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수로낚시를 그다지 선호하지 않지만 이번 조행은 어쩔 수 없이 수로를 찾게 됐다. 그 이유는 최근 들어 경남권의 내놓으라 하는 대형급 저수지마다 주민들의 소득증대 명목으로 치어를 방류하고 있기 때문이다. 하필 4짜 이상의 대물이 낚이는 대형지에서 그런 일이 발생하고 있어 주민들이 낚시를 막는 곳이 늘었고, 그만큼 출조지가 줄어들고 있는 추세다. 이런 상황에서 ‘월척급 이상 붕어로 확실한 손맛을 볼 수 있는 곳을 알려달라’는 회원들의 간청에 떠올린 곳이 부산광역시 강서구 명지동에 있는 명지수로다.

11월 18일, 금요일 오후 평일임에도 명지수로에는 많은 회원들이 찾아왔다. 특급 포인트인 화진빌라 앞은 앉을 자리가 없어 나는 본류 쪽 입구에 자리를 잡고 낚싯대를 폈다. 낚싯대 편성을 마친 후 오후 4시쯤 회원들과 저녁식사를 마쳤다. 명지수로 붕어는 오후 4시부터 다음날 오전까지 활발한 입질을 보이기 때문이다.

오후 5시쯤 각자의 자리로 돌아가 케미를 밝혔다. 원래 이곳은 지렁이에 입질이 활발한 곳이라 회원들 모두 초저녁까지는 지렁이를 미끼로 사용했다. 그러나 낚시 시작 1시간이 지나도 아무런 반응이 없었다.

‘혹시 무슨 변화가 있었나?’ 해서 낚싯대를 모두 걷은 후 미끼를 지렁이에서 떡밥으로 교체했다. 낚싯대 두 대씩마다 옥수수어분, 껌딱지어분글루텐, 옥수수딸기글루텐으로 나눠 달아 붕어의 반응을 확인했다. 입질이 없기는 다른 회원들도 마찬가지였다.

회원들에게 이곳을 소개한 나로서는 입장이 난처해졌다. 그래서 나는 평소 배스터에서 주로 쓰던 경원F&B의 옥수수글루텐을 꺼내어 사용해보았다. 그러자 미끼를 던진 지 10분도 안 돼 입질이 들어오기 시작했다. 갑작스럽게 들이닥친 입질에 정신이 없을 정도였다. 힘도 어찌나 좋은지 맨바닥에서는 어렵잖게 붕어를 끌어냈지만 수초 근처에서 입질한 놈은 모두 수초 속으로 처박혀 놓치고 말았다.

주차장 앞 쪽수로에 앉은 박종문 회원은 두 번의 큰 입질을 놓친 끝에 세 번째 입질 만에 39cm급 붕어를 낚았다고 알려왔다. 새벽 2시경에는 내가 들어도 물소리가 요란한 입질이 들어왔으나 이번에는 원줄이 터졌다고 한다. 보통 이곳은 늦은 밤부터 새벽까지 입질이 잘 없는 곳인데 이상하게 올해에는 밤 입질이 활발했다.

박종문 회원의 연속 입질에 고무된 나는 대물급 한 마리를 목표로 잠을 자지 않고 찌를 주시했다. 그리고는 새벽 3시 무렵까지 곳곳에서 월척급 붕어가 간간이 올라오는 가운데 또 뒤쪽에서 “걸었다!”하는 소리가 들려 달려가 보았다. 뜰채 안에는 5짜 붕어로 착각할 만큼 거대한 붕어가 들어 있었는데 날이 밝은 후 계측해 보기로 했다. 미끼는 내가 나눠준 경원F&B의 옥수수글루텐이었다.

오전 10시를 넘기자 더 이상 입질은 없었다. 낚싯대를 접은 후 새벽에 대물급 붕어를 낚은 회원의 붕어를 계측해보기로 했다. 정준환 회원이 올린 붕어는 무려 44cm짜리였다. 여기에 39cm급 두 마리와 32cm급 붕어도 낚았다.

이곳 명지수로는 얼음이 얼지 않는 한 연중 물낚시가 가능하며 씨알도 월척급부터 4짜급 이상으로 올라오는 곳이다. 미끼는 옥수수글루텐과 지렁이만 준비하면 된다.

참고로 명지수로는 주차장에 주차 후 짐을 들고 밭을 통과해야 물가로 접근할 수 있다. 따라서 논밭이나 농작물에 피해가 없도록 각별한 주의가 요구된다.

▲ 부산 명지수로 본류대 가기 전 초입구 가지수로 전경. 봄에도 굵은 씨알이 잘 낚이는 특급 포인트다.

▲ 44cm 붕어로 손맛을 본 정준환 회원.

▲ 본류와 가지수로 합수부 포인트에서 월척을 마릿수로 올린 필자.

▲ 낚시 당일 필자가 사용한 떡밥들.

▲ 가지수로의 나무숲 우거진 홈통 포인트에서 월척을 낚아낸 하두원 회원.

▲ 도로변에서 바라본 필자의 낚시자리. 본류대와 가지수로 연결되는 초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