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성이면 감천이라 했던가. 

강한 북서풍이 부는 서산 풍전지에서 맞바람을 뚫고 드디어 빅 배스를 만난 필자. 채비는 프리리그.

입춘이 지났지만 영하와 영상을 넘나드는 불규칙한 기온이 반복되고 있었다. 취재를 한 주 앞 둔 2월 19일, 서산 중왕리수로의 상류 가지수로인 연화수로로 사전답사를 갔을 때도 그랬다. 하필 그날은 종일 북서풍이 강하게 불었다. 이날 아주 많은 앵글러들이 이곳을 찾았다. 나는 박민희 회원과 함께였는데 후드를 써야만 낚시를 할 수 있는 상황이었다. 강풍 탓에 이곳을 찾은 많은 앵글러들은 오래 버티지 못했다. 설상가상으로 입질조차 없으니 금세 포기하고 다른 곳으로 가버리는 분들이 많았다.

바람이 부는 데다 해가 구름에 가려 있으니 수온은 오르지 못했다. 오전 11시 무렵, 드디어 해가 나왔다. 난 활성도 체크를 위해 휴대용 어군탐지기 디퍼를 띄웠다. 살치와 피라미로 보이는 어군이 중층에 감지됐다.

먹잇감은 충분하니 배스도 있을 터. 난 이 때부터 2인치 섀드를 리깅한 지그헤드리그만을 사용했는데, 바닥에 던져두고 이따금 건드려주기만 하는 이른바 데드워밍 액션을 구사했다. 이때부터였다. 배스가 나오기 시작한 것은. 이날 한 마리당 평균 1시간 정도의 간격으로 두고 해가 질 무렵까지 총 9마리의 배스를 낚았다. 피딩타임인 오후 4시 반 무렵부터 해 질 무렵까지 입질 빈도가 높았다. 최대 체장은 45cm, 평균 체장은 35cm 정도였다.

내비 주소 지곡면 연화리 771-1

급강하한 기온에 사전답사 히트패턴도 무용지물

사전답사 6일 후인 2월 25일에 연화수로를 다시 찾았다. 사전 답사 때 고생한 박민희 회원이 발목 부상을 입어 함께 하지 못했다. 이번엔 김영호 회원과 함께 했다. 이미 지난주에 패턴을 파악했기 때문에 이날 낚시는 쉽게 풀릴 것으로 내다봤다.

그러나 불과 하루 전에 영상 9도까지 올랐던 기온이 영하로 곤두박질쳤다. 해가 뜬 직후인 오전 7시경에는 가이드에 얼음이 맺히고 있었다. 기온은 영하 4도. 또 다시 북서풍이 문제였다. 이번에는 지난주보다 더 추웠다. 심지어 이곳을 찾았다가 불과 5분을 견디지 못하고 철수는 앵글러들이 있을 정도였다.

설상가상으로 지난주 패턴이 전혀 먹히지 않고 있었다. 그래도 검증 받은 이 기법으로 승부를 보기로 했다. 어려울수록 빛을 보는 채비와 기법이기 때문이다. 선발 루어로 사용한 채비는 KALIN’S의 FATSHAD TAIL 2인치와 1/16온스 지그헤드. 이 소프트베이트엔 강한 집어향이 첨가되어 있는 게 특징이다. 바닥에 내버려두고 오래 노출시키는 데드워밍을 구사해야 하는 상황에서 집어향이 효과를 발휘해줄 것으로 기대했다.

▲서산 연화수로. 좌측에 보이는 김영호 회원 외에 다른 앵글러들도 보인다. 

하지만 이렇게 많은 앵글러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배스들은 입을 열지 않았다.

강한 북서풍을 맞으며 1시간 반 정도를 버텼다. 정말 지독할 정도로 입질이 없었다. 난 어떻게든 점심식사 전에 마수걸이를 해야 한다는 생각뿐이었는데, 드디어 수로 중앙 바닥에 내버려 둔 지그헤드에 묵직함이 느껴진다. 데드워밍이라는 게 이따금 리프트앤폴 액션 등을 가미해서 배스의 호기심을 자극해야 하는데, 그 액션을 주기 위해 살짝 건드려줄 때 묵직함이 느껴졌다는 얘기다. 훅셋! 끌려나오는 것을 보니 배스다.

첫 배스를 무난히 랜딩하고 보니 오전 8시35분이었다.

▲오전 8시30분 무렵, 서산 연화수로에서 드디어 배스의 입질을 받은 필자. 

바낙스 COMPASSTHE BLACK S672ML이 휘어졌다. 결과는 랜딩 성공!

풍전지 상류에서 프리리그 장타로 만난 빅 배스!

어렵게 만난 딱 한 마리. 그 후로 입질이 없었다. 이제 해가 얼굴을 내밀어서 그나마 추위는 덜했다. 김영호 회원의 말수가 부쩍 줄었다. 힘들다는 뜻이다. 미노우, 메탈바이브, 다운샷리그 등의 채비로 로테이션을 하고 있었지만 역시 어떤 채비에도 입질이 없었다. 내가 마수걸이를 한 상황이므로 배스의 유무는 확인됐다. 다만 기온 변화 등으로 배스가 입을 열지 않고 있다고 생각되었다.

계속 여기에서 시간을 쓸 순 없어서 평소보다 이른 점심을 먹기로 했다. 12시 무렵, 지곡면 화천리 소재의 ‘이글루’라는 식당에서 점심을 먹었다. 중왕리수로에서 낚시를 하게 되면 이곳을 추천한다. 왕돈가스와 갈비탕이 일품이고 반찬도 정갈하다.

