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초등 감성돔 시즌 제대로 맞춰왔습니다.” 푸가 필드테스터 윤화열 씨가 밖미역섬 동쪽 끝 포인트에서 올린 감성돔을 보여주며 기뻐하고 있다.

▲ 진도항에서 추자도까지 45분 만에 주파하는 산타모니카호.

본격 원도 초등철을 맞아 추자도 원정에 나섰다. 올해 추자도 출조 코스에서 가장 눈에 띄는 변화는 산타모니카호의 취항이다.

지난 5월 취항한 씨월드고속훼리의 산타모니카호는 진도 진도항(옛 팽목항)에서 상추자까지 45분 만에 주파한다.

지난 11월 중순, 함께 태도 출조를 계획했던 푸가 필드스탭 윤화열 씨로부터 청천벽력 같은 소식이 들려왔다. 진도에서 뜨는 사선을 타고 금토 일정의 낚시를 계획했으나 갑자기 취소된 것이다.

이유는 다소 황당했다. 며칠 전 예보와 달리 일요일까지 바다 날씨가 좋다는 소식이 뜨자 1박2일 출조 스케줄이 2박3일 스케줄로 변경된 것.

나를 포함해 예약한 4명 모두 일요일엔 개인 일정이 잡혀있던 터라 출조를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 선사의 일방적인 스케줄 변경에 당혹스럽고 원망스럽기까지 했다. 출조 이틀 전 이런 사태가 발생하자 우리는 난감했고 서둘러 대체 출조지를 물색했다. 그렇게 해서 찾아낸 것이 이번에 진도항에서 이용한 산타모니카호를 타고 떠나는 추자도 원정이었다.

씨월드고속훼리에서 운영하는 산타모니카호는 기존 한일블루나래호를 대체하는 여객선으로 여객 정원 606명에 86대의 차까지 실을 수 있는 차도선이다. 진도항에서 제주도까지는 2시간, 추자도까지는 45분밖에 걸리지 않는 초고속 대형 선박으로 기존 훼리호보다 크고 편안하다.

▲ 추자도 밖미역섬 동쪽 끝 포인트에서 올라온 5짜 벵에돔. 사용 낚싯대는 엔에스 알바트로스 프로 1.2-50대.

▲ 윤화열 씨가 추자도 망여 안통에서 올린 78cm 농어. 취재 당시에는 유난히 농어 입질이 잦았다.

객실에는 일반 매점이 아닌 파리바게트 매장이 입점해 있으며 비행기와 마찬가지로 이코노미석, 비즈니스석으로 구분되고 오션뷰석과 패밀리석도 갖추고 있다.

배가 크다보니 높은 파도에도 영향 받지 않는다. 너무 조용해 배가 운항 중인지도 모를 지경이다. 좌석에 앉아 커피를 마시며 수다를 떨다보면 잠시 눈 붙일 틈도 없이 상추자도에 도착한다.

빠르기도 빠르지만 더욱 매력적인 것은 입출항 시간이다. 진도 진도항에서는 매일 아침 8시에 출항하고 추자도에서 진도로 출항하는 시간은 오후 6시40분이다. 따라서 첫날 오후낚시를 여유 있게 즐기고 둘째 날도 오후 4시 무렵까지 풀로 낚시를 즐긴 수 있다. 이런 점 때문에 추자행 사선 대신 산타모니카호를 타고 추자도 1박2일 낚시를 즐기는 사람이 많아졌다고 한다.

지난 11월 25일 산타모니카호가 상추자 대서리항에 도착하자 예약한 아름다운펜션의 승합차가 마중 나왔다. 우리는 잠은 아름다운펜션에서 자고 낚싯배는 하추자에서 운항하는 나래피싱호(선장 정정삼)를 타기로 했다.

대서리에 있는 아름다운펜션은 낚싯배가 없는 순수 민박집으로 낚시객보다는 여행객들에게 더 잘 알려진 곳이다. 낚싯배는 출조객들이 타고 싶은 배를 골라 타면 되는 시스템인데, 출조 시간과 철수 시간에 맞춰 배터까지 픽업 서비스를 제공한다.

