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주 한경면 고산리 길천양식장 아래 갯바위에서 넙치농어를 노리고 있는 최훈식 씨. 갯바위에 부딪혀 생긴 포말 아래로 넙치농어가 접근한다.

지난 12월 2일, 넙치농어 마니아로 낚시인들 사이에서 잘 알려진 김동진(테일워크 필드스탭), 최훈식(바다루어클럽 회원), 배광호(울산레저마트 과장), 박승기(팀루어테크 회원) 씨와 함께 제주도 서귀포시 대정읍 영락리 일대로 넙치농어 출조에 나섰다.

넙치농어는 일반 농어에 비해 체구가 크고 서식지가 제주도에 국한되어 있다. 그래서 넙치농어를 낚기 위해서는 제주도를 반드시 가야 한다. 이번에 출조한 낚시인들도 넙치농어가 아니라면 포항이나 경주에서 일반 농어로 손맛을 볼 수 있지만 굳이 제주도의 넙치농어를 낚기 위해 원정길에 오른 것이다.

12월 2일 오후 4시. 잔뜩 기대를 품고 제주도에 도착했지만 화창한 날씨에 바람 한 점 불지 않아 바다는 조용하기만 했다. 관광객들은 아직 겨울이 먼 것처럼 가벼운 옷차림으로 관광지를 활보했지만 취재팀은 풀이 죽어 멍하니 바다만 바라보고 있었다.

넙치농어는 큰 파도가 치는 날에 연안으로 접근하기 때문에 바다가 ‘장판’인 날에는 아무리 낚으려고 노력해도 헛수고다. 일기예보를 보니 3일 오후부터 강한 바람이 불기 시작해 4일 오전부터 높은 파도가 예상되었다. 그래서 2~3일에는 낮에 포인트를 둘러보고 지형을 익히는 데 시간을 보냈고 3일 오후부터 본격적으로 낚시를 시작했다.3일 밤 6시. 낮 시간이 가장 짧은 동지까지 한 달이 채 남지 않아서 오후 5시30분이 되니 해가 졌다. 취재팀은 서귀포시 서홍동에 있는 속골을 먼저 탐색했다. 속골은 큰 몽돌로 이뤄진 해변으로 예전부터 큰 농어가 낚이는 곳으로 유명하다. 작년 넙치농어 출조 때 재미를 봤기에 다시 찾았다. 하지만 물때가 조금이라 조류가 약하고 조고차도 작아서 넙치농어의 입질을 받을 수 없었다.

속골은 만조 전후에 조류가 흘러 미노우를 ‘끈적하게’ 밀고 나갈 정도라야 넙치농어가 입질을 하는데 출조한 날엔 조류가 미동도 없어 입질을 받지 못했다. 더불어 속골 같은 곳은 초겨울보단 초봄에 좋기 때문에 3월 전후에 출조하는 것이 낫다.

속골은 포기하고 곧바로 서귀포 강정 일대와 대정읍에 있는 신도포구, 영락리방파제와 양식장을 모두 노렸지만 아직은 파도가 높지 않아서 그런지 입질이 없었다. 김동진 씨와 최훈식 씨가 약한 입질을 받았지만 숭어인지 넙치농어인지 확실하지 않았다.

▲ 김동진 씨가 강풍이 부는 갯바위 초입에서 채비와 장비를 준비하고 있다.

▲ 취재 마지막 날, 서귀포 영락리방파제 좌측 갯바위에서 75cm 넙치농어를 낚은 김동진 씨.

▲ 배광호 씨가 포말이 일어 옥빛으로 물색이 바뀐 서귀포 영락리 수중여 주변을 공략하고 있다.

▲ 배광호 씨가 슬랙 라인을 줄이기 위해 사이드 캐스팅을 하고 있다.

▲ 밀려오는 파도의 주기를 살피고 있는 김동진 씨. 파도가 살짝 죽는 순간에 캐스팅하는 것이 요령이다.

