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습지나 우포늪과 같은 얕은 호수에서는 수생식물이 빼꼭히 자라고 있는 넓은 습지를 볼 수 있다. 연꽃이 피는 멋진 경관을 연출하여 사진기를 들고 찾아가는 명소가 되기도 한다. 다양한 동물의 서식처를 제공하므로 수생식물의 존재는 호수생태계 건강성을 높이는 데에 매우 중요한 요소이다. 그런데 식물이 너무 많으면 수중 산소고갈로 어류폐사가 발생하며, 내성이 강한 동물만 생존하여 오히려 동물 다양성이 감소하는 역효과를 초래한다. 과유불급, 지나치게 많으면 부족한 만 못하다는 말이 여기에도 적용되는 표현인 것 같다.

수생식물은 곤충유생이나 새우가 뜯어 먹을 수 있는 먹이를 제공한다. 잉어 같은 물고기도 수생식물의 연한 부분이나 씨앗을 잘 먹는다. 수중의 식물 잎에는 미소 부착조류가 많이 붙어 살고 있는데 이것이 식물 자체보다 더 좋은 먹이가 되기도 한다. 물벼룩도 부착조류를 긁어먹기를 좋아하여 식물 잎 표면에 많이 붙어 산다. 이런 작은 동물들은 어류의 먹이가 되므로 식물대에는 자연히 먹이를 찾는 어류도 많이 모이게 된다.

식물은 어류의 산란장으로도 중요하다. 호수의 바닥 저질에는 산소가 부족하여 저질에 알을 낳게 되면 산소 부족으로 부화할 수 없다. 유속이 빠른 하천에서는 바닥에서도 산소가 풍부하여 돌 틈에 알을 낳아도 부화한다.

그러나 호수에서는 물의 흐름이 없어 심층과 저질의 산소농도가 낮다. 특히 부영양호에서는 심층 산소고갈이 심하여 깊은 곳의 저질은 항상 무산소 상태이므로 산소가 풍부한 표면 가까운 식물에 알을 붙여 두어야 부화할 수 있다.

수생식물이 많으면 호수생태계에 좋은 것으로 평가하지만 호수의 절반은 식물이 덮지 않은 개방수면(open water)을 유지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식물이 밀생한 곳에는 산소부족이 발생하기 쉽기 때문이다. 식물이 많으면 잎과 줄기가 바람을 막기 때문에 바람이 불어도 물이 움직이지 않는다. 수면에서는 대기와 접촉하고 있어 산소가 충분히 녹아 있는데 수면의 산소가 심수층으로 전달되려면 물이 움직여야 한다. 물을 휘저어 주는 역할은 바람의 몫이다.

개방수면의 호수에서 바람이 불면 표면 2m 이내는 늘 혼합되어 산소가 충분히 존재하며 더 깊은 곳으로도 서서히 전달된다. 그런데 식물이 밀생한 곳은 바람의 작용이 억제되어 물이 움직이지 않으므로 산소가 표면 10cm 이내에만 공급되며, 식물이 밀생한 곳에서는 수심이 50cm 정도만 되어도 아래층에서 산소부족이 나타난다.

▲ 수생식물이 과밀한 습지. 이런 곳은 빛이 차단되고 산소고갈로 어류폐사가 발생하기도 하며 내성종만 생존할 수 있다.

식생대에서 산소가 부족해지는 또 하나의 원인은 식물의 잎이 빛을 가려 수중의 광합성을 억제하는 것이다. 광합성에서는 산소가 발생하기 때문에 식물플랑크톤이 사는 호수의 표수층에는 산소가 풍부하다. 그런데 식물의 잎이 빛을 가리면 수중 광합성이 감소하여 산소 생성이 줄어든다. 특히 연과 같은 넓은 잎은 빛을 가리면서 동시에 대기로부터 수면으로 확산하는 산소도 차단하여 산소 부족에 가장 나쁜 영향을 미친다. 수중의 침수수초나 식물플랑크톤이 생성하는 산소는 물속으로 녹아든다. 그러나 물 밖으로 노출된 연잎이 생성하는 산소는 물 밖의 대기로 배출된다.