우리는 부부 한 쌍과 함께 출조한 터라 아름다운펜션의 독채를 빌렸다. 거실 하나에 방 2개가 있는 구조로, 거실에도 화장실이 있어 방이 3개나 있는 셈이었다. 부부가 방 하나를 쓰고 코를 고는 나에게 방 하나가 ‘강제로’ 배정됐다. 윤화열 씨는 큰 거실을 혼자 독차지했다. 거실에는 인덕션과 냉장고, 싱크대 등이 갖춰져 있어 직접 음식을 해먹기에도 좋은 구조다. 식사비 빼고 펜션만 빌리는데 드는 비용은 1박에 15만원. 독채가 워낙 커서 10명이 묵기에도 안성맞춤이었다.

이번 출조 일정을 짠 윤화열 씨는 “낚시 전문 민박집에 비해 조황 정보나 출조 편의에서 뒤질 수는 있지만 한적한 분위기를 좋아하는 낚시인이라면 민박 전문 집을 이용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특히 이번처럼 부부가 함께 움직이는 출조라면 더욱 편리할 것이다. 낚싯배는 본인이 잘 아는 선장의 배를 타면 되므로 조황 파악이 어렵다는 것은 선입견이다. 작년 겨울에도 이 시스템을 이용해봤는데 직접 요리를 해먹을 수도 있어 경제적이고 재밌었다”고 말했다.

▲ 추자도 밖미역섬 동쪽 끝 포인트에서 감성돔을 끌어내는 윤화열 씨. 썰물 때 수심 4~6m의 여밭에서 입질이 잦았다.

▲ 진도항에 정박 중인 산타모니카호. 승객 660명, 차량 82대를 실을 수 있는 대형 차도선이다.

▲ 산타모니카호의 비즈니스석.

▲ 산타모니카호에는 매점 대신 파리바게뜨가 입점해 있다.

▲ 촬영팀이 묵었던 상추자 아름다운펜션의 관리동.

▲ 관리동에서 밑밥을 준비 중인 촬영팀.

▲ 윤화열 씨와 함께 추자도 밖미역섬 동쪽 끝에 내린 기자가 참돔을 걸어 파이팅을 벌이고 있다.

▲ 회장배대회를 겸해 추자도를 찾은 한국낚시25연맹 회원들이 사자섬에서 거둔 조과를 자랑하고 있다. 왼쪽부터 정승근 부회장, 은희중 회장, 이철수 전임 회장이다.

짐 정리를 마친 후 민박집 차를 이용해 신양항으로 나섰다. 이래저래 짐 정리를 하고 나니 벌써 오전 11시. 보통 오전 11시30분에 점심 도시락을 돌리기 때문에 첫날 출조는 예상보다 약간 늦었다.

정정삼 선장이 모는 나래피싱호를 타고 첫날 우리가 들어간 곳은 밖미역섬. 정정삼 선장은 “초등철에는 부속여보다 본섬권 조황이 좋고 씨알도 굵다. 굳이 명성만 좇아 부속섬을 찾을 필요는 없다”고 말했다. 그런데 하필 이날은 본섬 조황이 갑자기 떨어져 밖미역섬으로 향했다. 동행한 김근호 씨 부부는 밖미역섬의 명당인 서쪽여에, 윤화열 씨와 나는 100m가량 떨어진 북쪽 콧부리에 내렸다. 이 자리는 썰물 때 입질이 활발한 곳인데 아직은 만조라 두 시간 정도는 더 기다려야 썰물이 제대로 흐를 것 같았다.

그러나 낚시 시작 30분도 안 돼 썰물 방향으로 조류가 흐르기 시작했다. 이날은 9물로 조류가 가장 센 물때이다 보니 그 영향으로 흐름 방향도 뒤죽박죽이었다. ‘진짜 썰물’은 아니었지만 발 밑 갯바위 벽면으로 보기 좋은 훈수지대가 생겨나 10m 근방을 공략하기 시작했다. 수심은 7m. 곳곳에 여가 있어 밑걸림이 자주 생겼다.

