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하수종말처리장 수문 옆에 자리를 잡은 필자. 겨우내 온수가 흘러 둠벙 일대는 얼지 않는다.

새해를 맞는 것과 동시에 건강이 악화돼 1월 내내 출조를 하지 못했다. 그러던 중 마침 춘천에서 종친회가 예정돼 있어 춘천으로 향하던 중 가평에 있는 자라섬을 둘러보게 되었다.

자라섬 옆에는 평소 내가 관심을 갖던 겨울 물낚시터가 있다. 그 유명한 가평하수종말처리장 인근 둠벙이다. 지난 1월 28일에 이곳을 찾았던 낚시사랑 회원 김기봉(별바라기) 씨가 하룻밤에 3마리의 월척을 낚은 곳이다.

가평하수종말처리장 둠벙은 북한강으로 흘러드는 달전천의 서쪽 연안에 있으며 수문을 통해 겨우내 온수가 배출돼 얼음이 얼지 않는다. 면적은 약 300평 남짓. 포인트는 둠벙을빙 둘러 앉는다면 많게는 7곳 정도가 나왔다.

나보다 먼저 둠벙에 도착한 친구 박희설은 둠벙 우안의 갈대 앞에 자리를 잡고 있었다. 물 속에 검은 침수수초가 듬성듬성 보여 찌 세울 구멍을 찾는 데 애를 먹었다고 한다. 김기봉 씨와 통화해보니 박희설이 앉은 자리가 최고의 명당이며 자신이 3마리의 월척을 낚은 곳이라고 알려왔다. 박희설 왼쪽으로 한 자리가 더 나왔고 다대편성을 하면 세 포인트 정도가 더 나올 듯싶었다.

포인트까지는 인근 아파트 옆길에 주차하고 제방으로 나 있는 둘레길을 따라 100m 정도 이동해야 했다. 거리는 멀었지만 둘레길이 평평해 이동에는 큰 문제가 없었다.

나는 수문 바로 옆의 물 흘러드는 구간에 자리를 잡고 왼쪽의 부들과 줄풀 사이에 2.8칸 2대, 부들을 넘겨서는 4.4칸 2대, 오른쪽 물 흐르는 쪽으로는 3.4~4칸 등 총 12대를 편성했다. 블루길과 배스가 많아 지렁이를 사용하기 어렵다는 얘기에 옥수수어분글루텐을 중점적으로 써보기로 했다.

한편 건너편 자갈섬 내 수로들은 관리 주체가 시설관리공단으로 넘어가면서 현재는 낚시가 금지되고 있었다. 원래는 가평하수종말처리장 일대도 낚시금지 움직임이 있었지만 지역 낚시인들의 강한 반발에 낚시 가능 구간으로 남아있다는 소문을 들었다. 대편성 후 초저녁 무렵까지 낚시해 보았지만 입질은 전혀 없었다.

오후 5시30분경 이른 저녁식사를 마친 후 밤낚시를 준비했다. 해가 지자 영상이었던 기온이 영하로 떨어지기에 보일러를 가동시키며 추위에 대비했다. 케미를 교체하고 있는데 건너편에서 날카로운 챔질 소리가 들렸다. 낚싯대가 활처럼 휘며 초릿대가 떨리고 있었다. 그렇게 올라온 붕어는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23cm 붕어였다. 비록 잔챙이었지만 씨알이 문제가 아니었다. 이 추운 겨울밤에, 그것도 중부권에서 붕어가 낚인다는 사실에 기대감이 차올랐다.

케미를 모두 교체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다시 한 번 챔질 소리가 들려왔다. 이번에는 더 강한 저항이 느껴졌고 물파장 소리도 컸다. 순식간에 두 마리의 붕어를 낚은 친구로 인해 주변 분위기는 더욱 고조됐다.

이번에 올라온 붕어는 27cm의 준척급이었다. 하지만 그 붕어를 끝으로 밤 10시까지 별다른 입질이 들어오지 않았다. 이후 동이 트도록 내 자리에서는 입질이 없었고 그대로 날이 밝고 말았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가운데 3.4칸 대에 지렁이를 달아보니 곧 바로 입질이 들어왔다. 깜짝 놀라 챔질하니 올라온 녀석은 불청객 블루길이었다. 다시 한 번 지렁이를 달아 던지니 1분도 되지 않아 블루길 한 마리가 더 올라왔다. 한겨울에도 극성인 블루길 때문이라도 지렁이 사용은 피해야 될 것 같았다. 물색이 맑아 아침낚시는 되지 않을 것 같아 아침 식사 후 바로 대를 접었다.

▲ 취재일 박희설 씨가 올린 붕어. 이날은 월척은 낚이지 않았다.

▲ 박희설 씨가 갈대가 무성한 포인트에서 입질을 기다리고 있다.

참고로 이곳 자라섬 일대는 계절마다 수위 변화가 심하기 때문에 이 점을 참고하고 출조할 필요가 있다. 농사를 많이 짓는 하절기에는 청평댐의 방류량이 많아 심할 때는 수위가 1m나 차이가 난다. 하지만 동절기로 접어들면 방류량을 줄이는데 지난밤은 불과 1~2cm의 수위 차이만 있었다.

▲ 겨울에도 얼지 않는 가평하수종말처리장 둠벙.

이곳 가평하수종말처리장 둠벙에서는 주로 토종붕어가 낚이지만 가끔씩 대형 떡붕어가 출몰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3월 이후 해빙이 되고 산란철이 되면 씨알 좋은 토종붕어와 떡붕어가 얕은 수심의 수초밭으로 올라붙는다고 하니 3월 중순 이후 다시 한 번 찾고 싶었다.

▲ 가평하수종말처리장 둠벙에서 바라다 보이는 자라섬 캠핑장.

자라섬 안에는 오토캠핑장이 있고 재즈패스티벌도 열린다. 2월 중순 현재는 겨울에만 열리는 ‘자라섬 씽씽겨울축제’가 3월 1일까지 열리니 늦기 전에 가족과 찾아보는 것도 좋을 듯하다. 이미 12회째 열리고 있는 이 겨울축제는 하천결빙시스템을 이용해 얼음을 얼리기 때문에 해빙기인 3월 1일까지 행사가 진행된다고 한다.

가는 길 내비에 가평군 가평읍 달전리 278-1를 입력 후 찾아가 주차한 뒤 물가로 나서면 가평 하수종말처리장 둠벙이 내려다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