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 20일부터 전남지역에 폭설이 이어졌다. 내가 사는 광주 역시 크리스마스이브까지 계속된 폭설로 인해 40cm 이상의 눈이 쌓였고 도로는 녹지 않는 눈으로 대혼란이 일어났다. 다행히 크리스마스 이후 눈은 더 이상 오지 않았지만 기온이 너무 떨어진 탓에 눈이 녹지 않아 배스낚시를 갈 엄두가 나지 않았다. 하지만 굶주린 손맛을 해결해야 했고 결국 물이 얼지 않은 곳으로 가자고 생각한 후 새해를 맞아 1월 1일 배스낚시 출조 계획을 세웠다.

크리스마스 이후 하루 간격으로 날씨를 체크하고 자주 다니던 담양 영산강을 살펴봤지만 꽁꽁 얼어있는 영산강은 녹을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겨울 배스를 만나고 싶던 나는 문득 한곳이 떠올랐다. 혹독한 겨울에도 얼지 않던 무안의 유당수로다.

유당수로는 서해로부터 해수가 유입되고 지면이 높아 물이 쉽게 얼지 않아 겨울에 붕어낚시인도 자주 찾는 포인트로 유명하다. 나는 서둘러 배스낚시 장비를 챙겨서 광주에서 50분 거리의 무안에 진입했다. 곳곳에 녹지 않은 눈들이 빙판으로 변해 있어 폭이 좁은 논길에 들어서기가 쉽지 않았다.

드디어 목적지인 유당수로 하류에 도착. 하지만 포인트에 도착하자마자 한숨이 나왔다. 하류부터 시작해 유당수로가 모두 얼어 있었기 때문이다. 상류만 조금 녹았을 뿐 이 시기에 빼곡하게 연안에 있어야 하는 붕어낚시인들도 보이지 않았다. 나처럼 이곳에 낚시를 하러 왔던 다른 낚시들의 헛웃음 소리도 들렸다.

유당수로만 생각하고 온 터라 기운이 빠졌다. 하지만 이왕 이렇게 된 거 필드 탐사를 해보자는 생각으로 다음 곳으로 향했다. 선택의 폭이 좁았지만 강폭이 넓은 영산강 함평 동강대교로 출발했다.

이곳 역시 강추위로 인해 넓은 수면에 살얼음이 잡혔지만 강풍으로 너울이 생긴 덕분인지 살얼음이 깨져 녹고 있었다. 강한 추위였지만 채비를 체결하고 첫 캐스팅. 노싱커리그에 스트레이트웜을 사용했지만 바람으로 인해 착수가 늦었다. 하지만 겨울 배스를 만나려면 인내는 필수. 저수온으로 먹이활동이 현저히 둔해지고 물색까지 탁했기 때문에최대한 자연스러럽게 루어를 운용해 입질을 유도해야 했다. 작년의 기억을 더듬어 겨울에 배스가 모인 곳을 예상해 캐스팅을 했지만 입질은 없었다. 그러고 보니 가뭄 탓인지 수위가 작년에 비해 매우 낮았다. 분명 배스는 겨울을 나려 어딘가에 모여 있을 것이라 생각하고 탐색하듯 깊은 곳에서부터 얕은 구간까지 캐스팅을 이어갔다.

얼마쯤 시간이 지났을까? 수심 1m권 섈로우 구간의 브레이크라인에서 입질이 들어왔다. 배스 입질이라고 하기엔 너무 약했지만 라인의 텐션으로 무게감을 확인했다. 강하게 챔질! 배스가 맞았지만 스피닝릴 드랙을 너무 잠근 탓에 4lb 카본라인이 허무하게 터지고 말았다.

너무나 아쉬운 마음에 괴성이 터져 나왔지만 패턴과 장소를 확인했으니 희망이 보이는 듯다. 함께 출조한 동생들에게도 캐스팅 방향과 루어 운용 패턴을 알려주고 같은 곳을 공략하기 시작했다.

입질을 받은 곳보다 좀 더 멀리 캐스팅하여 바닥을 끌어오는 패턴으로 노리던 중 같은 곳에서 동생이 먼저 배스를 낚아냈다. 30cm 후반 배스지만 런커급 사이즈 배스를 낚아낸 것보다 부러웠다.

낚시를 해보니 작년보다 깊은 곳에 배스가 모여 있을 것이라 생각하여 수심이 3m 정도 나오는 먼 곳을 노렸고 나 역시 30cm 배스를 낚아내는 데 성공했다. 그 이후 큰 씨알은 아니지만 잠시 마릿수 조과를 보였고 동강교에서 올해 첫 배스 출조를 마무리할 수 있었다.

▲ 함평 영산강 연안. 혹한에도 수면이 얼지 않아 낚시를 할 수 있는 포인트다.

▲ 배스를 올리고 있는 최광석 씨. 30~40cm 배스가 마릿수 조과를 보이고 있다.

▲ 40cm급 배스로 손맛을 본 낚시인들. 상단부터 김상현, 필자, 김해결 씨며 아래는 최광석 씨. 영산강 함평 구간은 의뢰로 배스의 활성이 좋아 30~40cm 씨알이 마릿수 조과를 보였으며 수심 1m 섈로우 구간에서도 입질이 잘 들어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