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강의 낭보 1
부여 백마강
외리 본강에 현지꾼들도 모르는 월척밭 있다
ㅣ글 사진 이희백 서산 무한도전클럽 회원ㅣ
해마다 4월 중순 벚꽃이 떨어질 때쯤이면 부여 금강(백마강)에서 비밀스런 월척 소식이 전해져 온다. 충남 부여군 규암면 외리 앞 본강이 문제의 포인트. 3년 전 부여에 사는 무한도전클럽 김성수 회원이 찾아낸 이 포인트는 아직 현지꾼들도 잘 모르는 곳이다.
▲ 오전의 월척 파티가 끝난 뒤 평온을 되찾은 부여 백마강. 낚시인들 뒤로 보이는 다리가 부여대교다.
작년 4월 하순, 백마강에서 김성수씨 혼자 하루에 30마리의 월척을 올렸다는 믿지 못할 소식을 들었다. 그 후 백마강 월척은 6월 초까지 계속 낚였으나 나는 일 때문에 가지 못했다. 올해는 기필코 갈 것이라 마음먹고 금강에서 붕어가 낚일 날을 손꼽아 기다렸다. 그러던 4월 14일 부여의 김성수 회원이 드디어 월척이 비치기 시작했다는 낭보를 전해왔다. 작년보다 보름 빠른 개막이란다.
4월 16일 나는 2박3일 일정을 잡아 인천에 사는 진홍철(닉네임 황금비늘)씨와 함께 서산을 출발하여 1시간 30분 후 부여군 규암면소재지에 도착했다. 김성수씨의 안내를 받아 포인트로 향했다. 외3리 마을회관 앞에서 둑에 올라서니 그림 같은 포인트가 내려다 보였다. 강이라고 해서 연안이 휑할 줄 알았는데, 마치 저수지에 와있는 것처럼 수초대가 근사하게 형성되어 있었다.
김성수씨는 “겨우내 깊은 수심에 머물러 있던 강붕어들이 수온이 오르자 얕은 수심층으로 무리지어 회유하고 있다. 강 본류라도 유속은 거의 없어 낚시를 하는 데 문제는 없다. 단지 밑걸림이 심하다. 외바늘에 지렁이를 달아 찌만 세우면 입질이 올 것”이라며 자세히 알려주고는 퇴근한 뒤 다시 오겠다며 회사로 돌아갔다.
▲ 한 낚시인이 수초 끝자락에 찌를 세우고 입질을 기다리고 있다.
부여 김성수씨가 3년 전 발견한 명당
우리는 차에서 내려 낚싯대를 들고 낚시자리부터 탐색했다. 수심은 평균 60cm 정도 되었고 생각보다 밑걸림이 너무 심해 찌 세우는 것조차 힘든 상황이었다. ‘붕어들이 연안에 바짝 붙어 있어 수초를 넘겨 치지 말고 짧은 대를 써야 입질을 받을 수 있다’는 김성수 회원의 말에 고심을 하다 결국 전화를 걸었다.
“정말 이곳에서 입질을 받은 게 맞는 거야?”
“네! 빈 공간을 잘 찾아 채비를 넣어보세요. 부들 새순이 수면에서 30센티 정도 올라왔을 때가 최상의 조건인데 올해는 입질이 좀 빠른 편이에요.”
나는 17부터 29대까지 총 10대를 깔았는데 밑걸림 때문에 긴 시간이 걸렸다.
‘어라?’
나하고 20m 정도 떨어져 낚시를 하고 있던 홍철이가 아직 낚싯대도 다 펴지 못한 상황에서 28cm 정도 되는 준척붕어를 한 마리 걸어 올리더니 이번에는 또 다른 낚싯대가 포물선을 그린다. 한참 실랑이를 벌이던 낚싯대가 그만 하늘로 치솟고 말았다.
“형님, 얼마나 힘을 쓰는지 4짜 붕어가 분명합니다! 부들 속으로 파고드는 붕어를 제압을 못해 놓쳤어요.”
30분 정도 지났을 무렵 2.1칸 대에서 입질이 들어왔다. 챔질해서 낚아낸 36cm급 월척. 붕어 씨알이 정말 대단했다. 대낮에 이런 조황이라니… 삽시간에 내가 두 마리, 홍철씨가 3마리의 월척붕어를 낚았다.
한창 금강 붕어와 씨름하고 있는데 서산에서 늦게 출발한 한동석씨와 고장원씨가 도착했다. 그들은 우리가 낚아놓은 조과를 보고는 깜짝 놀라며 서둘러 자리를 찾아 낚싯대를 펴기 시작했다. 이때 금강 수문이 열렸는지 물이 빠지기 시작했다. 유속이 얼마나 빠른지 찌가 떠내려갈 정도였다. 강낚시나 수로낚시는 배수를 하면 꽝인데… 어떻게 해야 될지 몰라 성수 동생에게 전화를 걸었다.
