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드론으로 촬영한 태안 승언1호지. 길가에 있어 접근성은 좋지만 수초가 밀생해 포인트 만들기는 쉽지 않다.

▲ 동출한 박원길 씨가 태안 승언1호지에서 낚음 허리급 붕어를 보여주고 있다.

▲ 승언1호지에서 올라온 35cm 붕어. 등쪽 비늘 색상이 유독 검어 우리는 연탄붕어라고 불렀다.

11월 들어서면서 주꾸미낚시에 흠뻑 빠져 본의 아니게 안면도권 출조가 잦았다. 이번에도 안면도 읍내와 인접해 있는 승언1호지를 찾아가기로 하고 우선 원산도에 들러 주꾸미를 잡아 일행들과의 주꾸미 만찬을 즐기기로 계획을 세웠다. 이른 새벽에 원산도에 도착해 이미 승언1호지에 대편성을 마치고 원산도를 찾아온 박원길(앤디) 씨와 서둘러 보트를 펴고 주꾸미낚시 준비를 마쳤다.

떠오르는 햇살을 받으며 채비를 내리자 이내 주꾸미가 올라오기 시작하였고 주꾸미는 어느새 씨알이 굵어져 몇 마리만 낚아도 먹을 만큼의 양이 되었다. 하지만 확실히 마릿수는 많이 줄어 오후 1시30분 철수할 때까지 두 명이 50여 마리 정도밖에는 잡지 못했다.

승언1호지로 이동해 먼저 도착해 자리를 잡은 황병순(방랑자) 씨와 합류한 뒤 제방 좌측 맨땅 지역을 공략하기로 했다. 필자는 지난 11월 1일에 이미 한차례 승언1호지를 찾아 모두 7수의 준월척 붕어를 잡아냈었기에 이번이 첫 출조는 아니었다.

그때는 이미 좋은 자리는 꽉 차 있어 제방 오른쪽 연 줄기 사이에 찌를 세웠다. 그러나 아직 연줄기가 삭지 않아서인지 찌를 세우는 데 어려움이 많았다. 하지만 붕어는 탐스러웠다. 검은 채색이 진한 ‘연탄붕어’였고 비늘도 강인했다. 흠집 하나 없는 체구가 높은 늠름한 붕어들이라 보기가 좋았다.

안면도 승언리에는 반경 1km 이내에 3개의 저수지가 있어 각각 1, 2, 3호지로 불린다. 그중 이번에 찾은 1호지(6만5천평)가 가장 작고 2호지(16만 5천평)가 가장 크며 3호지도 8만평에 달한다. 세 개 저수지 모두 연, 부들, 갈대가 밀생해 있어 포인트 잡기가 쉽지 않지만 자리만 잘 잡으면 붕어 만나는 것은 그다지 어렵지 않다.

세 곳 모두 일제 강점기 때의 대규모 간척사업으로 생겨난 것으로 알려지는데 깊어야 3m권이고 대부분 1,5m 이하의 수심을 보인다. 그중 1호지는 지난 2017년 준설작업을 한 이후 조금 깊어졌다고는 하지만 여전히 그 정도의 수심을 유지하고 있다. 제방 공사도 함께 한 듯 작은 돌들을 철사로 고정하여 제방을 만들어 접근하기가 쉽지 않다. 하류권 외에 상류권은 수초가 찌들어 있어서인지 포인트가 형성되어 있지 않아 낚시할 곳이 거의 없다.

제방 오른쪽 무넘기 바로 앞에 황병순(방랑자) 씨가 자리 잡았다. 무넘기 쪽으로 일부 자라있는 부들은 특급 포인트로 알려져 있다. 박원길 씨가 자리한 제방 쪽 연 줄기가 시작되는 지점은 지난 10월, 마릿수 4짜 붕어가 나온 곳으로 최고의 포인트로 알려져 있다. 지난 11월 1일 첫 출조 때 새우 미끼에 45cm의 대물 붕어가 나왔다는 게 현지 낚시인의 설명이었다.

그에 비해 필자가 자리한 곳은 맨땅으로 수초가 전혀 없는 곳이었다. 물속에는 이미 삭아 내린 수중 수초가 빼곡하게 자라나서인지 찌가 잘 서지 않았다. 어렵게 찌가 서는 공간을 찾아 11대를 편성하다보니 1시간이 훌쩍 지나갔다.

