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월 말, 경기 남부와 충남권는 얼어 있는 곳이 많아 좀 더 남쪽으로 내려가기로 했다. 사전 답사로 다녀온 정읍 정읍천에서 취재 일주일 전까지 배스를 확인했다. 하수종말처리장의 배출구 주변과 연안 뗏장수초에서 배스가 올라온 것이다. 그렇게 3월호 취재지를 정읍 정읍천으로 낙점하고 2월 3일, 김영호, 이진덕 회원과 함께 정읍을 찾았다.

우리는 큰 환경변화가 없었기에 기대감이 컸다. 하지만 기대했던 것과 달리 배스를 확인한 포인트에선 입질을 받기 힘들었다. 답사 경험대로라면 연안의 뗏장수초 속에서는 배스가 나와주어야 했다. 약 4시간을 정읍천 이곳저곳을 다니며 배스가 나왔던 곳 위주로 탐색했지만 우리의 모든 루어는 침묵 상태였다. 정오를 30분 앞두고 난 과감히 정읍천을 포기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 정읍 정읍천 하수종말처리장의 배출구 모습. 정읍천으로 콸콸콸 흘러드는 미온수 덕분에 정읍천은 한겨울에도 얼지 않는다.

사전답사 때 이곳에서 배스를 만났으나 취재일엔 만나지 못했다.

▲ 정읍천 연안을 이동하며 낚시를 하던 중에 누군가 버린 낚싯줄이 발에 걸렸다. 

보자마자 잠시 낚시를 중단하고 회수해서 집으로 가져갔다. 낚시 중 보이는 폐낚싯줄은 꼭 회수해오시길.

부안 돈지수로 대교에서 찾은 해법. 지그헤드 스위밍에 반응한 배스!

파이널캐스팅은 지그헤드 스위밍에 특화된 팀이다. 한겨울에도 지그헤드 스위밍에는 배스가 반응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미 겨울낚시에서 조행기를 통해 이 사실을 수없이 증명했다. 부안 돈지수로(주상천)는 지그헤드를 쓰기에 좋은 곳이었다. 물색이 탁하고 바닥걸림이 심하며 수심이 어느 정도 확보된 곳이 바로 그런 곳인데, 돈지수로에는 이런 포인트들이 많았다.

▲ 부안 돈지수로 대교 아래에서 배스와 파이팅 중인 필자. 

지그헤드 스위밍으로 바닥 걸림이 심한 교각 주변을 공략해서 받은 입질이었다.

▲ 부안 돈지수로 대교 위에서 본 하류. 겨울철엔 꼭 물을 빼기 때문에 이곳의 수심은 얕은 편이다. 

하지만 물색이 탁한 동시에 수중 장애물이 많아 배스가 은신하기에 좋다.

돈지수로에 도착하니 오후 1시쯤 되었다. 난 돈지수로 대교(다리 이름이 대교다)를 첫 번째 포인트로 정하고 팀원들과 탐색에 들어갔다. 나의 채비는 역시 지그헤드리그. 스위밍으로 바닥걸림이 심한 포인트를 공략할 생각이었다. 김영호, 이진덕 회원도 각자의 채비를 준비해서 낚시하기 시작했다. 물속에는 홍수 때에 상류에서 떠내려 온 농업용 폐자재 등이 쌓여있고, 바닥엔 교각 건설을 하면서 돌과 함께 공사에 쓰고 남은 시멘트 덩어리들이 남아 있었다. 그래서 채비를 넣으면 바로 바닥에 걸릴 정도였다.

지그헤드 스위밍을 시작한 지 15분쯤 됐을까? 드디어 입질이 들어왔다. 훅셋으로 연결하지는 못했는데 배스의 입질이 시원하지 않은 게 이유였다.

