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광영시 강화군 내가면 황청리에 있는 황청포구 갯벌에서 50cm가 훌쩍 넘는 괴물급 망둥어가 속출하고 있다.

이 중 12월은 최대 크기로 성장한 망둥어를 가장 쉽게 낚을 수 있는 시기여서 망둥어낚시 마니아들의 발길이 끊이질 않고 있다.

▲ “이건 망둥어가 아니라 동태네요 동태.” 겨울마다 강화 황청포구를 찾는 서울 낚시인 조성수 씨가 50cm에 육박하는 겨울 망둥어를 자랑하고 있다.

▲ 강화 황청포구 최고의 명당으로 꼽히는 주차장 포인트에서 망둥어를 노리는 낚시인들.

26년간 낚시기자 생활을 하면서 가장 취재해보고 싶었던 현장이 겨울 망둥어낚시 현장이다. 망둥어는 겨울에 가장 큰 씨알이 낚이기 때문이다. 여름에는 커야 25cm 남짓한 망둥어가 겨울이 되면 30cm는 기본으로 넘고 40cm에 달하는 녀석도 있다고 들었다.

그러나 지금껏 그 현장을 잡지 못한 것은 겨울철 강추위와 잡지 마감기간 때문이었다. 서해안은 11월 말만 되면 차가운 북서풍이 매섭게 몰아쳐 낚시인들의 출조가 뚝 끊긴다. 여기에 매월 15일까지는 낚시춘추 마감일이고 이래저래 날씨와 물때까지 맞추다 보니 출조일 잡기가 쉽지 않았다.

그래서 올해는 반드시 취재에 성공하겠다는 각오(?)로 망둥어낚시 취재원들에게 수시로 연락을 취했고 마침 강화도 외포리 인근 포구에서 일명 ‘동태 망둥어’가 낚이는 중이라는 정보를 입수할 수 있었다. 지난겨울 화성 궁평항에서 만났던 김문한 씨의 제보였는데 아쉽게도 본인은 몸이 안 좋아 동행취재는 무산됐고 김문한 씨가 알려준 주소를 받아들고 외포리로 향했다.

김문한 씨가 제보한 황청포구는 강화도와 석모도를 잇는 석모대교 입구에서 불과 600m 거리였다. 석모대교 입구 로터리에서 황청리 방향으로 직진하면 황청포구 입간판이 크게 써 있어 누구나 쉽게 찾을 수 있다.

황청포구로 들어서자 넓은 주차장이 나왔고 바닷가 구석 주차장 부근에 3명의 낚시인이 망둥어를 노리고 있었다. 평일에도 자리 경쟁이 치열하다고 들었는데 이날은 낚시인이 많지 않았다(나중에 알고 보니 이날 유난히 날씨가 추워 낚시인의 발길이 뚝 끊겼다고 한다).

3명의 낚시인은 서울에서 온 조성수 씨, 일산에서 온 이대희 씨, 김포에서 온 오필문 씨였다. 인사를 하고 조황을 묻자 조성수 씨가 “조금 일찍 오시지 그러셨어요. 아침 들물에 와르르 낚이곤 썰물로 돌아서자 입질이 소강상태입니다”라며 쿨러 속에 살려 놓은 망둥어를 보여주었다.

옆에 있던 이대희 씨의 검은 비닐봉투 속에도 20마리 정도의 망둥어가 들어있었다. 조성수 씨 것보다 잘았지만 평균 35cm 내외의 씨알이었다.

그중 가장 큰 씨알 두 마리를 골라 조성수 씨가 들고 사진을 찍었다. 길이를 재보니 한 마리는 48cm, 한 마리는 44cm였다. 사진을 찍으면서도 ‘이게 망둥어야? 동태야?’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씨알이 굵어 헛웃음만 나왔다.

한편 이날 나는 취재 전 ‘황청포구 포인트는 들물 조류가 세서 썰물 때 찾는 게 좋다’는 제보를 듣고 왔는데 막상 현장에 도착하니 얘기가 또 달랐다. 촬영에 도움을 준 조성수 씨와 이대희 씨 모두 역시 망둥어낚시는 들물이 좋고 그중에서도 초들물이 최고의 피크라는 견해를 밝혔다.

