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안성에서 용운공방을 운영하는 송용운 씨는 국내에서 유일하게 대나무낚싯대를 만드는 사람이다. 2008년부터 현재까지 15년간 대나무낚싯대 만들기에 매진해왔다. 안성시로부터 전통수공예품으로 대나무낚싯대의 가치를 인정받아 안성맞춤명장으로 선정됐다. 첨단 소재와 공법이 넘쳐나는 현대의 낚시장비에서 대나무낚싯대는 어떤 의미일까? 송용운 씨가 대나무낚싯대만을 고집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지난 1월 27일 경기 안성 보개면 가율리의 용운공방을 찾았다.

▲ 용운공방 송용운 대표가 안성시로부터 맞은 안성맞춤명장 증서.

카본 등 첨단소재가 낚싯대 재료로 등장하기 이전엔 우리가 쓸 수 있는 낚싯대는 대나무낚싯대였다. 해방 후부터 60년대까지 대나무낚싯대는 전성기를 맞았다. 우리나라에서 최초로 상품화된 대나무낚싯대는 충남 보령의 주정기 씨가 제작한 주작(朱作)이다. 이어서 한승권, 한승진 형제의 한작(韓作)은 주작과 함께 60년대 말까지 우리나라 낚싯대를 대표해 왔다.

하지만 70년대 초 등장한 유리 섬유 소재의 글라스로드가 낚싯대 시장의 판도를 순식간에 바꿔놓았다. 대나무낚싯대에 비해 가볍고 탄성이 좋으며 휴대까지 편한 글라스로드가 낚시인의 마음을 단숨에 사로잡았다. 승작(昇作)의 방기섭 씨가 2000년대 초까지 낚시시장에서 거의 사라진 대나무낚싯대의 명맥을 이어왔다. 송용운 씨는 작고 한 방기섭 씨의 뒤를 이어 우리나라 대나무낚싯대를 명맥을 이었고 우리나라에서 유일하게 대나무낚싯대를 만들고 있다.

“어려서부터 낚시를 좋아하고 무언가를 만들기를 좋아했던 저는 대나무낚싯대를 만들어 물가에 나서곤 했습니다. 방기섭 선생님에게 제가 만든 대나무낚싯대를 보여드리고 싶어 공방을 방문하게 됐는데 그게 인연이 됐죠. 선생님이 돌아가신 뒤 아드님이 이어서 승작 대나무낚싯대를 만들었는데 경영난 때문에 포기한다는 얘기를 들었어요. 우리나라의 전통 대나무낚싯대 명맥이 끊기겠구나 이런 생각이 드니까 내가 해야겠다 마음먹게 됐습니다. 방 선생님 사모님을 직접 찾아뵙고 승작의 계승자가 되겠다고 청했고 허락을 받았습니다.”

▲ 송용운 씨가 용운공방 전시실에서 고급 케이스에 수납한 대나무낚싯대를 보여주고 있다.

대나무낚싯대 만들기는 손이 많이 가고 인내가 필요한 작업이다. 다른 낚싯대와 비교해 재료를 직접 구해 상품으로 만들어야 한다는 것에서 차이가 난다. 이 과정에서 긴 시간이 필요하다. 대나무낚싯대는 2~3년생 대나무가 재료가 된다. 입동 후 벌채해서 벌레 등을 제거하는 손질을 거친 후 변형 등을 막기 위해 삶고 세척하여 바람이 잘 통하는 실내에 3개월 정도 말린다. 이후 탈색을 위해 햇볕에 말린 대나무는 다시 바람이 잘 통하는 실내에 3년간 말린다. 그런데 3년간 말린 대나무가 모두 재료가 되는 게 아니다. 대나무는 모두 올곧은 형태 같지만 사실 조금씩 다르다. 모양새가 제각각이다. 낚싯대로 쓰기 좋은 것을 선별해야 한다. 고른 대나무는 다시 화로에 구워가며 교정 과정을 거쳐야 하는데 이게 상당한 인내심이 필요한 공정이다.

