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론으로 촬영한 흥촌천 3번 다리. 멀리 보이는 수면이 사내호다.
하류에서 봤을 때 상류권의 왼쪽은 해남군이고 오른쪽은 강진군으로 나뉘어진다. 나는 우안 강진군 쪽 수로에 자리를 잡았다. 겨울철이면 늘 북서풍이 우안에서 불어오기에 바람을 피하기 위해서라도 강진 쪽 연안에 앉는 것이 유리하다.
대편성 도중 중간에 세워둔 찌가 2마디가량 살며시 솟더니 옆으로 이동하고 있었다. 채비를 풀고 있던 낚싯대를 내려놓고 챔질하니 붕어가 강하게 저항하며 앞쪽 뗏장수초 속으로 파고들었다. 수초 제거기를 꺼내 뗏장을 잘라내며 어르고 달래 잡아낸 첫 붕어는 26cm의 8치급 붕어였다. 낮에도 가끔씩 입질이 들어온다는 말을 실감하는 순간이었다.
첫 붕어를 가볍게 낚아내고 대편성을 모두 마친 후 상류권에서 며칠째 낚시 중인 선배 조우들을 찾아가 보았다. 그들은 하루 10~20여 수의 붕어는 가볍게 낚을 수 있다며 쉬엄쉬엄 낚시하라고 조언해주었다. 다만 씨알은 그리 크지 않으며 월척 붕어는 가끔씩 섞여 나온다고 말했다.
다시 자리로 돌아와 본격적으로 낚시를 시작했다. 바람은 우측(상류)에서 좌측(하류)으로 불지만 찌는 반대로 좌측에서 우측으로 조금씩 흐르고 있었다. 가볍게 찌맞춤한 찌들이 대류에 의해 바람과는 전혀 다른 방향인 상류 쪽으로 흐르고 있었다.
옆자리의 조사님이 초저녁 무렵 케미를 꺾으면서부터 본격적인 입질이 시작된다기에 이른 저녁식사를 마친 후 밤낚시에 돌입했다. 이후 어둠이 내리자 잦은 입질은 아니더라도 잊을만하면 붕어가 올라와 주었다.
씨알은 8~9치가 주종이었으며 바람은 잦아들어 낚시하기에는 너무 좋은 날씨가 이어졌다. 그러나 나는 이미 다른 곳에서의 낚시를 포함해 5박째 낚시이다보니 너무 피곤했고 결국 밤 10시쯤 일찍 잠자리에 들었다.
다가올 산란 특수기에 호황 맞을 듯
새벽 4시쯤 일어나 보니 떠 놓은 물이 얼 정도로 밤 기온이 낮았다. 활발한 새벽 입질을 기대했지만 낮은 기온 탓인지 저녁만큼의 입질은 없었다. 날이 밝자 씨알도 잘아져 7치 정도의 잔 붕어가 주로 올라왔다.
아침 8시가 지난 후에야 9치 붕어가 1마리 나왔고 이후 낮 시간에는 거의 입질이 없었다.
하룻밤낚시를 해본 결과, 찌를 시원하게 올려주는 붕어도 많았지만 살짝 올린 후 옆으로 끌고 가는 입질도 의외로 많았다.
미끼로는 점성이 좋은 옥수수어분글루텐이 잘 먹혔고 지렁이 미끼에는 동자개가 덤벼들었다. 장박낚시인들이 입질은 뜸해도 옥수수에 굵은 붕어가 낚인다고는 했지만 입질이 너무 더딜 듯해 이날은 사용하지 않았다.
며칠째 이곳에서 낚시하고 있는 이천 낚시인 조용제 씨는 해가 지기 전부터 입질이 시작돼 밤새 꾸준했고 낮에는 뜸하다고 조언해주었다. 그래서 낮에는 푹 쉬고 2박째 밤낚시를 해보았지만 역시나 9치 정도의 붕어만 낚일 뿐 나는 이번 출조에서는 월척을 낚지 못했다.
2년 전 출조에서는 허리급 붕어까지 낚는 등 월척 붕어도 꽤나 낚았는데 어찌 된 일인지 이번에는 30cm를 넘기는 붕어는 한 마리도 만나지 못했다. 하지만 쉬엄쉬엄 낚시했는데도 마릿수는 20여 수가 넘었으니 찌맛과 손맛은 실컷 보았다는 생각이 들었다.
한편 필자와 해남에서 같이 낚시하고 이곳으로 이동했던 옆자리의 박영식 씨는 32cm의 월척은 물론 준월척 붕어로 20여 수의 조과를 올려 눈길을 끌었다. 다리 아래에 자리 잡았던 친구 희설은 밤 기온이 차다며 차에 들어가 있는 시간이 많다 보니 이틀 동안 10여 수의 붕어를 낚는 데 그치고 말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