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본 규슈 후쿠오카 앞바다에서 갈치를 노리기 위해 출조한 낚싯배들. 일본에서는 텐야를 사용한 낮 갈치낚시가 성행한다.

▲ 텐야로 6지에 달하는 갈치를 올린 필자. 최대 8지급까지 올라왔다.

우리나라에서도 작년 12월까지 갈치낚시 열풍이 뜨거웠다. 그중에서도 눈에 띄게 늘어난 것이 갈치 전용 텐야를 사용한 갈치낚시이다.

텐야를 사용한 낮갈치낚시가 크게 인기를 끌자 모 방송국의 연예인이 출연하는 낚시프로그램에서까지 갈치 텐야낚시를 방영하게 되었다.

특히 통영의 루어낚시 전용선인 황금물결호 심정수 선장은 갈치 텐야 낮낚시에 관심을 가져왔으며 오랜 시간 나에게 자문을 구해왔다. 그리고 지난 가을, 드디어 국내 바다에서 텐야를 이용한 갈치 낮낚시를 흥행시켜 화제를 모았다.

이에 심정수 선장은 일본에서 성행 중인 갈치 텐야낚시를 좀 더 확실하게 체험하기 위해 12월 14일, 나와 함께 규슈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 필자가 6지 갈치의 엄청난 저항과 싸우고 있다, 일본의 텐야낚시는 깊은 수심 속 대물 갈치를 공략하기 때문에 전동릴 장비가 필수다.

▲ 지난해 가을, 한국 통영 앞바다 낮 갈치낚시를 성공적으로 안착시킨 황금물결호 심정수 선장. 일본 현지 테크닉을 체험하기 위해 출조에 동행했다.

▲ 동행 출조한 허선웅 씨가 6치급 갈치를 보여주고 있다.

▲ 텐야낚시는 초릿대로 전달되는 어신으로 챔질 타이밍을 잡는다.

▲ 싱글훅에 걸려든 갈치. 텐야는 더블훅보다 싱글훅에 후킹 확률이 높다.

▲ 텐야에 낚인 갈치가 수면 위로 솟구치고 있다.

▲ 프로그레 50호 텐야에 멸치살을 세팅한 상태.

규슈의 후쿠오카는 부산에서 비행기로 1시간이 채 안 걸리고 쾌속선을 타고 가도 2시간이 조금 더 걸릴 정도로 가까운 곳이다. 바다 또한 우리나라 남해와 흡사한 낚시 환경을 가지고 있다.

일단 규슈 지역의 갈치 시즌과 더불어 우리나라와의 기법 차이를 설명해본다. 규슈의 갈치낚시는 보통 6월부터 이듬해 3월까지로 시즌이 매우 길다.

갈치 텐야는 주로 9~12월 사이에 많이 한다. 다른 이유가 있다기보다는 봄부터 여름까지는 여러 어종의 산란기라 씨알과 마릿수 조과가 뛰어나지만 그 피크 시즌이 끝나면 마땅히 즐길 만한 낚시가 드물기 때문이다.

한국에서도 참돔 타이라바, 광어 다운샷, 우럭낚시 등이 초여름을 지나면 씨알이 급격히 잘아져 흥미가 떨어지는 것과 비슷한 이치라고 보면 될 것이다.큰 차이점 중 하나는 역시 낚시 시간이다. 우리나라에서는 컴컴한 밤에 물돛을 펴 조류에 배가 끌려가게 만들고, 집어등에 몰려든 갈치를 10여 개에 달하는 바늘이 달린 외줄채비로 낚아 낸다.

반면 규슈의 갈치 텐야는 낮에 낚시하며 물돛도 사용하지 않는다. 대신 고성능 소나를 사용해 갈치 어군을 정확히 찾아낸 후 텐야로 공략하는 게 차이점이다.

대상어를 대하는 낚시인들의 성향도 다르다, 한국에서 갈치는 비싼 고급어종이라는 인식 때문인지 씨알 상관없이 마릿수로 잡아내는 어부식 어로행위에 가깝지만, 일본의 텐야낚시는 마릿수보다는 씨알 위주 조과를 목적에 두고 있다, 특히 갈치가 텐야를 공격해 입질하는 순간을 정확히 캐치해내는 게임 요소에 더욱 흥미를 느낀다.

