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방을 후퇴하고 강폭을 넓힌 네덜란드 생태하천 복원사업의 사례.

하천관리의 목표가 홍수피해를 막기 위해 배수를 빨리하는 것인가? 아니면 홍수를 줄이면서 자연환경과 생태계도 보전하는 것인가? 이 두 가지는 비슷하게 보일지 모르지만 큰 차이가 있다. 전자는 후진국형 방재하천의 개념이고, 후자는 선진국형 생태하천 개념이다. 방재하천은 강물이 개발지역으로 범람하지 않게 하류로 뽑아내는 것이 목표지만, 생태하천은 자연과 조화를 이루어 홍수피해를 줄이면서 장기적으로 지속가능한 관리를 유지하는 것이 목표이다.

방재하천은 급경사 제방으로 둘러싸여 있고 하도가 곧게 직강화되어 있으며 하천의 폭이 좁혀져 있다. 즉, 인공수로의 형태를 띠는 것을 말하며 영어로는 수로화(channelization)라고 표현한다.

반면에 생태하천은 제방의 경사가 낮거나 인공제방이 아예 없기도 하다. 하천의 폭이 넓어 하도가 구불구불 굽어지거나 다양한 유속 분포를 보여 여울과 소가 존재하므로 서식지가 다양하다. 수변이 완만하고 콘크리트 제방이 적어 수변 식생도 잘 발달한다.

생태하천이 방재하천과 다른 핵심 요소는 하천의 폭이 넓다는 것이다. 폭이 넓으면 홍수피해가 적고, 유지관리비가 적은 지속가능한 자연이며 동시에 경관과 수생태계 건강성도 우수한 하천이 된다. 그러므로 선진국에서는 생태하천을 추구하며 하천을 개조하기도 한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하천관리는 아쉽게도 아직 후진국형 방재하천에 머물러 있다.

방재하천의 관리 방법은 첫째, 제방을 높이 쌓아 홍수 시 강물이 범람하지 않도록 하는 것이다. 둘째, 하천바닥을 준설하고 큰 돌과 나무 등, 물의 흐름을 느리게 하는 것을 제거한다. 셋째, 높은 제방으로 하천을 가두기 때문에 하천의 폭을 좁히고 홍수 시 물에 잠기던 범람원을 토지로 이용한다. 이것이 지난 50년간 우리나라가 충실히 따라오던 하천관리의 패러다임이다. 이러한 방재하천 개념은 서울시와 같은 하류의 도시 개발지에서는 적절하다. 제방건설에 비용이 들지만 토지가 비싼 곳이기 때문에 경제성도 있고, 배수를 빨리하여 바다로 물을 내보내는 것이 중요한 지역이다.

그런데 문제는 이 개념이 상류하천으로 확산되면서 우리나라 하천의 경관과 생태계가 크게 훼손되고 경제적으로도 손해가 되는 결과를 초래하였다는 것이다. 지금 우리나라의 상류하천과 농수로는 급경사 제방으로 둘러싸이고, 폭을 좁혀 하천부지를 농지와 도로로 이용하고, 직강화하여 홍수 시 빠르게 배수하는 인공배수로의 형태로 변모하였다. 심지어 최상류에서는 완전히 콘크리트로 만든 수로관이 소하천을 대체하기도 한다.

상류의 방재하천이 주는 손해는 우선 하류의 홍수에서부터 나타난다. 상류에서 직강화에 의해 빠르게 배출되면 홍수 피크 유량이 하류에 빨리 도달하여 중첩되므로 하류의 홍수가 가중된다. 상류에서 배출되는 속도가 느리고 피크 도달 시점이 분산되면 하류의 홍수위를 낮출 수 있는데 그 반대로 하천을 만들었으니 하류에서는 더 높은 제방을 쌓아야 하는 경제적 피해를 입는다. 쉽게 말해서 우리 동네의 홍수를 아랫동네에 전가하는 이기적인 행위이다.

상류하천의 빠른 배수는 지하수의 고갈도 초래한다. 빗물은 토양에 스며들어 지하수가 되는데, 하천의 물은 바닥으로 들어가기도 하고 지하수가 풍부한 지점에서는 오히려 바닥에서 솟아오르면서 지하수와 계속 교환되는 과정으로 홍수 유량을 줄여주고, 가물 때는 지하수가 하천수를 공급하여 건천화를 막아준다.

