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제 다포방파제 외항에 자리를 잡고 학꽁치를 노리는 낚시인들. 

테트라포드가 조밀하게 놓여 있어 여성 낚시인들도 내려가서 낚시를 즐긴다.

거제도에 학꽁치가 돌아왔다. 작년에는 눈을 씻고 찾아도 볼 수 없던 학꽁치가 올해는 형광등 씨알로 다시 돌아왔다. 거제도 남부 전역에서 잘 낚이고 있으며 통영 남부 일원까지 세력을 확장해 꾸준한 조황을 보이고 있다.

▲다포방파제에서 낚은 학꽁치. 큰 씨알은 30cm가 넘는다.

지난 2월 중순, 부산 낚시인 황석조, 김영규 씨에게 거제권 감성돔 소식을 문의했지만 돌아온 대답은 싸늘했다.

“올해는 3월에 윤달이 끼어서 연안에 감성돔이 없어요. 사량도 일대에서 조금 낚이지만 대부분 선상 조황이고 50명 정도 출조하면 감성돔 얼굴 보는 사람은 한두 명입니다. 4월 초는 돼야 감성돔 얼굴을 볼 수 있을 거 같아요. 그 대신 올해는 학꽁치가 대풍인데 한번 만나보시렵니까?”

되레 더 반가운 소식이었다. 학꽁치는 호래기와 함께 남해안에서 보기 힘들어진 것이 사실이고 작년에는 전혀 볼 수 없었기에 구미가 더 당겼다. 추운 겨울에 살이 차지게 오른 학꽁치라니 마다할 이유가 없었다.

캠핑, 차박, 텐트 모두 자유

2월 27일 오전 10시에 부산에서 황석조, 김영규 씨를 만나 거제도 남부로 출발했다. 학꽁치만 노리기엔 아쉬워서 밤엔 볼락을 노리고 낮엔 학꽁치를 노리기로 했다.

도착한 곳은 거제도 남부면에 있는 다포방파제. 대포방파제와 아주 가깝게 마주보고 있는 이곳은 원래 감성돔이 잘 낚이는 곳으로 유명하지만 올해는 감성돔이 붙는 시기가 늦고 대신 무성하게 자란 해초 사이로 볼락과 학꽁치가 많이 붙어 낚시인들이 몰리고 있었다.

주변을 둘러보니 방파제 주변 공터에 캠핑카가 10여 대 주차해 있었고 차박을 하거나 텐트를 치고 야영을 하는 낚시인도 더러 있었다. 주민들이 싫어하지 않을까?

황석조 씨는 “다포방파제는 예전부터 낚시인들이 즐겨 찾고 있지만 주민들과 마찰이 잘 일어나지 않는 곳입니다. 고령화로 마을은 예전보다 썰렁해졌는데 낚시인들이 찾아가면 오히려 반기는 분위기에요. 마을에 사람이 북적여야 사람 사는 마을 같다는 게 마을 주민들의 의견입니다.

그리고 캠핑이나 야영을 즐기는 낚시인들이 굉장히 청결하게 마을을 이용하고 공중화장실 매너도 잘 지키기 때문에 다포방파제에서 캠핑이나 차박, 야영을 하는 데는 아무 문제가 없습니다”라고 말했다.

▲다포방파제로 출조한 낚시인들이 모닥불을 피우고 캠핑을 즐기고 있다.

▲방파제 외항에서 집어등을 켜고볼락을 노리는 낚시인들.

집어등에 모여든 무수한 볼락

오후에 학꽁치를 노렸지만 전어만 몇 마리 물어서 밤에 본격적으로 볼락을 노렸다. 집어등을 켜고 방파제 내항을 노리니 15cm 볼락이 미친듯이 입질을 했다. 캐스팅을 하면 해초에 바늘이 걸리거나 아니면 입질을 하는 상황. 무성한 해초 때문에 낚시하는 것이 성가신 것이 흠이지만 볼락은 계속 입질을 했다. 단, 씨알이 15cm 내외로 자잘했는데 자정 무렵이 되어 수위가 올라가자 20cm급 볼락이 모습을 나타내기 시작했다. 웜, 청갯지렁이 할 것 없이 모두 잘 물었지만 청갯지렁이에 더 반응이 좋았다.

잔챙이만 노린다면 작은 두레박 하나는 채울 정도로 볼락의 활성이 좋았지만 저녁에 볼락 회를 먹을 정도만 낚고 더 이상 낚지 않았다. 왜냐하면 다음날 아침에 본격적으로 학꽁치를 노려야 하기 때문이다.

