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정도 씨알이면 훌륭합니다.” 25cm가 넘는 볼락을 낚은 문지환 씨.

올해 겨울은 유난히 더 춥지만 낚시인의 출조 열기는 식을 겨를이 없다. 먼바다 왕오징어나 내만 호래기 등 두족류를 비롯해 참돔, 대전갱이, 볼락, 열기 같은 물고기가 잘 잡히고 있기 때문이다. 갯바위는 포인트마다 녹색 집어등을 밝히고 있는 것으로 보아 볼락 시즌이 본격적으로 시작된 듯하다. 아직은 시즌 초반이지만 그 특유의 탈탈거리는 손맛이 그리워 출조를 나섰다.

이 시기에는 방파제, 갯바위 같은 연안보다 낚싯배로 어초를 공략하는 것이 낫다고 판단해 선상낚시를 하기로 했다. 부산 기장 일대에서 큰 볼락을 잘 잡기 유명한 낚싯배로 온바다호가 있는데 그 배를 타기로 했다. 처음 계획했던 날은 기상악화로 출조가 취소되고 12월 20일에 다시 출조를 했지만 전날 분 강풍으로 인한 너울 여파로 인해 물색이 좋지 않았다. 물색이 좋지 않았지만 일 단 배가 뜰 수 있는 상황이어서 출조하기로 했다.

기장 앞바다는 포인트가 광범위하지만 바닥 지형이 좋다고 해서 볼락이 다 있는 것은 아니다. 여러 해 낚시를 나가본 선장님의 노하우가 발휘되어야 큰 볼락을 만날 수 있다. 첫 포인트는 온정마을 앞 수중여 포인트. 빠른 조류로 인해 공략하려 했던 포인트에서 살짝 벗어났다. 볼락은 주로 수중여나 어초에 숨어 있다가 먹잇감이 보이면 공격한 후 다시 자기가 숨어있던 곳으로 들어가기 때문에 낚싯배가 포인트를 살짝이라도 벗어나면 입질을 받을 수 없다. 닻을 다시 올린 뒤 다시 포인트로 진입한 후 배를 고정시켰다.

수심은 15~16m. 물때를 보니 들물이라 부산 쪽으로 조류가 흘러 뻗어 나가고 있었다. 이런 상황이라면 지그헤드는 5g부터 10g까지 무겁게 준비하는 것이 좋다. 이날도 처음에는 7g을 사용했다가 결국 10g으로 바꾸어 바닥을 찍을 수 있었으며 조류가 멈출 시점에서 5g을 사용했다.

▲ 필자가 사용한 5~10g 텅스텐 지그헤드. 최근에는 조금 비싸더라도 비중이 높아 빨리 가라앉는 텅스텐 지그헤드를 많이 사용하고 있다.

7g 지그헤드를 사용해 바닥층을 노리니 숏바이트가 많이 생겼다. 지그헤드에는 청갯지렁이나 웜을 꿰어 사용했는데 청갯지렁이를 쓰면 끝만 잘려서 돌아오는 현상이 이어졌다. 그래서 웜으로 바꾸고 같은 포인트로 흘려보내니 한 번 채비를 흘릴 때마다 5~6번의 입질이 들어왔다.

볼락이 자꾸만 웜 끝만 물고 늘어지는 것 같아 조금 짧은 것으로 교체하니 미끼를 잔뜩 먹은 용치놀래기가 올라왔다. 다시 생미끼를 달고 낚시를 시작했지만 복어, 벵에돔, 보리멸 등 다양한 잡어가 올라오기 시작했다. 결국 큰 볼락을 찾아 포인트를 옮기기로 했다. 두 번째 포인트는 수심이 20~22m로 조금 더 깊었다. 지그헤드 무게를 10g으로 올려서 낚시를 시작했다. 선장님은 “바닥이 뾰족한 지형이어서 채비 손실이 심하다. 조류에 따라 채비를 흘리다가 뾰족한 지형 안으로 채비가 들어가야 볼락의 입질을 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반대편에서 먼저 “히트!”하는 외침이 들렸다. 묵직하게 휘는 낚싯대가 부럽기만 했다. 볼락으로 생각했던 고기는 사이즈 좋은 열기였다. 그 후 보리멸 등 잡어와 함께 볼락이 낚이기 시작했다.

잠시 고민을 하던 선장님은 “캄캄한 밤이 되기를 조금 더 기다려보자”고 말했다. 밤 8시쯤 되어 지그헤드를 7g으로 바꾸 고 조류에 흘려 보았다. ‘토독토독’ 숏바이트만 들어오다가 어느 순간 뭔가 ‘덜컹’하는 느낌이 전해왔다. 반사적으로 낚싯대를 들어보니 낚싯대가 아래 쪽으로 제법 처박혔다.

나는 볼락이 순간 차고나갈 때 줄터짐을 방지하기 위해 드랙을 열어놓고 낚시를 하곤 한다. 마치 대전갱이가 걸린 것처럼 드랙이 많이 풀려나가 가슴을 쓸어내렸다. 그렇게 수면으로 올라온 볼락은 30cm급. 3짜에 살짝 못 미치지만 이정도면 다른 포인트에서 보기 힘든 씨알이라 만족했다.

▲ 지그헤드리그에 올라온 다양한 물고기들. 상단부터 순서대로 황놀래기, 벵에돔, 양태, 쥐노래미, 보리멸, 새끼 붉바리.

한 번 입질을 받은 곳에는 다른 볼락이 있기에 같은 곳을 공략하니 반대편에서도 히트, 선미에서도 히트가 이어졌다 . 금방 몇 마리의 볼락을 더 낚을 수 있었고 씨알도 25cm 이상으로 큰 놈이 많았다.

마지막으로 간 포인트에서는 다운샷리그를 사용해 바닥을 노렸다. 이곳에서는 또다시 잡어 입질이 이어졌는데 붉바리, 보리멸, 열기, 전갱이, 양태 등 다양한 어종이 올라왔다. 한두 마리의 잡어라면 귀찮겠지만 가는 곳마다 고급 잡어가 물어준다면 그것은 더 이상 잡어가 아니다. 그래서 함께 출조한 낚시인들은 볼락을 노리다가 잡어가 올라와도 즐거워 했다. 양태나 벵에돔 같은 어종은 씨알이 커서 볼락보다 나은 손맛이 일품이었으며 보리멸, 붉바리는 이맘때 회가 맛있기 때문에 아이스박스로 직행했다.

이번 출조에서는 30cm가 넘는 볼락을 낚는 데는 실패했지만 다양한 어종을 만나 재밌는 경험을 했다. 만약 더 큰 볼락을 낚고 싶다면 수온이 더 떨어져 잡어의 입질이 시들해지는 1월 중순 이후를 추천한다. 2월은 볼락의 산란 시기이므로 잠시 기다렸다가 3월 중순 이후에 출조하면 큰 볼락을 만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