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진도 보전호 양수장 뒤편 부들밭에 좌대를 펼친 필자. 동이 트고 아침햇살이 비치고 있다.

겨울을 맞아 전남 진도로 남도 원정 계획을 세웠다. 12월 24일에 출발해 4박5일 일정을 짰지만 출조 당일부터 한파 예보가 들려왔다. 남도에는 때 아닌 폭설이 내려 도로 여건도 좋지 않다고 했지만 아무리 혹한이 와도 웬만해선 수면이 얼지 않는 지역이 진도와 완도이므로 믿음을 가지고 출조를 강행했다.

작년과 재작년에 진도를 찾았던 나는 이번엔 완도로 출조하려 했으나 완도지역의 낚시터 수면이 얼었다는 정보를 듣고 진도로 출조지를 바꿨다. 지난 24일 새벽 2시, 논산에서 출발해 진도까지는 천천히 가도 4시간이면 충분히 도착할 거리지만 정읍에서부터 시작된 폭설로 인해 고속도로도 상황이 좋지 않았다. 시속 50~70km로 가다보니 진도까지 6시간 가까이 걸렸다.

내가 찾은 곳은 진도군 지산면 거제리에 있는 수면적 26만여 평의 보전호였다. 보전지까지 가기 전 저수지와 수로를 둘러보다 보니 현장에 도착해보니 오전 8시가 됐다. 기상예보와 달리 바람이 강하게 불지는 않았지만 언제 돌풍이 닥칠지 몰라 북서풍을 피하면서 아늑하게 낚시를할 수 있는 양수장 뒤편 부들밭 앞에 자리를 잡았다.

보전호는 물이 빠져있었다. 양수장 포인트의 수심이 80cm~1m가 나와야 할 텐데 당일 수심은 40~80cm를 유지하 고 있었다. 4박5일의 긴 일정을 생각해서 대형 좌대와 대형 텐트를 설치하고 2.4칸~4.8칸 대로 부들 안쪽과 바깥쪽을 중심으로 10대를 편성했다. 낚싯대를 편 후 밤낚시를 위해 휴식을 취했다. 저녁부터 본격적인 낚시를 시작했다. 보전호는 낮낚시도 가능하지만 밤에 입질이 잘 들어오기 때문에 밤낚시에 집중하기로 했다.

첫날은 채집망에 새우미끼가 들어오지 않아 10대 모두 지렁이를 사용했다. 어둠이 깔리고 본격적인 입질이 시작되었다. 첫수로 낚인 붕어는 5치급 작은 붕어. 추운 동절기 얕은 수심에서 나온 붕어는 씨알을 떠나 손맛은 좋은 편이었다. 보전호는 겨울에도 굵은 붕어의 입질이 곧잘 들어오는 곳인데 첫 입질에 잔 씨알의 붕어가 나와서 의아하기도 했지만 한겨울에 물낚시에서 찌맛을 보니 어느새 잔 씨알의 실망감은 사라졌다. 이윽고 지렁이 미끼에 5~7치 붕어가 계속 낚였다. 기상예보와 다르게 첫날은 바람이 불지 않았고 영하권으로 떨어진 기온 탓인지 새벽 2시가 넘어가자 부들을 끼고 있는 얕은 수심부터 살얼음이 잡히기 시작했다.

하지만 살얼음이 잡혀도 붕어의 먹성을 막을 수는 없었다. 얕게 얼은 얼음 때문에 찌를 시원하게 올리지는 못하지만 찌를 물속으로 끌고 가며 작은 붕어의 입질이 계속 이어졌다. 살얼음이 계속 잡혀서 나도 낚시를 쉬기로 했다.

▲ 멀리 건너편에 보이는 곳이 공중화장실 포인트다. 보전호 최고 명당으로 꼽힌다.

▲ 겨울바람을 맞으며 파릇하게 자라고 있는 파. 진도 명물이다.

▲ 필자가 출조 이튿날 보전호 양수장 뒤편 부들밭에서 낚은 붕어를 보여주고 있다.

▲ 장기간 낚시에 고른 영양을 섭취하기 위해 연어 스테이크를 준비해 먹었다.

▲ 수달이 붕어를 훔쳐가지 못하게 살림망에 빈 가스통을 넣어두었다.

