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충주호 좌대에서 맞은 2023년 새해 일출. 색다른 경험이었다.

▲ 낚시 당일 월척이 올라온 조경주 씨가 탄 좌대. 완경사면에 놓인 좌대였다.

▲ 필자가 낚시 오기 며칠 전 제일좌대 손님이 올린 43cm 월척.

2022년을 마감하는 동시에 해맞이를 위해 아내와 함께 찾은 곳은 충주호 내사리의 제일낚시터다. 몇 해 전 포항 호미곶을 찾아갔다가 길이 막혀 도로에서 일출을 맞이한 악몽이 떠올라 올해는 ‘내륙의 바다’에서 해를 맞기로 했다.

12월 30일 오후에 서울을 출발, 일단 수안보온천에 들러 체크인 후 온천욕을 즐겼다. 그후 이동한 곳은 문경에 있는 한국관이라는 한식당.

충주에서 국도로 약 30분, 문경새재IC에서는 1분 거리에 있는 곳으로 관광객들도 즐겨 찾는 맛집이다. 그리고 바로 이 식당의 주인은 충주호 붕어낚시 매니아로 잘 알려진 유정수 씨로 나와도 인연이 있었다. 모처럼 충주호를 찾는다고 하니 나를 식사에 초대했다.

한국관의 주 메뉴는 정식과 올갱이전골 등이며 한우 갈비살과 약돌 삼겹살 등의 인기가 높다. 이날은 사장님이 갈비살을 추천했다. 숯불에 연한 갈비살을 구우니 입에 착착 붙는다. 사장님이 술도 못하는 나에게 더덕동동주를 한 잔 따라 주었다. 달짝지근한 것이 입에 착 달라붙었다. 동동주 한 잔을 쉽게 마시니 아내도 깜짝 놀라는 눈치다. 그렇게 맛있는 식사를 하고 호텔로 돌아와 하룻밤을 편안하게 쉴 수 있었다.

다음날 오전 느지막이 호텔을 나와 점심식사를 한 후 제일낚시터로 향했다. 이날은 영하 10도를 훌쩍 넘어가는 한파가 지속되고 있어 낚시터에는 아무도 없을 줄 알았다. 그러나 좌대 한 동이 이미 예약되어 있었고 우리까지 두 팀이 낚시를 하게 됐다.

이날의 충주호 수위는 135.1m를 넘고 있었다. 저수율도 64%에 이르는 등 예년에 비해 많은 물을 가두어 두고 있었다. 그에 따라 상류권 완경사 지대에 좌대가 넓게 포진하고 있었다. 그중 필자는 하류권 산자락 아래 깊은 수심에 놓인 좌대에 올랐다, 우리 좌대 뒤쪽에 있는 좌대는이름만 대면 알 정도로 유명한 배우의 개인 좌대라고 한다.

3.4칸 대를 펴 수심을 맞추는데 찌가 한없이 들어갔다. 거의 초릿대 부근까지 찌를 올릴 정도였다. 평균 5m가 넘는 수심이었고 중앙의 긴 대는 수심이 6m를 훌쩍 넘고 있었다. 아무리 겨울이지만 5~6m는 너무 깊은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미끼는 우선 옥수수를 달아 놓았고 어둠이 내리면 글루텐도 함께 사용하기로 했다.

이곳 제일낚시터는 완만한 경사를 지니고 있어 갈수기에 풀들이 많이 자라고 오름수위가 되면 붕어들이 몰려드는 특급 포인트로 변한다. 또한 영하 10도 이하로 기온이 내려가는 강추위에도 얼지 않는 특성이 있어 한겨울인 1월에도 물낚시를 할 수 있다.

수면이 얼지 않는 이유 중 하나로 매일 이루어지는 발전방류가 적잖은 영향을 미친다. 대류가 심할 때는 수위가 15cm가량도 오르내릴 정도이기 때문이다.

제일낚시터의 좌대는 모두 20여 동이며 그중 일부에는 태양열 전기를 사용하는 에어컨, 냉장고, TV 등이 구비돼 있다. 난방은 LPG를 이용한 온수 보일러를 사용 중이다.