난이도 최상급의 바닥걸림. 마수걸이 이후 연달아 놓치고 만 배스

상류에서 떠내려 온 쓰레기 중에는 농업용 폐자재뿐 아니라 별별 것들이 다 있었다. 그것들이 물속에 잠겨 있으니 어느 곳에 무엇이 있는지 알 수 없는 상황. 그러나 그런 스트럭쳐가 있기에 배스들이 이곳에 은신하고 있는 것이리라. 입질이 왔던 곳으로 반복해서 캐스팅을 했다.

그러던 중 텁! 하고 물고 늘어지는 입질이 들어왔다. 첫 입질은 훅셋에 실패했으므로 이번에는 좀 더 스테이 후에 훅셋을 하고자 했다. 그렇게 약 3초 이상을 기다려 훅셋(더 기다려주면 자칫 복잡한 스트럭쳐 어딘가에 박힐 것이므로 3초 정도가 최대 스테이 시간이었다)! 물속에서 무언가 딸려오면서 저항을 하는 것을 보니 배스 같았다. 그렇게 정말 어렵게 마수걸이를 올렸다. 취재의 실마리를 찾는 순간이었다.

뒤를 이어 팀원들도 입질을 받았다. 그러나 웨이트리스리그(Weightless rig)를 운용하던 이진덕 회원은 훅셋과 동시에 8파운드 플로로카본라인 쇼크리더가 터졌고, 김영호 회원은 입질은 받았으나 훅셋으로 연결하지 못했다. 난 훅셋에 성공했으나 바늘이 입술 끝에 걸렸고 주둥이가 찢어지면서 놓치고 말았다. 사이즈가 되는 배스들을 두 마리나 물속 어딘가에 걸려 놓치고 만 것이다.

돈지수로 두 번째 포인트에서 만난 저녁 피딩

오후 4시가 다 되어서 점심을 먹었다. 비로소 마수걸이를 한 후에야 식사를 생각할 정도로 어려운 상황이었다. 낚시를 하던 곳에서 차로 불과 2분밖에 걸리지 않는 중국집에 전화를 걸어 간짜장을 미리 주문했다. 그 정도로 시간이 촉박했다.

식사를 급하게 해결하고 다시 돈지수로로 돌아왔다. 아직 저녁 피딩이 시작되지 않은 것으로 보였다. 두 팀원이 마수걸이를 했으면 하는 바람으로 대교 아래로 내려 보내고 나는 새로운 포인트를 찾기 위해 혼자 상류로 이동했다. 약 200m쯤 상류로 올라가 교각 앞에서 발걸음을 멈췄다. 이곳 주변이 녹기 시작한 것을 멀리서 보았기 때문이기도 했다.

시멘트로 이뤄진 가파른 둑에 내려서서 지그헤드 스위밍으로 탐색을 시작했다. 그리고 작은 배스 한 마리를 바로 만났다. 이곳은 물색이 탁하고 수심도 깊었다. 많은 배스가 교각 주변에서 겨울을 나는 게 아닐까?

배스를 만난 후 바로 김영호 회원에게 전화를 걸어 이곳으로 오라고 알려주었다.

일행이 내 쪽으로 오는 동안 난 지그헤드리그로 또 한 마리의 배스를 랜딩했다. 방금 전 배스보다는 더 큰 녀석이었다. 그때 수면에는 동심원이 그려지기 시작했다. 돈지수로 배스의 피딩이 시작되는 듯 보였다.

▲ 부안 돈지수로 대교 아래에서 배스와 파이팅 중인 필자. 교각 주변으로 지그헤드 스위밍을 해서 몇 마리의 배스 입질을 받았다.

이곳은 바닥 걸림이 엄청 심한 곳이라 채비 손실을 각오해야 한다.

▲ 필자의 지그헤드 스위밍용 태클. 채비는 지그헤드리그(배스랜드 SHAD TAIL 2인치 + 1/16 온스 지그헤드), 

장비는 바낙스 HADES PRO 2000S(릴), 바낙스 COMPASS THE REDS672ML(로드), 아미고 RED FC 6lb(플로로카본 라인).

