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월 19일, 경북 영덕군에 있는 축산방파제로 출조한 박상욱(라팔라 필드스탭) 씨가
3호 에기로 대형 화살오징어(야리이카)를 낚았다.
올해는 전국적으로 오징어가 불황이다. 살오징어, 한치, 무늬오징어가 모두 불황이며 유일하게 제주도 먼바다의 심해 갑오징어만 호황을 보이고 있다. 그러던 중 들려온 희소식은 경북 영덕 일원에서 하룻밤에 한치 31마리가 낚였다는 것이다.
기자에게 영덕의 한치 호황 소식을 알려온 낚시인은 라팔라 필드스탭으로 활동하고 있는 박상욱 씨. 그는 전국으로 1년 내내 두족류, 록피시, 빅게임을 다니는 열혈 낚시인이기 때문에 어느 정도 신뢰할 수 있는 정보원이지만 하룻밤에 31마리는 아무래도 ‘오버’ 같았다.
31마리가 낚였다면 그 주변에서도 분명 소식이 들려왔을 거라고 확신하고 다른 쪽으로 안테나를 돌리니 이미 영덕 일대는 한치 소식으로 들뜬 분위기였다. 그래서 마냥 기다릴 수 없어 서둘러 취재에 나섰다.
석동방파제에선 자리다툼까지
▲처음 찾아간 영덕 석동방파제. 낚시인이 많아서 자리를 잡지 못했다.
2월 19일 오후. 비행기를 타고 부산에 도착 후 박상욱, 박정운, 박채준 씨와 함께 영덕으로 향했다. 먼저 도착한 곳은 영덕읍 석리에 있는 석동방파제. 현재 한치가 가장 잘 낚인다는 박채준 씨의 제보로 미리 자리를 잡기 위해 현장에 일찍 도착했지만 작은 규모의 방파제는 이미 낚시인으로 만원이었다. 심지어 일부 낚시인들이 자리다툼을 벌여 비좁은 틈에 끼어드는 것은 도무지 불가능해서 다른 곳을 물색했다.
박상욱 씨가 확인한 31마리 한치가 낚인 곳은 석동방파제에서 5km 정도 북쪽에 있는 축산방파제다. 하지만 취재 당일에는 바람이 묘하게도 석동방파제에서는 불지 않았지만 축산방파제로는 들이쳤기에 자리 선정에 많은 고민을 해야 했다. 중간에 들른 경정3리방파제와 경정1리방파제에도 낚시인이 있었기에 어쩔 수 없이 바람이 부는 축산방파제로 가야했다.
▲축산항방파제 내항. 콧부리 일대에서 한치가 낚인다.
▲축산항방파제 내항 위에서 집어등을 밝히고 한치를 노리는 낚시인들.
우선 자리를 잡은 곳은 축산방파제 내항. 31마리 한치가 낚은 곳은 축산방파제 내항 콧부리 맞은편 갯바위지만 그곳 역시 이미 낚시인들이 있었기에 우선 내항에 자리를 잡았다. 3호 노멀 타입의 오렌지색 컬러를 선택해 일반 에깅과 같은 방식으로 낚시를 했다. 멀리 캐스팅 후 에기를 바닥까지 가라앉힌 후 바닥층에서 액션을 주었다.
▲축산방파제 외항 테트라포드에 자리를 잡고 한치를 노리고 있는 취재팀.
2.5호 에기를 사용한 낚시인들은 몸통 길이 20cm 내외의 한치를 10마리 정도 낚았다.
▲박상욱 씨 지인이 축산방파제로 출조해 낚은 한치.
▲박상욱 씨의 한치 채비. 에깅 장비에 3호 노멀 타입의 에기를 사용했다. 오렌지 컬러 에기 필수.
몸통 길이 30cm가 넘는 대형 화살오징어 등장
기대와는 달리 입질은 없고 파도까지 높게 쳐서 결국 일행은 모험을 강행했다. 테트라포드를 타고 외항에서 낚시를 하는 것으로 결정한 것이다. 축산방파제는 테트라포드가 제법 크고 얼기설기 놓인 곳이 많기 때문에 테트라포드에서 낚시하는 것을 추천하지 않지만 외항에 낚시인이 많은 것이 도무지 찜찜해서 확인을 하지 않을 수 없었다.
내려가니 생각보다 많은 낚시인이 있었고 해가 진 후 학꽁치와 벵에돔을 노리던 낚시인들이 철수하자 널찍하게 낚시할 공간이 생겼다. 해가진 후 집어등을 켜고 낚시를 하니 옆에 있는 현지 낚시인들이 20cm 내외의 한치를 올리기 시작했다. 그런데 우리에겐 전혀 입질이 없었다.
