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남 개초지 4박5일

제방권 호황은 간데없고…

박상수 유튜브 길낚시유림TV, 히카리엑스 이사

▲ 지난 1월 20일, 해남 개초지로 출조한 필자가 제방에서 입질을 받고 붕어를 끌어내고 있다.

▲ 이틀 동안 자리를 잡고 낚시한 개초지 제방포인트.

새해 구정 연휴를 맞아 3박4일간의 남도 원정을 계획했다. 목적지는 전남 해남 개초지. 나에게 개초지 호황을 전해준 낚시인은 익산에 거주하는 최난호 씨다. 오랜 세월 나와 선후배로 지내며 낚시를 다닌 최난호 씨는 신정을 맞아 개초지로 출조하여 수십 여수의 월척을 낚았다고 했다. 최난호 씨는 “동료 낚시인 2명과 함께 개초지 제방에서 낚시를 했다. 제방이 니은 형태로 생겼는데 꺾이는 자리에 앉아 지렁이 미끼를 사용했고 주로 4칸대 장대에 입질을 받았다. 낮에 월척만 30마리 이상 낚았는데 밤엔 블루길의 성화로 입질을 기대할 수 없었다”하고 말했다. 엄동설한 속에서 대단한 조황을 거둔 것이기에 새로운 저수지를 뒤로하고 개초지로 운전대를 돌렸다.

▲ 전북 정읍에서 개초지로 출조한 태상호 씨가 제방에서 낚은 월척 붕어를 보여주고 있다.

개초지는 17만여 평 규모의 평지형 저수지로 외래어종인 블루길이 서식하며 붕어를 비롯하여 잉어, 가물치, 메기 등이 서식하는 대형저수지다. 상류에는 연이 대규모로 자리하고 있어서 보트 낚시인들에게도 큰 인기를 얻고 있다.

▲ 개초지에서 만난 이태구 씨가 보트낚시로 연밭에서 낚은 월척과 4짜붕어를 보여주고 있다. 여든을 바라보는 연세에도 대단한 열정을 보이셨다.

노조사 이태구 씨와의 만남

1월 20일 금요일 점심이 조금 지나서 개초지에 도착했다. 상류 연밭 포인트가 좋아 보였지만 연안 수심이 나오지 않아 최난호 씨와 일행이 앉았던 제방권에 낚싯대를 펼쳤다. 출조 당일 담수량은 50%가 되지 않았고 상류를 제외한 전반적인 수심이 1m권을 유지했다.

나는 2.7칸부터 4.8칸까지 총 10대를 편성했고 미끼는 전부 지렁이를 사용했다. 대편성을 마치고 최난호 씨에게 전화를 거니 오전과 낮에 주로 큰 씨알이 낚이며 밤에는 월척 이하로 씨알이 작아진다고 알려주었다.

내가 도착했을 때 개초지에는 낚시인들이 없었고 연안에 접안해놓은 보트만 한 척 있었다. 아무래도 연휴를 시작으로 강한 바람과 한파가 온다는 소식에 많은 낚시인들이 철수를 한 것 같았다.

대편성을 마치고 오후부터 초저녁까지 낚시를 즐겼지만 입질이 들어오지 않았다. 강한 바람과 떨어진 기온 탓인지 물속은 조용하기만 했다. 그렇게 첫날이 지나갔고 둘째 날 아침 고창에 거주하는 이태구 씨를 만나게 되었다.

▲ 출조 3일 째 오전에 상류 연밭으로 포인트를 옮겨 연줄기를 제거하고 있다.

이태구 씨는 여든을 바라보는 나이에도 젊은 사람 못지않은 낚시 체력과 열정을 가지고 있었다. 40년간 몸담은 회사에서 정년퇴임을 한 후 고창으로 귀농하여 지금가지 전국 낚시일주를 하며 낚시로 여생을 보내고 있다고 했다.

며칠 전부터 개초지에 있었다고 한 이태구 씨는 강한 바람 때문에 보트를 띄우지 않고 연안에 설치한 본부석에서 바람이 잠잠하기를 기다리고 있다고 했다. 이태구 씨 자리에 가보니 주변 청소를 비롯해서 말끔히 정리되어 있었다. 조력과 더불어 그의 인품도 엿볼 수 있었다.

이태구 씨는 며칠 전만 해도 보트낚시에서 하룻밤 조과로 월척만 10여 수 이상을 낚았지만 강한 바람을 동반한 한파 때문인지 전날부터 입질이 전혀 없다고 했다. 둘째 날 오전부터 바람이 잠잠하여 이태구 씨도 상류 연밭이 끝나는 지점으로 보트를 띄워 낚시를 시작했고 나도 낮낚시에 집중했다.

▲ 상류에서 바라본 해남 개초지 전경.