휴대용 어탐기, 디퍼 처프플러스2를 수면에 띄웠다. 아니나 다를까 베이트피시의 모습이 어탐기에 포착됐다. 이제 배스의 저녁 피딩이 시작 될 것으로 보였다.

찌이이이이익! 스피닝릴의 드랙음이 울려 퍼지는 돈지수로

수로 전역은 얼음으로 덮여 있었고 교각 주변으로만 얼음이 녹아 있었다. 그래서 우리가 공략할 수 있는 곳도 교각 주변일 수밖에 없었다.

바닥걸림은 이곳도 여전했다. 특히 오픈훅인 지그헤드를 쓰고 있었기에 채비 손실이 심했다.

나는 김영호 회원에게는 다운샷리그를 운용해보라고 조언해주었다.

▲ 부안 돈지수로 대교에서 약 200m 상류엔 다리가 하나 있는데, 이곳의 일부 구간이 녹아 물낚시가 가능했다.

교각 주변을 다운샷리그로 공략하여 만난 빅배스와 파이팅 중인 김영호 회원.

▲ 종일 고생하다 결국 빅배스 랜딩에 성공한 김영호 회원.

이번이 첫 취재였고 조과를 얻기 힘든 계절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이렇게 멋진 조황을 만들어냈다.

그러던 중 발 앞 3m 지점에서 회수 중인 지그헤드리그에 반응이 왔다.

텁! 아주 강한 입질이었다. 훅셋 타이밍을 보고 있는데 갑자기 “찌이이이이익!” 드랙이 풀렸다. 빅배스였다. 로드와 릴에 가해지는 엄청난 힘에 순간적으로 난 드랙을 조절해야 했다. 지그헤드는 갭이 좁기 때문에 바늘털이를 허용하면 놓칠 확률이 높다. 난 배스가 수면으로 뜨지 않도록 컨트롤했다.

“영호야!”

근처에 있던 김영호 회원을 불러 사진을 찍어달라고 하고 배스와의 파이팅에 집중했다. 한참을 힘을 쓰던 배스는 어렵게 제압되었다. 강력한 힘처럼 배스의 체고 또한 대단했다. 뒤를 이어 김영호 회원의 다운샷리그에 배스가 연달아 반응했다. 발판이 좋지 못해 어렵게 랜딩을 해야했는데 다행히 100% 랜딩 성공! 이 녀석 역시 체고가 대단했다.

▲ 부안 돈지수로에서 드디어 빅배스를 랜딩한 필자. 교각 주변으로 일부 녹은 구간을 공략하러 갔다가 행운을 안았다. 

배스가 수면으로 올라오면 라인 텐션을 늦춰서 다시 중층으로 내려가게 했고 결과적으로 바늘털이를 단 한 번도 허용하지 않았다.

이진덕 회원은 이 무렵, 스피닝로드의 톱가이드 링이 깨진 것을 확인하고 교각 위에서 이를 교체하고 있었다. 호황 상황을 알려주기 위해 전화를 걸었지만 계속 통화중이었고 아쉽게 피딩이 끝날 즈음에 일행과 합류했다. 이후 더 이상의 입질은 없었다.

팀 전원이 조과를 기록하길 바랐으나 상황이 도와주질 않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일이다. 어느새 해가 졌다. 아쉬움과 짜릿함이 교차했던 전북 조행을 이렇게 마감했다. 시종일관 함께 즐거워하고 격려해준 두 회원에게 감사의 말을 전한다.

▲ 정읍 정읍천부터 부안 돈지수로까지 함께 고생한 회원들. 왼쪽부터 필자, 이진덕, 김영호 회원.

도무지 답이 없을 것 같은 상황에서도 묵묵히 주어지는 미션을 수행해준 회원들에게 감사의 말씀을 전한다.

내비 주소 하서면 언독리 106-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