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1월 말 남해 미조항 앞 미조도로 출조한 김종호 씨가 아침 첫 입질에 40cm급 감성돔을 낚았다. 발 앞 조류가 약하자 35m 이상 원투해 50m 거리에서 입질을 받아냈다.

최근 구멍찌낚시 분야에서 독보적 팬덤을 형성 중인 낚시인으로 김종호 씨가 꼽힌다. 유튜브 ‘김종호 기술자TV’를 운영 중인 김종호 씨는 초원투를 기반으로 하는 감성돔 구멍찌낚시가 주특기다.

유튜브를 시작한 지는 햇수로 2년째. 2023년 2월 현재 1만2천명의 구독자를 확보하고 있다. 유명세에 비해 구독자가 많은 것은 분명 아니다. 그러나 단순히 구독자 수가 낚시인의 실력을 대변하지는 않는다. 김종호 씨보다 훨씬 기량이 뒤쳐져도 몇 배 이상 구독자가 많은 경우가 흔하기 때문이다. 김종호 씨보다 유튜브를 일찍 시작했거나 낚시 실력 외의 호감도로 구독자가 쌓인 경우다.

김종호 씨가 빠른 시간 안에 팬덤을 형성할 수 있었던 비결은 실조로 입증하는 놀라운 조과에 있다. 보통의 유튜브 방송은 한두 마리 또는 많아야 서너 마리를 낚고 끝나는 경우가 흔하지만 김종호 씨는 마릿수에서 차원이 다르다. 적어야 4~5마리, 많게는 10마리 이상도 쓸어 담는 괴력을 보여준다.

지난 2월 가거도 촬영 때는 1구 밭면의 무명 포인트에서 하루에 22마리를 낚기도 했다. 아무리 원도라 해도, 좋은 포인트에 내렸다 해도 한 포인트에서 감성돔 22마리 히트는 좀처럼 구경하기 힘든 사례다. 그렇다면, 김종호 씨의 어떤 내공이 그런 ‘무지막지한’ 조과를 가능하게 만드는 것일까. 이번 지면을 통해 그 비밀을 파헤쳐본다.

김종호식 구멍찌낚시의 트레이드마크는 원투찌낚시다. 원투찌낚시라고 하면 보통 35m 이상까지 채비를 날려 보내는 것을 말하는데 사실 이 테크닉은 생각처럼 쉽지 않다.

낚시인들이 원투찌낚시에 크게 흥미(?)를 못 느끼는 이유들은 다음과 같다. 감성돔낚시에서 가장 입질이 잦은 수심대는 8~10m이고 공략 거리는 멀어야 15~20m인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가까운 곳만 노려도 감성돔을 낚을 수 있는데 굳이 힘들고 어렵게 먼 거리를 공략할 필요성을 못 느끼기 때문이다.

그런데 왜 김종호 씨는 어렵게, 먼 거리 공략을 즐기는 것일까? 그것은 가까운 발밑을 노릴 때보다 더 많이, 더 큰 고기를 낚을 수 있다는 확신을 갖고 낚시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자신감에는 지난 30여 년간 수많은 필드를 섭렵하며 축적한 실전 데이터가 바탕이 되고 있다. 김종호 씨의 설명이다.

"감성돔은 기본적으로 수중여를 은신처로 삼습니다. 그래서 평소에는 연안에서 멀리 떨어진 수중여 부근에 떼로 머물다가 조류가 맞으면 갯바위 가까이 접근해 먹이활동 합니다. 이때 투입되는 밑밥은 감성돔을 포인트에 잠시 묶어두는 역할을 하지요. 물론 가까이 접근한 감성돔은 발밑에서도 낚아낼 수 있습니다. 하지만 나는 수중여가 먼 곳에, 많이 분포돼 있다면 그곳을 우선적으로 공략합니다. 그곳에는 경계심 약한 감성돔이 몰려있기 때문이죠. 반면 안전한 은신처를 벗어나 얕은 연안으로 접근한 감성돔은 경계심이 높을 수밖에 없습니다. 그래서 한두 마리 낚고 나면 입질이 뚝 끊기고 목줄이 터지지 않았는데도 무리가 떠나 버리죠. 그에 반해 원투찌낚시는 발밑 낚시의 수많은 단점에서 자유롭습니다. 마치 조준경이 달린 고성능 라이플로 먼 거리에 있는 적을 하나 둘씩 저격하는 느낌이라고 할까요."

김종호 씨는 발밑까지 찾아온 고기는 누구나 낚을 수 있다고 말한다. 그러나 좀 더 크고, 많은 고기를 낚고 싶다면 원투찌낚시를 이용한 본류대 공략이 해답이라고 강조한다.