오후 5시에 이른 저녁식사를 하고 자리에 앉았다. 그 사이 어둠이 찾아왔고 서둘러 전자케미에 불을 밝혀 찌를 세웠다.

밤이 되면서 미끼를 옥수수에서 옥수수어분글루텐으로 교체했다. 수온이 10도 정도로 낮아 글루텐 떡밥이 잘 풀릴까 걱정했지만 원래이곳 붕어들은 글루텐을 좋아했기에 기대를 갖고 낚시를 시작했다.

이미 따 놓았던 캔옥수수를 밑밥으로 조금씩 나누어 뿌리고 11대의 낚싯대 모두 옥수수어분 글루텐을 달았다. 밤이 깊어갈수록 기온은 큰 폭으로 떨어졌다, 발전방수로 인해 찌 높이도 10cm가량 낮아져 있었다.

그에 따라 찌 높이도 조금씩 높아졌지만 수심이 너무 깊다보니 일일이 찌 높이를 조절하기가 쉽지 않았다. 그냥 지켜보고 있자니 얼마 후 수문을 닫았는지 찌 높이가 원래대로 돌아와 있었다.

밤 9시가 지날 즈음 옆에 앉아 있던 집사람이 “저거 입질 아니야?”하고 소리쳐 바라보니 찌가 두 마디 쯤 올라왔다가 내려가고 있었다. 어렵게 한 번 찾아온 입질을 그렇게 놓치고 말았다. 밤 10시까지 지켜보다가 날씨가 너무 추워지는 바람에 한 대 건너 한 대 걷은 후 방으로 돌아갔다.

새벽 2시에 일어나 나와 보니 바람도 불고 찌 6개도 그 자리에 서 있었다. 다시 방에 들어가 잠시 눈을 붙인 후 일어나 보니 새벽 4시가 지나고 있었다.

새벽에 입질이 붙을 것이라는 사장님의 말이 있었기에 다시 자리에 앉아 글루텐을 달아 찌를 세웠다.

정말 새벽 4시50분쯤이 되니 중앙에 있던 4.2칸 대의 찌가 꿈틀거리며 살며시 솟아올랐다. 두 마디 쯤 올라왔을 때 주춤하는 것을 보고 챔질하자 손끝에 강한 힘이 전해 왔다. 옆으로 끌고 가며 저항하는 통에 낚싯대의 간격이 좁아 옆 채비를 감아버릴 기세였다. 더 끌고 가지 못하게 강제로 제압해 물위에 끌어올리니 거의 4짜급 붕어였다. 새해 첫날 4짜라면 정말 대박이 아닌가? 하지만 뜰채에 담긴 붕어는 허리급으로 보였고 다시 계측자에 올리니 아쉽게도 34cm의 월척 붕어였다.

그리고 잠시 뒤 또 다시 입질을 받았으나 이번에 올라온 녀석은 누치였다. 얼마 뒤 이번에는 살짝 끄는 입질이 있었지만 아쉽게도 빈 바늘만 허공을 갈랐다. 이후 이렇다 할 입질이 없이 2023년의 날이 밝고 말았다.

이날 아침 기온은 영하 9도에 달했고 낚싯대는 꽁꽁 얼어 얼음을 털어 내며 대를 접느라 생고생을 했다.

이날 다른 좌대를 탔던 조경주 씨는 33.5cm의 붕어 한 수와 더불어 필자와 마찬가지로 누치 몇 마리로 아쉬움을 달랬다고 한다.

며칠 전에는 분명 43.5cm의 대물붕어도 낚이는 등 제법 마릿수 조과가 나왔다는데 이날은 너무 추워서인지 큰 재미는 볼 수 없었다.

제일낚시터에서 조금 더 하류권에 자리하고 있는 문골낚시터 역시 한겨울에도 영업을 하고 있다. 문골낚시터 역시 모든 좌대에 전기가 공급되므로 따뜻하게 겨울낚시를 즐길 수 있다. 1월의 마지막 4짜를 노려보며 충주호를 찾아보는 것도 색다른 경험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