첫 탐사를 새벽까지 강행했지만 별 소득이 없었고 새벽 2시가 넘어 숙소로 복귀해 잠시 눈을 붙인 후 다시 동이 트기 전에 포인트로 나갔다. 해가 뜨기 직전에 도착한 곳은 대정읍 영락리. 이른 새벽부터 강한 바람이 불기 시작해 영락리 일대는 높은 파도가 일기 시작했고 우리는 더 큰 파도를 만나기 위해 영락리에서 조금 더 북쪽에 있는 신창까지 포인트를 탐색했다. 정면으로 강한 바람이 불어와 루어를 캐스팅하기 힘들었지만 바다가 장판인 상황보다는 훨씬 나은 상황이어서 안도감이 들었다.

김동진 씨는 테일워크의 크림슨 S98M-R 로드에 다이와 19세르테이트 4000번 스피닝릴, 합사 1.5호, 목줄은 35lb를 사용했다. 미노우는 루어테크의 슬렌더 100S. 루어는 주로 싱킹 펜슬이나 잠행수심이 0~30cm의 립이 없는 플로팅 미노우를 즐겨 쓰고 있었는데, 얕은 곳에서 물 속으로 잠기는 루어를 쓰면 넙치농어가 제대로 루어를 공격할 수 없기 때문에 주로 상층을 겨냥하는 루어를 사용한다고 한다.

오전 출조 당시 물때는 만조. 초썰물이 진행되고 있었다. 해안로 아래의 갯바위로 내려가니 물이 조금씩 빠져야 했지만 물때가 2물이라 조고차가 작아서 갯바위가 빨리 드러나지 않았다. 영락리 일대의 포인트는 연안에서 브레이크라인이 가까이 형성되어 있고 조금 멀리 캐스팅하면 수심이 20m 내외로 깊어지기 때문에 넙치농어가 잘 붙고 만조 전후에 낚시하기가 좋은 것이 특징이다. 하지만 조고차가 작아서 갯바위가 많이 드러나지 않는다면 파도가 높은 날에는 포인트 진입이 불가능한 곳이 많아 어려움을 겪는다.

취재팀은 부지런히 연안을 돌며 캐스팅을 했지만 입질을 받을 수 없었다. 영락리방파제 일대부터 신도포구, 양식장, 신창리까지 서너 군데를 옮겼지만 입질이 없는 것은 마찬가지. 그나마 다행인 것은 최훈식 씨가 마지막에 진입한 길천양식장 아래 포인트에서 입질을 받아 넙치농어의 꼬리까지 확인했으나 아쉽게도 바늘털이를 당하고 말았다는 것이다.

입질이 없는 이유는 분명했다. 바람이 불기 시작한 직후에는 높은 파도만 칠 뿐 넙치농어가 좋아하는 포말지대가 형성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넙치농어는 높은 파도가 갯바위에 부딪혀 하얗게 사이다처럼 부서지는 포말 아래로 숨어들기 때문에 단순히 파도만 높다고 해서 능사가 아닌 것이다. 따라서 파도가 부서지는 자리를 잘 찾고 높은 파도가 어느 정도 수그러들 시간을 노려야 한다.

4일 오전엔 허탕을 치고 마지막으로 밤낚시에 ‘올인’을 해야 했다. 4일 밤에는 제주 현지 낚시인 정의권 씨가 합류했다. 오후 2시에 숙소로 돌아와 2시간 정도 쪽잠을 자고 다시 장비를 정비해 포인트로 나섰다. 이틀 동안 겨우 4시간을 잔 탓에 최훈식 씨는 코피까지 흘리는 투지를 불살라야 했다.

정의권 씨는 우리가 탐색한 곳과 같은 포인트를 선택했다. 하지만 좀더 정확한 핀포인트를 우리에게 알려주었고 그를 믿고 같은 자리에서 계속 캐스팅을 했다. 바다엔 우리가 원하는 포말이 일기 시작했고 상황이 점점 좋아지자 지친 기색도 없이 캐스팅을 계속했다.

