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출조 첫날 일명 철수길 포인트에서 올린 첫 감성돔을 보여주는 필자. 수심 7m 여밭을 2B 고리찌 전유동 채비로 공략해 낚았다.

▲ 드론으로 촬영한 하추자 본섬 일대 모습. 초등철에는 추자도 본섬과 가까운 여밭에서 입질이 활발하다.

▲ 필자가 추자도 본섬과 가까운 철수길 포인트에서 감성돔과 파이팅을 벌이고 있다.

11월 중순 무렵, 사리물때에 맞춰 추자도로 들어갔다. 이번 겨울에는 제주도에서 오전 9시30분에 들어가던 여객선이 선박 수리 관계로 내년 1월까지 운항을 멈춘 터라 오후 1시40분에 출항하는 배로 추자도로 들어갔다.

추자도 도착 후 민박집 승합차를 타고 본섬의 이곳저곳을 둘러보며 다음날 출조 계획을 세웠다. 그날 오후에 신양항에서 만난 나래호 정정삼 선장은 ‘아직까지도 물색이 맑아 내일 조황이 약간 걱정된다’며 우려했다. 하필 다음날은 바람이 너무 세게 불어 배가 뜰 수 없으니 본섬 포인트부터 찔러보라는 조언을 해주었다. 그래서 떠올렸던 게 예초리권 본섬 포인트였다.

그런데 다음날 오전 8시, 느긋하게 본섬 포인트로 나갈 준비를 하는데 갑자기 정정삼 선장으로부터 전화가 왔다. 예상보다 바람이 약해 출항할 수 있겠다는 것이다.

신양항을 출항, 오리똥여를 지나 망여 가기 전에 있는 본섬 포인트에 내렸다. 철수길에 마지막 손님을 태우고 들어가는 일명 ‘철수길 포인트’였다.

갯바위를 둘러보니 반탄류가 발생하기 좋은 여밭이었다. 초등감성돔 시즌에 매우 좋은 자리였지만 일단 배 대는 자리의 수심 7m권 여밭을 공략하기로 했다.

아직 초들물이라 멀리서 움직이는 바깥 본류의 영향이 적었다. 조류가 발밑으로 받히는 상황이었기에 어신찌를 시마노의 제로핏 DVC 타입-D 2B찌를 선택했다. 이 찌는 주로 벵에돔용으로 사용하던 것인데 일반 구멍찌 형태인 것을 필자가 고리찌로 개조한 것이다.

오늘처럼 옆바람이 강하게 불고 밀려드는 조류 상황에서 일반 구멍찌는 원줄이 구멍찌 상부 구멍을 통해 빠져나가기 때문에 바람 영향을 강하게 받는다. 반면 고리찌는 원줄이 하부 고리를 통해 내려가기 때문에 수면 위 바람 영향을 덜 받는다. 그만큼 채비 내림이 좋은 것이다.

이날 필자의 장비는 1-530 릴대에 3000번 릴, 원줄은 겨울철에 바람 영향이 적은 서스펜딩 2.5호, 목줄은 2.25호를 3m 사용했다. 어신찌는 변형 고리찌 2B, 바늘은 감성돔 4호를 사용했다. 바늘 위 50cm에 B봉돌 1개, 도래 밑에 G3봉돌을 달았다.

반탄류가 끝나는 전방 10m 부근에 밑밥을 꾸준히 투입하고 채비는 그보다 10m 이상 멀리 던졌다. 밑밥띠 위로 채비를 끌어들이는 방식이었다. 예상대로 첫 캐스팅에 원줄을 차고나가는 입질이 들어왔으나 챔질과 동시에 바늘이 벗겨지고 말았다. 아쉽지만 일단은 예상한 패턴이 맞아 떨어졌다는 판단이 들었다.

그리고 곧바로 두 번째 캐스팅에 43cm짜리 감성돔이 올라왔다. 그리고 세 번째 입질에 어마어마한 녀석이 걸려들었다. 처음에는 왼쪽의 여밭으로 질주하는가 싶더니 다시 방향을 틀어 먼 바다로 빠져나가는데 도저히 제압이 안 되는 녀석이었다. 릴 핸들을 두 바퀴 감으면 대여섯 바퀴를 차고 나가기를 반복, 스풀에 감은 원줄 150m가 거의 다 풀려 곧 바닥이 보일 판이었다.

결국 손으로 드랙을 완전히 잠그고 버티자 녀석이 머리를 흔드는 느낌과 동시에 목줄이 터져버렸다. 정체 모를 녀석과 한바탕 싸우고 나니 온몸에서 힘이 빠졌다. 이후 4짜 이상급으로만 3마리를 더 낚고 첫날 낚시를 마쳤다.

▲ 둘째 날 오리똥여에서 올린 5짜 감성돔을 보여주는 필자. 오리똥여 역시 본섬과 가까운 여밭 포인트로 대물이 잘 낚이는 자리다.

▲ 취재일 함께 출조했던 낚시인들이 올린 감성돔들. 초등철에는 마릿수 재미가 뛰어나다.

