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초 예정리수로라는 이름을 처음 들었을 땐 ‘도대체 거기가 어디지?’ 했었다. 금호호에서는 금자천(오호저수지 하류의 큰 수로), 진산리수로, 대진수로, 연호수로 등이 유명한데 예정리수로는 처음 듣는 곳이었다.

이번 원정을 함께 하게 된 군계일학 성제현 대표는 “나도 2022년 겨울 시즌에 예정리수로 소식을 처음 들었다. 금호호 줄기에서는 금자천이 지난 몇 년간 핫했는데 예정리수로는 이름조차 낯설었다, 그래서 지도를 살펴봤더니 금자천보다는 하류권에 수로가 있었다. 수로의 서쪽은 초성리, 동쪽은 예정리여서 초성리수로와 예정리수로로 함께 불리고 있었다. 그러나 주로 동쪽 연안에서 낚시를 많이 해 요즘은 예정리수로로 더 잘 알려졌다”고 말했다.

예정리수로는 현지 낚시인들에게도 2022년 겨울부터 서서히 알려진 곳이다. 현지에서 합류한 해남 낚시인 박석홍(닉네임 두륜산) 씨로부터 근황을 들을 수 있었다. 알고 보니 금자천과 진산리수로가 너무 유명해진 것이 예정리수로가 등장한(?) 이유였다, 박석홍 씨의 말이다.

“금호호와 영암호 수로들의 조황이 예전 같지 않습니다. 그런 상황에서 최근 몇 년간 금자천과 진산리수로로 낚시인들이 몰리는 바람에 주중에도 앉을 자리가 없었습니다. 특히 겨울이면 중부권에서도 많은 낚시인들이 원정을 오면서 현지인들이 낚시할 공간이 갈수록 줄어들었죠. 이참에 다른 곳을 파보자며 돌아다닌 결과 예정리수로를 개발하게 됐습니다.”

지난 2월 26일에 도착한 예정리수로는 분위기 면에선 해남군 산이면 일대 여타 수로들과 별반 차이가 없었다. 내비에 ‘예동교’를 입력 후 찾아가니 광활한 간척지를 지나 물줄기가 시야에 들어왔다. 예동교는 예정리수로의 중하류에 있는 큰 다리로 대략 이 다리를 기점으로 상류와 하류로 나뉘는 듯했다.

상류와 하류, 서쪽과 동쪽 연안 중 어디에서 낚시할까 고민하는데 출발 전 미리 항공지도를 보고 온 성제현 씨가 하류권의 일명 ‘섬 포인트’로 가보자며 차를 몰았다. 이날은 동쪽 연안에 앉은 낚시인들의 조황이 좋아 보였으나 북서풍이 강하게 불고 해도 정면에서 비추고 있어 더 좋은 구간을 찾아 이동한 것이다.

도착한 섬 포인트는 예동교에서 5분 거리에 떨어져 있었다. 나는 항공 사진을 본 적이 없다보니 그냥 봐서는 이곳이 섬인지 육지인지 알기 어려웠다(나중에 항공사진으로 살펴보니 하류권 일부가 작은 다리로 이어진 섬 지형이었다. 크기만 작을 뿐 서울의 여의도 같은 지형이라고 보면 이해가 쉬울 것이다).

섬 포인트 서쪽 연안에는 광주에서 온 문오관 씨 일행 3명이 낚시 중이었는데 살림망마다 10~20마리의 붕어가 들어 있었다. 처음에는 조황이 신통치 않은 듯 질문에 답해주다가 성제현 씨를 알아보더니 금방 친절모드로 변해 상세 설명이 이어졌다.

