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치 선상루어낚시는 아주 매력적인 장르다. 저렴한 비용으로 내만권으로 낚싯배를 타고 출조해 3지가 넘는 갈치로 아이스박스를 가득 채울 수 있다. 더불어 루어낚시로 3~4지 갈치의 화끈한 손맛을 즐겨보면 다른 소형 어종은 시시해서 거들떠도 보지 않게 된다. 나 역시 한동안 갈치낚시에 빠져 갈치낚시라면 연안 방파제부터 원도 심해까지 모두 해보았지만 지금 딱 이 시즌에 즐기는 갈치 선상루어낚시가 최고라고 자신할 수 있다.

실제로 먼 바다로 나가는 심해갈치의 가장 강력한 라이벌이 내만권에서 이뤄지는 갈치 선상루어낚시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현재는 즐기는 낚시인이 많고 시장도 크다. 따라서 내만에서 가장 큰 씨알의 갈치가 낚이는 11월~12월을 놓치지 말고 갈치 선상루어낚시에 도전해보자.

▲ 내만 갈치 선상루어낚시를 출조해 4지가 넘는 큰 씨알의 갈치를 낚은 낚시인. 늦가을~초겨울에는 시즌이 짧지만 내만에서도 폭발적인 조과를 거둘 수 있다.

갈치 시즌은 연중이다. 시장에 연중 갈치가 출하(단 7월 한 달은 금어기)되는 것만 봐도 어렵지 않게 확인할 수 있다. 그런데 갈치를 가장 손쉽게 낚을 수 있는 시즌이 언제냐고 물으면 10월부터 11월을 꼽을 수 있다. 이때는 갈치가 연안으로 몰려드는 멸치 떼를 따라 함께 연안으로 몰려드는데 큰 씨알과 작은 씨알의 갈치가 무리를 지어 들어온다. 소위 말하는 대박 조황이 이 시기에 가능하다.

그러나 나에게 갈치 선상루어낚시의 최고 피크 시즌을 묻는다면 망설이지 않고 11월 말~12월 초라고 답하고 싶다. 그 시기에 낚이는 갈치가 가장 크고 활성도도 높아서 가장 조과가 좋기 때문이다. 낚이는 씨알이 대부분 3지가 넘고 조류가 빠른 곳에서는 4지 갈치도 심심치 않게 낚인다. 산란을 준비하는 갈치는 많이 먹어야 하기 때문에 수온이나 기상에 큰 영향을 받지 않고 마구잡이로 입질을 하는데 그 시기가 바로 11월 말~12월 초다.

12월이 지나면 큰 씨알의 갈치는 서서히 먼 바다로 빠지고 낚시인 역시 12월이 되면 밤에 추워서 낚시를 하기 어렵기 때문에 출조를 잘 하지 않는다.

갈치는 동서남해 할 것 없이 전국에서 낚인다. 하지만 북풍이 불기 시작하는 11월 이후에는 서해와 동해의 갈치들이 멸치어군을 따라 남하하기 때문에 조황이 급격하게 떨어진다. 남해안의 멸치 조업은 11월 이후부터 본격적으로 시작하는데 이때가 남해안 갈치낚시 시즌의 피크가 된다.

갈치 선상루어낚시 출조가 주로 이루어지는 곳은 목포, 고흥, 여수, 남해, 거제, 통영, 부산 등이다. 낚싯배를 타고 가까우면 10분, 멀게는 30분 내외에 포인트가 형성되며 수온, 조류, 물색 등을 고려해 선장이 포인트를 찾아 나선다. 주로 수심 20m 내외의 조류가 빠른 곳이 포인트가 되며 8~10월에 갈치 포인트가 되던 홈통이나 수심 10m 내외의 얕은 연안은 서서히 갈치가 빠져서 포인트가 되지 않는다.

최근에는 동해남부인 경주 일대에서 갈치가 잘 낚여 화제가 되었다. 부산의 기장 일대는 예전부터 초겨울 갈치낚시 포인트로 유명했는데, 최근 경주 일대까지 더 북상한 것이다. 그만큼 멸치어군이 동해남부 일대까지 넓게 포진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조심스레 추측할 수 있으며 부산 기장군 일대가 멸치어업의 전진기지 역할을 하는 만큼 동해남부권이 낚시인들에게 새로운 갈치낚시 명소로 떠오를 것으로 기대한다.

