었기 때문이었다.
부끄러움을 아는 낚시인과 모르는 낚시인
예전 공자와 제자들이 길을 가던 중 길 한쪽에 똥을 누는 사람이 있어 공자가 크게 꾸짖었다고 한다. 조금 더 길을 가는데 이번에는 길 한 중앙에 똥을 싸는 사람이 있었다. 제자들은 길 한쪽에서 똥을 쌌던 사람보다 이 사람이 더 크게 혼나겠다 생각 했는데 공자가 그냥 지나가는 것이었다 . 제자들이 물어보았다. 길 바깥쪽에 싼 사람보다 길 중앙에 싼 사람이 더 나쁜 것 같은데 어찌 그냥 지나가십니까? 그때 공자가 말하길 길 한쪽에 싸는 사람은 부끄러움이 뭔지 알기에 나무란 것이지만, 부끄러움도 모르는 인간은 나무랄 필요가 없다고 했다.
3장의 쓰레기봉투가 있으니 쓰레기를 함부로 버리지 않고 조금 가서 쓰레기봉투에 버린 낚시인들은 그래도 쓰레기를 버리는 행위가 부끄러운 것인 걸 안다는 게 다행이었고, 더불어 ‘낚시터 쓰레기 버리지 말기 운동’을 벌여준 많은 협회와 단체의 노력에 낚시인들이 ‘의식’이 바뀐 결과인 것을 생각하며 감사함을 느꼈다.
두 필드를 다녀오며 쓰레기에 대한 생각을 하다가 ‘깨진 유리창 이론(Broken Windows Theory)'이 생각났다. 이 이론을 증명한 실험이 있었다. 치안이 허술한 골목에 두 대의 자동차를 한 대는 보닛만 열어 놓은 채로, 또 다른 자동차는 보닛 여는 것과 함께 고의적으로 창문을 조금 깨서 두었더니 보닛만 열어준 차는 1주일이 지나도 변화가 일어나지 않았지만 고의로 유리창을 조금 깨 둔 자동차는 10분 만에 배터리가 없어지고, 연이어 타이어도 없어져 버렸다. 또한 낙서와 투기, 파괴가 일어났고 1주일 후에는 완전히 고철 상태가 될 정도로 파손되어 버렸다.
우리 낚시인들의 심리도 이렇지 않을까? 누군가 버린 쓰레기가 있는 곳엔 별 양심의 거리낌이 없이 쓰레기를 버리지만 쓰레기가 버려지지 않는 깨끗한 필드엔 함부로 버리지 못할 것이다. 그리고 쓰레기 버릴 곳이 보인다면 대부분의 낚시인들은 그곳에 쓰레기를 가져다 버릴 것이다.
많은 분들이 열심히 해준 쓰레기 줍기(쓰줍, 쓰담) 운동이 참 많은 변화를 가져왔다. 예전엔 볼 수 없었던 옆구리에 봉투를 차고 다니는 사람들도 생겨나고, 대낚시를 하시는 분들도 봉투 하나를 놓고 쓰레기를 모으고 있다. 또한 인터넷상에 쓰레기를 줍고 사진을 올리는 훌륭한 낚시인들도 보았다. 그러나 필드에서 쓰레기를 줍는 사람은 그리 많지는 않은 것 같다. 천만 낚시인이라 하는데 그중에 몇 %나 낚시 가서 쓰레기를 주울까? 0.1%인 만 명은 될까? 사실 남이 버린 쓰레기를 낚시하기도 부족한 시간을 할애해서 줍는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닐 것이다.
낚시단체와 낚시업체에 바란다
이제는 낚시인들의 쓰레기 문제에 대한 패러다임이 바뀌어야 된다는 생각을 한다. 그래서 한 가지 제안을 하고 싶다. 낚시 필드에 쓰레기봉투 거치대 설치와 쓰레기봉투 가져다두기 운동이 일어나면 좋을 것 같다.
쓰레기봉투 거치대는 일반인이 하기 어려우니 필드 청결화에 애써 주시는 낚시협회와 시민단체 또는 기업들이 마음을 모아 추진해 주기를 바라고, 쓰레기봉투는 낚시인들이 낚시 가며 쓰레기봉투 하나씩 놓기 운동을 하면 좋을 것 같다.
또한 쓰레기봉투 거치대에 팻말을 만들고 사람 눈 스티커를 붙여 놓으면 어떨까 생각해본다. 사람 눈 스티커를 붙여 놓은 곳에서 범죄예방 효과가 나타났고, 트럭 뒤에 눈 스티커를 붙였더니 후미 추돌 사고에 94% 예방효과를 볼 수 있다는 조사도 있었다. 낚시터 쓰레기 줄이기 운동에도 눈 스티커 효과를 벤치마킹해서 사용하면 필드 청결화에 도움이 될 것이란 생각을 해본다.
비록 스티커지만 누군가 보고 있다는 심리적인 부담감이 깨끗한 필드를 만들게 될 것이다. 그런 깨끗한 필드를 우리의 다음 세대에 물려주어야 하는 것이 우리 낚시인들의 의무라 생각한다.
나의 3자녀 중 초등학교 4학년에 올라가는 막내딸이 낚시에 관심이 있어 자주 따라 나서는데, 이 친구에게 정말이지 가고 싶은 깨끗한 낚시 필드를 선물해주고 싶다.
▲필자의 막내딸 하엘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