▲ 보전호 제방도로 전경. 보전호 주변으로 도로 포장이 잘 되어있어서 차량으로 접근성이 좋다.

둘째 날 오전에는 보전호 전체 수면에 살얼음이 잡혔다. 살얼음은 강한 북서풍이 불기 시작하면서 깨지고 30분 만에 순식간에 녹아버렸다. 낮낚시를 해봤지만 입질은 없었고 이른 저녁 식사 후 밤낚시에 임했다.

밤이 되자 강한 바람이 계속 불었다. 하지만 남도는 바람이 불어야 조황이 좋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낚이는 씨알이 7~9치로 굵어졌고 첫날보다 많은 입질이 들어왔다. 채집된 새우와 지렁이 미끼를 병행해 사용하면서 글루텐도 사용했는데 붕어는 주로 지렁이에 입질을 했고 새우에는 낱마리 입질이 이어졌다.

붕어 입이 얼마나 큰지 잔 씨알도 감성돔 7호 바늘을 꿀꺽 삼키고 올라왔다. 내가 자리를 잡은 양수장 포인트는 수초와 양수장 건물이 바람을 막아주다 보니 강풍 영향은 적었다.

해마다 겨울 남도를 다니면서 느끼지만 수면이 장판 같이 고요하면 오히려 입질이 적고 바람이 조금이라도 불어주면서 수면이 일렁이면 조과가 월등히 좋았던 경험이 많다. 역시나 이번 여정에서도 바람 덕분에 조금이라도 큰 씨알의 붕어를 만날 수 있었던 것 같다고 생각한다.

붕어 조황이 마릿수로 이어지면서 간간이 묵직한 손맛을 안겨준 녀석은50cm 전후의 잉어였다. 보전호는 생미끼에 잉어가 잘 낚이는 편인데 봄에는 1m급 대형 잉어도 올라온다. 바람 덕분에 둘째 날은 살얼음이 잡히지 않아 동이 트기 전까지 찌맛과 손맛을 즐길 수 있었다.

셋째 날 역시 낮낚시에는 큰 반응이 없었고 어둠이 깔리면서 작은 씨알이지만 붕어 입질이 꾸준히 들어왔다. 글루텐에는 반응이 전혀 없었고 지렁이와 새우에만 입질을 했다. 부들 안쪽에 편성한 낚싯대에는 입질이 적었으며 부들이 끝나는 지점과 독립된 수초군락에서 입질이 집중적으로 들어왔다.

재작년에 보전호로 출조했을 때도 낮낚시는 되지 않고 밤낚시에 주로 붕어가 낚였는데 이번 출조 때도 한낮에는 입질이 없고 밤과 오전에 입질이 집중되었다. 새벽이 되면서 바람이 멈추더니 이윽고 수초가 밀생한 내 자리에 살얼음이 잡히기 시작했다. 미련 없이 텐트 안에서 휴식을 취하고 오전에 살얼음을 깨고 몇 수의 붕어를 낚은 후 철수할 준비를 했다.

보전호는 미끼에 따라 입질 빈도가 좌우되는 경향이 강하다. 지렁이, 새우, 참붕어(봄 시즌)를 준비해 가길 바란다. 새우와 참붕어는 현장 채집이 가능하나 안 되는 경우도 많기 때문에 미리 준비를 하는 것이 좋다. 북서풍을 피할 수 있는 최고의 명당은 이번에 소개한 양수장 앞과 마을 앞 공동화장실 앞이다.

보전호 주변 마을사람들은 낚시인에 대한 인심이 좋다. 간혹 몰지각한 사람들의 공중화장실을 사용하는 데 문제를 일으키는가 보다. 현장에서 마을주민 한 분은 공중화장실을 깨끗하게 사용하고 뒷정리에 신경 써주길 당부했다.

▲ 보전호 제방을 따라 무성하게 자라 있는 갈대와 부들. 이 자리는 북서풍을 피해 편안하게 낚시를 즐길 수 있다.

▲ 궂은 날씨에도 올라온 보전호 붕어를 들어 보이며 행복해 하는 필자.

▲ 보전호에서 겨울철 주요 미끼로 통하는 지렁이. 바늘에 서너 마리를 꿰어 쓴다.

▲ 보전호에 도착한 직후 4박5일간의 긴 일정을 보낼 대좌대를 설치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