낚시인 무시하는 평택시의 폭거행정
낚시를 하지 않는
오산천과 황구지천에서,
낚시로 인한 수질오염을 막기 위해,
낚시를 금지시킨다니!
서성모 편집장
▲ 지난 2월 10일 평택시청 종합상황실에서 열린 오산천·황구지천 낚시금지구역 지정 간담회
평택시는 지난 2월 10일 오산천·황구지천 낚시금지구역 지정 간담회를 열었다. 환경국 생태하천과에서 주최·주관한 이날 간담회엔 평택환경시민행동, 서탄면·진위면 마을 이장 등 현지 관계자들과 한국루어낚시협회 이찬구 회장, 한국배스프로협회 박한종 부회장, 김학현 한국루어낚시협회 프로가 참석했다.
평택시가 공문을 통해 밝힌 감담회 개최 이유는 ‘쾌적하고 안전한 하천을 가꾸기 위해 오산천과 황구지천을 낚시금지구역으로 추진하고 있으며 이에 대한 제안 설명을 하고 의견을 듣고 싶다’였다.
평택시가 낚시금지구역으로 지정하려는 구간은 평택 관할 오산천 4.5km, 황구지천 4km로 총 8.5km다. 오산천과 황구지천 모두 평택호로 흘러드는 진위천의 지류로서, 낚시금지구역 지정 추진 구간은 각 하천의 최하류에 속한다. 기자는 간담회 소식을 한국루어낚시협회 이찬구 회장에게 들었다. 이찬구 회장은 평택시 오성면 신리 진위천 인근에 털보낚시 평택점을 운영하고 있으며 한국낚시협회 부회장을 맡고 있다. 이 회장은 간담회 참석 요청 전화를 받았지만 관련 내용에 대해서는 아무것도 전달 받지 못 했다고 말했다.
기자는 이 회장과의 통화를 마친 후 평택시 생태하천팀 하천관리과에 전화를 걸어 오산천과 황구지천의 낚시금지구역 지정 추진 구간과 추진 근거에 대한 자료를 요구했고 간담회 전날 자료를 받았다. 평택시가 밝힌 ‘오산천·황구지천 낚시금지구역 지정 추진 구간과 추진 배경’은 다음과 같다.
평택시 오산천·황구지천 낚시금지구역 지정 추진 구간과 배경
1. 추진 구간 - 지정 위치_평택관할 오산천 및 황구지천 - 연장_8.5km(오산천 4.5km, 황구지천 4km) - 하천 폭_180m ~ 400m
2. 추진 배경 ■구속력 있는 단속 실시(안전사고 예방) - AI확산방지, 폭우·폭설·한파경보 시 계도만으로 한계 - 하천 내 낚시관련 사건사고 - ‘20년 8월 폭우 시 낚시객 익사(사망 2명) - ‘21년 9월 낚시허용구역(육자봉 앞) 내 낚시객 익사(1명)
■하천 미관개선(쾌적한 생태하천 조성) - 주말 구분 없이 오산천과 황구지천 하천변 쓰레기 수거 등 환경정비를 추진하고 있으나, 쓰레기로 인한 민원은 끊이지 않고 있으며, 낚시·야영·취사 행위 시 발생하는 일반/음식물 쓰레기 등 환경오염에 직접적인 영향을 끼치는 행위가 무분별하게 발생하고 있음.
■수질확보(하천 오염 방지) - 야영, 취사, 낚시행위로 수질오염 가중
■수질개선을 위한 시·군 협력 - 황구지천은 평택시를 제외한 화성시, 수원시 낚시금지지역 기 지정 - 오산천 역시 평택시를 제외한 오산시, 화성시 낚시금지지역 기 지정 |
이번은 당시와 사태의 본질이 다르다. 낚시를 하지 않은 하천에 대해 낚시가 환경을 오염시킨다는 이유를 들어 낚시를 금지시키려 하고 있기 때문이다. 평택시는 평택호 낚시금지구역을 지정하려 했을 때 보였던, 낚시인 반발 정도는 아랑곳 않는 묻지마행정을 이번에도 보여주고 있다.
평택붕어낚시인협회 한수석 회장 “수심 얕고 진입 어려워 낚시를 하지 않는 하천”
평택시 관할 오산천과 황구지천의 낚시 실태를 알아보기 위해 평택붕어낚시인협회 한수석 회장에게 전화를 걸었다. 한 회장은 “오산천과 황구지천은 수심이 얕고 진입 여건이 안 좋아 낚시를 하지 않는 하천이다. 낚시금지구역 지정 얘기를 듣고 얼마 전 돌아봤는데 역시 낚시한 흔적은 찾아보기 힘들었고 강변에 쌓인 쓰레기는 대부분 생활쓰레기였다.
