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주 추자도 푸렝이 갯바위에서 원투낚시로 올린 80cm급 참돔을 보여주는 필자.

오랜만에 추자도 갯바위로 원투낚시를 다녀왔다. 2022년 봄 통영 사량도에서 갯바위 원투낚시 도중 추락사고를 당해 근 7개월간 갯바위 근처는 얼씬하지도 않았다.

다행히 지금은 당시의 트라우마가 많이 사라져 기상이 좋은 날은 설레는 마음으로 출조에 나서고 있다. 몇 개월 전 서울을 떠나 제주도 서귀포시의 한 타운하우스로 이주한 터라 이제는 제주도가 제2의 고향이 된 상황이다.

지난 12월 말, 거주 중인 서귀포의 집에서 제주시 도두항으로 차를 몰았다. 추자도로 출조하는 78낚시의 낚싯배를 타기 위해서다. 사고 후 첫 갯바위 출조라 다른 무엇보다 안전을 최우선 하기로 했다. 출항 전 선장님께 안전한 자리를 부탁했더니 선장님은 나를 푸렝이(청도)의 동편 평편하고 안전한 야영자리에 내려주셨다. 제주도에서 생각보다 늦게 출항해서인지 장비와 채비 세팅을 마치자 여명이 밝아왔다. 날씨가 좋아 이젠 보금자리가 되어버린 한라산과 제주도가 또렷이 보였다. 오랜만에 갯바위에서 맞는 해돋이라 가슴이 설렜다.

해가 뜨자 초들물 시작과 함께 쏨뱅이 한 마리가 올라왔다. 고기의 활성이 나쁘지 않아 보였다. 7물이라 조류가 잘 흐를 것으로 예상하고 낚시를 이어 나갔다. 비록 반나절 동안의 낚시였지만 운만 조금 따라준다면 참돔과 감성돔을 모두 낚을 수 있을 것 같았다.

멋진 일출과 한라산 그리고 앞쪽의 사자섬 사진을 연신 찍고 있는데 참돔을 염두에 두고 던져둔 시마노사의 바텀킹 T500 낚싯대에 드디어 입질이 들어왔다. 챔질과 동시에 곧바로 기싸움에 들어갔다. 정말 오랜만에 즐기는 도미와의 파이팅이었다. 그렇게 물 밖으로 올라온 녀석은 6짜급 참돔이었다. ‘안전하게만 즐기면 이렇게 좋은데… 지난번엔 왜 한순간의 실수로 사고를 당했을까…’하는 생각이 밀려왔다.

아직 본격적인 들물이 시작되지 않은 상황에서 이번에는 감성돔을 노리고 던져 놓은 바텀킹 S520 낚싯대 두 대를 유심히 살펴보는데 또 다시 참돔을 노려 채비를 던져 놓은 낚싯대에 당찬 입질이 들어왔다.

이번 입질은 더 거셌고 저항도 심했다. 쿡쿡 처박는 저항을 제어하며 몇 분간 파이팅을 벌이자 80cm에 가까운 대물이 올라왔다. 어느새 들물이 되자 조류가 너무 강해졌고 그에 따라 감성돔과 참돔 모두 낚일 가능성이 희박해졌다. 잠시 눈을 붙이고 휴식을 취했다. 철수 직전 만조 무렵에 다시 감성돔을 노려볼 생각이었다.

시간이 흘러 결국 끝들물이 되었지만 감성돔 입질은 없었다. 다소 아쉬웠지만 대물 참돔으로 손맛을 보았기에 이것에 만족하고 철수짐을 싸기 시작했다.

혼자 나선 출조였기에 조황 사진을 찍어줄 사람이 없었다. 결국 핸드폰을 갯바위에 기대어 놓고 음성으로 입력해 힘겹게 셀카를 찍었다. 그런대로 사진이 나온 것 같아서 좋아할 때 갑자기 접지 않고 놓아둔 낚싯대에 입질이 들어왔다. 꾸욱꾸욱 처박는 전형적인 감성돔 입질이었다. 갯바위에 올려보니 씨알도 그럭저럭 준수한 4자 후반급이었다.

감성돔을 올리는 사이 이미 낚싯배는 옆자리 낚시인을 철수시키고 있었다. 재빨리 남은 짐을 대충 정리해 낚싯배에 올랐다.

도두항에 도착해 살펴보니 생각보다 전체적인 조과는 부진했다. 얘기를 듣자니 전날은 감성돔이 거의 안 나왔고 오늘도 낱마리였다. 그리고 대다수 낚시인들이 릴찌낚시로 고기를 낚았다. 그 와중에 내가 올린 대물 참돔과 감성돔은 단연 눈길을 끌었다. 지나가던 관광객과 낚시인들이 내 고기를 서로 들고 기념사진을 찍었는데 이날 함께 출조한 제주도의 젊은 낚시인은 나의 원투낚시 장비에 큰 관심을 보였다.

제주도에도 원투낚시를 즐기는 낚시인들이 많지만 대부분은 돌돔과 다금바리를 노리는 낚시인들이다. 참돔과 감성돔을 전문으로 노리는 낚시인은 거의 없는 상황이다. 이왕 제주도에 정착하기로 한 만큼 육지에서 해왔던 대로 제주도에서도 참돔과 감성돔을 대상으로 한 원투낚시 유행을 전파해볼 생각이다.

▲ 푸렝이 갯바위에 세팅한 시마노사의 바텀킹 원투낚싯대. 참돔과 감성돔을 함께 노렸다.

▲ 제주시 도두항으로 철수한 필자가 참돔과 감성돔을 보여주고 있다.

▲ 필자가 추자도 푸렝이 갯바위에서 올린 조과, 낚시 당일은 찌낚시인들의 조과를 압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