상류 연밭 노린 보트낚시에서 4짜 붕어 불쑥

입질은 이태구 씨에게 먼저 들어왔다. 연이 끝나는 지점 수심 80cm에서 38cm의 굵은 붕어가 올라왔다. 미끼는 지렁이. 이태구 씨는 따로 연 제거작업을 하지 않고 직공채비를 활용해 연 사이에 채비를 넣었다. 점심이 되기 전 같은 씨알의 붕어를 한 수 더 낚았다는 알려주었다.

그렇게 점심이 지나고 오후가 되어서 나에게도 첫 입질이 찾아왔다. 중후한 입질에 올라온 녀석은 월척에서 조금 빠지는 9치급 붕어. 정면 4.4칸 대에서 입질을 받았는데 좋지 않은 기상에도 낚여준 붕어를 보니 씨알을 떠나 매우 기뻤다.

이태구 씨의 조황은 오후가 되어도 계속 이어졌다. 오후 3시경 연 사이에서 4짜 붕어를 비롯하여 39cm 붕어를 추가로 낚았다는 연락을 해 왔다. 해가 떨어지고 나서 이태구 씨는 연안으로 철수를 했고 나와 저녁식사를 한 후 휴식을 위해 자리로 돌아갔고 나는 낚시를 계속 이어갔다.

▲ 개초지에서 낚은 9치 붕어를 들어 보이는 필자.

▲ 전주에서 출조한 서철민 씨가 제방에서 낚은 4짜에 육박한 월척 붕어를 보여주고 있다.

바람은 잠잠해졌는데 기온이 너무 내려간 탓인지 날씨가 무척 추웠다. 바람의 영향을 받는 제방권 포인트는 얼지 않았지만 상류 연밭을 중심으로 얼음이 잡히는 것 같았다. 자정이 넘도록 입질은 없었고 야식 준비를 하던 도중에 입질이 들어오는 줄 모르고 늦게 챔질을 하였더니 9치급 붕어가 올라왔다.

▲ 이태구 씨가 보트낚시에서 낚은 월척과 4짜붕어. 이미 첫 산란을 마친 붕어들도 발견할 수 있었다.

▲ 필자는 감성돔7호바늘에 지렁이를 여러 마리 꿰어서 사용했다.

이 입질을 끝으로 밤 시간이 지나가고 아침에 이태구 씨와 차량을 이용해 개초지를 다시 한 번 둘러보며 포인트를 물색했다. 상류 일부 구간에는 얼음이 잡혔고 전체적으로는 결빙이 되지 않은 상화이었다. 마을 앞 최상류는 수심이 너무 얕고 바닥이 전부 보이는 상황이었다. 중류 배추밭 앞으로 급경사를 내려가야 하는 포인트가 눈에 띄었다. 수심은 40~50cm를 보이고 있었고 군데군데 수달이 먹다 남은 붕어들이 보였다. 겨울에는 먹잇감이 부족하여 대부분 비늘 하나도 남김없이 먹는 것이 정상인데 붕어 사체를 보니 머리와 더불어 먹다 남긴 흔적이 많은 것으로 보아 사냥감, 즉 붕어가 많다는 것을 보여주는 증거물이었다.

▲ 지난 1월 1일, 필자에게 개초지 호황 소식을 알려준 최난호 씨가 1월 1일에 개초지에서 낚은 월척 붕어.

▲ 제방에서 촬영한 개초지 좌안 상류.

밤새 이어진 헛챔질 원인은 블루길

나는 과감히 제방권 포인트를 뒤로 하고 중류 연밭 포인트로 자리를 옮겼다. 오전 일찍 옮겨서 점심 무렵에 대편성이 모두 끝났고 바로 낚시를 시작했다. 하지만 강한 바람을 동반한 한파가 시작된 때문인지 입질은 없었고 이태구 씨 또한 입질이 전무한 상황. 확실히 외부 기온이 많이 떨어져서인지 손발이 시렸다.

오후 4시 무렵, 이태구 씨에게 38cm 월척 붕어 한 마리가 올라왔고 늦은 오후 연안으로 철수를 했다. 나는 밤새 입질을 기다렸지만 헛챔질만 이어질 뿐 붕어는 올라오지 않았다. 새벽이 되고 동이 트면서 낮은 기온으로 인한 살얼음이 수면에 잡히기 시작했다. 아침이 되어 살얼음이 녹자 헛챔질이 잦았던 이유를 알 수 있었다. 범인은 작은 씨알의 블루길이었다.

넷째 날 낮까지 낚시를 이어갔지만 강한 한파가 몰려오고 있었다. 낚시터에서 처음 만난 이태구 씨와 아쉬운 작별인사를 하며 헤어졌다. 이번 취재에 도움을 준 이태구 씨와 최난호 씨, 서철민 씨, 태상호 씨에게지면을 빌어 감사의 마음을 전한다.

이덕구 씨, 최난호 씨 일행 모두 낚은 붕어들 중엔 배가 불룩하고 항문이 벌어진 놈들이 많았다고 한다. 2월 말 개초지를 찾는다면 기온이 올라 살얼음이 얼지 않는 최상류 좌우안을 노리는 것이 좋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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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원면 장춘리 76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