갯바위 원투낚시인에게 겨울은 그리 반갑지 않은 계절이다. 북쪽에서 불어오는 찬바람에 기온과 수온이 동시에 하락하면서 근해권 어종들의 활성 또한 떨어지기 때문이다. 그런 이유로 이 계절에 엄지손가락 크기의 개불 미끼는 부담스럽기 짝이 없다.

그래서 나는 겨울이 되면 낚기 어려워진 감성돔보다는 산란기를 맞아 내만으로 몰려드는 대물 돌가자미를 주력 어종으로 삼는다.

지난 겨울에는 숱한 꽝을 맞았지만 올 초겨울은 화창한 날씨가 지속돼 지난 12월 10일 남해 미조를 찾았다. 1년 만에 찾은 미조항의 대림호 선장님 내외 분이 오랜만에 왔다며 반겨주셨다.

선장님의 말에 의하면 최근 기상이 좋지 않아 조황이 썩 좋지 않았다고 한다. 그리고 오늘은 오랜만의 좋은 날씨이긴 한데 그만큼 많은 낚시인이 몰려 좋은 포인트에 들어가기가 쉽지 않다고 하셨다.

그 결과 애초 목적한 목과도 주변 여 포인트는 근처에도 가보지 못한 채 호도의 동쪽 작은 여에 하선했다. 이 선택은 내 낚시 인생에서 잊을 수 없는 최고의 선택이 되었다.

포인트에 내려 채비를 마치자 날이 밝아왔다. 이미 몇 차례 낚시해본 포인트였기에 물속 사정은 훤히 알고 있었다.

채비를 60m가량 캐스팅. 빠른 조류 탓에 원하는 지점에 채비 안착이 어려웠다. 돌가자미는 조류가 빠를 때는 모래를 파고들어 숨기 때문에 입질 확률이 낮아진다.

만조를 지나 물돌이 시간이 되길 기다리며 휴식을 취했다. 조류 속도가 느려진 시점에 다시 한 번 힘차게 캐스팅을 했다. 머지않아 초리대의 텐션이 풀리면서 원줄이 축 늘어졌다, 전형적인 돌가자미 입질이었다. 다시 한 번 원줄을 감아 텐션을 주면서 추가 입질을 기다렸다. 다시 들어온 입질을 놓치지 않고 챔질하자 돌가자미 특유의 꿀렁이는 묵직한 저항이 전달됐다. 좀처럼 수면에 떠오르지 않던 녀석은 발 앞에 다 와서야 널따란 몸체를 보여주었다.

뜰채 없이 너울에 돌가자미를 실어 갯바위로 힘껏 당겨 올렸다. 다행히 주둥이가 터지지 않았고 목줄도 터짐 없이 녀석을 포획할 수 있었다. 낚시점에 돌아와 계측해보니 63.3cm가 나왔고 저울에 올려보니 3.1kg이었다.

경산으로 복귀해 아는 횟집에 손질을 맡겼다. 30년 경력의 주방장님이 이런 대물은 처음 손질해 본다며 감탄을 금치 못했다. 줄가자미보다 더 쫄깃하고 찰진 식감에 온 가족이 풍성하고 즐거운 저녁 시간을 보내며 만족스럽게 이번 출조를 마무리했다.

▲ 미조항으로 철수 후 돌가자미를 계측했다.

▲ 미초 호도 동편 작은여에서 원투낚시로 올린 63.3cm 돌가자미를 보여주는 필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