▲ 필자가 취재 때 사용한 변형 고리찌. 2B 구멍찌의 아래 구멍에 B 무게의 도래를 박았다. 원줄 빠짐이 좋고 횡조류와 바람 영향을 덜 받아 가벼운 채비로 여밭을 공략할 때 유리하다.

다음날은 초등감성돔의 성지 소머리섬으로 향했다. 초등 때마다 어김없이 마릿수 감성돔을 보여주는 곳이라 누구나 한번쯤은 가고 싶어 하는 섬이다. 이번 조행에서 나는 마릿수보다는 대물에 초점을 두고 출조했지만 최근의 추자도에서는 초등철에도 5짜급 씨알이 잘 낚여 은근히 기대가 됐다. 그래서 낚싯배가 소머리섬에 도착했지만 다른 낚시인들에게 포인트를 양보하고 다시 본섬으로 향했다.

둘째 날 내린 포인트는 신양항에서 좌측으로 돌면 바로 만나는 본섬의 무명 포인트다. 하선하고 보니 물색이 여전히 맑아 우려됐다. 들물에 우측에서 좌측으로 흐르는 본류대가 있어 그곳을 노려보기로 하였다. 그러나 막상 채비를 꾸려 본류를 공략해보았지만 속조류가 90도 방향으로 꺾이며 정면으로 가로질러 들어왔다. 여밭에서는 도무지 입질이 나타나질 않아 발 앞 반탄류를 전날과 같은 고리찌로 공략하기로 했다.

이후 조류가 너무 약해지는 바람에 오전 11시경 하추자의 오리똥여로 이동했다. 신양항에서 배를 타고 항구를 나오면 가장 먼저 만나는 갯바위이다. 조류 소통이 좋은 곳으로 들물이 작은 오리똥여 사이로 흘러 망여 쪽으로 갈 때가 좋고, 사자섬으로 가는 센 본류를 공략하는 방법도 있다. 특히 썰물 때는 동쪽으로 흐르는 본류대를 공략하면 대물 감성돔을 마릿수로 만날 수 있는 포인트다.

9물이다보니 오전의 본섬 포인트에 비해 물색이 탁해졌고 초들물이 시작되자 좌우측에서 본류가 시작되고 있었다. 발밑 수심은 9m 전후. 점점 거리가 멀어지면 12m 정도의 수심에서 여밭이 시작됐다. 이렇게 조류가 강할 때엔 13~14m까지 수심을 늘려가며 150m 원줄이 다 풀릴 때까지 채비에 긴장감을 주며 뒷줄을 견제하는 게 좋다. 빠른 조류에 대응하기 위해 2.5호 반유동채비를 꾸리고 밑밥은 좌측 본류의 초입에 꾸준하게 넣어주었다.

조류의 좌측 상단에 채비를 캐스팅하고 수심을 약 12m에 맞춘 채비로 50~60m 흘리자 찌가 빠르게 사라졌다. 첫 입질에 52cm 정도 되는 감성돔이 강하게 저항하며 올라왔다. 이날은 평소와 달리 첫 입질이 가까운 곳에서 들어왔다. 밑밥 효과가 좋다는 것이고 제대로 공략하고 있는 상황인 것이다.

참고로 본류대를 공략할 때엔 밑밥 투입은 많은 양을 한꺼번에 넣는 것보다는 꾸준하게, 밑밥띠가 끊이지 않도록 주는 것이 요령이다. 이 패턴을 유지하며 지속적으로 공략하다보니 4짜가 넘는 감성돔 두 마리가 더 올라왔다.

잘 흐르던 썰물 조류가 오후 4시 무렵 철수 시간을 앞두고 서서히 죽어가고 있었다. 좌측으로 흘러나가는 조류는 더 이상 밑밥과 채비를 실어 포인트로 보내줄 힘이 없었지만 우측 조류는 그나마 힘이 살아 있었다.

채비가 50m 정도 흘러 여밭 구간에 들어갈 무렵 낚싯대를 들어 뒷줄 견제를 하자 이내 쑤욱 빨려 들어갔다. 강한 챔질과 동시에 녀석이 강하게 저항했다. 만만찮은 힘으로 버티다 올라온 녀석은 50cm를 갓 넘긴 놈이었다. 이렇게 해서 이날의 조과는 5짜 2마리와 4짜 초중반 세 마리 등 총 5마리의 감성돔으로 낚시를 마칠 수 있었다.

일반적으로 초등감성돔은 마릿수는 많지만 보통 40cm 전후가 대부분이다. 그러나 올해의 추자도 초등시즌에는 6짜급이 종종 낚일 정도로 빈도가 높은 편이다. 매우 이례적인 상황인데 하필 이런 상황이 지속될 때는 감성돔 시즌이 조기 마감되는 때가 많았다.

이제 기온도 많이 내려가고 북서풍도 점점 드세게 부는 시기이다. 이제 추자도는 본격적인 감성돔 시즌에 들어섰고 겨울 감성돔 왕국이라는 명성에 맞게 멋진 녀석들이 낚시꾼들의 가슴을 설레게 할 것이다. 오랜만에 초등철에 찾은 추자도에서 만난 은빛 왕자들을 기억하며 다음번 출조를 기약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