해당 구간은 요즘 하천정비공사가 한창인데 공사 중 나온 폐쓰레기들이곳곳에 보였다”고 말했다.
한 회장의 말대로라면, 평택시는 낚시를 하지 않은 하천을 두고 낚시로 인한 쓰레기, 수질오염을 막기 위해 낚시금지구역으로 지정하려 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평택시의 어불성설 행정은 간담회에서 그대로 드러났다.
평택시 생태하천팀 하천관리과는 시청 대형 회의실에서 큰 화면에 기자에게 보냈던 자료를 띄워 낚시금지구역 추진 근거를 설명했지만 곧바로 낚시계의 강한 추궁을 받았다. 오산천과 황구지천에 버려진 쓰레기라고 올린 사진은 큰 화면에서 더욱 잘 보였는데 살펴보니 평택시가 평택호를 낚시금지시키고 일부 개방한 진위천 구간의 쓰레기였다. 평택시가 제공한 쓰레기통이 또렷이 보였고 그 주변에 쓰레기가 쌓여 있었다. 한국루어낚시협 이찬구 회장은 “오산천, 황구지천의 쓰레기도 아닌 것을 왜 올렸나. 쓰레기통 주변에 쓰레기가 쌓인 것은 낚시인이 쓰레기통을 잘 이용하고 있다는 증거이고 오히려 평택시가 더 큰 쓰레기통과 더 많은 쓰레기통을 준비하지 못한 부실행정을 보여주는 증거가 아닌가” 하고 질책하자 평택시 공무원들은 아무런 말을 하지 못했다.
김학현 프로는 평택시가 낚시금지 추진 배경으로 낚시인 안전사고 방지를 위해 든 익사 사고를 두고 황당했다고 한다. 김 프로가 “나는 평택에 거주하고 있다. 20년 8월 폭우 익사 사고는 평택에서 일어난 물 관련 안전사고여서 알고 있다. 익사자는 낚시객이 아니고 불법어로를 한 외국인이었다. 투망을 던지다가 물에 빠진 것을 왜 낚시객 익사 사고라고 하나”하고 질책하자 역시 평택시 공무원들은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한국루어낚시 이찬구 회장 “낚시인에게 없는 죄를 물어 범죄자로 만들고 있다”
낚시계가 사실을 기반으로 한 질책이 이어지자 평택시는 다음에 다시 한 번 자리를 마련하겠다고 밝히면서 간담회를 마무리했다. 간담회 마무리 자리에서 한국루어낚시협회 이찬구 회장은 “현재 평택시가 추진하고 있는 오산천, 황구지천 낚시금지구역 지정은 낚시를 하지 않는 하천에서 낚시가 수질과 환경을 오염시켜 낚시를 막는다는 터무니없는 얘기다. 없는 죄를 만들어 낚시인을 범죄자로 만들고 있다. 국민의 한 사람인 낚시인의 권익을 짓밟는 명백한 불공정 행정으로 낚시금지구역 추진을 절대 반대하며 강행할 경우 범낚시계와 연대해 반대투쟁을 벌이고 국민권익위원회에 제소하는 등 공론화할 것이다”하고 말했다.
평택시는 지난 2021년 관할 내 진위천, 안성천 84.6km를 낚시금지구역으로 지정해 낚시계의 큰 원성을 듣고 있는 지자체다. 이로 인해 평택호 수면적의 3/4이 낚시금지됐고 현지 낚시점은 문을 닫고 있다. 낚시인에게 ‘낚금 지자체’란 비난을 듣고 있는 평택시가 이번에 다시 낚시금지구역 지정을 추진하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이번은 당시와 사태의 본질이 다르다. 낚시를 하지 않은 하천에 대해 낚시가 환경을 오염시킨다는 이유를 들어 낚시를 금지시키려 하고 있기 때문이다. 평택시는 평택호 낚시금지구역을 지정하려 했을 때 보였던, 낚시인 반발 정도는 아랑곳 않는 묻지마행정을 이번에도 보여주고 있다. 평택시 생태하천팀 하천관리과는 기자와의 통화에서 “간담회 후 오산천·황구지천 낚시금지구역 행정예고를 할 계획이다”라고 밝혔다. 이 정도면 폭거행정이다. 낚시를 하고 쓰레기를 줄이고 수질오염을 막고 하는 문제가 아니라, 낚시인의 권리를 지켜야 하는 문제다. 오산천·황구지천 낚시금지구역 지정 반대에 범낚시계가 연대투쟁에 나서야 할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