▲밤에 낚은 볼락. 씨알이 15cm 내외로 크지 않다.

▲해초 주변을 노려 낚은 볼락. 씨알이 작지만 뼈째 썰어 먹으면 고소한 맛이 일품.

아침이 되어 동이 트자마자 학꽁치채비를 마치고 방파제로 내려갔다.

볼락은 내항에서 낚을 수 있지만 학꽁치는 주로 외항에서 낚이기 때문에 테트라포드에 올라야하는 부담은 있지만 방파제 콧부리를 제외하면 테트라포드가 조밀하게 놓여 있기 때문에 충분히 오르내릴 수 있다.

김영규 씨는 1호 구멍찌를 던질찌로 사용하고 목줄에 B 부력의 목줄찌를 달아 2단채비를 사용했다. 해를 마주보고 낚시를 해야 하기 때문에 목줄찌가 잘 보이는 것이 유리하고 역광에 대비해 선글라스는 필수. 발앞에 자라 있는 해초에 채비가 걸리지 않게 조심하고 밑밥으로 학꽁치를 유인하면 그때부터는 학꽁치를 올리기만 하면 된다.

학꽁치가 클 때는 바늘도 큰 것을 사용 

예상대로 밑밥을 한 주걱 뿌리고 채비를 던지니 바로 학꽁치가 입질했다. 그런데 예상에서 빗나가는 것이 있었으니 그것은 바로 학꽁치 씨알이었다. 정말로 형광등 크기라는 것. 너무 커서 한 번에 들어올리기가 어려운 것이 함정이었다. 내 채비를 본 황석조 씨는 “여기선 학꽁치 바늘을 쓰면 안돼요. 감성돔 1호나 볼락 9호 정도로 큼직한 것을 써야 학꽁치가 빠지지 않습니다. 큰 놈들은 갈치만한 것들도 올라오는데 학꽁치 바늘을 쓰면 무게를 감당 못해 금방 떨어집니다”라고 말했다.

▲학꽁치의 입에 걸린 바늘을 빼고 있다. 씨알이 큰 학꽁치는 먹성이 좋아 큰 바늘을 써야 잘 걸린다.

▲구멍찌와 소형 막대찌로 만든 학꽁치 2단 채비.

▲2단 채비에 사용하는 소형 막대찌.

▲작은 학꽁치에 잘 먹히는 곤쟁이. 큰 바늘을 쓸 때는 크릴을 써도 좋다.

학꽁치는 이른 아침에는 활성이 조금 떨어졌지만 햇살이 퍼지고 몸이 뜨듯해질 9시가 되니 활성도 더 올라가서 활발하게 입질했다. 씨알이 큰 것은 30cm가 넘었고 작은 것도 20cm가 넘었다. 지난밤에 볼락을 많이 낚지 않은 걸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부산낚시인 김영규 씨가 30cm가 넘는 학꽁치를 보여주고 있다.

오전 11시가 되니 아이스박스에 크고 작은 학꽁치가 30마리 정도 들어있는 것이 보였다. 이른 점심을 먹을 겸 학꽁치를 손질해 상을 차렸다.

▲껍질을 벗겨 깨끗하게 손질한 학꽁치회. 

큰 것은 껍질과 뼈를 제거하지 않으면 질겨서 먹기 힘들며 살은 단맛이 강하다.

“이런 크기의 학꽁치 세 마리면 회가 한 접시 정도 나옵니다. 작은 학꽁치는 껍질을 벗기지 않고 먹어도 되지만 씨알이 크면 껍질을 벗기고 가운데 척추도 발라내고 먹어야 해요. 뼈째 먹는 자잘한 학꽁치도 맛있지만 깨끗하게 손질한 씨알 좋은 학꽁치는 아주 부드러우면서도 달달한 맛이 납니다.”

달달한 학꽁치 회에 소주 한 잔을 곁들이니 다포방파제를 가득 메운 낚시인들이 왜 며칠씩 이곳에서 시간을 보내는지 금방 이해가 되었다. 현재 학꽁치는 거제도 남부면 일대에서 잘 낚이고 있으며 통영의 달아, 연명, 척포 일대에서도 만날 수 있다. 학꽁치가 연안을 빠져나가는 시기는 대개 4월 이후로 앞으로 한 달 정도는 여유 있게 학꽁치를 만나볼 수 있다고 한다.

내비 주소 남부면 다포리 199-7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