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춘이 지난 후 수로권에서 잠시나마 붕어 소식이 들려왔다. 동절기 대표적인 수로터인 해남의 흥촌천, 영암의 미암수로, 고흥의 죽암수로는 장박낚시인들을 비롯해 많은 낚시인들로 장사진을 이루고 있었고 그 외 수로에도 적잖은 꾼들의 발길이 끊임없이 이어지고 있다. 반짝 조황이나 월척 붕어 낱마리 소식에도 편중 현상을 보이고 있었다.

필자도 수로권으로 출조 계획을 세우기 위해 여러 정보망을 통해 소식을 접하던 중 영암에 사는 김진호 씨로부터 영암 호동천의 호황 소식을 전해 들었다. 그는 수년전 영암군 시종면에 위치한 태간지 출조 때 만나 지금까지 인연을 맺고 있다. 영암에 거주하는 그는 영암군 일대 붕어터를 손바닥 보듯 훤히 꿰뚫고 있다. 지난 2월 14일 아피스 송귀섭 이사와 황금무지개 정성훈 고문과 함께 염암으로 출조에 나섰다.

광주에서 1시간30분 정도 달려 영암군 군서면에 있는 호동천에 도착했다. 호동천은 영암천의 하류에 형성된 두 개의 가지수로 중 하나로 다른 하나는 학산천이 있다. 학산천에서 양장리 방향으로 뻗은 수로가 겨울 포인트로 유명한 양장리수로다. 영암천 줄기에서는 호동천과 양장리수로가 동절기에 쌍벽을 이루는 대표적인 붕어터로 각광을 받고 있다.

▲취재 당일 양장리수로를 찾은 낚시인들이 연안 사이사이에 자리를 잡고 대를 펴고 있다.

호동천 하류에 있는 다리를 건너 소각장 맞은편에서 김진호 씨를 만났다. 반갑게 인사를 나눈 뒤 그간 영암천 일대 조황 소식을 간략하게 들을 수 있었다. 양장리수로는 설 명절 전후부터 많은 낚시인들의 발길이 이어졌고 주로 양장교 주변에서 붕어 호황이 잠시 이어졌으나 현재는 낱마리 수준으로 기복이 심한 조황을 보이고 있다고 한다.

반면 호동천은 양장리수로에 비해 많은 낚시인들의 발길이 이어지지 않고 있는 상황으로 하류권은 50cm 수심을 유지하고 있는데 잡어의 입질 없이 지렁이 미끼에 월척 붕어를 평균 5~6마리 낚았다고 한다. 밤낚시는 하지 않고 주로 아침 8시에 출조하여 오후 5시까지 거둔 조과라 밤낚시가 기대되었다.

호동천 주변을 돌아본 후 갈대와 뗏장수초 연안을 공략하기 위해 수초권에 포인트를 정했다. 수초와의 거리, 얕은 수심을 고려해 주로 4칸 이상 긴 대를 편성했다. 강한 바람을 가르며 수초 언저리 곳곳에 지렁이를 꿰어 찌를 세웠다.

김진호 씨가 철수하자마자 내가 첫 입질을 받아 32cm 월척 붕어를 낚았다. 강한 바람으로 물결이 높아 찌에 전달되는 입질을 파악하기가 어려웠다. 집중력을 가지고 바람과 맞서며 찌를 응시했다. 해가 진 뒤 이른 저녁을 먹고 찌불을 하나 둘 밝히는데 차츰차츰 약해진 바람은 이내 멈췄다.

▲강한 바람이 불어 물결이 높은 오후 시간에 아피스 송귀섭 이사가 첫 입질을 받고 붕어를 끌어내고 있다.

기온은 급격히 떨어졌으나 찌불을 응시하는 여건은 좋아졌다. 송귀섭 이사와 정성훈 고문은 자정까지 36.5cm를 비롯 월척 붕어를 여러 마리 낚아 냈다. 나는 자정 무렵부터 입질을 받기 시작해 새벽녘까지 씨알 굵은 붕어 10마리로 손맛을 봤다. 수심이 얕았지만 찌를 정직하게 올리는 입질, 옆으로 끄는 입질 등 다양한 패턴의 입질이 나타났다. 밤새 수위가 10cm 정도 상승하면서 준척급 붕어 입질도 간헐적으로 이어졌다.

▲영암꾼 김진호 씨가 낮에 낚은 조과를 보여주고 있다. 월척 붕어를 포함해 준척 대여섯 마리를 낚았다.

동이 튼 후에도 입질이 꾸준하게 이어져서 아침에 따뜻한 커피를 마시고 다시 찌를 응시했다. 수위가 계속 차오르면서 월척보다는 준척 등잔 씨알들이 입질했고 바람이 다시 강하게 불어와 철수를 준비했다.

김진호 씨의 오전 조과와 우리의 밤낚시 조과를 살펴보면 이곳 호동천은 밤낮 관계없이 입질이 활발하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단, 수위가 조금씩 오르면서 낚이는 붕어의 씨알도 변화를 보였다. 앞으로 어느 정도 수위가 오를지 모르겠으나 얕은 수심에서 씨알 굵은 붕어가 다수 낚인다는 사실을 알고 출조해야 더 나은 조과를 거둘 수 있다.

호동천 하류는 워낙 수심이 얕아서 동절기에는 쉽게 대를 드리우지 못해 이곳은 아직 낚시인의 발길이 뜸한 상황이다. 이제 곧 다가올 산란철까지 호동천의 대물 붕어 소식이 이어질 걸로 예상되며 여건이 허락한다면 호동천의 5짜급 붕어를 목표로 재출조를 기약하면서 철수길에올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