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수 금오열도의 새 명당 발견

부도 물골이 참돔·감성돔 어장이었다

ㅣ이기선 기자 blog.naver.com/saebyek7272ㅣ

여수 금오열도가 유례없는 저수온 속에서 부진한 봄 시즌을 보내고 있다. 작년 가을부터 겨울까지는 평년 조황이 이어졌으나 봄에 접어들면서 곤두박질친 감성돔 조황이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는 것이다. 그러나 이런 악조건 속에서 돌산 낚시촌 회원들이 감성돔과 참돔을 연일 뽑아먹는 자리가 있다고 했다.

▲ 안도와 금오도 사이에 있는 대부도에서 감성돔을 노리는 낚시인들. 맞은편에 보이는 소부도와의 물골이 참돔과 감성돔의 서식지다.

▲ 대부도 북쪽 갯바위. 이곳에서도 감성돔이 낚였다. 낚시인들 뒤로 보이는 작은 섬은 유명한 백로 서식지다.

여수 돌산도 군내항에 있는 돌산낚시촌 박희상 사장이 오랜만에 낭보를 전해왔다. “며칠 전부터 손맛을 보고 있는 곳이 있는데 내려오면 좋은 그림을 앵글에 담게 해주겠다”고 한다. 박 사장은 10여 년 전 마산에서 바다낚시 출조전문점을 했었는데 그때 종종 동행취재를 다녔다. 모처럼의 전화라 더욱 반가웠다.
지난 3월은 여수뿐만 아니라 남해안 전역에서 감성돔 얼굴을 보기 힘들었다. 그런 가운데 매일 감생이가 낚였다는 자리가 어딜까?
그곳은 부도였다. 금오도와 안도 사이에 있는 작은 섬이다. 3월 27일 부도에서 감성돔 여덟마리를 포함해 50~60cm급 참돔도 함께 낚였다. “그동안 북서풍이 계속 부는데다 날궂이하는 날이 많았는데 남풍이나 동풍이 불기 시작하면서 출조를 시작했고 호황을 이끌어냈다”고 박희상씨는 말했다. 부도는 안도가 동쪽으로 막아주고 있어 동풍에는 안전하게 낚시할 수 있다.

▲ 감성돔, 참돔이 함께 낚이는 소부도.

▲ 본류를 노린 2호찌 채비.                         “이거 쑥스럽구만.” 이동지 고문이 크지 않은 감성돔을 뜰망에 담고 난 뒤.
 

들물에 세상여 쪽으로 흘리면 입질

3월 30일 나는 KPFA 대구지부 이동지 고문과 KPFA 서울지부 조용삼 회원으로 취재팀을 짰다. 우리를 실은 뉴패밀리호는 느지막하게 군내항을 빠져나갔다. 불황의 여파로 갯바위는 한산했다. 안도 서고지, 대부도, 소부도, 금오도 심포 순으로 하선했다.
박희상 사장은 “대부도에 내려보이소. 아홉시까지 계속 물이 드는데 12~13m 주고 세상여 쪽으로 가는 조류에 흘려보이소”라며 우리를 소부도를 마주보는 부도 북서쪽 자리에 내려주고는 세상여로 향했다. 세상여는 조금물때에 찾으면 조류가 적당하게 흐르고 썰물 때 작은여와 큰여 사이의 물골을 노리면 감성돔과 참돔이 같이 문다고 말했다. 오늘은 3물. 아침에 썰물이 흐른다. 
대부도에 내린 취재팀은 1.5호와 2호 찌로 본류낚시 채비를 한 뒤 흘리기 시작했다. 부도 주변은 썰물보다 들물에 조황이 좋은 편인데 안도와 금오도를 잇는 다리 밑에서 세상여 쪽으로 흐르는 들물에 각 포인트마다 적당한 조류가 형성된다. 반면 썰물은 정면으로 받히거나 아니면 갯바위에 영향을 주지 않고 쏜살같이 흘러간다. 단 소부도 떨어진 여와 금오도 심포 갯바위는 썰물에도 잘 낚인다.

▲ 세상여에서 낚은 참돔을 자랑하는 돌산낚시촌 박희상 사장.   ▲ 2호찌를 세팅해 본류를 노려 참돔을 낚은 조용삼씨.

8시 반까지 들물이기 때문에 그 안에 어떻게든 낚아야 할 상황. 갯바위 우측에 부딪친 다음 세상여 쪽으로 흘러가는 들물 조류에 찌를 태웠다. 조금 멀리 던지면 본류와 만나 쏜살같이 흘러갔고, 발밑에 던지면 지류를 타고 다시 올라왔다. 조용삼씨와 내가 있는 곳은 본류가 직접 지나 본류낚시를 해야 했고, 이동지 고문 자리는 적당히 와류가 지는 지류가 형성되었다. 예상대로 이동지 고문이 먼저 입질을 받았다. 35cm급. 귀한 감성돔이라 뜰망을 사용해 고이 담아 올렸다. 10분 후 두 마리째. 이번에는 잔 씨알이라 들어뽕.
이 고문이 두 마리 낚을 동안 찌만 계속 흘리던 우리에게도 드디어 입질이 왔다. 2호찌로 15m 수심을 주고 50m 이상 흘려준 채비에 35cm 참돔이 입질했다. 우리와 마주보고 있던 소부도 동쪽에 내렸던 꾼도 큰 씨알은 아니지만 감성돔을 낚는 게 보였다. 
곧 큰 녀석도 오겠지 싶어 계속 흘려보았지만 30분도 되지 않아 조류가 바뀌었고 그 후 썰물에는 입질을 받을 수 없었다. 철수시각, 세상여에 내렸던 박희상 사장이 50cm쯤 되는 참돔을 낚아 가지고 올라탔다. 금오도 심포에서는 일오삼낚시 김기중 사장이 들물에 40cm급 감성돔을 낚았다.
우리가 철수할 때 선외기 한 대가 소부도 근처에 닻을 내리더니 선상찌낚시를 시작했다. “참돔을 낚으러 온 낚시인들입니다. 본류를 직접 공략하니까 갯바위보다 잘 낚이지요.” 박희상 사장의 말이다.
부도는 5월 말까지 감성돔 시즌이 이어지다가 6~7월엔 중형급 참돔이 많이 낚인다.   
▒ 취재협조 여수 돌산낚시촌 010-9602-1409

 tip

부도 물골 참돔낚시 시작의 원인은?

2003년 태풍 매미가 왔을 때 여수 앞바다에 있던 가두리가 한 개도 남지 않고 다 터졌는데 그때 탈출했던 수천 마리의 양식참돔이 멀리 빠지지 않고 금오열도 주변에 터를 잡았다. 그중 대표적인 곳이 부도 주변의 물골이라고 한다. 수심이 깊고 조류가 왕성하며 바닥은 참돔이 좋아하는 짝밭(자갈밭)이다. 그때 탈출했던 참돔들은 이제 자연산과 구별이 어려워졌고, 수온이 오르기 시작하면 자연산도 함께 붙기 시작하여 6월 이후면 피크를 이루게 된다.  한편 4월 11일 현재 개도 동쪽인 두라도, 나발도, 횡간도 등 내만에도 감성돔이 비치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