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경남 하동과 남해도를 연결하는 남해대교. 이 주변에는 갑오징어 도보 포인트도 많다.

▲ 피싱매니아호에 자리를 잡고 갑오징어를 노리는 낚시인들.

갑오징어 몸집이 점점 커지는 시즌이 왔다. 봄 갑오징어의 묵직한 손맛이 그리워 사이즈 좋은 갑오징어가 잡히는 곳을 수소문 하던 중 여수와 남해에서 씨알 좋은 갑오징어가 잡힌다는 소식이 들렸다. 여수는 자주 가지만 남해는 이번에 처음 가는 낚시터이기에 출조지를 남해로 정했다.

아직 한 번도 해보지 않은 남해 갑오징어낚시는 예약할 때부터 설렜다. 지난 10월 26일, 장비를 챙겨 새벽 5시에 사천시 삼천포방파제에 도착하니 출항 준비를 하는 몇 척의 낚싯배가 보였다. 아직은 갑오징어만을 대상어로 나가는 낚싯배는 없는 것 같다. 문어채비가 보이는가 하면 애자가 보였고 분위기를 보니 주꾸미를 잡으러 나가는 듯했다.

삼천포방파제에서 수경호를 타고 남해대교로 바로 달렸다. 기상이 좋아서 마치 소풍을 나온 기분까지 드는데 갑오징어까지 잘 나와 준다면 더할 나위가 없을 것 같았다. 약 40분을 달려 도착한 곳은 남해 왕지 포인트. 물이 조금 빠진 상태였다. 이 포인트에서 낚싯배는 연안에서도 채비를 던지면 닿을 정도로 가까이 붙였다. 선장님은 발 앞에 수초가 많아 채비를 멀리 던져야 입질이 온다고 한다.

배는 연안에서 조금 떨어진 8m 수심에 진입했고 부저 신호와 함께 낚시가 시작됐다. 그러나 기대와는 달리 갑오징어는 안 나오고 주꾸미만 나오는 상황. 그래도 ‘믿음의 포인트’라고 생각하고 있는 선장님은 한 번 더 낚싯배를 흘려보자고 했다.

이번에는 배를 조금 더 연안으로 붙였다. 함께한 일행이 선미에서 딱 한 번 갑오징어 입질을 받고 랜딩을 했는데 챔질 미숙으로 수면에서 빠트리고 말았다. 이 포인트에서 갑오징어가 확인되었기에 다시 한 번 포인트로 또 진입했다.

선수에서 바로 한 마리가 히트됐는데 생각보다 갑오징어 씨알이 커서 살짝 흥분되기 시작했다. 그리고 이어지는 히트! 3마리의 갑오징어가 올라왔다. 채비를 그대로 두고 사진을 찍었는데 돌아와서 로드를 쳐다보니 바닥 걸림 없이 살짝 살짝 움직였던 로드가 어느 정도 휘어서 멈춰 있었다. 로드를 들고 여유 줄을 감고 살짝 들어보니 확실한 무게감이 느껴졌다. 강하게 챔질하고 랜딩하니 역시나 갑오징어였다.

선장님은 아직 탐사해야할 포인트가 많아서 그런지 다른 곳으로 배를 몰았다. 남해대교 인근, 강암마을 앞, 대도 앞바다, 왕지를 돌며 낚시가 이뤄졌다.

삼천포나 남해에서 사용하는 갑오징어 채비는 고리추와 루어의 간격이 좁은 것이 특징이다. 직결로 바로 묶어서 사용할 정도로 가깝게 채비를 하는데 주로 바닥 층에서 입질이 들어오기에 이 채비를 사용한다. 삼천포나 남해에서 직접 낚시를 해보면 이 채비의 필요성을 느끼게 된다. 폭발적인 마릿수는 아니지만 그래도 골고루 손맛을 본 상황. 계란 사이즈의 갑오징어가 몇 마리 나와서 조금 깊은 곳으로 포인트를 옮겼다.

옮긴 장소에서는 검은 빛이 강하고 큰 일명 ‘뻘주꾸미’가 잡혔고 갑오징어 또한 연타로 올라왔다. 선장님의 노하우로 자리를 잡은 곳에서 그나마 사이즈 좋은 갑오징어를 만날 수 있어서 다행이었다.

▲ 뜰채에 담긴 갑오징어. 신발짝 크기가 많이 올라왔다.

▲ 씨알 좋은 갑오징어를 보여주는 낚시인들. 상단부터 아래 방향으로 강성구, 김대수, 박정용(좌)·필자(우), 김일현 씨.

마지막 포인트를 탐색한 후 철수길에 올랐다. 기대한 ‘왕갑(王甲)’을 낚았고 주꾸미 조황도 좋아 만족할 만한 출조였다. 그런데 출조를 하면서 느낀 사실 하나는 작은 사이즈의 갑오징어를 낚을 때는 스피닝 장비가 유리하다는 것이다. 멀리 캐스팅해서 바닥을 살살 긁다 보면 어느 순간 입질이 느껴지는데 연질 성향이 강할수록 입질 파악은 잘되는 반면 챔질을 할 때 더 강하게 해야 한다. 이 점만 기억하면 스피닝 장비로 작은 갑오징어의 입질을 더 잘 캐치할 수 있고 탐색도 빠르게 할 수 있다.

그리고 또 한 가지! 선상낚시를 할 때 조과를 많이 거두려면 선수에 서야 한다는 의견과 선미에 서야 한다는 의견이 나뉘는데, 보편적으로 삼천포나 남해의 경우 섬 옆에 낚싯배를 붙이기 때문에 좋은 자리라는 게 상황에 따라 달라진다는 것이다. 섬 옆으로 낚싯배를 붙일 때 선수를 먼저 앞으로 붙여서 배를 흘릴 경우 선수가 유리하지만, 채비를 수직으로 내릴 때는 선미가 유리하다.

▲ 필자가 사용한 갑오징어 채비. 봉돌과 수평스테를 이용해 다운샷채비를 만들었는데 밑줄을 짧게 만든 것이 특징이다.

▲ 남해도 왕지방파제에서 갑오징어를 노리고 있는 낚시인들.

▲ 갑오징어 삼겹살 고사리볶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