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게 맨손잡기 체험에 참가한 리사켈리가 붉은대게(홍게)와 가자미를 잡고 기뻐하고 있다.

코로나 펜데믹 현상으로 지역 축제가 올스톱 된 지 4년 째. 다행히 올해부터 실외, 실내 마스크 해제와 함께 코로나 이전 상황으로 제자리를 찾아가고 있다. 이와 함께 지역 특산물과 연계된 축제들도 기지개를 펴고 있다.

그 가운데 2월을 대표하는 미식가들이 사랑하는 대게축제 현장을 다녀왔다.

대게 하면 보통 영덕과 울진을 떠올리게 된다. 한동안 어느 지역이 대게의 ‘원조 고장’인가를 놓고 설전이 벌어지기도 했었다.

내가 어릴 때는 대게 하면 ‘영덕대게’로 알고 있었고 이후 90년대 중반 지방자치제로 바뀌면서 울진군에서도 대게 홍보를 시작하게 되었다. 당시 왕돌초 방송촬영차 울진군을 찾았는데 군 관계자로부터 들은 얘기는 신빙성이 있었다.

"옛날부터 대게가 잘 잡히는 해역(왕돌초)이 울진군이었지만 울진군보다 상거래가 활발했던 영덕을 통해 판매가 되다보니 자연스럽게 영덕대게가 되었다“는 것이다.

대게의 원조는 울진이라는 얘기였는데 지금은 울진이나 영덕 어느 지역을 가더라도 우리가 원조다라는 얘기는 사라졌다. 두 지역 모두 대게의 고장으로 상생하고 있는 것!

▲영덕민속어촌체험관에 전시 중인 옛 대게조업 모형.

울진은 대게맨손잡기, 대게경매 이벤트 인기

지난 2월 23일~26일까지 4일간 울진에서는 ‘울진대게와 붉은대게축제’가, 2월 24일~26일까지 영덕에서 3일간 ‘영덕대게축제’가 열렸다. 두 지역 모두 비슷한 시기에 개최가 되었고 주요 행사 프로그램도 비슷했지만 약간의 차별을 두었다.

여기서 울진군의 축제 이름이 다소 길게 느껴지는 것은 대게와 홍게를 함께 뜻하는 문구이기 때문이다. 축제 이름에서 영덕군과 차별을 두기 위한 목적이었다.

나는 한국에 오랫동안 거주하면서 방송활동을 이어오고 있는 리사켈리(미국) 그리고 유명 뮤지션(샤이니, 시아준수 등)들의 백댄서로 시작해 현재는 모델과 배우로 활동 중인 한국 생활 10년차의 나나(우크라이나)와 함께 ‘K-페스티벌 축제GO신나GO’ 방송촬영차 먼저 울진군을 찾았다.

울진군은 울진대게전시관 및 대게 식당들이 군집해 있는 왕돌초광장에 축제장을 마련했다. 대표 프로그램은 대게맨손잡기(일정 비용을 내고 참가하며 바지장화를 입고 주어진 시간 내에 대게를 포함한 각종 물고기를 맨손으로 잡는 체험)와 대게경매(위판 경매가보다 저렴하게 대게 4마리에 1천원부터 경매를 시작해 최종금액 3만원을 넘기지 않는 선에서 낙찰하는 방식) 외에 노래자랑, 레크레이션 등이 준비되었다.

리사와 나나는 오랜 한국 생활과 문화에 익숙해 있어 언어 소통에 전혀 문제가 없는 ‘대한 외국인’이다. 하지만 외국인이다 보니 자연스레 축제장에선 시선을 끈다. 국내뿐 아니라 해외로까지 지역의 특산물을 홍보하고픈 지역민들의 관심이 쏠렸다.

맨손잡기 체험에 참여한 리사와 나나는 붕장어, 가자미, 대게, 홍게 등 제법 괜찮은 수확물을 획득했고 각종 이벤트 게임에 참여해 대게라면 등의 푸짐한 상품도 받았다. 경매에 참여해 3만원에 울진대게 4마리를 낙찰 받는 행운도 누렸다.

▲대게 모자를 쓰고 영덕대게축제 ‘대게 싣고 달리기’ 체험프로그램에 참가한 리사켈리(왼쪽)와 나나.

울진은 대게축제 외에도 죽변해안스카이레일, 왕피천케이블카, 해양박물관 등을 즐길 수 있는 관광상품들이 마련되어 있어 여행객들의 발길을 사로잡았다. 특히 후포항 인근 백암대게마트에서는 울진대게와 붉은대게를 산지 가격으로 저렴하게 맛볼 수도 있다.

▲울진군에서 야심차게 준비한 관광상품인 죽변해안스카이레일.

영덕 대게낚시 체험에 신이 난 리사와 나나

▲영덕대게축제 체험 프로그램 중 하나인 대게낚시에 참여한 관광객들.

▲영덕대게축제 프로그램 중 하나인 대게낚시. 리사켈리와 나나도 낚싯대를 잡고 체험낚시에 참가했다.

다음날은 영덕삼사해상공원에서 개최된 영덕 대게축제장을 찾았다. 코로나 끝자락이었던 지난해 12월에 서둘러 대게축제를 열었다가 흥행에 실패한 탓인지 이번에는 좀 더 다양한 레크레이션과 먹거리 등 짜임새 있는 준비를 한듯했다.

리사와 나나는 ‘대게 싣고 달리기’와 대게낚시에 참여했다. 대게 싣고 달리기는 작은 손수레를 끌고 가 수조 안에 있는 대게를 주어진 시간 안에 잡아서 싣고 달려 나오면 상품으로 대게를 받을 수 있는 게임이다.

대게낚시는 다소 생소 할 수도 있는 게임이었다. 원래 대게는 수심 500m에 서식하기 때문에 낚시로 낚는 것은 불가능하다. 그러다보니 일반인을 대상으로는 훌치기 방식을 채택했다. 즉 큰 수조에 대게를 풀어놓고 훌치기 바늘로 대게를 걸어내는 것인데, 날카로운 바늘만 조심한다면 남녀노소 누구나 쉽게 대게 낚시에 도전 할 수 있다. 그 결과 리사와 나나도 여러 마리의 대게를 낚아냈다.

▲배우이자 모델인 우크라이나 출신 나나도 두 마리의 대게를 잡고 기뻐하고 있다.

▲대게싣고달리기 이벤트에 참가 중인 나나.

대게낚시터에는 김광열 영덕군수가 직접 바지 장화를 입고 수조로 들어가 참가자들 부근에 대게를 던져주었다. 더불어 “영덕군을 찾아와 주신 여러분께 감사의 인사를 드린다”며 인사말을 남겼다.

▲김광영 (왼쪽) 영덕군수가 대게낚시가 진행 중인 수조에 들어가 대게를 던져주고 있다.

▲붉은대게축제 무대 앞에서 방송 프로램을 진행 중인 나나(왼쪽)와 리사켈리.

낚시는 이제 개인의 취미생활을 넘어 가족이 함께 할 수 있는 레저스포츠로 자리 잡고 있다. 울진은 이미 왕돌초 지깅과 광어 플랫피싱, 가자미, 볼락, 에깅이 유행한다. 영덕은 갯바위 벵에돔, 감성돔, 학꽁치낚시, 에깅 등 방파제와 연안 갯바위낚시가 활성화된 곳이다. 이번 봄에는 축제와 낚시가 어울린 두 지역으로의 식도락여행을 떠나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취재협조 울진군 홍보실, 영덕군 홍보실, 울진 백암대게마트, 영덕 이가대게, TLC여행레저, IHQ, 토마토렌트카, 티비미학, 멋진인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