식사를 마친 후 풍전지로 향했다. 최근 이곳에서도 배스 소식이 있었기에 찾은 것이었다. 풍전지 상류 우안의 풍전호수가든 주변에서 탐색을 시작했다. 물색도 탁했고 연안에는 뗏장수초가 많아 배스가 붙을 가능성이 높아 보였다. 이곳 또한 북서풍이 대단했는데 하필 맞바람이라 비거리가 좋지 못했다.

여전히 입질이 없는 상황이 반복됐다. 오전 조과가 좋지 못해서 시간을 아껴 써야 하는 상황이었다. 난 게리야마모토의 3인치 야마센코를 리깅한 프리리그를 쓰고 있었는데 이 소프트베이트는 이른 봄에 아주 좋은 조과를 보여준다.

▲서산 풍전지에서 배스와 파이팅 중인 필자. 

배스가 힘을 많이 쓰는 데다 돌이 많은 지형이라 라인이 쓸릴 수 있어 순간적으로 드랙을 풀어주었다.

▲서산 풍전지에서 빅배스를 만나게 해 준 프리리그. 

사용한 소프트베이트는 매년 이른 봄마다 이상하리만큼 좋은 조과를 보여주는 게리야마모토의 3인치 야마센코다.

톡! 멀리 날려 보낸 프리리그에 드디어 묵직한 입질이 들어왔다. 풍전지 탐색을 시작한 지 약 2시간 반이 지난 후에야 받은 첫 입질이기도 했다.

왔다! 순간적으로 옆에 있던 김영호 회원에게 입질이 왔음을 알려주고 난 강하게 훅셋을 했다. 힘을 쓰는 것을 보니 빅배스다. 바닥에 돌이 많은 곳이라 혹시라도 라인이 쓸렸다면 놓칠 수 있다는 생각에 APOLLO SV 베이트릴의 드랙을 살짝 풀었다. 그렇게 오늘의 최대어를 랜딩했다. 난 미친 사람처럼 포효했다. 이 배스 한마리가 너무나 소중하게 느껴졌다.

내비 주소 인지면 풍전리 35

연화수로는 저녁에 설욕전

풍전지에서 약 3시간 남짓한 시간을 보냈다. 배스를 낚은 곳에서 맞은편으로 건너가서 탐색도 해보았지만 더 이상의 입질은 없었다. 다시 연화수로로 돌아왔다. 저녁 피딩타임을 이곳에서 보내기 위해서였다. 이미 시각은 오후 5시가 다 되어 있었다. 오전에 마수걸이를 했던 그 채비와 기법에 집중하기로 했다. 지그헤드리그를 폴링시킨 후 리프트앤폴 후에 한참을 내버려두는 데드워밍 패턴이다.

분명히 저녁 피딩타임인데 입질이 없다. 여전히 바람이 불고 있었는데 날씨와 영향 뿐 아니라 이 정도면 피싱프레셔가 있는 듯 보였다. 그래도 방법이 없었다. 여기에서 배수진을 쳐야 한다. 그때였다.

“형님!"

김영호 회원의 짧은 외침이 들려왔다. 스피닝 로드가 휘어진 것으로 보아 배스를 훅셋한 것이었다. 채비는 지그헤드리그. 역시 같은 기법이었다. 그렇게 김영호 회원도 마수걸이를 했다. 하루 종일 쉴 새 없이 낚시를 했지만 이제서야 한 마리라니. 정말 힘든 상황이었다.

나도 뒤를 이어 작은 배스 한 마리를 더 추가했다. 어느덧 해가 서산에 걸렸다. 하늘을 보니 목성과 금성 그리고 상현달이 일직선상에 보였다. 오랜만에 목성과 금성이 가까워진다는 뉴스를 접했는데 그걸 보니 비로소 여유가 생겼다. 이제는 집으로 갈 시간이 됐다. 하루 종일 힘들었지만 다행히 조과를 본, 의미가 있던 조행이었다.

▲늦은 오후에 서산 연화수로에서 드디어 배스의 입질을 받아낸 김영호 회원. 

바늘털이에 취약한 지그헤드리그여서 랜딩까지 긴장을 늦출 수 없었다.

▲마수걸이를 한 후에 안도의 표정을 짓는 김영호 회원. 

종일 지그헤드리그 데드워밍만을 고집했는데 그 믿음이 결국은 조과를 만들어냈다.

▲서산 연화수로에서 저녁 피딩에 맞춰서 사용한 휴대용 어탐기, 디퍼 처프 플러스2로 틈틈이 물속 스캔을 했다. 

그 결과 이미지에서처럼 많은 베이트피시가 분포하고 있음을 확인했다.

▲필자가 서산 풍전지와 연화수로에서 사용한 스피닝릴, 바낙스 볼란테 2500(자중 199g, 드랙내력 10kg). 

사용한 라인은 현재 테스트 중이며 올해 상반기에 출시 예정인 아미고 세미플로트7lb.

▲배스의 활성도가 낮을 때에는 이렇게 3인치 야마센코를 네꼬리그로 사용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그러나 아쉽게도 입질을 받지는 못했다.

▲취재날 최대어. 채비는 프리리그(게리야마모토 3인치 YAMASENKO, ABC LURE -STICK SINKER 3/16온스, 와이드갭훅 2호), 

릴은 바낙스 APOLLO SV 111GL, 로드는 바낙스 COMPASS THE BLACK C692MH, 라인은 아미고CRYSTAL FC 12lb(플로로카본)

▲서산 연화수로에서 취재를 마감할 무렵의 풍경. 하늘에 보이는 목성과 금성, 그리고 김영호 회원이 어우러져 멋진 실루엣을 만들어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