12월 14일에 한국을 출발한 일행은 첫날은 규슈에 도착한 후 후쿠오카항으로 이동해 현지에서 묵고 다음날 아침에 출조에 나섰다. 보통 6시에 출조해 오후 2시에 철수하며 1인당 선비는 미끼와 음료수, 얼음 등을 모두 포함 1인당 1만2천엔이다. 우리나라 돈으로 환산하면 약 10만원에 해당하는 금액이다. 포인트는 항구에서 약 30분 거리로 가깝다.

앞서 두 달 전에는 규슈 남쪽의 구마모토 앞바다로 출조를 다녀왔는데 당시는 일본의 지진 여파 탓에 조황이 썩 좋지 못했다.

완전 내만인 구마모토 앞바다의 포인트 수심은 약 30m이며 입질 수심은 20m였다. 반면 준내만인 후쿠오카 앞바다는 수심 90m에 입질 수심은 40m 정도였다. 두 곳 모두 평균 수심은 다르지만 시즌과 낚시 패턴은 거의 동일하다고 보면 된다. 한국에서 갈 때 더 가까운 후쿠오카 대신 구마모토를 찾은 것은 좀 더 다양한 필드를 경험해볼 요량이었는데 예상 못한 지진 여파로 큰 재미는 볼 수 없었다.

취재일 우리 일행이 후쿠오카 앞바다에서 사용한 텐야는 50호. 미끼로는 냉동 멸치와 꽁치살을 사용하였다, 그 결과 이때는 꽁치 살에는 입질이 적었고 멸치에 더 많은 반응이 들어왔다.

주로 올라온 씨알은 4지~5지였고 그 사이에 6지~7지의 대물 갈치도 섞여 낚싯배 곳곳에서 환호성이 울려 퍼졌다. 이날 1인당 잡은 갈치의 평균 마릿수는 20~30마리지만 평균 사이즈가 5지를 넘다보니 웬만한 크기의 쿨러 하나는 충분하게 채울 수 있었다.

낚시에 동행한 심정수 선장과 허선웅 씨는 마릿수 조과에는 별 관심이 없는 듯했다. 대물 갈치가 텐야를 건드릴 때마다 손에 전해지는 진동이 너무 짜릿하고 긴장됐기 때문이다.

이번 조행에 동행한 낚시인들이 국내로 돌아가 다양한 포인트와 테크닉 개발에 열중한다면 국내에서도 갈치 텐야 낮낚시가 빠른 시간 안에 활성화될 것으로 예상되는 조행이었다.

▲ 김창훈 씨가 텐야 채비가 내려가는 도중 예비용 텐야에 멸치 미끼를 세팅하고 있다.

▲ 60cm급 참돔이 텐야를 물고 나와 짜릿한 손맛을 전해줬다.

▲ 김창훈(왼쪽) 씨와 허선웅 씨가 거의 동시에 올린 갈치를 보여주고 있다. 김창훈 씨의 갈치는 7지, 허선웅 씨의 갈치는 8지짜리다.

일본에서 갈치낚시를 낮에 하는 이유는 어군을 정확히 찾아낼 수 있는 고성능 소나와 선장의 노하우가 쌓였기 때문이다. 흔히 낮 갈치는 깊은 수심에 무리지어 수면을 취한다고 하는데 고성능 소나와 선장의 숙련된 탐지 능력만 뒷받침되면 낮에도 어군을 찾아낼 수 있기 때문에 굳이 밤에 출조할 이유가 없는 것이다. 마치 농어루어 낚싯배를 타고 농어가 있을만한 포인트를 정확히 찔러가며 낚시하는 것과 비슷한 이치인데, 농어는 대충의 감으로 포인트를 찔러보지만 갈치 텐야는 과학적이고 정밀한 소나로 어군을 확인한 후 노린다는 점에서 히트 확률이 높을 수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