그렇다면 김종호 씨는 어떻게 먼 거리 수중여의 존재를 빨리 읽어내고 원투찌낚시를 적용하는 것일까? 사실 이 부분이 독자들에게는 매우 설명하기 힘든 부분이다. 수학공식 같으면 차근차근 수치로 설명하면 되지만 낚시라는 행위는 다분히 상상에 의존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직접적인 도움은 아니지만, 김종호 씨는 돌돔 원투낚시 때 활용하는 수중여 탐색 능력이 적잖은 도움을 주고 있다고 말한다(김종호 씨는 돌돔 원투낚시 실력도 국내 최고수 수준이다). 돌돔 원투낚시는 40~50호 봉돌 채비를 멀리는 60m 이상도 던진다. 원투 후에는 채비를 그냥 놔두는 게 아니라 천천히 바닥을 끌며 수중여를 찾는다. 그런 후 돌돔이 미끼를 잘 발견할 수 있도록 수중여 위에 미끼를 올려놓는 게 핵심이다. 돌돔낚시는 이 능력이 얼마나 뛰어나느냐에 따라 고수와 하수로 나뉜다.

구멍찌낚시로 먼 거리 수중여를 탐색하는 방법은 다음과 같다. 일단 대강의 찌밑수심을 설정한 뒤 조류 방향에 맞춰 70~100m까지도 흘려본다. 밑걸밈이 없다면 계속 찌밑수심을 깊게 조절해 밑걸림이 발생하는 지점을 찾아낸다. 특정 지점에서 밑걸림이 발생하면 찌밑수심을 과감히 1m가량 줄여(얕게 만들어) 재차 그곳을 공략한다.

일반적으로 먼 거리에서 밑걸림이 발생하면 채비가 밑걸림 지점에 도착할 무렵 뒷줄을 잡아준다. 그렇지 않으면 찌밑 수심을 30cm나 50cm 정도만 약간 줄여 미끼가 최대한 수중여를 훑고 지나가도록 만드는 게 상례다. 그런데 왜 김종호 씨는 단번에 1m 이상이나 찌밑 수심을 줄이는 것일까?

"감성돔낚시인 대다수가 바닥 수심에 너무 집착합니다. 바늘에 봉돌을 달아 일일이 바닥 수심을 찍어보는 경우도 있죠. 물론 그 방법도 나쁘지는 않습니다. 그렇게 하면 그 지점에 머무는 감성돔 눈높이에는 맞기 때문이죠. 하지만 먼 거리 수중여에 은신한 감성돔을 노릴 때는 그다지 효율적이지 못합니다. 조류가 왕성하게 흐르는 상황의 감성돔은 수중여 주변(위, 옆 할 것 없이)을 왕성하게 돌아다니며 먹이활동 합니다. 이 상황에서 밑밥까지 흘러들면 감성돔 활성은 더욱 높아져 바닥에서 많이 떠오르죠. 따라서 바닥 수심에 집착하다 밑걸림이 생겨 시간을 허비하지 말고 한 번이라도 더, 확신을 갖고 채비를 흘리는 데 집중할 필요가 있습니다.”

김종호 씨는 적잖은 낚시인이 먼 거리 수중여 공략에 실패하는 이유로 ‘찌밑 수심이 안 맞을 경우 과연 수중여 부근에서 입질이 들어올 것인가?’하는 불신과 조바심을 꼽았다.

채비 구성도 눈에 띈다. 김종호 씨는 공략 수심이 7~9m 수준이고 조류 흐름마저 평범하다면 70m 이상까지 흘릴 때도 0,5호 채비를 사용한다(원도에서 강풍이 불고 조류가 뒤죽박죽일 때는 2호나 3호도 쓰지만). 저부력 채비를 사용하는 만큼 빠른 채비 내림을 위해 원줄은 2호를 쓰고 있다. 이렇게 세팅한 가벼운 채비는 수중여 부근 반탄류와 상승조류에 맞춰 활발한 미끼 움직임을 연출시켜 강력한 어필 효과를 낸다는 게 김종호 씨의 설명이다.

▲ 김종호 씨가 프로듀싱한 구멍찌와 수중찌. 왼쪽부터 시계 방향으로 테크니션 JH, 테크니션 초원투, 테크니션 여, 테크니션 순강수중이다.

▲ 김종호 씨가 출시를 앞둔 초원투 밑밥주걱을 보여주고 있다. 벵에돔용과 감성돔용으로 출시되며 가볍고 밸런스가 좋아 밑밥 초원투가 가능하다.

이상으로 김종호식 원투찌낚시의 핵심을 간략히 설명해 보았지만 지면으로 그의 낚시세계를 완벽하게 설명하기에는 한계가 있다. 그 이상은 김종호 씨가 오랜 세월 몸과 머리로 익힌 경험치이기 때문이다.

