낚싯대의 역사는 얼마나 오래되었을까? 구글을 통해 검색하다보니 낚싯대를 사용하는 모습이 담긴 그림이 기원전 2000년의 이집트 무덤에서 발견되었다고 한다. 생계를 위한 어업 형태이었을지 도락의 일부였을지는 알 수 없으나 물고기를 낚는 데 낚싯대를 사용한다는 일은 실로 인류의 역사와 다를 바 없을지도 모르겠다.

그리고 몇 천 년이 지나 1496년에 영국에서 ‘줄리아나 버너스(Juliana Berners)’라는 수녀가 저술한 ‘Treatyse of Fysshyngewyth an Angle(Treaties of Fishing, 낚시에 대한 논문)’에 낚싯대를 만드는 방법이 나와 있다. 참고로 이 책은 영어로 쓰인 최초의 낚시 서적이라고 한다. 그렇다면 1653년에 출간된 ‘아이작 월턴(Izaak Walton)’의 ‘조어대전(Compleat Angler)’보다도 157년이나 앞선다. 처음에는 믿을 수 있는 것인가 했는데, 브리태니커 백과사전에도 실려 있으니 그런가 보다 했다.

줄리아나 버너스의 책으로 돌아가서, 저술내용 중에 9피트 길이의 목제 낚싯대를 만드는데 개암나무나 버드나무 등이 필요하다고 썼다. 버트 부분, 벨리 부분, 팁 부분에 사용하는 목재가 다 다르게 나와 있는 본격적인 내용이었다.

▲영문으로 저술된 최초의 낚시책으로 알려진 ‘Treatyse of Fysshynge wyth an Angle’의 삽화.

낚싯대 소재에 대한 언급이 등장한다.

1881년 서구세계 최초 대나무낚싯대 하디 플라코나 등장

이처럼 초창기의 낚싯대는 나무로 만들었다. 참나무(oak), 물푸레나무(ash), 삼나무(cedar), 단풍나무(maple) 등이 재료로 사용된 것으로 보이는데, 당연히 튼튼하고 질긴 성질의 목재가 사용되었다고 전하고 있다. 그 후, 영국이 대영제국으로서 영토가 전 세계로 확장되면서 낚싯대의 재료에는 이국적인 목재가 추가되었는데, 대표적인 것으로는 유칼리(ironbark), 사목(snakewood), 렌스우드(lancewood), 녹심목(greenheart) 등 식민지에서 구한 가볍고 더 질긴 목재를 사용해 낚싯대를 만들 수 있게 되면서 낚싯대의 진화에 가속이 붙었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드디어 1880년대 초가 되면서 ‘대나무’가 낚싯대를 만드는 재료로 등장하였다. 동양에서는 이미 통대나무를 사용해 낚싯대로 사용하였지만, 영국에서는 한 걸음 더 나아가 대나무를 가늘게 쪼개어 삼각 모양으로 다듬고 갈아서 테이퍼링한 후 여섯 쪽을 접합하는 기술을 완성하기에 이르렀다. 1881년에 영국 하디(Hardy)는 서구세계 최초의 대나무낚싯대인 ‘팔라코나(Palakona)’를 발표하여 대나무낚싯대 시대를 열었다.

▲영국 하디(Hardy)의 팔라코나(Palakona) 대나무 낚싯대.

1880년대 이래, 아시아에서 수입한 대나무를 깎아 6쪽을 합해서 만들었다.

최초로 사용된 대나무는 인도산으로 알려져있다. 이후 중국에서 더욱 낚싯대 적합한 또 다른 종의 대나무, 일명 통킹 대나무(Tonkin cane)가 낚싯대용으로 사용되면서 더욱 견고하고 곧으며 긴 낚싯대가 만들어졌다. 일본의 대나무도 인기가 있어 1910~20년대에 영국으로의 수출이 활발했었다고 한다. 그러나 제2차 세계대전 발발로 인해 서서히 대나무낚싯대의 종말이 시작되었다. 전쟁 당사자인 영국, 미국의 전쟁 금수 조치로 통킹 케인은 물론, 일본산 대나무의 공급이 중단되었기 때문이다. 대나무 금수 조치가 풀린 것은 종전 후 1950년대 말부터였다. 일본 조구업계는 그때로부터 1960년대에 걸쳐 ‘다이코’, ‘텐류’ 등의 낚싯대 메이커가 미국과의 완제품 대나무낚싯대 무역을 통해 성장하는 기회를 얻을 수 있었다고 전하고 있다.

▲맨 위부터 차례로 1960~70년대 일본 올림픽의 대나무낚싯대,

영국 하디가 확립한 6합 구조를 기초로 만든 미국 수출 및 내수용 모델, 트롤링로드, 뜰채, 플라이로드 세트.

