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산도 감성돔 핫 시즌이 다가옵니다. 출조를 서두르세요.”

완도의 감성돔낚시 고수 곽영준 프로가 취재일 노랑바위 직벽에서 올린 감성돔을 자랑하고 있다.

완도 감성돔낚시 일번지 청산도가 연중 최고의 호황기를 앞두고 있다, 보통 청산도는 겨울 시즌인 초등철을 최고로 꼽지만 그때는 씨알보다는 마릿수가 돋보인다. 씨알과 마릿수를 함께 놓고 본다면 단연 2월 말에서 4월 초가 최고의 시즌이다. 이러한 호황은 벚꼿이 피는 4월 초까지도 이어지기 때문에 청산도 출조 경험이 많은 낚시인들은 이 시기를 ‘청산도의 벚꽃감생이’ 시즌으로 부르고 있다.

지난겨울 청산도 감성돔낚시는 ‘용두사미’로 요약할 수 있다. 12월 한 달까지는 피크를 맞았으나 12월 말을 전후해 조황이 급락, 장장 한 달 보름 이상을 불황의 늪에서 허우적댔다.

악재는 두 가지였다. 예년과는 다른 조류가 유입된 것인지 포인트마다 잡어 성화가 심했고 연례행사인 뻥치기도 영향을 미쳤다는 게 현지 낚시인들의 목소리다. 실제로 취재일이었던 2월 17일까지도 완도 어판장에는 뻥치기에 잡혀 온 감성돔이 가득했다.

겨울에 뻥치기가 성행하는 이유는 큰돈을 만질 수 있기 때문이다. 12~2월 사이 유통되는 감성돔은 1k당 8만원에 육박해 4짜 한 마리에 10만원선에 거래가 됐다, 하룻밤에 4짜 이상을 10마리만 잡아도 100만원을 훌쩍 넘기니 감성돔 뻥치기가 사라지지 않는 것이다.

보통 하룻밤에 많이 잡는 날은 100마리 정도는 쉽게 넘긴다고 한다(3월로 접어든 현재는 가격이 많이 내려가서 그물에 잡힌 감성돔은 1kg당 2만5천원, 낚시로 잡은 감성돔은 5만원선에 거래된다고. 낚시로 잡은 감성돔이 횟집 수조에서의 생존력이 길어 두 배 이상 가격차가 난다고 한다).

첫 캐스팅에 44cm 히트

▲노랑바위 직벽 포인트에서 바라본 고래여 일대.

전날 모도로 출조했던 촬영팀은 둘째 날엔 청산도로 들어갔다. 사흘 전까지도 조황이 오리무중이라 약간의 도박성 출조였으나 며칠 만에 좋은 바다날씨라 손맛에 대한 기대가 커졌다.

청산도 전문 출조점인 태광낚시에 들러 밑밥을 준비한 뒤 아침 5시경 청산도로 향했다. 조황이 좋은 날은 새벽 3시 출항이 기본이지만 최근의 불황을 대변하듯 이날은 느긋한(?) 출조가 되었다.

이날 촬영팀이 내린 곳은 청산포 남쪽 일원이었다. 북서풍이 다소 강하게 불던 상황이라 바람에 의지 되는 곳으로 향했다. 동행한 테크니션 김종호 프로가 일명 아홉수 포인트에, 나와 완도의 곽영준 프로는 노랑바위 직벽 포인트에 자리를 잡았다.

▲청산도를 전문으로 출조 중인 태광낚시의 태광낚시호.

▲곽영준 프로가 직벽 포인트에서 입질을 받아내고 있다.

나와 함께 내린 곽영준 프로는 2022년 한국프로낚시연맹 명수 타이틀을 획득한 고수로 완도권 포인트는 손금 보듯 꿰차고 있는 낚시인이다. 유튜브 ‘완도 쾌남아’를 진행 중이므로 완도권 감성돔 포인트에 대한 정보를 얻고 싶다면 충분히 참조할만할 것이다.

▲취재일 조과를 보여주는 곽영준 프로.

곽영준 프로는 2022년도 한국프로낚시연맹 명수 타이틀을 획득했으며 ‘완도 쾌남아’라는 유튜브 채널도 운영 중이다.

포인트에 내리기 전까지만 해도 우리는 모 아니면 도의 심정이었는데 날이 밝으면서 눈에 들어온 물색을 보곤 얼굴에 화색이 돌았다, 전날 모도 물색은 영등철 사리물때를 방불케 할 정도로 탁했으나 이날 청산도는 초등철 사리물때처럼 멋진 물색을 띠었기 때문이다. 같은 원도권인데도, 어제보다 오늘이 조류가 더 센 물때인데도 물색이 좋은 게 신기할 정도였다.

