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중순을 지나면서 슬슬 포항 일대에 큰 씨알의 농어가 붙을 시기라 나는 호시탐탐 출조 타이밍을 노리고 있었다. 포항을 비롯한 동해는 어느 정도 파도가 높아야 연안으로 농어가 붙기 때문에 화창한 날엔 출조를 하기 힘들며 우선 파도가 쳐야한다. 더불어 농어의 먹잇감이 될 만한 멸치나 작은 전갱이, 숭어, 보리멸도 붙어 있어야 하는데, 그런 조건을 맞추는 것이 마냥 쉽지는 않다.

그런데 지난 10월 28일에는 낮부터 북동, 동풍으로 인해 파도가 높게 일어나며 우윳빛 포말이 포항 남부권 전역으로 깔려서 오랜만에 친하게 지내는 최훈식 씨와 함께 출조에 나섰다.

28일 오후 5시. 일기예보상으로는 파고 0.8~1m, 바람은 8m/s였지만 실제로 포항 남구 구룡포읍의 장길리 일대에 도착해보니 거의 동풍에 가까운 맞바람이 많이 부는 상황이었다. 수온과 포말은 굉장히 좋은 상황이었는데 한 가지 문제가 있었다.

포인트에 들어가면 금방이라도 농어가 나올 것 같은 느낌이 들었지만 너울과 너울 사이의 간격이 굉장히 짧았다. 쉽게 말해 파도가 짧은 간격으로 너무 자주 들이지치는 것이 문제였는데, 이런 상태라면 농어가 있어도 미노우를 보지 못할 확률이 높다. 그런 이유로 한 곳에 오래 머무르지 않고 짧게 짧게 포인트를 탐색한 후 이동을 계속했다.

예상이 맞아 떨어졌는지 너울의 간격이 긴 포인트에서는 숏바이트 없이 바로바로 가져가는 활성도 높은 농어의 입질을 받을 수 있었다. 첫 입질은 최훈식 씨가 받았다. 사용한 루어는 110mm 레드헤드 플로팅으로 60cm급 농어를 올릴 수 있었다. 그리고 다른 포인트에서 또 다시 한 마리를 추가! 아쉬운 점은 다른 포인트에 비해 수온이 조금 낮았는지 약한 입질 후 바늘털이를 하는 바람에 3마리나 털리고 말았다. 그리고 가끔 한 번씩 크게 밀려오는 너울로 인해 랜딩을 제대로 못해 빠져버린 농어도 있었다.

몇 마리의 농어를 털린 후엔 입질이 없었다. 동풍으로 인한 맞바람 상황만 아니면 다른 조건이 좋은 포인트들을 찾았겠지만 그나마 장길리 일대가 수온, 너울 주기 등이 모두 맞았기에 멀리 포인트를 이동하지 않고 계속 연안을 걸으며 주변을 탐색했다.

그렇게 자정 무렵이 되었을 쯤 90mm 싱킹펜슬로 맞바람을 뚫고 근거리 포인트를 탐색하던 도중 우악스런 입질을 받고 파이팅을 시작했다. 60~70cm와는 비교가 안 되는 파워에 설마 미터급 농어일까 기대를 했지만 올려보니 83cm 돼지농어가 올라왔다. 포항의 낚시인들이 가을철 농어를 돼지농어라고 부르는데 비록 길이는 83cm지만 체고는90cm 농어에서나 볼 수 있을 정도로 높은 것이 특징이다. 이후 랜딩을 마치고 다시 포인트에 진입해 몇 차례 캐스팅을 하니 연타로 70cm 농어가 올라왔으며 70cm 역시 높은 체고를 자랑하며 굉장한 힘을 썼다.

▲ 필자와 함께 포항 장길리 일대로 출조해 80cm가 넘는 농어를 낚은 최훈식 씨.

▲ 필자가 낚은 83cm 농어. 대형 줄자를 가릴 정도로 체고가 높다.

▲ 취재 당일 탐색한 포항 구룡포 삼정리~장길리 일대 갯바위. 멀리 보이는 곳은 삼정리와 장길리 가운데 있는 하정방파제.

▲ 철수할 무렵 83cm 농어를 들고 기념 촬영한 필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