“하류 쪽에서 4대강 공사가 한창인데 모래 채취를 하기 위해 일주일에 두 번 정도는 물을 빼고 있습니다. 좀 더 상류 쪽에 깊은 곳이 있으니 그쪽으로 옮기면 붕어가 낚일 겁니다. 하지만 물이 빠진 직후에는 낚시가 잘 안 되니 오늘은 철수했다가 내일 아침에 다시 노려보자고요.”
김성수씨의 조언대로 우리는 강에서 철수해 규암면소재지에서 저녁을 먹고 여관에 들어 잠을 청했다.
▲ 각자 낚은 월척을 들고. 좌측부터 서산 한동석, 인천 진홍철, 서산 고장원씨.
▲ 이원석씨가 월척붕어를 끌어내고 있다. ▲ 취재 당일 오전에 낚인 월척붕어들. 오후까지 모두 17마리를 낚았다.
“이곳에선 낚싯대 많이 펴면 손해입니다”
다음날 새벽 동이 트기 전 김성수씨가 찾아와 자고 있는 우리를 깨웠다. 우리는 그를 따라 새로운 포인트를 찾아 나섰다. 어제 우리가 낚시했던 곳의 바로 위쪽이었다. 이곳 수심은 대부분 1.5m 정도 나왔다.
“이곳에서는 낚싯대를 여러 대 펴면 손해입니다. 짧은 대 위주로 서너 대면 알맞습니다.”
처음에는 김성수씨의 말이 무슨 뜻인지 몰랐으나 곧 알 수 있었다. 그야말로 놀라운 광경이 벌어졌다. 미끼를 꿰어 던지자마자 붕어가 달려들었는데 여기저기에서 “푸드득” “푸드득” 난리가 난 것이다. 낚싯대를 많이 깔았던 사람들은 채비가 엉켜 푸는데 시간을 다 소비해야 했다.
9시가 넘어서자 입질이 뜸해졌지만 12시까지 다문다문 낚였고 하나같이 32~38cm의 월척이었다. 우리는 아침도 점심도 거른 채 낚시에 빠져 있었다. 오후 2시경 이날 합류한 부여 현지의 이원석 회원이 40.5cm 붕어를 낚아 모두를 놀라게 했다. 성수씨는 “그동안 4짜는 정말 보기 힘들었는데 기어코 우리 회원들이 큰일을 해내고 말았군요”하며 기뻐했다. 줄기찬 입질은 오후 3시가 지나서야 소강상태를 보였다.
포인트 넓어 낚시회 정출지로도 안성마춤
필자 일행이 낚시했던 곳은 부여군 규암면 외3리 마을회관 앞으로 부여대교 바로 아래쪽 연안이다. 주차공간도 넓어 낚시회 정출지로도 손색이 없다. 김성수씨는 “밤낚시는 잘 안 되고 동틀 무렵부터 3시간 동안 폭발적인 입질을 보여주는데 흐린 날이나 비가 내리는 날에는 하루 종일 입질이 들어오기도 한다. 6월 하순까지 대물붕어 시즌이 이어진다. 간혹 예고도 없이 강물이 빠지는 날이 있는데 그때는 다음날 찾아오면 밤새 물이 불어 낚시가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대개 수요일과 금요일에 강물이 자주 빠지는데 오늘과 같이 토요일에 물을 빼는 날도 더러 있다고 했다. 대부분의 포인트가 밑걸림이 심하여 외바늘채비를 써야 한다. 이날 서산 무한도전 회원 4명이 낚은 조과는 준척은 빼고 40.5cm를 포함하여 17마리의 월척이었다. 35~38cm가 70%를 차지할 정도로 씨알이 훌륭했다. 5월 초 현재도 꾸준하게 월척이 낚이고 있는데 마릿수는 당시에 비해 떨어지는 편이지만 오전 시간에 공략하면 충분히 손맛을 즐길 수 있다.
▒ 가는 길 공주~서천간 고속도로를 타고 부여IC에서 내려 규암면사거리에서 ‘장암면’ 방면으로 우회전한다. 29번 국도를 타고 가다 돌말삼거리를 지나 부여대교 아래쪽을 지나면 곧 외3리에 닿고 마을회관 앞에서 왼쪽 제방 둑을 보고 좌회전, 제방 둑을 넘어가면 주차를 할 수 있는 큰 공터가 나온다.
▒ 조황문의 부여낚시프라자 010-3827-247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