그리고 기대는 현실로 이어졌다. 먼저 채비를 마친 곽영준 프로가 두 번째 캐스팅 만에 44cm를 히트하더니 곧바로 나의 첫 캐스팅에도 비슷한 씨알의 감성돔이 걸려들었다. 깊은 수심으로 빠져나가는 채비를 뒷줄을 잡아 벽 쪽으로 붙이려는 순간 순식간에 찌가 사라졌다. 아마도 미끼 바로 앞에서 먹을까 말까 눈치를 보던 감성돔이 크릴이 갑자기 도망치자(?) 단숨에 덮친 듯 했다.

어젯밤엔 뻥치기를 안 한 것일까? 아니면 뻥치기에 관계없이 오늘은 감성돔이 우리 포인트로 많이 들어온 것일까? 별의별 상상이 다 들었다.

큰 만의 입구에 해당하는 노랑바위 직벽 포인트는 들물과 썰물 때 모두 입질이 활발한 포인트다. 가장 좋은 상황은 들썰물 관계없이 조류가 만안쪽으로 밀려들어가는 타이밍이다. 썰물 때는 수심 7~8m의 수중턱에서, 들물 때는 약간 깊은 11~12m에서 입질이 들어온다. 홈통 바깥으로는 점차 얕아지는 지형이라 밑걸림이 심하고 입질도 뜸하다.

아쉽다 해달만 아니었으면…

10분 정도 입질이 뜸하다가 다시 곽영준 프로가 입질을 받았고 마치 약속이라도 한 듯 내가 또 한 마리를 받았다. 순식간에 4마리의 감성돔이 살림통에 담겼다. 씨알은 방금 올렸던 씨알들보다는 잘아져 35cm 내외급이었다, 아무튼 이대로라면 둘이 열 마리는 쉽게 올릴 것 같은 분위기에 마음이 급해졌다.

이후 나는 잠시 입질이 뜸해진 틈을 타 자료 사진을 촬영하고 차오르는 믈물을 피해 짐들을 좀 더 높은 곳으로 올려놓느라 잠시 낚시를 쉬었다. 그 사이 곽영준 프로는 다문다문 입질을 받아내며 마릿수를 4마리로 불렸다. 조류는 처음 두 마리씩 올렸을 때보다 확연히 느려져 낚시여건은 나빠졌지만 곽영준 프로는 명수 타이틀에 걸맞는 현장적응력을 자랑하며 연타로 입질을 받아냈다.

그러나 우리의 운(?)은 거기까지였다, 오전 9시를 넘기면서부터 복어 성화가 극에 달하더니 어디선가 해달까지 나타나 포인트를 휘젓고 다니기 시작했다. 나는 그렇게 오랫동안 낚시를 다녔어도 바다에서 해달을 만난 건 이번이 처음이었다. 결국 이날 우리는 총 6마리의 감성돔을 낚은 것으로 만족하고 낚싯대를 접었다.

철수길에 살펴보니 우리보다 먼저 아홉수 포인트에 내렸던 김종호 씨도 최대어 47cm 포함 총 3마리를 올렸고 다른 포인트에서도 2~3마리씩의 감성돔이 낚였다, 이날은 내린 포인트 전역에서 감성돔이 낚여 최근 조황 중 가장 두각을 보인 하루였다.

▲아홉수 포인트에서 올린 47cm 감성돔을 보여주는 유튜브 테크니션 운영자 김종호 씨.

특유의 원투 찌낚시로 취재일 가장 굵은 씨알을 걸어냈다.

벚꽃 필 무렵까지 씨알, 마릿수 최고

▲연타로 입질을 받아내고 있는 곽영준 프로. 취재일은 물색이 적당히 맑고 수온도 좋았다.

이 기사가 나갈 즈음인 3월 15일 무렵부터는 취재일에 호황을 보였던 남쪽 일대가 여전히 두각을 나타내게 된다. 미미한 차이지만 아무래도 남쪽 바다의 수온이 약간이라도 높기 때문이라는 게 완도 태광낚시 김재영 사장의 말이다. 주요 포인트는 아랫목섬~권덕리 초입까지가 해당하는데 봄이 왔다고는 하지만 3월까지는 북풍이 자주 불기 때문에 주로 이 구간에서 낚시가 이루어진다.

참고로 청산도 동절기 감성돔낚시의 끝물은 내만 감성돔이 언제부터 모습을 비치느냐에 달려있다. 대체로 전남권 내만은 장흥-마량-완도 순으로 산란감성돔이 올라붙기 때문에 장흥 내만에서 감성돔이 비추면 청산도 출조는 막을 내린다.

▲항문이 벌겋게 변한 청산도 감성돔.

▲방금 올린 감성돔을 라이브웰에 넣고 있는 곽영준 프로.

▲최근 낚시인들에게 인기를 얻고 있는 이그나프의 썬캡과 편광 선글라스.

▲HDF사의 라이브웰. 50리터짜리로 바닥이 튼튼하고 직사각형 형태라 큰 고기도 쉽게 보관할 수 있다.

아울러 투명창을 통해 고기의 상태를 확인할 수 있는 아이디어 상품이다.

출조 문의 010-3610-2909(완도 태광낚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