갈치는 의외로 파워가 세다. 특히 11월 말 이후에 낚이는 활성 높은 갈치는 입이 크고 힘이 세서 장비와 채비를 다른 시즌보다 더 강하게 사용해야 한다. 큰 갈치는 입질하는 힘이 강하기 때문에 낚싯대의 초리가 낭창하지 않아도 된다. 따라서 낚싯대는 에깅대가 가장 적합하고 에깅대가 없으면 바다루어 전용 루어낚싯대를 사용한다. 선상에서 하기 때문에 9ft가 넘는 농어대는 너무 길어서 사용하기 불편하며 7~8ft 에깅대라면 쉽게 사용할 수 있다.

채비는 10~15g으로 다소 무거운 지그헤드를 쓰고 웜도 4~5인치로 큰 것을 쓴다. 갈치의 입이 크고 이빨이 날카롭기 때문에 2~3인치 웜이나 가벼운 지그헤드를 쓰면 갈치가 몽땅 삼켜버려 십중팔구 채비를 뜯기고 만다. 묵직한 지그헤드를 멀리 캐스팅하기 위해서라도 에깅대는 돼야 좋으며 최근에는 배스낚시용 베이트릴 장비를 그대로 사용하는 낚시인도 늘고 있다. 베이트릴 장비는 오버헤드캐스팅이 아닌 언더캐스팅을 하기가 스피닝릴 장비보다 한결 수월하게 반복적으로 캐스팅을 할 수 있어 편하다.

▲ 채비를 만들 때 사용하는 웜과 훅, 지그헤드(아래)

갈치낚시를 해본 낚시인들은 갈치가 세로로 서서 위아래로 움직이며 먹이를 먹는다는 사실을 안다. 그런데 문제는 갈치가 항상 세로로 서서 먹이를 먹을 것이라고만 생각한다는 것이다.

갈치가 세로로 서서 먹이를 먹는 이유는 작은 씨알이 자신을 지키기 위해 택한 방법이지 효율적인 사냥법은 사실 아니다. 오히려 조류에 대한 저항을 많이 받기 때문에 강한 조류 상황에서 밀리지 않고 세로로 먹이를 사냥하면 에너지 효율 면에선 안 좋은 방법이다.

그래서 세로로 무리를 형성한 녀석들을 보면 대부분 씨알은 작은 것을 확인할 수 있다. 반짝이는 자신의 몸을 집어등 아래의 어두운 곳에 숨겼다가 베이트가 지나가면 순식간에 솟아올라 먹이를 덮친다.

그렇다면 큰 갈치는 어떻게 사냥을 할까? 큰 갈치는 조류가 빠른 수심이 깊은 곳에서 산다. 이런 곳에서 작은 갈치들처럼 서서 사냥을 한다면 조류에 밀리기 일쑤다. 심지어 많은 양의 큰 갈치 속에서 사냥을 하려면 경쟁자보다 빨리 움직여야지 느긋하게 베이트가 지나가기를 기다린다면 사냥을 하지 못할 확률이 높다. 그래서 큰 갈치는 길고 강력한 꼬리로 조류를 거슬러 헤엄치며 순식간에 먹이를 깨무는 형태로 사냥을 한다.

큰 갈치를 낚을 때 흔히 ‘퍽퍽 입질을 한다’고 말하는데 순식간에 헤엄쳐 와서 미끼를 단숨에 물기 때문이다. 특히 빛이 없는 바닥층에서는 갈치가 몸을 숨길 이유가 전혀 없으므로빠르게 헤엄을 치면서 사냥을 하므로 갈치가 몸을 세워 둥둥 뜬 자세로 먹이를 기다리고 있을 것이라는 생각부터 버려야 좀 더 효과적으로 낚시를 할 수 있을 것이다.

갈치 루어낚시를 할 때 저킹이니 트위칭이니 하는 액션은 모두 작은 루어로 작은 갈치를 유인할 때 사용하는 기법이다. 큰 갈치는 앞서 말한 것처럼 과감하게 먹이를 공격하며 갈치 무리에서 먹이경쟁이 많이 발생하기 때문에 되도록 루어를 갈치 앞에 자주 보여주는 것이 곧 가장 좋은 테크닉이라 할 수 있다.

