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1월 19일 토요일, 달빛붕어조우회 납회에 초청돼 경남 고성군 회화면 봉동리에 있는 한퇴소류지를 찾았다. 이곳은 갓낚시 창시자 故 서찬수 님과 자주 출조했던 곳으로 그때만 해도 4짜와 허리급 붕어가 곧잘 낚였는데 3년 전 대대적인 보수공사를 하면서 개체수가 많이 줄었다고 알려진 곳이다. 그러나 나는 생존력이 강한 대물급 자원은 여전히 많다고 믿고 있다.

오후 3시쯤 납회 장소에 도착해보니 달빛붕어조우회 외에 다른 조우회 회원들도 도착해 대편성에 열중하고 있었다. 나는 상류 초입 부근에 자리를 잡았다. 평소 이곳은 만수 때 수심이 4m권인데 출조 당일은 2m 정도가 나왔다. 낚싯대를 두 대째 편성하던 중 갑자기 6칸 대가 활처럼 휘어지기에 챔질하니 대물급 붕어가 엄청난 힘을 쓰다가 바늘에서 빠져버렸다. 낮 시간임에도 대편성 도중 여기저시서 붕어가 올라왔다. 필자 왼쪽에 자리한 한 회원은 4짜급 붕어를 걸어 뜰채에 담았지만 뜰채가 뒤집어지면서 그만 놓치고 말았다. 필자가 보기에도 4짜 후반급은 충분히 되는 붕어였다. 아쉬워하는 회원에게 “또 다시 입질이 올 것이니 상심하지 말라”고 위로했다.

해가 짧은 시기인 만큼 오후 4시쯤 본부석에 모여 이른 저녁을 먹었다. 코로나로 인해 오랫동안 만나지 못한 아쉬움을 술 한 잔으로 달래며 담소를 나누었다. 해가 서서히 서산으로 넘어갈 시각이 되자 추위가 몰려와 방한복으로 갈아입고 낚시 자리로 돌아왔다. 그런데 그때부터 생각하지도 못한 배수가 시작됐다. 농사가 다 끝난 시기에 왜 배수를 하는지 의문이 들었는데 건너편에 앉은 한 회원이 “수문 종대가 고장이 나 물이 빠지는 것 같다”고 말했다. 저수율 50%로 수위변동이 없던 상태에서 갑작스럽게 배수가 이뤄지니 조과에 악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였다. 그러나 그것은 기우였다.

식사 후 전자케미를 꼽고 밤낚시를 시작했다. 저녁 7시쯤 되자 이곳저곳에서 챔질 소리와 함께 첨벙대는 소리가 들렸다. 배수 상황에서 들어온 입질이어서 반가웠지만 대신 씨알이 잘아 아쉬웠다.

그러던 도중 필자도 입질을 받아 힘껏 챔질했는데 엄청난 힘을 쓰며 옆으로 달리기에 월척 이상인 줄 알았다. 뜰채에 담는 순간까지도 월척 붕어로 보였던 녀석은 29cm급 붕어였다.

그때 필자와 마주한 건너편에서는 낚시인이 자리를 비운 사이 여러 개의 찌가 서로 엉켜 오르락내리락 춤을 추고 있었다. 엉킨 채비를 풀어내니 그중 한 바늘에 30cm급 턱걸이 붕어가 걸려 있었다.

자정 무렵부터 본격적인 새벽낚시가 시작됐다. 내 자리로 돌아와 보니 미끼를 달아 던져 놓은 낚싯대에 준척급 두 마리가 ‘자동빵’으로 걸려 있었다. 제방 쪽에서는 초저녁과 비슷한 마릿수 붕어가 올라왔다.

연이은 출조에 피곤했던 나는 새벽 4시쯤 잠이 들었다가 오전 8시쯤 일어나 아침낚시를 했다. 미끼를 던진 지 10여 분이 지나자 25~26cm급 붕어들이 곧잘 입질을 했다. 9시가 계측 시각이어서 낚싯대를 모두 걷고 회원들이 올린 월척 붕어들을 촬영했다.

본부석에서 집계한 붕어의 양은 상당했다. 계측 결과 남명수 회원이 32.5cm 월척을 낚아 1위를 차지했다. 2위는 31cm를 낚은 이용태 회원, 그리고 나는 29.5cm를 낚아 3위를 차지했다. 1등부터 3등까지의 붕어가 모두 옥내림채비에 낚였다.

낚시를 마치고 주변 청소를 하는 사이 동네 주민이 다가와 “이곳에 붕어를 사서 넣었지만 주변 청소만 깨끗이 하고 가면 낚시는 막지 않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기사를 보고 한퇴소류지를 찾는 독자가 있다면 낚시 후 주변 정리를 깨끗하게 해주기 바란다.

▲ 달빛붕어 조우회 회원들이 정기출조를 마친 후 기념촬영을 했다.

▲ 정기출조에서 굵은 씨알의 월척을 낚아 상위권에 든 회원들. 왼쪽부터 최명환, 황원철, 남영수, 이용태 회원.

▲ 필자 옆자리에서 낚시한 남영수 회원이 월척을 낚아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