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1월 18일, 울산 신항 일대로 대전갱이 선상낚시를 출조한 이경식(FL컴퍼니 필드테스터) 씨가 30cm가 넘는 전갱이를 낚아 보여주고 있다.

지난 1월 18일, 경남 고성에 살고 있는 이경식(FL컴퍼니 필드테스터) 씨와 네이버밴드 생활루어낚시 배유환(김해), 김기원(울산), 김민철(창원), 전치욱(부산) 회원과 함께 울산으로 대전갱이 취재에 나섰다. 경남 고성에 산다면 가까운 거제도나 통영권 먼바다의 섬으로 출조할 수 있지만 굳이 멀리 떨어진 울산까지 출조했다. 이유는 간단 명료. 최근 울산권 일대의 대전갱이 조황이 좋기 때문이다.

대전갱이는 일반 전갱이와는 달리 수심이 깊고 조류가 빠른 곳에 산다고 알려져 있다. 특히 강한 조류가 흐르는 곳에 대전갱이가 많은데 대전갱이 명소로 알려져 있는 거제도 해금강의 거북바위나 매물도, 좌사리도 등지는 급류에 가까운 조류가 흐르는 곳으로 유명하다. 그런데 동해안의 울산 근교도 조류가 잘 흐를까? 동해는 얼핏 보면 조류가 잘 흐르지 않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강항 조류가 흐른다. 특히 부산, 울산, 경주권의 경우 감성돔 선상낚시가 성행할 정도로 강한 조류가 흐르는 곳으로 유명하다. 그래서 매년 울산 일대로 큰 씨알의 전갱이가 들어오고 이제는 대전갱이 명소가 되었다.

▲ “오늘은 씨알이 좀 자잘 합니다.” 30cm급 전갱이로 손맛을 본 전치욱(좌), 배유환 회원이 낚은 전갱이를 보여주고 있다.

▲ 선경호가 출항하는 울산 처용선착장.

오후 5시. 울산 울주군 온산읍에 있는 처용선착장에서 선경호를 타고 포인트로 나갔다. 이 일대는 온산국가산업단지가 조성되어 있고 컨테이너터미널이 있는 곳으로 울산에서도 수심이 깊고 조류가 잘 흐른다. 목적지는 선경방파제 앞 뜬방파제. 처용선착장에서 낚싯배로 10분 정도 걸리는 가까운 곳이지만 대전갱이가 많기로 소문이 자자한 곳이라 손맛을 볼 생각에 기대가 되었다.

전갱이는 해가 진 후 잘 낚이기 때문에 포인트에 배를 정박 후 천천히 채비를 준비했다. 수심은 18m 내외며 조류가 빠르게 흐르기 때문에 텅스텐 7g 지그헤드를 사용하고, 바닥만 집중적으로 노린다면 오모리그 타입의 편대채비를 사용하기도 했다.

우선 전갱이의 활성을 체크하기 위해 청갯지렁이를 지그헤드에 꿰어 넣었더니 고등어가 금방 입질을 했다. 고등어 역시 조류가 빠른 곳을 좋아하는 어종으로 전갱이를 노릴 때면 항상 손님고기로 낚여서 손맛을 더해준다. 계속해서 청갯지렁이를 미끼로 낚시를 하니 20cm 내외의 전갱이와 쏨뱅이, 고등어가 함께 올라왔다. 금방이라도 큰 씨알의 전갱이가 물어줄 것 같았지만 예상외로 침묵이 길어졌다.

▲ 울산 신항 바로 앞에 있는 뜬방파제. 강한 조류가 흐르는 곳

▲ 편대 채비에 봉돌과 웜을 연결해 바닥을 노린다. 조류가 강할 때 사용한다.

▲ 울산에서 온 김기원 씨가 전갱이를 낚고 인증샷. 5 이경식 씨가 직접 제작한 텅스텐 지그헤드. 7g과 10g을 주로 사용한다.

대전갱이가 입질하지 않는 이유는 명확했다. 조류가 흐르지 않기 때문이다. 울산이라면 배가 조류에 밀려 닻을 내린 밧줄이 팽팽해지고 7g 지그헤드 정도라면 도랑에 나뭇잎 떠내려가듯 줄줄 흘러나가야 정상인데 채비를 내리면 거의 수직으로 내려갈 정도로 조류가 흐르지 않았다. 고등어와 작은 전갱이로 손맛을 볼 수 있었지만 누가 엄동설한에 잔챙이 고등어와 전갱이를 낚으려 출조를 하겠는가.

50cm 전갱이는 꿈의 대상어라 단번에 행운을 쥘 수 없다해도 적어도 35~40cm 전갱이를 만나야 멀리 고성에서 출조한 보람이 있을 텐데 생각처럼 조류가 형성되지 않았다.

선경호 윤정민 선장은 “올해 대전갱이 출조에서 이렇게 조류가 흐르지 않는 것은 처음입니다. 물때도 5물이라 최적의 날이라 생각했는데 된통 뒤통수를 맞은 느낌입니다”라고 말했다. 조류가 흐르지 않으면 조류가 흐르는 곳을 찾아야 한다. 윤 선장은 오후 9시가 되어 뜬방페제 콧부리로 자리를 이동했고 그곳에서 2차전을 준비했다.

▲ 철수 직전에 만족할 씨알로 조과를 거둔 김민철(좌), 김기원 씨가 전갱이를보여주고 있다.

