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기]

최근 제주도에서 핫한 장르를 꼽으라면 단연 타이라바다. 기존 참돔 타이라바를 벗어나 동쪽 성산포 일대에서 옥돔과 참돔을 함께 노리는 것이 유행이며 가끔 90cm가 넘는 큰 참돔도 나오기 때문에 많은 낚시인들이 성산포 일원으로 출조하고 있다. 나 역시 부산의 타이라바 낚시인들과 함께 지난 1월 30일에 출조길에 올랐으나 강풍을 만나 출조가 무산되어 울며 겨자 먹기로 에깅 출조를 할 수 밖에 없었다.

그런데 최근 제주도의 겨울 에깅은 결코 만만한 낚시가 아니다. 계속되는 한파에 조과가 바닥을 치고 있으며 포인트가 어디에 형성되는지 몰랐기 때문에 현지 낚시인의 가이드가 절실했다. 하지만 날씨가 나빴기에 현지 동행을 구하기가 어려웠고 수소문 끝에 제주도 조천에 살고 있는 라팔라 스탭 공보성 씨와 동행을 하게 되었다.

썰물에 진입로가 드러나는 서건도

공보성 씨를 만났지만 난관은 끝이 아니었다. 북서풍이 강하게 불어 한파가 닥친 제주도 북쪽은 낚시할 곳이 아예 없었고 본격적인 산란 시즌이 아니라 서제주 북쪽과 동서에는 낚시할 포인트를 찾을 수 없었다.

그래서 선택한 곳이 서귀포시 강정동에 있는 서건도.

▲ 간조 때 길이 드러나 진입할 수 있는 서귀포 강정동의 서건도. 좌측 갯바위 콧부리 주변이 포인트다.

서건도는 얼핏 육지와 떨어져 있는 섬으로 보이지만 썰물에 길이 드러나면 걸어서 진입할 수 있으며 특히 겨울에 강세를 보이는 곳이다. 포인트가 남쪽을 바라보고 있기 때문에 겨울철 북서풍을 피하며 낚시하기에는 좋았다. 단, 문제가 있었는데 간조 때 길이 생겨 들어갔을 때 포인트에 낚시인이 있다면 ‘말짱꽝’이라는 것이다.

31일 밤 10시. 간조가 새벽 1시에 걸리는 어중간한 물때라 일찍 출조할 수도 없어서 밤 10시가 넘어 포인트에 도착했다. 장화를 신고 발목까지 차오르는 물을 건너 서건도로 진입했다. 다행히 낚시인은 아무도 없었고 나는 강정항 방향으로, 공보성 씨는 법환리 방향으로 자리를 잡고 낚시를 시작했다.

3월 이후에는 서쪽과 북쪽이 산란 포인트

주변 수심이 5m 내외로 깊지 않지만 계속 물이 빠지는 썰물이라 끝썰물을 기대하며 3.5호 섈로우 타입 에기를 사용해 먼 곳을 공략했다.

에기가 바닥에 닿으면 살짝 띄웠다가 릴을 한두 바퀴 감고 다시 에기를가라앉히는 방식으로 낚시를 했는데 공보성 씨는 ‘그런 액션도 너무 강하다’며 아예 에기를 바닥에 질질 끄는 방식으로 낚시를 했다.

자정이 지나고 거의 간조가 되었으나 입질은 무. 이렇게 썰물이 끝나나 생각했는데 공보성 씨가 초들물까지 입질을 기다려보자고 했고 섬에서 나가다가 물에 젖는 것쯤이야 별것 아니라 생각하고 조금 더 낚시를 했다.

▲ 서건도에서 무늬오징어를 노리고 있다. 멀리 보이는 방파제는 강정해군기지방파제.

새벽 1시쯤 되었을까? 적막을 깨는 드랙음이 공보성 씨에게서 들려왔고 얼른 달려가 보니 가프로 랜딩을 마무리하고 있었다. 올려보니 킬로그램이 훌쩍 넘는 훌륭한 씨알. 이런 한파에 나와서 그런지 무늬오징어를 다리 끝을 오므리며 몸을 움츠렸으나 가을 이후 오랜만에 보는 놈은 늠름하기 그지없었다.

▲ 무늬오징어가 육지로 올라온 직후 차가운 기온 때문에 다리를 오므리고 있다.

▲ 서건도에서 킬로 오버 무늬오징어를 낚은 공보성 씨.

현재 제주도의 무늬오징어 에깅 조황은 천천히 살아나고 있다. 큰 수컷이 암컷을 찾아 움직이기 시작해 곧 있으면 본격적인 산란 시즌에 돌입할 전망이다. 3월 이후 산란철이 되면 남쪽의 수심이 깊은 곳은 포인트가 되지 않고 남쪽에서도 얕은 모래밭 주변이 포인트가 되며 제주도 서쪽과 북쪽으로 넓게 산란 포인트가 형성된다.

▲ 공보성 씨가 출조 다음날 보내온 무늬오징어 조과 사진.

▲ 조천방파제에서 문어도 낚았다.

내비 주소 서귀포시 강정동 753(중썰물 이후에 길이 드러나면 진입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