문오관 씨의 설명에 의하면 ‘최근 영하의 날씨가 지속되면서 이곳 조황도 기복이 심해졌으며 그나마 이곳이 북서풍을 등지고 낚시할 수 있어좋다’고 말했다. 더불어 최근의 조황 기복은 전남권 전역이 겪고 있는 문제로, 비록 월척은 드물지만 예정리수로 만큼 마릿수 조과가 안정적인 곳이 없다는 말도 덧붙였다. 운 좋게도 마침 문오관 씨 일행이 철수

한편 예정리수로는 예동교 일대와 섬 포인트 모두 공통된 특징을 갖고 있었다. 뗏장수초가 연안에서 길게 뻗어나간 곳이 많아 최소 3.6칸 이상의 긴 대가 필수적이었고 포인트에 따라서는 6칸 대가 필요한 자리도 많았다.

따라서 짧은 대만 주로 갖고 다니는 낚시인이라면 포인트 선정에 다소의 제약이 있을 것으로 보였다. 내 자리의 경우 가장 짧은 대가 4칸 대, 긴 대가 5.6칸 대를 펼치는 자리였는데 성제현 씨는 나보다 더 긴 4.4칸 이상 낚싯대들로 편성을 마쳤다.

첫날은 오후 3시경에나 낚시 세팅이 끝난 터라 자리만 봐두고 이튿날 오전부터 본격적인 낚시가 시작됐다. 봄 산란기를 앞둔 터라 미끼는 지렁이를 사용했다.

전날 문오관 씨 일행이 오전 10시경부터 폭발적인 입질이 들어온다고 알려줘 이른 아침에는 적시적소 낚싯대 배치에 치중하며 낚시를 준비했다(우리가 앉은 서쪽 연안은 이른 아침에는 해를 정면으로 바라보는 단점이 있었다).

그런데 이날은 전날보다 바람이 덜 불고 낮 기온도 올랐으나 의외로 입질은 더디게 시작됐다. 오전 11시경에야 입질이 붙었고 오후 2시경이 돼서야 활발한 입질이 들어왔다.

아쉬운 건 씨알이었다. 이날 우리가 올린 씨알은 가장 큰 놈이 9치급이었고 턱걸이 월척도 귀했다. 성제현 씨는 총 12마리의 붕어를 낚았는데 딱 30cm가 2마리였고 그 외에는 모조리 8~9치급이었다. 본격 산란기에는 월척~허리급이 잘 낚인다고 알려졌으나 이날까지는 ‘겨울낚시의 연장선’에 가까운 시기라 월척은 드물었다(첫날 오후 4시경 광주에서 합류한 군계일학 이기안(낭만붕어) 회원이 잠시 성제현 씨 자리에 앉았다가 30.5cm와 32.5cm 월척을 올리는 행운을 맛보기도 했다).

▲낚시 첫날 광주에서 온 이기안(낭만붕어) 씨가 섬 포인트에서 올린 월척 붕어를 자랑하고 있다.

철수일인 셋째 날에는 예동교 상류로 포인트를 옮겨보았다. 시즌이 애매하긴 했지만 이 먼 해남까지 와서 준척급 마릿수 조과로 만족하기에는 아쉬움이 많았기 때문이다. 이날 성제현 씨는 예동교 상류 첫 번째 포인트에 자리를 잡았다. 이곳 역시 뗏장수초가 멀리까지 뻗어있어 4.8칸 대 이상은 써야 공략할 수 있는 자리였다. 이에 성제현 씨는 4.8칸~5.5칸까지 총 5대를 편성했다.

▲촬영 둘째 날 예동교 상류 포인트에서 월척을 뽑아낸 성제현 씨.

한편, 이처럼 ‘장대’ 위주로 편성할 때는 낚싯대를 4~5대만 펴는 게 유리하다. 낚싯대가 길고 무겁기 때문에 긴 대를 너무 많이 펴면 오히려 ‘관리’가 어렵기 때문이다. 성제현 씨는 “다섯 대만 폈다고 해서 입질 확률이 적어지는 것은 아닙니다. 이 자리는 긴 대가 아니면 공략하기 어렵기 때문에 다른 포인트보다는 붕어의 경계심이 적을 겁니다. 따라서 몇 대만 펼쳐도 충분히 잦은 입질을 받아낼 수 있습니다. 오히려 다대편성은 시선만 분산시켜 낚시를 어렵게 만들 수 있습니다”라고 말했다.