▲ 이경식 씨가 대전갱이낚시에 사용하는 웜과 메탈지그. 웜은 1.5~2인치로 몸통이 짧은 것을 쓰며 메탈지그는 낮에 쓰거나 큰 씨알이 피딩을 할 때 빨리 조과를 거두기 위해 사용한다.

▲ 큰 씨알의 쏨뱅이로 손맛을 본 전치욱 씨.

▲ 편대를 이용한 채비. 오모리그 형태로 사용하는 원리는 모두 같다.

방파제 콧부리로 자리를 옮기니 바람이 들이쳤지만 확실하게 조류가 흘렀다. 7g 지그헤드를 내리니 금방 멀리 떠내려갔고 바닥에 닿을 즈음 ‘퍽퍽’하는 입질이 왔다.

대전갱이낚시는 테크닉이 필요 없다. 빠른 조류를 타고 다니는 대전갱이는 먹성만큼은 어류 최강이라 미끼를 내리면 입질한다고 보면 된다. 마치 부시리나 긴꼬리벵에돔처럼 빠른 조류를 종횡무진 움직이며 마구잡이로 입질을 하는데 조류소통만 원활하다면 이런 현상이 한두 시간 지속되고 단 시간에 빠른 조과를 거둘 수 있다.

옮긴 콧부리에서 조류가 흐르자 중층의 고등어를 피해 바닥층의 전갱이에게 지그헤드가 내려가면 ‘툭툭’ 건드리는 입질이 왔다. 지그헤드를 툭툭 건드리는 것은 잔챙이 전갱이며 전갱이가 크다면 초리까지 빨려 들어가는 강한 입질이 온다. 강한 입질이 오기 시작하면 청갯지렁이 대신 웜을 사용하는데, 전갱이의 입질이 강력하기 때문에 한 번의 입질에 청갯지렁이가 너덜너덜하게 되므로 오래 버틸 수 있는 웜으로 교체해 단시간에 마릿수 조과를 올리는 것이다.

이경식 씨는 불과 30분 만에 35cm 내외의 전갱이를 10여 마리 낚았고 함께 출조한 일행들 역시 쏨뱅이, 열기, 고등어와 더불어 30cm가 넘는 전갱이를 마릿수로 올렸다. 아쉬운 점이라면 조류 흐름이 예상보다 빨리 끝났고 40cm가 넘는 대전갱이를 만날 수 없었다는 것이다. 이경식 씨는 “고등어의 활성이 너무 좋아서 바닥에 있는 대전갱이까지 노리기가 힘든 상황인 것 같습니다. 고등어도 전갱이만큼 빠르게 먹이를 사냥하는데 오늘은 고등어의 양이 너무 많은 것이 애로사항인 것 같습니다”라고 말했다.

▲ 아이스박스 안에 유독 큰 씨알의 전갱이가 담겨 있다. 40~50cm 대전갱이는 폭발적인 마릿수 조과를 보이기보단 30cm가 주로 낚이다가 갑자기 한두 마리가 입질한다.

▲ 기자가 현장에서 낚은 전갱이, 고등어 조과. 잠시 카메라를 놓고 낚시해도 이정도 조과는 기본이다.

▲ 울산 대전갱이 취재를 함께한 네이버밴드 생활루어낚시 회원들. 좌측부터 배유환(김해), 김기원(울산), 김민철(창원), 전치욱(부산) 씨.

낚시는 밤 12시까지 계속 진행되었다. 조류가 흐르지 않을 때는 입질이 뚝 끊기다가 조류가 흐르면 다시 입질을 시작했다. 들물 조류가 시원하게 경주 방향으로 뻗어주었다면 더 큰 씨알의 전갱이를 기대할 수도 있었겠지만 이경식 씨와 함께 출조한 박현도 씨가 낚은 38cm 전갱이가 이날 출조의 최대어였고 나머지는 대부분 30~35cm 전갱이가 올라왔다. 박현도 씨가 38cm 대전갱이를 낚을 때엔 로드 허리가 휘어질 정도로 파워를 자랑했다.

사실 대전갱이낚시가 유행하기 전에는 30~35cm 전갱이도 대전갱이라고 불렀지만 최근에는 40cm 오버를 주로 노리고 아주 낮은 확률이지만 50cm가 넘는 초대형 대전갱이도 낚이기 때문에 30~35cm 전갱이라면 중(中)전갱이 정도로 생각하고 있다.

중전갱이는 손맛이 대전갱이보다 못하지만 맛이 좋고 꾸준하게 마릿수 조과를 보여주기 때문에 일부 낚시인들은 중전갱이를 선호하기도 한다. 대전갱이의 확률이 워낙 낮다보니 꿩 대신 닭을 택한 경우긴 하지만 겨울에 이만한 마릿수 조과를 거둘 수 있는 낚시는 없으므로 그 인기는 계속 될 것이다.

울산 일대의 대전갱이낚시는 지금도 한창이다. 1월 한파 때 조황이 조금 떨어졌지만 현재는 조황을 회복 중이며 전갱이가 산란을 준비하는 초여름까지 꾸준히 낚이므로 언제든지 출조할 수 있다. 선경피싱호의 경우 전갱이는 1년 내내 출조를 하고 있기 때문에 따로 시즌이 정해진 것은 아니지만 대전갱이는 장마철 전후까지 잘 낚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