그런데 하천이 빨리 흐르면 지하침투의 시간이 부족하고 침투량이 적어진다. 콘크리트로 만들어진 농수로관에서는 극단적으로 지하수 침투가 차단되므로 지하수 고갈을 더욱 심화시킨다. 즉, 나의 논에 물을 대는 것만 중요하고 이웃의 지하수 자원 감소는 아랑곳하지 않는 것이다. 빗물의 지하침투 감소는 수질도 악화시킨다. 빗물이 침투하고 다시 용출되는 과정에서 토양에 의해 부유물이 여과되고 오염물이 제거되는 자연정화 작용을 거치는데 인공수로에서는 이 기능이 현저하게 감소하기 때문이다.

직강화된 하천은 수생태계 건강 악화시켜 하천의 직강화는 수생동물의 다양성과 수생태계 건강성에서 그 피해가 가장 크게 나타난다. 원래 자연하천은 굽이치면서 여울과 소가 있고, 돌바닥과 모래바닥의 다양한 서식지를 만드는데, 돌 틈에는 꺽지와 쏘가리가 살고, 모래바닥에는 모래무지와 피라미가 산다. 각각의 서식지에 사는 동물이 다르기 때문에 동물 다양성이 높다. 그러나 수로화된 직선하천에서는 큰 바위를 제거하여 수심이 균일하고 바닥이 편평한 모래밭이 된다. 자갈 바닥에 비하여 모래바닥에는 수서곤충이 거의 없고 이를 먹고사는 어류도 크게 감소한다. 콘크리트 수로관으로 만든 농수로는 직벽으로 만들어져 개구리나 뱀이 빠지면 빠져 나오지 못하며, 수변 식생이 전혀 살 수 없는 곳도 많다.

상류하천의 제방 건설은 심지어 경제성도 없다. 하류의 편평한 도시에서는 토지비용이 높아 제방으로 토지를 확보하면 경제적으로 이득이 될 수 있다. 그러나 상류에서는 경사가 가파르므로 제방으로 얻는 토지가 크지 않으며, 도시보다 토지 가격이 낮기 때문에 대부분 제방건설비가 토지 이득보다 10배 이상 되는 것이 현실이다. 홍수 시 범람하는 지역의 토지를 매입하거나 간헐적으로 침수 피해를 감수하는 것이 제방 건설비보다 훨씬 경제적인 사례들이 대부분이다. 그럼에도 경제성 없는 제방을 많이 만드는 것은 정부의 지원으로 만들어지기 때문이다. 아마 농민이 자부담으로 제방을 건설한다면 상류지역에서는 거의 제방을 만들지 않을 것이다.

생태하천은 이와 반대로 하천 폭을 넓히고 제방건설을 줄여, 하천 유로가 굽이치고, 지하수 침투가 자유롭고, 동식물이 잘 살 수 있는 하천이다. 생태계도 건강하고 더 경제적이며 지속가능하다. 이제 우리나라도 후진국형 방재하천 개념에서 벗어나야 할 때이다. 근래 ‘생태하천 복원사업’이라는 이름으로 조금씩 수생태계 개선을 시도하기는 하였으나, 대부분 산책로를 만들고 꽃을 심는 조경사업 수준이었으며 방재하천의 외형에서 벗어나지 못하였다.

생태하천을 만들기 위해서는 하천을 만드는 사람들의 인식이 개선되어야 하는데 이에 가장 걸림돌이 되는 것이 하천 관련 법제도이다. 아직도 하천관리의 목표로서 홍수방재와 영농편의만 규정하고 있고 수생태계 건강성을 추구하는 목표는 제시되지 않고 있다. 농촌에서는 하천부지를 침범한 경작지가 도처에 있으나 묵인하고 있는 실정이다. 근래 하천건설 부서가 국토부에서 환경부로 이관되기는 하였으나 아직 하천생태계 건강성을 위한 노력은 가시화되지 않고 있다.

▲ 콘크리트 수로로 만들어진 소하천. 지하수 침투와 동물 서식이 불가능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