성제현 씨의 예상은 적중했다. 기온이 오르는 오전 9시 무렵부터 폭발적 입질이 들어오더니 찌 3개가 동시에 춤을 추는 상황도 빈번해졌다.

씨알은 전날 낚시한 섬 포인트와 큰 차이가 없었으나 오후 3시경 드디어 첫 월척이 낚였고 30cm에 육박하는 씨알도 여러 마리 올라왔다.

▲ 성제현 씨가 취재 첫날 섬 포인트에서 거둔 조과를 자랑하고 있다. 월척에 육박하는 씨알을 12마리 뽑아냈다.

상류부터 하류까지의 길이가 약 3km에 달하지만 대부분 연안이 갈대가 우거지고 뗏장수초가 멀리까지 뻗어있어 포인트가 많지 않다. 현재는 낚시인들이 자리를 닦아 놓은 포인트에서만 낚시가 가능하다. 그만큼 생자리를 개척하면 의외의 호황을 맛볼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앞서 설명한 것처럼 연안에서 뻗어나간 뗏장수초대의 폭이 넓어 4칸 이상의 긴 대를 펴야할 곳이 많다. 긴 대가 많이 없다면 좌대라도 최대한 길게 뻗어나갈 수 있는 제품이 유리하다.

예정리수로에서 가장 가까운 시내는 산이면소재지이다. 농협하나로마트와 식당은 몇 곳 있으나 식당의 경우 오후 늦게까지는 장사를 하지 않는 게 단점이다. 저녁식사를 식당에서 해결하려면 식당에 미리 전화를 해두는 것이 좋다.

바람 방향만으로 포인트를 정하다보면 맞바람을 피해 포인트를 정하게 되는데, 이 경우 동쪽에 앉으면 동틀녘부터 오후 2시 무렵까지 해를 정면으로 바라보게 돼 불편하다. 이 점을 잘 감안해 포인트를 잡아야 한다.

예정리수로에서 인근 진산리수로와 금자천까지는 10~20분이면 이동이 가능하다. 따라서 예정리수로를 목표로 내려갔어도 당장 조황이 부진하다면 진산리수로와 금자천으로의 이동도 고려해볼 필요가 있다.

금호호와 영암호는 수문은 다르지만 물길이 연결돼 있어 어디서 수문을 열어도 배수 영향은 받는다. 보통 2주에 한 번꼴로 배수하며 수위는 30cm정도 낮아지는 게 상례다. 보통 배수를 멈춘 후 이삼일 뒤면 정상 수위를 회복하고 입질도 살아나므로 시기를 잘 맞출 필요가 있다.

취재 기간이었던 2월 26~28일 사이는 남녘임에도 아침에는 얼음이 얼 정도로 기온이 낮았다. 그 영향으로 산란을 앞둔 월척급 붕어들의 연안 접근이 활발하지 않아 8~9치급 마릿수 손맛으로 만족해야했다.

그러나 3월 중순을 넘기면 월척~허리급 씨알이 대거 올라붙을 것이라는 게 현지 단골 낚시인들의 전망이다. 촬영팀은 산란특수가 한창일 3월 말에 또 한 번 예정리수로를 찾기로 했다.

▲“요즘 예정리수수가 단연 핫합니다.” 군계일학 박석홍(두륜산), 손태성(레박이) 회원이 섬 포인트에서 거둔 조과를 자랑하고 있다.

▲뗏장수로 너머에서 붕어를 히트한 성제현 씨가 장대의 허리힘을 이용해 붕어를 수초 위로 끌어내고 있다.

▲예동교에서 바라본 예정리수로 상류권. 바로 우측의 넓은 뗏장수초대가 성제현 씨가둘째 날 낚시한 포인트다.

가는 길 내비에 ‘예동교(산이면 예정리)’를 입력하면 쉽게 찾아갈 수 있다. 섬 포인트는 ‘예정리 754’를 입력하면 된다. 약 800m 거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