드디어 해가 졌고 만조를 지나 초썰물이 흐르기 시작했다. 입질을 받지 못해 지칠 만도 했지만 점점 상황이 좋아지는 덕분에 힘이 나서 캐스팅을 계속 이어갔다. 마침내 히트! 영락리방파제 아래에서 가장 먼저 배광호 씨가 큰 씨알의 넙치농어를 걸어 발 앞까지 랜딩에 성공했지만 마지막에 넙치농어가 강렬하게 바늘털이를 한탓에 바늘이 빠지고 말았다. 순간 김동진 씨가 물속으로 뛰어들어 넙치농어를 잡으려 했으나 이미 늦은 상황이었다.

재빨리 김동진 씨도 캐스팅! 연이어 입질을 받고 파이팅을 시작했다. 4번이나 넙치농어가공중에서 회전하며 난리를 쳤지만 김동진 씨는 노련하게 랜딩에 성공했다. 그리고 얼른 넙치농어 떼가 붙었다고 일행에게 전화를 하고 순식간에 모두 같은 자리를 노렸다.

김동진 씨의 예측이 맞았는지 박승기 씨가 넙치농어를 히트해 한 마리를 더 추가했고 마지막으로 정의권 씨가 80cm에 육박하는 넙치농어를 연이어 끌어냈다. 이틀 동안 입질 한 번 받지 못하고 그렇게 고생을 했는데 불과 1시간 동안 넙치농어를 4마리나 걸다니 어안이 벙벙했다.

넙치농어를 낚은 장소에 모여 조과를 확인하니 모두 입을 다물 수 없었다. 정의권, 박승기, 김동진 씨는 기쁨에 찬 표정으로 넙치농어를 들고 사진 촬영을 했다. 아쉽게도 최훈식 씨와 배광호 씨는 넙치농어 손맛만 즐기다 바늘털이를 당하고 말았지만 후회는 없다고 했다. 넙치농어를 낚은 후에 다른 포인트를 더 노릴까 고민을 했지만 어느새 수위가 낮아져 노릴 곳이 마땅치 않아 결국 철수를 선택했다.

취재팀은 새벽 2시에 숙소로 돌아와 다시 쪽잠을 자고 다음날 일찍 비행기에 올랐지만 지친 기색은 보이지 않았다. 되레 정의권 씨의 문자 한 통에 취재팀은 좌불안석이 되어 다음날 당일치기라도 해서 제주도로 출조해야 하는 거 아니냐며 난리를 피웠다. 정의권 씨의 문자 내용은 ‘같은 자리에서 7짜 넙치농어가 3마리 더 나왔고 현재 상황이 너무 좋아서 다른 포인트에서도 9짜 넙치농어가 나오고 있다’였다. 이륙한 비행기에서 제주도 바다를 바라보니 제주도 해안 전역으로 포말이 넓게 깔려 마치 넙치농어 파티라도 할 것처럼 보였다.

넙치농어 시즌은 이제 시작이다. 북서풍이 강하게 부는 12월에는 날씨를 잘 맞춰 출조해야 하는 것이 중요하고 수온이 떨어지는 1월에는 조황이 조금 주춤하다가 남풍이 부는 2월 이후에는 서귀포 일대가 넙치농어 무대가 된다. 넙치농어는 3~4월까지 시즌이 이어지며 대물은 3~4월에 특히 자주 출현한다.

▲ 김동진 씨의 넙치농어 장비와 채비. 테일워크의 크림슨 S98M-R 로드에 다이와 세르테이트 4000을 썼으며 미노우는 루어테크의 슬렌더100S. 합사 1.5호, 쇼크리더 35lb.

▲ 제주도 2박3일 넙치농어 취재를 함께한 낚시인들. 좌측부터 김동진(테일워크 필드스탭), 최훈식(바다루어클럽 회원), 정의권(제주 낚시인), 배광호(울산레저마트 과장), 박승기(팀루어테크 회원).

▲ “마지막 한 방에 터져 나왔습니다!” 서귀포 영락리방파제 옆 갯바위에서 연속으로 입질을 받아 넙치농어를 올린 취재팀. 좌측부터 박승기, 정의권, 김동진 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