초등철에는 이런 얕은 여밭에서 굵은 감성돔이 잘 낚이기 때문에 긴장하고 찌를 주시했다. 훈수지대에서 입질이 없어 ‘본류를 직공해볼까?’ 하고 채비를 걷어 들이려던 순간, 구멍찌가 제트(Z)자 형태를 그리며 쏜살같이 사라졌다.

챔질과 동시에 릴 드랙이 풀리고 낚싯대가 요동쳤다. 워낙 강력한 저항이라 릴에는 손도 못대고 버텼다. 옆에서 이 모습을 지켜보던 윤화열 씨가 틀림없는 5짜 감성돔이라며 흥분하기 시작했다. 나 역시 최근 들어 경험 못한 괴력이라 55cm 이상은 충분할 것으로 예상했다.

그런데 도주 형태가 약간 이상했다. 감성돔도 참돔도 아닌 다소 이질적인 도주 형태에 ‘감성돔이 아닐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우려대로 수면 위로 떠오른 고기는 예상 밖의 벵에돔이었다. 그동안 추자도를 다니며 30~40cm급 벵에돔은 자주 낚았지만 얼핏 봐도 50cm는 충분히 넘어 보였다.

참고로 추자도에서 겨울에 낚이는 대형 벵에돔은 4계절 내내 추자에 서식하는 붙박이들이다. 여름~가을에 낚이는 회유성 벵에돔은 코발트빛이 진하지만 붙박이 대형급들은 체색이 옅고 비늘이 거칠다.

이런 붙박이 대형급은 특이하게도 초등철부터 잘 낚이는데 정통 띄울낚시보다는 감성돔을 노리는 바닥낚시에 더 잘 낚인다. 이날 나는 2호 목줄을 사용했지만 1.5호 목줄에도 심심찮게 올라온다.

약한 채비에도 의외로 쉽게 올라오는 이유는 계절상 낮아진 활성도와 더불어 겨울에는 물빛이 탁해 물속 시야가 탁한 것이 원인이다. 물이 맑은 여름에는 바늘에 걸린 벵에돔이 은신처나 수중여를 향해 사력을 다해 도주하지만 시야가 나오지 않으면 ‘목적지를 정하지 못해’ 큰 힘을 못 쓰는 것이다. 운전 중 안개가 자욱하게 껴 앞이 안 보이면 자동차의 속력을 줄이는 것과 비슷한 이치다.

▲ 다솔낚시마트에서 촬영팀에게 후원한 마루큐사의 만(灣) 지누 스페샬 집어제. 눈에 잘 띄는 황색 압맥과 옥수수를 다량 함유하고 침강 속도가 적당히 느려 초등철 여밭을 노릴 때 유리했다.

▲ 윤화열 씨가 감성돔을 낚을 때 사용한 푸가의 챔스 구멍찌를 보여주고 있다. 원투력과 가성비가 좋은 찌로 알려진 제품이다.

▲ 아름다운펜션에서 저녁식사를 즐기는 촬영팀. 삼치회, 뺀찌 구이 등 다양한 반찬이 입맛을 돋우었다.

▲ 추자도 밖미역섬에서 연타로 감성돔을 올린 푸가 필드테스터 윤화열 씨.

▲ 하추자의 도보 포인트로 유명한 도깨비골창. 초등철과 주의보 때 위력을 보인다.

만조 무렵 올라온 5짜 벵에돔에 고무된 우리는 초썰물이 받히면 소나기 입질이 올 것으로 예상하고 열심히 품질을 했다. 그러나 의외로 입질은 더뎠다. 윤화열 씨가 42, 45cm 감성돔 2마리를 올렸고 내가 60cm급 참돔 1마리를 올린 게 철수 때까지의 조과였다. 윤화열 씨는 총 3번의 침을 놨는데 그 중 2마리는 5짜가 넘는 감성돔, 1마리는 대형 참돔으로 예상됐다.