우측으로는 수심이 1.5m가량 나왔고 3칸 대부터 4칸 대까지 편성했다. 좌측 수심은 2m가량으로 다소 깊어 4.2칸 대까지 폈다. 미끼로는 옥수수와 옥수수어분글루텐을 함께 사용했는데 옥수수에는 입질이 뜸하였지만 씨알이 굵었다. 글루텐에는 입질이 잦았지만 씨알이 잘았다.우리가 머물고 있던 제방 왼쪽으로는 3단으로 된 펜스가 설치되어 있어 접근하기 쉽지 않았다. 누군가 펜스 위쪽을 들어내어 들어갈 수는 있었지만 시설물을 훼손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

승언1호지는 외래어종이 들어가지 않은 전형적인 토종터로 알려져 있다. 그러다 보니 새우 채집도 된다. 그러나 씨알이 잘아 미끼로 사용하기는 어려웠다. 대신 미끼로 사용하기 좋은 크기의 참붕어가 잡혔다. 11월 1일 승언1호지에서 4짜 붕어를 올린 낚시인은 지포지에서 새우를 채집해 사용했다고 알려주었다.

대편성 후 얼마 지나지 않아 글루텐 미끼를 탐하던 붕어가 첫수로 걸려 나왔다. 씨알은 이곳의 평균 씨알인 8치로 그리 크지는 않지만 체구가 큰 만큼 힘이 강해 짜릿한 손맛을 보기에 충분했다.

낮이 짧다보니 오후 5시가 되면 일찍 저녁을 먹고 밤낚시에 들어가야 하는 시각이었다. 낮에 잡아 온 주꾸미를 양념장과 양파를 썰어 함께 넣고 달달 볶아 술안주와 반찬으로 준비하였다. 황병순 씨가 준비한 훈제 고기도 준비해와 맛있게 저녁 만찬을 즐기고 케미를 밝혔다.

밤낚시를 시작하자마자 입질이 붙었는데 주로 글루텐을 먹고 나왔다. 씨알은 8치 전후여서 조금 아쉬웠다. 밤이 깊어지자 옆자리의 황병순 씨 쪽에서 강한 챔질 소리와 물파장 소리가 들렸다. 그렇게 나온 붕어는 37cm의 대물 붕어였다. 부들 앞에서 옥수수를 먹고 올라왔다고 한다.

필자는 새벽에 집을 나선 터라 잠이 부족해서인지 쏟아지는 잠에 취해 일찍 잠자리에 들었다. 온수 보일러까지 장착한 침낭 속에서 지친 몸을 회복하고 일어나보니 새벽 4시가 지나고 있었다.

이날은 비가 예보되어서 잔뜩 흐린 날씨를 보였고 그래서인지 입질이 뜸했다. 날이 새면 주꾸미를 잡으러 가기로 했지만 이날은 강한 바람이 예보되어 있어 붕어낚시만 하기로 했다. 낮에도 틈틈이 붕어가 나왔지만 대부분 글루텐을 먹고 나왔고 씨알은 8치 전후로 고만고만했다. 오후가 되면서 비가 내리기 시작했고 그래서인지 입질도 뜸했다.저녁 무렵 입질이 없던 긴 대를 짧은 대로 바꿔 다시 편성하고 밤낚시에 들어갔다. 비가 온 탓인지 입질이 뜸했고 밤샘 낚시를 한다던 일행들 모두 이렇다 할 입질이 없자 잠자리에 들었다. 다만 초저녁에 황병순 씨가 다시 허리급 붕어와 34cm의 붕어를 잡아내면서 부러움을 샀다.

다음날 아침 날씨가 좋아지면서 좋은 조황이 기대됐지만 잔 씨알의 붕어 몇 수만 나왔을 뿐 기대했던 씨알 좋은 붕어는 나오지 않아 대충 텐트를 말린 후 철수했다. 새벽녘에 황병순 씨가 4짜급 붕어를 걸었다며 한바탕 소란이 있었지만 뜰채에 담긴 녀석은 4짜급 발갱이였다.

조과를 확인해 보니 필자가 20여 마리 이상의 붕어를 낚아 마릿수로는 최고였지만 큰 씨알은 없었고 박원길 씨가 월척 포한 10여 수, 황병순 씨가 허리급 붕어 3수 포함 10여 수의 붕어를 낚아냈다. 낚은 붕어들은 사진 촬영 후 모두 방류했다.

이번에 머물렀던 승언1호지뿐 아니라 승언2호지와 승언3호지도 연과 부들 등의 수초가 가득해 연 줄기가 삭아 내리는 11월 이후가 적기다. 세 곳 모두 겨울철 얼음낚시터로 인기가 높은 곳이다. 하지만 모두 주차 공간이 부족하고 수초가 밀생해 있어 접근하기 쉽지 않아 포인트는 한정적이다. 얼음낚시 때 평상시 접근할 수 없었던 중류권의 수초지역을 탐색해 보면 씨알 좋은 붕어를 만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 취재일에 승언1호지에서 큰 손맛을 본 황병순 씨가 35, 37cm 붕어를 보여주고 있다.

▲ 무넘기 부근에 밀생한 연. 겨울로 접어들면서 서서히 삭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