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연재_조홍식의 History of Tackle]

릴 3
기어시스템의 진화


릴의 기어시스템은 기계공학적인 입장에서는 강도와 내구성, 힘 전달효율 등이 중요하게 여겨질 수 있지만, 낚시라는상 황에서는 회전 감촉과 무게가 중요시되고 더욱이 현실적으로 기어제조의 난이도나 제조 단가가 더 중요한 요소이기도 하다.


핸들을 손으로 잡고 돌리는 회전력을 릴의 스풀(또는 로터) 회전으로 바꿔주는 구조는 릴 내부의 기어시스템이 담당한다. 사람이 손으로 돌리는 핸들은 직접 연결된 ‘드라이브 기어(Drive gear, 큰 기어)’를 돌리고, 이에 맞물린 ‘피니언 기어(Pinion gear, 작은 기어)’가 돌아가면 다시 연결된 로터(또는 스풀)도 돌아간다.


베이트릴의 경우라면 ‘스퍼기어(Spur gear, 평기어)’의 단순한 기어 물림으로 회전력 전달이 가능하지만, 스피닝릴의 경우는 회전 방향이 90도 입체적으로 바뀌어야 하므로 이에 적합한 여러 가지 기어시스템이 사용됐다. 극히 드물지만, 그중에는 일반적이지 않은 개성적이고 특이한 기어시스템을 적용한 스피닝릴도 존재하지만, 그런 예를 제외한다면 대체로 네 가지 정도의 기어시스템이 스피닝릴에 사용되었다고 말할 수 있다.



▲ 기어의 종류. 위부터 스퍼기어(평기어), 베벨기어, 페이스기어, 웜기어.



단순한 구조의 표준 기어시스템

베벨기어Bevel gear

회전 방향을 90도로 바꾸는 기어시스템에서 가장 먼저 생각할 수 있는 기어가 바로 베벨기어이다. 스피닝릴이 처음 발명되었을 때부터 사용된 방식이다. 기어 단면이 원뿔 모양으로 기어끼리 맞물린 면이 딱 들어맞는 기본 중의 기본 기어시스템이다.


20세기 초, 스피닝릴이 탄생 된 이후 계속 사용되고 있는데, 대표적으로는 프랑스의 미첼 스피닝릴에, 전성기이던 1970년대부터 오랫동안 사용되기도 했다. 현재는 미국 브랜드의 몇몇 릴에 사용되고 있다.


베벨기어의 단점은 회전 소음과 감촉이 별로 좋지 않고, 제조 시 정밀도가 요구되어 제조 단가가 비싸다는 점, 드라이브기어와 피니언기어의 회전축이 동일 선상에 있어 구조상 핸들을 좌우 교환할 수 없다는 점 등이다. 평범한 베벨기어의 발전된 형태가 스파이럴 베벨기어로 기어산과 골이 사선 형태로 만들어져 회전이 훨씬 매끄럽고 소음도 작다.


▲ 1980년대 프랑스 미첼 스피닝릴에 사용된 전통적인 베벨기어.

▲ 미국 브랜드 반스탈(Van Staal) 스피닝릴 최신 모델에 사용되고 있는 스파이럴 베벨기어.

발전된 베벨기어 형태이지만, 고속 기어비로 만들기에 한계가 있고 핸들의 좌우교환 설계가 불가능하다.



저가 제품용 기어시스템

페이스기어Face gear

제조 단가가 비싼 베벨기어를 대신하던 기어시스템이다. 베벨기어의 단면이 원뿔 모양인 데 비해 이 기어는 편평하다. 1960년대의 스피닝릴이나 1990년대까지의 중저가 스피닝릴의 일부 모델에 사용되곤 했다. 프랑스 미첼 릴의 경우, 1990년대에 아시아권 수출 모델에 이 페이스기어를 설치하기도 했다.


베벨기어와 비교해서 제조 단가가 저렴하다는 점 이외에 장점은 하나도 없고 기어끼리의 접촉 면적이 작아 효율도 떨어지는 것은 물론, 피니언기어의 마모가 빨리 진행되는 단점만 있다. 또한, 회전 감촉도 좋지 않고 소음도 심한 기어시스템이다.