취재 첫날은 나래피싱호에 탄 다른 낚시인들의 조과 역시 썩 좋지 못했다. 해남에서 온 최훈 씨는 70cm에 달하는 농어와 60cm급 참돔을 올렸고 감성돔은 40cm 전후급 2마리가 전부였다. 최훈 씨는 “어제까지만 해도 조황이 좋았는데 갑자기 파도가 약해지니 더 안 나오네요”라며 너무 좋은 날씨를 탓했다.

아무튼 11월 말의 9물이라면 초등감성돔낚시 조건으로는 최고지만 대형 농어와 더불어 굵은 복어, 참돔까지 맹렬히 달려든다는 건 여전히 수온이 높다는 방증이었다.

이튿날에는 정정삼 선장이 안내한 비장의 포인트 망여 안통에 내렸으나 이곳에서도 70cm급 농어 1마리를 낚은 게 전부였다. 오후에는 바람이 터져 제대로 된 낚시를 할 수 없을 정도였고 다른 낚시인들의 조황도 대부분 부진했다.

그나마 다행스러운 것은 철수 일정이었다. 오후 무렵 주의보급 바람이 터졌지만 산타모니카호는 주의보급 날씨에도 운항이 가능해 우리는 오후 4시까지 안심하고 낚시를 즐길 수 있었다.

오후 5시경 민박집에 도착해 짐 정리를 마치고 민박집에서 저녁식사까지 먹은 뒤 6시40분에 출항하는 산타모니카호에 승선했다. 종일낚시로 피로가 쌓인 터라 잠시 눈을 붙여볼까 했으나 커피 한 잔 마시고 나니 어느새 진도항이었다.

비록 첫날에만 큰 손맛을 봤지만 추자도까지 45분밖에 안 걸리는 여객선 소요 시간, 1박2일만으로도 원도권낚시를 ‘빵빵’하게 즐길 수 있는 여객선 코스를 체험했다는 것만으로도 의미 있는 취재길이었다.

▲ 상추자 신양리에서 출항하는 나래피싱호가 밖미역 큰여에 낚시인을 내려놓고 있다. 밖미역섬 큰여는 들물과 썰물에 모두 조황이 뛰어난 명 포인트다.

▲ 하추자 본섬 포인트에서 4짜 감성돔으로 손맛을 본 해남의 최훈(왼쪽) 씨와 김해의 김근호 씨.

▲ 망여 안통에서 왕볼락을 올린 윤화열 씨.

▲ 온통 여밭으로 이루어진 망여 안통 포인트.

▲ 저녁 7시30분에 진도항에 도착한 산타모니카호.

진도 진도항(구 팽목항)에서 매일 오전 8시에 출항해 상추자 대서리항에 8시45분에 도착한다(제주도에는 10시 입항). 철수 때는 역시 상추자 대서리항에서 오후 6시45분에 출항하며 진도항 도착 시간은 7시30분이다. 운임은 이코노미석 기준 유류할증료 포함 진도항↔상추자 대서리항 4만3천750원이다.

참고로 기존에 매일 오전 9시30분에 제주도에서 추자도로 들어가던 한일블루나래호는 12월 중순 현재 운항이 멈춘 상황이다. 진도 우수영에서 추자도를 거쳐 제주도로 들어가던 퀸스타2호도 수리 중이며 1월에나 운항이 재개될 전망이다.

결국 12월 중순 현재 추자도로 들어가는 여객선은 진도항에서 출항하는 산타모니카호와 완도항에서 출항하는 한일고속의 송림블루오션호뿐이다. 송림블루오션호는 제주도에서는 오후 1시40분에 추자도로 가기 때문에 현지에 도착하면 오후낚시가 어렵다. 완도항에서는 추자도로 오전 7시40분에 출항하며 추자도에는 오전 10시 20분에 도착한다.

산타모니카호와 송림블루오션호의 진도항, 완도항 출항 시간은 비슷하지만 추자도에서 나올 때는 산타모니카호가 오후 6시45분, 송림블루오션호가 4시40분 출항이므로 오후낚시를 충분히 즐기려면 산타모니카호가 유리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