식물의 사체가 분해될 때 산소를 소비하는 것도 산소 부족의 주요 원인이다. 수생식물대는 단위면적당 광합성량이 지구상에서 가장 높은 곳이다. 뿌리가 수중에 있어 물을 충분히 얻을 수 있고 저질 속의 영양염류를 흡수한다. 한편 잎은 물 밖에 있으니 광합성에 필요한 빛을 이용하기 쉬운 최적의 조건을 가지고 있다. 광합성 과정에서 생성된 산소는 잎의 표면을 통하여 대기중으로 내보내고, 반면에 시든 잎이 가라앉아 분해될 때는 수중의 산소를 소비한다. 식물대의 저질에는 식물 사체에 기인하는 유기물이 많이 퇴적되어 분해되고 있으며 산소소비량(BOD)이 월등히 높아 산소 부족을 더욱 부추긴다.

그러므로 수중식생대가 좋은 동물 서식지가 되기 위해서는 산소가 풍부한 개방수면이 가까이 있어야 한다. 미국의 인공습지 조성 지침을 보면 습지의 중앙부는 수심을 깊게 하여 식물이 살지 않는 개방수면을 유지하고 수변식생대는 개방수면과 연결되어 산소가 있는 물과 동물이 접근할 수 있는 구조로 만들도록 권장한다. 개방수면의 표면은 바람에 의한 혼합이 가능하므로 산소가 풍부한 표면수를 식물대로 이동시키는 역할을 한다. 호수의 가장자리는 얕고 경사를 가지는 식물대로 만들어 생물 서식처를 제공하고, 중앙부는 수심을 깊게 하여 부유물이 침전하더라도 오랫동안 수심을 유지하여 수질개선 기능을 하는 구조이다.

식물이 살지 않는 개방수면을 유지하려면 2m 이상의 수심이 필요하다. 얕은 습지가 넓게 펼쳐진 곳에서는 중앙부에 고랑을 만들어 산소가 많은 개방수면으로부터 어류가 이동하면서 습지에 접근할 수 있는 이동통로를만들어 주기도 한다. 이 개념은 얕은 습지의 모기를 줄이기 위해서도 사용되는 방법이다.

산소가 부족한 습지의 큰 단점 중 하나가 모기의 창궐이다. 모기 애벌레는 물고기의 눈에 잘 띄어 좋은 먹이가 되므로 물고기가 살 수 없는 환경에서 크게 번성할 수 있다. 모기 유충은 꼬리 끝에 공기를 흡입하는 기관이 있어 수면에서 이 끝을 물 밖으로 내밀어 공기를 마실 수 있으므로 산소가 전혀 없는 곳에서도 생존이 가능한데, 이런 곳에는 포식자인 물고기가 없어 모기의 생존에 더 유리하다. 모기 제거를 위해 미꾸라지를 넣기도 하는데 미꾸라지는 산소가 없는 습지에서도 수면의 공기를 마시면서 생존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개방수면을 만들어 주는 것이 더 근본적인 대책이다.

근래 많은 곳에 얕은 인공습지가 만들어져 있는데 수질을 개선한다는 목적을 표방하고 있으나 실제 수질개선 효과는 거의 없다. 건설 초기에는 토양이 인을 흡착하는 기능이 있으나 수년이 지나면 인으로 포화되어 이후에는 인이 재용출되기 때문이다. 식물 사체에서 용출되는 갈색의 부식질은 TOC와 COD를 증가시키며 오히려 수질악화의 원인이 되는 사례가 많다. 게다가 어류도 살기 어려운 환경이니 별로 도움이 되지 않는 서식지이다.

넓게 펼쳐진 얕은 인공습지, 또는 우포늪과 같이 수생식물이 밀생한 습지에 어류가 생존할 수 있는 개방수면의 피난처를 만들어 주기를 제안한다. 군데군데 수심이 깊은 개방 수면을 만들고 주변의 습지로 고랑을 만들어 주면 이를 통하여 어류가 이동하면서 생존할 수 있고 모기 유충도 먹어치울 것이다. 피난처에는 산소를 공급해 주는 것도 선진국에서 흔히 사용하는 좋은 방법이다. 공기펌프나 산소탱크로 공급하기도 하고, 고체산소를 사용하는 화학적 방법도 가능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