상품화된 최초의 글라스로드, 셰익스피어 원더로드

제2차 세계대전이 끝난 직후, 대나무 공급이 원활치 않던 시기에 가장 안달이 난 것은 수출업자도 제조업자도 아닌 역시나 낚시인들 개개인이었다. 낚싯대 구매에 어려움을 겪던 미 공군 파일럿 중 한 명이 아이디어를 내어 대나무낚싯대를 대신할 것을 찾았다. 소방대원이 사용하고 있던 글라스화이버(glassfiber, 유리섬유) 방화포를 철 파이프에 감아 수제 글라스로드를 완성한 것이었다.

이것이 최초의 유리섬유 소재 낚싯대, 글라스로드라고 전해지고 있다. 이에 대한 확실한 증거는 찾지 못했지만 다 그렇게 믿고 있다.

상품화 된 최초의 글라스로드는 1947년에 등장한 미국 ‘셰익스피어(Shakespeare)’의 ‘원더로드(Wonderod)’이다. 특징은 대나무에 비할 것이 아님을 낚시인이라면 누구라도 알고 있을 것으로 그동안 사용한 목제 낚싯대에 비하자면 부드럽고 가볍고 부러지지 않는 마치 꿈과 같은 낚싯대의 등장이었다.

▲1947년 등장한 세계 최초의 글라스화이버로드인 셰익스피어(Shakespeare)의 원더로드(Wonderod).

이때를 기점으로 글라스로드는 낚싯대를 만드는 재료의 대세가 되었고 대나무는 서서히 무대 밖으로 퇴장했다. 우리나라에서는 1964년 12월에 최초로 ‘오리엔탈공업’이 글라스로드를 생산하기 시작했고 내수를 시작한 것은 1966년부터였다. 일본의 경우는 ‘텐류’라는 회사가 1963년에 처음으로 글라스로드를 생산 개시한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당시로서는 글라스로드 생산과 관련해 우리나라와 별 차이가 없었다고 생각한다.

세계 최초의 카본낚싯대, 올림픽 세이키 아유

1970년대에는 글라스화이버를 능가하는 신소재 낚싯대가 등장해 전세계의 낚시 판도를 다시 한 번 더 바꾸어버렸다. 1959년에 발명된 카본그래파이트(carbon graphite, 탄소섬유)를 낚싯대 소재로 사용하게 된 것이다.

카본낚싯대 개발에 있어서 미국과 일본 양국이 서로 최초로 만들었다고 말하지만, 엄밀히 말하면 일본이 먼저 만들었다. 상품화된 세계 최초의 카본그래파이트 낚싯대는 일본의 ‘올림픽(Olympic)’이 1972년에 발매한 ‘세이키 아유(世紀あゆ)’라는 이름의 은어낚시용 낚싯대였다. 강도와 무게에 있어서 글라스화이버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우수하여 낚싯대의 소재 혁명을 일으킬 것으로 차츰 시선을 끌기 시작한 사이에 이듬해인 1973년에는 미국 ‘펜윅(Fenwick)’에서 ‘HMG’라는 이름의 카본낚싯대를 발표하였다.

플라이로드 5종, 루어로드 4종이었는데, 그동안의 글라스로드에 비해 월등한 성능으로 전 세계 낚시인들에게 충격을 줄 정도였고 명실공히 낚싯대의 새 시대를 열었다고 말할 수 있을 정도였다. 더욱이 펜윅은 카본낚싯대 제작공정에 관한 각종 기술을 확립하는 등 낚싯대 제조에 대한 기술발전에 이바지한 바도 컸다. 참고로 말하자면, 낚싯대 소재에 보론 섬유를 사용해 보강하는 기술을 개발한 것도 1981년에 펜윅이 최초였다.1970년대에는 계속해서 일본의 각 조구회사에서도 카본낚싯대 생산을 시작했다. 우리나라의 경우는 1982년에 ‘해동산업’과 ‘은성사’에서 카본 붕어 낚싯대가 처음 등장해 눈길을 끌었다.

▲1973년 등장한 세계 최초의 카본그래파이트 루어낚싯대, 펜윅(Fenwick)의 HMG.

낚싯대의 역사는 소재의 역사

1970년대에 처음 등장한 카본그래파이트 소재는 나일론 낚싯줄 등장과 맞먹을 정도로 낚시계에 큰 충격을 주며 현대 낚시를 완성시킨 한 축을 담당해오고 있다.

나무를 깎아 이어 붙여 만든 낚싯대가 주류이던 기간은 몇 천 년이나 계속되었고 인공적인 재료를 활용한 지는 이제 대략 80년으로 100년도 채 되지 않았다. 앞으로 어떻게 낚싯대는 진화할지? 낚싯대 소재에 변화는 또 일어날 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