다만 분명한 것은, 지난 27년간의 낚시기자 생활 동안 필드에서 가장 강력하게 실력을 입증해 보인 고수가 김종호 씨였다는 점이다. 남들 못 낚을 때 혼자만 낚는 경우는 흔했고 남들 한두 마리 낚을 때 혼자 열 마리 이상을 뽑아내는 몰아치기도 다반사였다.

김종호 씨의 유튜브 영상을 편집하는 유대영 씨는 “다른 낚시인은 많아야 서너 마리만 낚는 경우가 많아 영상 구성이 쉽다. 반면 김종호 프로는 너무 많은 고기를 낚아내 구성이 까다롭다. 하이라이트가 너무 많은 것이다. 그래서 고기를 올리는 장면은 몇몇 장면에서만 내보내고 나머지 히트 장면은 몰아보기식으로 편집하는 경우가 잦다”고 말한다.

김종호 씨의 낚시 실력이 탄탄한 이유 중 또 하나로 광역 출조 패턴을 빼놓을 수 없다. 집은 부산이지만 가까운 거제와 통영은 물론 반대편 끄트머리인 완도와 진도까지 수시로 출조한다. 심지어 부산에서 서해 중부권인 전북 부안 격포와 충남 안면도까지도 출조하고 있다.

보통은 처음 가는 곳은 낯설어 고전하는 경우가 흔하지만 김종호 씨만큼은 예외였다. 특히 지난 가을, 영광 안마군도에서의 대박 조과는 현지 낚시인들 사이에 큰 화제가 됐다.

중부권 낚시인들에게 안마군도는 커야 35cm급이 주로 낚이는 마릿수터로 치부되는 곳인데, 김종호 씨는 석바리섬의 마당바위 포인트에 처음 내려 55, 51cm 2마리, 40~49cm 3마리 등 총 9마리를 몰아치기로 끌어냈다. 당시 김종호 씨는 발밑을 노리라는 선장의 조언 본류에 채비를 태워 50m 이상 지점을 공략해 놀라운 조과를 일궈냈다.

당시 현장에 함께 있던 기자에게 김종호 씨는 “큰 감성돔들은 쉽게 연안으로 접근하지 않습니다. 먼 거리 수중여에 은신하며 먹이활동을 하지요. 그래서 본류대에서 입질을 받으면 씨알이 굵게 낚이는 겁니다. 안마군도에서도 본류대낚시가 활성화되면 분명 더 많은 5짜가 낚일 겁니다”라며 안마군도 감성돔낚시의 새 공략법을 제시했다.

▲ 지난해 가을, 김종호 씨가 영광 안마군도 석바리섬 마당여에서 본류대를 공략해 거둔 대박 조과.

45cm도 드문 안마군도에서 본류대를 공략해 55cm, 51cm 포함 총 9마리를 혼자 뽑아냈다.

▲ 김종호 씨가 포인트로 밑밥을 날려 보내며 새로 출시할 밑밥주걱을 테스트하고 있다.

▲ 지난해 10월 29일, 여수에서 첫 밴드 정출을 치른 ‘기술자 김종호’ 밴드 회원들의 기념촬영.

본인 스스로도 구멍찌낚시 커리어의 정점을 찍고 있다고 밝힌 김종호 씨는 ‘TECHNITION JH’라는 브랜드로 낚시용품 사업에도 뛰어들었다. 주요 생산품목은 구멍찌, 원줄, 목줄. 낚싯바늘, 밑밥주걱 등이다. 기성 타사 제품에 라벨만 찍어 파는 방식이 아니라 100% 직접 필드테스트를 거친 제품을 출시하고 있다.

대표 상품인 테크니션 초원투 구멍찌는 시판 이후로 연속 품절 사태를 맞았다. 원투력이 막강하고 여부력이 충분해 100m까지 흘려도 잘 보인다. 본류낚시를 제대로 즐기고 싶은 낚시인에게는 필수품이다.

최근 출시한 품목 중 김종호 씨의 실전 노하우가 여실히 담긴 품목으로 테크니션 초원투 지누 바늘을 꼽을 수 있다. 일본 하리요쉬사에서 수입한 이 바늘은 바늘허리가 약간 길고 바늘굽 부근이 꽈배기처럼 눌려있다.

이 꽈배기 처리를 하리요쉬사에서는 웨이브라인이라 부르고 특허까지 내놓았다. 강선이 일자일 때보다 비틀어놓았을 강도가 좋아지는 점에 착안했다. 긴 허리는 입 부위에 바늘이 살짝 걸렸을 때 이빨에 목줄이 쓸리는 것을 막기 위한 설계다.

지금껏 많은 찌낚시 고수가 낚시를 업(業)으로 삼으며 자신의 이름을 건 낚시용품을 출시했지만 성공보다는 실폐한 사례가 많았다. 하지만 김종호 씨가 필드 테스트를 거쳐 출시한 제품을 써본 낚시인들은 일단 그런 우려는 접어두어도 될듯하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