‘쏘감낚시’란 배스낚시인들이 즐겨 하는 테크닉으로 말 그대로 루어를 쏘고 감는 동작을 반복하는 것을 말한다. 넓은 필드를 탐색하는, 가장 기초적이자 효과적인 방법은 되도록 캐스팅을 많이 해서 많은 곳을 훑는 것이다. 갈치 선상루어낚시도 마찬가지로 10~15g의 무거운 지그헤드를 되도록 많이 캐스팅해서 갈치에게 더 많이 노출시키는 것이 중요하다.

갈치는 유영속도가 의외로 빠르기 때문에 릴링을 천천히 한다거나 입질층을 찾기 위해 루어를 바닥까지 내렸다가 올리는 등의 테크닉은 사실 모두 부질없다. 갈치 어군이 집어등 주변으로 들어와서 입질이 시작되는 동시에 누가 더 많기 캐스팅을 하고 감아 들이냐가 곧 조과로 연결되기 때문에 ‘쏘감’ 테크닉이 가장 중요하다.

앞에서 일부 낚시인들이 배스용 베이트릴 장비로 갈치 선상루어낚시를 즐긴다고 했는데, 그 이유는 베이트릴 장비가 ‘쏘감낚시’에 더 적합하기 때문이다.

가끔 현장에서 낚시를 하다보면 굳이 지그헤드를 바닥으로 내려서 갈치의 입질층을 찾으려는 낚시인들이 있는데, 그것은 오히려 독이 될 수 있다. 갈치는 지그헤드가 입수하는 직후 지그헤드를 쫓기 시작하는데, 상층에서 충분히 입질을 받을 수 있는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일부러 바닥층으로 입질층을 내린다고 계산하면 얼마나 엉터리 테크닉인지 알 수 있다. 따라서 지그헤드가 착수하면 늘어난 여윳줄만 빨리 정리한 후 바로 릴링을 시작하는 것이 순서다.

갈치는 베이트와 조류를 따라 움직이기 때문에 피딩타임이라는 것이 존재한다. 베이트가 사라지거나 베이트가 있어도 조류가 약해서 사냥할 여건이 만들어지지 않으면 갈치가 잘 낚이지 않는다. 갈치가 한창 낚이다가도 삽시간에 입질이 뚝 끊어지는 상황도 베이트나 조류가 사라지기 때문에 생기는 현상이다.

갈치의 활성이 좋을 때는 단순 릴링(리트리브)이 어느 방법보다 효과적이다. 그러나 갈치의 피딩이 계속되면 프레셔가 쌓여 입질이 사라질 수 있으며 조류가 약해지면 갈치의 활성도 점점 떨어진다. 이때는 채비를 최대한 간결하게 만들어 주는 게 좋다. 외바늘 지그헤드 하나만 사용하고 웜은 꼬리의 움직임이 약한 스트레이트 타입으로 변화를 주면 다시 입질이 살아날 수 있다. 트레블훅이 더 잘 걸릴 것이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의외로 갈치의 활성이 떨어질 때는 외바늘 지그헤드가 더 잘 먹히곤 한다.

갈치의 입질이 시작되면 당황하는 낚시인들이 많다. 지그헤드의 바늘을 빼기 위해 집게를 사용하고 갈치를 어설프게 쥐다가 갈치에게 물리거나 갈치의 꼬리에 맞기도 한다. 따라서 그런 일을 미연에 방지하고 갈치를 조금 더 빨리 처리하기 위해서는 갈치의 입을 찢어 바늘을 빼는 것이 좋다. 조금 잔인한 방법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갈치의 머리를 잡고 루어를 힘껏 당겨서 바늘을 빼면 신속할 뿐 아니라 갈치가 금방 죽어서 아이스박스에서 파닥거리지 않아 보관하기도 좋다. 어차피 갈치의 머리는 젓갈을 담는 용도가 아니면 사용할 데가 없으므로 갈치의 입이 망가지는 정도는 감수할 수 있는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