그 이유는 간만조 차이가 큰 서해안의 특성이 큰 영향을 미친다. 간조 때 먼 바다로 빠졌던 망둥어는 차오르는 들물을 타고 점차 육지 가까이 올라붙는다. 이후 수위가 높아질수록 어군이 넓게 퍼져버리기 때문에 그만큼 입질 확률이 줄어드는 게 일반적이다. 특히 요즘처럼 수온이 낮은 겨울에는 망둥어 활성도 그만큼 약해지기 때문에 최대한 들물낚시(특히 초들물)에 집중하는 게 중요하다. 썰물 때는 망둥어가 빠른 속도로 깊은 곳으로 빠지기 때문에 들물에 비해 입질 확률이 떨어지게 된다.

아울러 같은 서해안인데 화성 궁평항이나 매향리선착장에 비해 강화권, 그중에서도 외포리 황청포구 일대 망둥어 씨알이 굵게 낚이는 것도 특이점이다. 이맘때 궁평항에서도 40cm가 넘는 놈들은 종종 봤지만 외포리 황청포구처럼 40cm 중후반대 씨알이 마릿수로 낚이는 경우는 드물기 때문이다(이대희 씨가 확인한 지난겨울 외포리 망둥어 최대어는 57cm라고 한다). 몇몇 낚시인들은 ‘황청포구 일대는 물골이 깊고 조류가 세 크고 강한 망둥어만 서식할 수 있다’고 주장하지만 어디까지나 낚시인들의 추측일 뿐이다.

취재일은 오후 2시경이 만조라 내가 도착한 직후부터는 내내 썰물이었다. 오후 4시까지도 기다려봤지만 썰물에는 오후 3시경 오필문 씨가 올린 25cm짜리 망둥어 한 마리가 유일했다. 확실히 들물과 썰물의 입질 빈도에 큰 차이가 났다. 따라서 기사를 보고 황청포구(다른 서해안 어느 포인트를 가더라도)를 찾을 예정이라면 반드시 초들물 시간에 도착할 수 있도록 물때를 확인할 필요가 있다.

대체로 서해 망둥어는 12월까지는 그런대로 잘 낚이다가 가장 추운 1월에 조황이 크게 떨어진다. 이후 2월부터 3월 사이에 마지막 불꽃을 태운 후 생을 마감한다.

한편 외포리 황청포구는 방한에만 신경 쓴다면 가족낚시인들이 찾기에도 좋은 여건이다. 일단 주차장이 넓고 공중화장실까지 잘 갖춰져 있다. 인근에 식당과 카페 등이 많아 식사 해결에도 문제가 없다. 주차장 옆에는 데크 시설까지 갖추고 있어 이곳에 캠핑의자를 놓고 낚시를 즐기기에도 좋은 여건이다. 만조 때는 지대가 높은 주차장의 낚시 여건이 좋지만 물이 빠졌을 때는 갯벌로 내려가 낚시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 “한 마리만 낚아도 매운탕꺼리로 충분합니다.” 김포에서 온 오필문 씨가 취재일 망둥어 조과를 보여주고 있다.

▲ 산란기를 맞은 망둥어. 위쪽 홀쭉한 놈이 수놈, 알을 배 퉁퉁한 아래 놈이 암컷이다.

▲ 바늘에 꿴 청갯지렁이. 바늘을 감쌀 수 있을 정도로만 짧게 꿰면 된다.

▲ 염장한 청갯지렁이. 밀폐 용기에 담아야 오랜 보관이 가능하다.

▲ 강화 황청포구로 겨울낚시 여행을 온 서울 김준성, 손예은 부부.

▲ 망둥어는 겨울~봄 사이에 가장 굵게 낚인다. 앞쪽 큰놈들은 모두 40cm가 넘는 씨알이다.

▲ 황청포구 앞 주차장. 미끼와 채비를 파는 매장과 함께 공중화장실도 있다.

▲ 일산에서 온 이대회 씨가 거둔 마릿수 조과.

▲ 오필문 씨가 중썰물에 올린 30cm급. 망둥어는 들물 때 입질이 활발하다.

겨울철 시즌이라고 해서 다른 시즌과 비교해 장비와 채비가 달라지는 것은 없다. 릴낚시 장비는 세트에 2~3만원짜리면 충분하며 묶음추는 1천원에 2~3개 세트를 구입하면 된다. 미끼는 청갯지렁이를 쓰는데 현지 낚시점에서 1통에 5천원 정도면 살 수 있다. 갯지렁이는 바늘을 감출 수 있을 정도로만 작게 꿰어도 충분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