“대나무낚싯대를 배워보고 싶다고 공방을 찾는 분들이 이 교정 작업에서 대부분 손을 들더라고요. 대나무라는 게 성질이 참 강직해서 화로에 구워서 펴내도 다음날 되면 다시 원 상태로 돌아옵니다. 이것을 또다시 펴는 작업을 보름 동안 하루 이틀 간격으로 반복하게 됩니다.” 이렇게 교정 과정을 거친 대나무가 비로소 낚싯대의 소재가 된다. 이후 보름간은 낚싯대로서의 기능을 갖추는 공정을 거친다. 대나무 교정부터 완성까지 하나의 낚싯대가 탄생하기까지는 걸리는 시간은 한 달 정도. 그렇게 해서 제작된 대나무낚싯대는 12척의 경우 80만~90만원에 판매된다. 한 달여의 수작업을 통해 나오는 대나무낚싯대는 그 수가적을 수밖에 없어 오로지 주문제작만 하고 있다.

낚시가 그렇듯 용운공방의 겨울 역시 바쁜 시기는 아니다. 겨울엔 공법 연구를 하거나 목재로 낚시용품을 만드는 등 여유가 좀 있다고 한다. 인터뷰를 마칠 즈음 송용운 씨가 작업실 옆 전시실로 기자를 안내했다. 그곳엔 송용운 씨가 그동안 만들어온 대나무낚싯대와 목재 낚시용품들이 전시되어 있었다. 원목의 형태를 그대로 살린 앞받침대 주걱과 클램프는 고급스러웠다.

이러한 송윤운 씨 작품의 가치를 외부에서도 알아보고 있다. 2017년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방한했을 때 정부가 낚시와 사냥을 좋아하는 그에게 용운공방의 대나무낚싯대를 구입해 선물했다. 영화, 드라마에도 용운공방의 대나무낚싯대가 등장하고 있다. 인기리에 방영된 드라마 ‘옷소매 붉은 끝동’에서 낚시를 좋아하는 조선 임금 영조 역할을 맡은 이덕화 씨가 사용한 낚싯대 소품 역시 송용운 씨의 작품이다.

알려진 명성만으로 접하는 대나무낚싯대는 화려해 보일 수도 있지만 전통문화와 낚시장비로서의 대나무낚싯대는 더 많은 관심과 지원이 필요한 게 사실이다. 송용운 씨는 사람들이 대나무낚싯대를 더 많이 사용했으면 한다는 바람을 밝혔다.

“낚시계가 대나무낚싯대를 보존해야 할 자산으로 여기고 관심을 가져 주셨으면 합니다. 어느 분이 그러더군요. 혼자서 대나무낚싯대를 만드니까 돈을 잘 벌겠다고요. 아무것도 모르고 하는 얘기입니다. 저 말고 더 많은 공방에서 대나무낚싯대를 만들어야 시장이 커집니다. 그러려면 많은 분들이 대나무낚싯대를 많이 알고 또 많이 사용해주어야 합니다. 충분히 방법이 있습니다. 대나무낚싯대는 찌나 루어를 만드는 것처럼 직접 만들 수 있습니다. 자기만의 낚싯대를 만들 수 있다는 게 매력이죠. 앞으로 기회가 주어진다면 대나무낚싯대 공방을 자주 열고 싶습니다. 아직 알려지지 않은 대나무낚싯대만의 매력을 사람들과 함께 공유하고 싶습니다.” 전통문화에 대한 정부와 지자체의 정책에 대해 말을이어갔다. 전통문화로서의 대나무낚싯대의 가치를 얘기할 때 그의 얼굴엔 자부심과 함께 장인의 노력을 받쳐주지 못하는 정책의 현실에 대한 아픔이 드러났다.

“조선 영조가 낚시를 사랑하고 옛 풍속화에 대나무낚싯대가 등장했듯 대나무낚싯대는 우리가 계승 보존해야 할 전통문화입니다. 그런데 정부와 지자체의 전통문화정책을 보면 대나무낚싯대의 지원이나 육성은 매우 미비합니다. 말로 하기 부끄러울 정도에요. 관련 학계에선 대나무낚싯대가 일본의 것이라고도 하는데, 이러한 인식을 바로잡기 위해 올해는 대나무낚싯대를 안성시 향토문화재로 신청하고 내년에는 경기도 무형문화재 신청을 준비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