▲ 1980~1990년대 프랑스 미첼 스피닝릴에 사용된 페이스기어(좌)와 베벨기어(우)



매끄러운 감촉의 고품질 기어시스템

웜기어Worm gear

1930년대 영국에서 등장한 현대판 스피닝릴의 원조, 알텍스(Altex)에서부터 사용된 기어시스템이다. 그 이후 유럽제 최고급 스피닝릴에는 모두 웜기어가 사용되었다. 기어끼리의 접촉 면적이 다른 기어시스템에 비해 3~4배에 달하므로 다른 모든 기어시스템 중 내구성이 가장 좋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더욱이 피니언 기어와 드라이브 기어와의 접촉이 기어 산과 골의 맞물림이 아니라 미끄러지는 형태로 접촉하므로 아주 부드럽게 작동하는 특징이 있다.

또한, 회전하면서 기어끼리의 접촉 충격도 없다는 장점이 있다. 단점은 정밀한 제조기술을 요구하고 기계적 효율성이 떨어진다는 점인데, 이 낮은 효율에 대해서는 낚시에 사용하는 정도에서는 무시할 만하다고 한다.


1980년대까지 대부분의 유럽제 스피닝릴에서 하이엔드 모델에 웜기어를 장치했다. 기타 중저가 모델에는 베벨기어나 하이포이드기어를 사용했다. 당시 독일 DAM의 스피닝릴 중 하이엔드 모델은 판매량이나 디자인 인기도 등 복합적인 점수로는 프랑스나 스웨덴의 스피닝릴 모델에 뒤졌지만, 사용된 웜기어만은 최고 품질로 정평이 나 있었다.

현재 아쉽게도 우수한 독일제 웜기어가 사용된 스피닝릴은 이미 모두 사라졌고, 미국 브랜드의 극소수 모델, 스웨덴 ABU의 카디날33 스피닝릴의 복제품(일본제품) 등에 이 웜기어가 남아 있다.


▲ 스웨덴 ABU 카디날33 스피닝릴에 사용된 웜기어. 1980년대까지 최고급 모델용 기어시스템이었다. 부드러운 릴링 감촉과 내구성이 강점이다.



현재 스피닝릴의 대세

하이포이드기어Hypoid gear

현대 스피닝릴 모델 대부분에서 사용하고 있는 기어시스템이 하이포이드기어이다. 시마노, 다이와의 최신 스피닝릴도 이 기어시스템을 사용하고 있다.


▲ 시마노와 다이와 최신 스피닝릴의 기어시스템인 하이포이드기어(Hypoid gear)


하이포이드기어는 원래는 자동차 변속기와 같은 기계에 사용되는 기어시스템이다. 스피닝릴에 사용하는 기어는 이름은 같지만 이런 본격적인 것과는 조금 다르다고 말할 수 있다.


▲ 하이포이드기어가 최초로 설치되었던 오모리제작소의 스피닝릴. 마이크로7DX(1966년 생산).


이 스피닝릴용 하이포이드기어는 일본의 ‘오모리(大森)제작소’가 처음 만들었다. 기능성 우수한 스피닝릴을 제조하던 오모리제작소는 베벨기어보다 제조 단가가 낮고 생산성이 좋은 이 하이포이드기어를 개발해 1966년, ‘마이크로세븐DX’라는 자체 모델에 최초로 적용시켰다. 이후, 오모리제작소는 1980년대를 거치며 아시아권에서는 ‘다이아몬드’라는 브랜드명으로, 미국과 유럽에서는 ‘셰익스피어’라는 브랜드명으로 스피닝릴을 만들어 대 히트, 당시 세계 최고 수준의 스피닝릴 제조업체에 등극했다. 그러나 1990년 초반에 시마노, 다이와 등 대기업과의 과당 경쟁으로 말미암아 사업을 접고 말았다.


오모리제작소가 만든 하이포이드기어는 베벨기어와 비교하면 드라이브기어와 피니언기어의 중심축이 서로 어긋나 있어서 핸들의 좌우 교환을 간단하게 설계할 수 있는 것은 물론 베벨기어와 달리 기어비가 높은 하이스피드기어로 만들 수 있는 장점도 있었다. 더욱이 강도와 내구성이 우수하고 회전도 매끄러우며 제조 단가도 낮다는 장점을 고루 갖추고 있었다.

첫 등장 이후, 이 하이포이드기어는 스피닝릴의 표준 기어시스템이 되었다. 현재의 스피닝릴 기어시스템은 이 하이포이드기어가 99%를 차지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며, 나머지 1%를 스파이럴 베벨기어와 웜기어가 서로 나누어 점유하고 있다고 봐도 무리가 없을 것 같다.


▲ 현대 스피닝릴용 하이포이드기어. 다른 모든 기어시스템과 비교해 장점만 고루 갖추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