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해남부권 낚시인들은 갯바위에 해초가 점점 녹아서 줄기가 약해지는 시점인 3월 중순부터 농어 루어낚시를 시작한다. 수온이 13℃ 이상 올라가고 멸치가 연안으로 붙는 시기가 되면 육지에 가까운 얕은 바다로 농어들이 이동을 하는데 이때부터 본격적인 농어 루어낚시가 시작된다.
최근 갑자기 오른 기온으로 따뜻함이 느껴져 갯바위 쪽 농어 루어낚시를 예년보다 빨리 출조하겠다는 계획을 잡고 있었다. 하지만 윤달의 영향인가? 기온은 빠르게 올랐지만 바다 수온은 아직 12℃를 넘어서지 못했다. 나의 경우 13℃ 이상이 되지 않으면 출조 계획을 잡지 않는데, 물고기의 활성도보다는 질긴 해초가 문제라서 출조 계획을 잡지 않는다. 13℃가 되면 해초가 점점 녹기 시작한다.
현장기
이 시기 농어는 해초 밑에 은신하고 있다. 해초가 많은 곳에는 은신할 곳이 많아 농어가 많이 있다고 봐도 무방하다. 하지만 녹지 않는 해초는 연안에 너무 빽빽하게 들어차 있어 공략하기 매우 힘들다. 어느 정도 해초가 녹아 포켓이 만들어져야, 포켓을 공략하기도 하고 해초가 바늘에 걸리더라도 뜯어낼 수가 있는데 녹지 않는 해초는 그러지 못하기 때문에 과감히 포기한다.
기수역은 초썰물이 가장 좋은 물때
수온은 아직 받쳐주지 못하고 농어낚시는 하고 싶고…. 본격적인 농어 루어낚시 시즌 전 몸 풀기를 할 만한 장소가 떠올랐다. 바로 기수역 농어 루어낚시다. 비교적 큰 하천의 경우 1년 12달 농어가 붙어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는데, 하수처리장이 있는 하천의 경우 온수 사용의 증가로 겨울에도 얼지 않고 안정적인 수온을 유지한다. 이에 기수역을 오가는 물고기들은 먼바다로 빠지지 않고 기수역에 머무르며 그 개체수 또한 상당히 많다.
유명한 기수역 농어 포인트는 울산의 태화강과 부산의 수영강이 있다.
▲조명으로 주변이 밝은 수영강 하류.
대표적인 기수역 농어의 성지다. 이번 시즌 첫 농어낚시를 하는데 꽝을 칠 수 없으니 조금 더 포인트를 잘 알고 있는 수영강으로 출조지를 정했다. 9.4ft ML 스펙의 농어대와 C3000S 스피닝릴, 합사 1호에 쇼크 리더 카본라인 4호를 세팅했다. 플로팅 미노우대신 9cm 길이 전후의 싱킹펜슬 위주로 태클박스를 채워 넣었다.
지난 3월 8일 저녁 8시에 부산 해운대구 민락동에 있는 수영강 포인트를 찾았다. 만조까지는 1시간30분 정도 남은 시각. 수영강의 경우 해가 지는 7시 전후부터 밤 10시까지 입질이 활발하다. 여기에 초썰물이 받쳐주면 최고의 조황을 보여주는데, 썰물이 10시 이전에 시작 되어야 한다. 10시가 되면 다리의 미관을 위해 켜둔 조명이 꺼지게 되며 이 조명이 꺼지면 이상하게도 입질 빈도가 떨어진다. 조명이 꺼진 후 2시간 정도 뒤에 다시 입질을 하지만 너무 늦은 시각까지 낚시를 하면 몸에 해롭기 때문에 그 전에 승부를 보는 것이 좋다.
▲부산 해운대 수영강 하류의 야경. 고층 아파트와 다리를 수놓은 불빛 때문에 밤 10시까지는 편안하게 낚시할 수 있다. 밤 10시가 되면 조명이 꺼진다.
▲부산 수영강 기수역을 노려 65cm 농어를 낚은 필자. 95mm 헤비 싱킹 미노우를 사용했다.
▲필자의 농어 루어낚시 장비와 미노우를 수납할 수 있는 백팩.
기수역 바닥층을 95mm 싱킹 펜슬로 공략
만조가 가까워짐에 따라 물의 힘이 약해졌다. 보통 바다에서 밀고 들어오는 물의 힘이 약해지더라도 강물이 내려가는 힘이 강해 하류 쪽으로 흐르는 물의 흐름이 생겨야 하지만, 최근에는 비가 오지 않는 날이 많아 강물의 유량도 대폭 줄어든 때문인지 하류로 흐르는 물의 흐름이 생기지 않았다. 이럴 땐 바닥에 은신하고 있는 농어를 노리는 것이 좋다.
상류 쪽으로 캐스팅. 싱킹펜슬을 사용해 5m가량 채비를 가라앉힌 후 1초에 1바퀴 정도로 감는다. 5바퀴 정도 감았을 때 갑자기 ‘덜커덩’하는 느낌이 왔다. 드랙을 제법 강하게 조여 두었는데 드랙이 천천히 풀려나갔다. 농어를 걸었을 때는 뭔가 강하게 좌우로 흔드는 느낌이 드는데 이 녀석은 흔드는 느낌보다는 그냥 자기 갈 길을 가듯 끈적하게 당기는 느낌만 들었다. 훅업부터 랜딩까지 바늘털이 한 번 없었다. 가까이 다 와서 어체를 확인해보니 농어였다. 길이는 60cm가 조금 넘었다.
본격적인 갯바위 농어낚시를 하기 전 기수역에서 몸을 푸는 것은 성공했다. 아직 수온이 받쳐주질 못하여 기수역에서 농어낚시를 하고 있지만 3월 말 벚꽃이 피는 시점이면 갯바위에서의 조황이 활발해질 것이라고 본다.
▲낚은 농어를 방생하고 있다.
▲농어를 낚은 직후 계측자에 올리니 65cm가 나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