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강의 낭보 2
서천 용산리수로
길산천 물 유입 막히자 핀치히터로 등장
ㅣ한정호 더피싱 운영자·강원산업 필드스탭ㅣ
4대강사업이 금강의 낚시상황을 크게 바꿔놓고 있다. 금강 붕어의 최대 산란장인 길산천이 지난겨울 4대강공사로 본류와 물길이 차단되면서 그동안 눈길을 끌지 못하던 와초리, 완포리, 용산리(죽산리), 시음리 수로 등 주변 쪽수로에 붕어들이 몰렸는데 그중 용산리수로의 조황이 단연 돋보였다.
▲ 지난 4월 16일 용산리수로를 찾은 해미꾼 정찬우씨가 수초를 걷어내고 있다.
충남 서천과 전북 군산을 가로지르는 금강엔셀 수 없이 많은 수로들이 있다. 이 수로들은 매년 3월 중순이면 붕어낚시가 개막하는데 올해는 3월에 꽃샘추위가 기승을 부려 4월에 들어서야 본격 시즌을 알렸다.
서천군에서는 3월 하순경 수심이 2~3m로 꽤 깊은 와포수로에서 제일 먼저 월척붕어가 터졌다. 마릿수는 많지 않았지만 30대 후반과 4짜 초반 씨알이 배출되었다. 4월 초순에는 용산리수로에서도 월척 행진이 이어졌다. 비슷한 시기에 부여군에서도 호조황이 이어졌다. 양화수로, 입포수로는 마릿수에서, 성대수로는 씨알 면에서 발군의 조과를 보였다.
4월 10일부터 현재까지 가장 꾸준한 호황을 연출해내고 있는 수로는 용산리수로다. 용산리수로는 서천 축동지에서 발원하여 금강에 이르는 6km 길이의 단상천 최하류에 위치해 있다. 수로 폭은 15~20m. 단골꾼들이 앉는 자리에 따라 동네이름을 따서 다르게 부르는데 중류권은 월산리수로, 하류권은 죽산리수로(하류 좌측) 혹은 용산리수로(하류 우측) 등으로 부른다.
알고 보니 용산리수로는 작년 이맘때에도 호황을 보였다. 초록붕어 회원들이 작년 4월 중순부터 3주 동안 소문내지 않고 월척과 4짜급 붕어를 뽑아내며 달콤한 손맛을 즐겼는데, 올 봄에도 이들이 4월 초부터 출조를 재개하며 쏠쏠한 재미를 보고 있다는 소식이 내게까지 전해진 것이다.
▲ 취재당일 낚시인들로 붐빈 용산리수로. 맞은편은 동네 이름을 따 죽산리수로라 부른다.
작년 4월에도 초록붕어 회원들이 큰 재미
와포수로를 찾았다가 별 재미를 보지 못한 나는 그 소식을 듣고 4월 16일 토요일 용산수로를 찾았다. 이번 출조에는 인천의 부부 조사 김정혁(후목)·이린(예뿡)씨, 서울꾼 김경태(붕어수호대)씨와 동행했다. 우리가 내려가기 전 군산의 장형래(인간열차) 아우가 그간 낚였던 포인트 구간과 낚시상황 등을 미리 수집했으며, 이날도 아침 일찍 용산리수로를 찾아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다.
장형래씨의 안내로 우리가 자리한 곳은 단상천 맨 하류에 있는 다리 우측 상류 연안. 금강 본류에서는 500m 정도 떨어진 곳이었다. 그러나 우리 맞은편에 5명 정도 앉아 있을 뿐, 호황터치고는 낚시인들이 별로 눈에 띄지 않았다.
“형님, 어제 오후에 80센티 정도 물이 빠져 낚시꾼들이 대부분 철수했다네요.”
도착하자마자 이게 웬 날벼락인가! 물이 빠지면 이틀 정도는 지나야 수위가 회복되어 붕어가 다시 붙기 시작하는데 낭패가 아닐 수 없다. 그러나 장박꾼들로 보이는 맞은편 낚시인들의 살림망에는 10여 마리가 넘는 월척과 4짜급 붕어가 들어 있었다.
“물이 빠르게 차오르고 있으니 한번 해봅시다. 오늘은 기대하기 힘들겠지만 내일 오전부터는 물어주겠지요.”
실망한 취재팀에게 장형래씨가 힘을 북돋아주었다. 물이 빠졌는데도 수심은 150cm 정도는 되었고, 우리는 나란히 앉아 잠겨 있는 부들에 채비를 붙여 7~8대씩 폈다. 밑걸림이 있어 외바늘에 지렁이를 대여섯 마리씩 꿰었다.
별 기대 없이 오후가 지나가고 저녁에 케미를 꺾었다. 그러나 어둠과 함께 첫 입질이 왔다. 중간에 앉은 이린(예뿡)씨였다. 여조사가 35cm 월척붕어를 끌어내자 남자들의 표정들이 달라졌다. 같은 시간 맞은편에서도 철퍼덕 철퍼덕 붕어 낚는 소리가 쉼 없이 들려왔다. 밤 12시쯤 김정혁씨가 월척 한 마리를 낚았고, 그 뒤 김경태씨가 준척급 두 마리를 더 낚은 뒤 한동안 입질이 없어 잠깐 차에서 눈을 붙였다.
▲ “금강 붕어가 저만 좋아하는 것 같아요.” 실력을 뽐낸 이린씨. ▲ 여조사 이린씨가 혼자 낚은 조과. 함께 온 남성들을 무색케 했다.
붕어가 워낙 많아 물 빠져도 상관없군
금강 붕어들은 대개 4월 중순~하순 사이에 산란을 하고 5월 초순에는 잠시 휴식기에 접어드는데 5월 10일 현재까지도 꾸준한 조황이 이어지고 있으며 이제야 조금씩 산란 징후가 포착되고 있어 예년보다 시즌이 확실히 늦다.
금강 출조 시 유념할 점은 금강으로 흘러드는 물의 유입량에 따라 주기적으로 수문을 개방하는데 보통 3~4일 주기로 행해진다. 따라서 출발하기 전 현지 단골꾼들이나 낚시점에 수문개방 유무를 확인한 뒤 출조하는 게 바람직하다. 금년의 경우 잦은 비로 수량이 풍부한 편이어서 초여름까지는 지속적인 조황이 계속될 것이란 게 단골꾼들의 말이다.
▒ 가는 길 서해안고속도로 동서천IC에서 내려 화양면까지 간다. 면소재지에서 완포리 방면으로 좌회전한 다음 3.3km 가다 완포리 삼거리에서 우회전하여 포장된 농로를 달리면 죽산리에 닿고 다리를 건너면 용산리다. 아이나비 소유자들은 아이코드에 708-696-2464를 찍고 가면 취재팀이 낚시했던 곳에 바로 닿는다.
▒ 조황문의 부여낚시프라자 010-3827-247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