도무지 이유를 알 수 없어서 사용하는 에기를 유심히 살펴보니 우리가 쓰는 3호 에기보다 훨씬 작은 2.2호~2.5호 에기를 사용하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2.5호 에기에 올라온 작은 한치. 취재팀 옆에 선 낚시인들이 올린 것이다.
하지만 2.2~2.5호 에기를 전혀 준비하지 않은 탓에 3호 에기로 마지막까지 승부를 볼 수 밖에 없었다. 박상욱 씨는 집요하게 바닥층을 공략했고 오후 9시 경에 첫 입질을 받을 수 있었다. 바닥에서 아주 슬며시 에기를 안고 가는 입질에 로드를 살짝 드니 그때부터 한치가 힘을 쓰기 시작했고 너무 무거워서 해초와 함께 걸려오나 싶었지만 올려보니 몸통 길이 30cm가 넘는 화살오징어(야리이카)가 올라왔다.
우리가 흔히 낚는 한치는 창오징어(겐사키이카)다. 몸통에 붙어 있는 지느러미가 약간 둥글며 몸통도 통통하고 다소 짧지만 화살오징어는 몸통이 길쭉하고 지느러미가 화살처럼 뾰족해서 바로 구분을 할 수 있다.
그런데 제주도에서도 잘 낚이지 않는 화살오징어가 영덕 연안에서 그것도 2월 겨울에 낚인다니 의아할 따름이었다.
▲박상욱 씨가 낚은 화살오징어. 몸통이 길고 지느러미가 뾰족한 야리이카(일본명)로 살이 달고 부드러워 무늬오징어보다 더 인기 있다.
▲작은 한치를 낚을 때 효과적인 소형 스테.
4월 이후 본격 한치 시즌 기대
낚시를 계속하니 이번엔 작은 한치도 올라왔다. 박채준 씨가 바닥층을 공략해 한 마리를 올렸고 그 후에는 주변 모두 입질이 끊기며 상황이 종료되었다.
우리는 두 가지 실수를 했다. 처음부터 테트라포드에 올라서 낚시를 해야 했고 작은 크기의 에기를 준비해야 했는데 모두 하지 못했다. 부산에서 영덕까지 먼 길을 달려왔지만 정작 ‘아이템빨’에 밀려 마릿수 조과를 올리지 못했다는 것은 아쉬운 일이었다.
▲테트라포드에 설치한 집어등. 베이트피시를 집어하는 데 도움이 된다.
그대로 철수하기는 섭섭해서 축산방파제에서 2km 북쪽에 있는 사진2리방파제로 이동해 조금 더 낚시를 했다. 에기도 없고 한치의 활성도 그리 좋지 않아서 재미삼아 들른 곳이었는데 박상욱 씨가 또 한치의 입질을 받아 파이팅을 시작했다. 한치를 끌어오면서 처음 입질한 한치보다 더 크다고 소리를 쳤고 자세를 잡은 후 자신 있게 ‘들어뽕’을 시도했다. 그런데 한치가 수면에 뜬 순간 커도 너무 큰 한치가 걸린 바람에 수면으로 올라오자마자 무게를 이기지 못하고 바늘에서 빠져 버렸다.
박상욱 씨는 아쉬움의 비명을 질렀다. 자타가 공인하는 에깅 마니아인 자신이 ‘들어뽕’을 실패하리란 예상을 못했을 뿐더러 무보다 큰 한치가 발앞에서 떨어져 나가자 본인이 아쉬움을 감당하지 못해 비명을 지른 것이다. 카메라를 들고 대기하던 기자 역시 아쉽기는 마찬가지.
하지만 소득은 있었다. 큰 에기를 쓰면 입질 빈도가 떨어지지만 큰 한치가 입질하는 것을 확인했다. 그렇다면 작은 에기와 큰 에기를 2단으로 사용하면 문제는 간단히 해결될 것으로 예상되었다.
박상욱 씨는 “한치는 지금부터 계속 조황이 나아질 것입니다. 보통 4월부터 한치의 양이 증가하며 5월부터 연안에서 본격적으로 낚입니다.
2021년에는 6월에 영덕과 포항 일대에서 한치가 잘 낚였으며 6월에 가장 호황을 보인 기억을 떠올려보면 이제 곧 본격적인 한치 시즌이 열릴 것으로 보입니다”라고 말했다.
▲즉석에서 삶은 한치.
▲박상욱 씨가 사용한 야마시타 에기왕K 3호 노멀 타입. 오렌지 컬러가 잘 먹힌다고 한다.
내비 주소 축산면 축산리 산 2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