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오징어, 주꾸미용 루어를 생산하는 세온피싱이 주최한 ‘제4회 여수 찰리호와 함께하는 세온피싱 기부 출조’가 지난 10월 18일 여수 신월동 일대에서 열렸다. 이 행사에는 다잡을꼬야, 고기밥잘누나, 쎈프로티비 등 21명의 유명 유튜버, 인플루언서가 참여해 낚은 조과물은 모두 여수에 있는 가정결손결함아동 복지시설 아이꿈터에 기부했고 세온피싱은 선비, 루어, 소품 일체를 참가자들에게 지원했다. 올해 4회 째를 맞이한 행사는 낚시인들의 적극적인 참여로 이뤄지고 있다.

▲ 지난 10월 18일, 세온피싱이 주최한 ‘제4회 여수 찰리호와 함께하는 세온피싱 기부 출조’ 행사에 참가한 낚시인들이 출조 전 플래카드를 펴고 기념사진을 촬영했다. 출조 당일 낚은 조과물을 여수 아이꿈터에 모두 전달했다.

▲ 신발짝 씨알 갑오징어를 낚은 이정선 씨.

갑작스럽게 찾아온 한파로 인해 내복이 생각날 정도로 날씨가 무척 추웠던 지난 10월 18일 새벽, 행사 참여자들이 여수항에 모였다. 날씨는 추웠지만 다행히 수온에 영향을 미치기엔 시간이 짧았다. 새벽 3시30분, 여수 찰리호에 승선 후 인원 파악을 하니 닉네임만 들어도 아는 유명한 인플루언서들이 이번 기부행사를 위해 많이 참가했다. 각자 스케줄도 바쁠 텐데 뜻 깊은 행사에 흔쾌히 참여를 결정한 것이다. 짧게 인사를 나눈 뒤 세온피싱에서 협찬한 신제품 에기를 전달받고 각자 낚시자리로 돌아가 채비를 했다.

드디어 배가 출항하고 각자 스타일대로 낚시를 시작했다. 나는 스피닝 장비를 사용해 주꾸미, 갑오징어를 노렸다. 아주 깊은 수심이 아니면 주꾸미나 갑오징어는 스피닝 장비가 입질 받기도 유리하고 탐색할 수 있는 포인트도 넓다. 뜻 깊은 행사인 만큼 조과가 풍성하길 바라는 마음은 누구보다도 선장님이 간절했나 보다. 전날 어디서 잘 나왔고 물때상 이 시즌에는 어디에 뭐가 잘 나오고는 선장님의 노하우에 달렸다.

처음 고흥권으로 나가려던 배는 다른 선사의 무전을 듣고 여수시 화정면 내만의 적금도로 달렸다. 포인트에 도착하니 태풍 같은 강풍이 불었다. 갑작스러운 한파에 바람까지 강하게 부니 배가 금방 밀려가서 포인트에 채비를 내리기도 힘든 상황. 선장님은 배를 좌우앞뒤로 돌려가며 포인트에서 밀리지 않게 잡아주었고 그 결과 채비가 바닥을 찍자마다 묵직한 느낌과 함께 주꾸미가 올라왔다. 느나느나! 서해에서나 볼 법한 상황이 여수 바다에서 이어지니 낚시하는 입장에서 너무 반가웠다. 1시간 만에 서른 마리를 넘겼으니 그야말로 대박이었다.

▲ 전남 고흥과 여수 적금도를 연결하는 팔영대교.

▲ 필자의 주꾸미채비. 애자를 싱커로 사용하고 애자 위에 수평스테를 달았다.

▲ 찰리호에 승선해 주꾸미를 노리고 있는 낚시인들.

그러나 바람이 점점 거세지고 너울이 심해져서 아쉽지만 포인트를 옮겨야 했다. 섬을 돌아 바람이 없는 포인트에서 낚시를 이어갔다. 바닥을 찍고 채비를 끌어오면서 낚싯대를 유심히 살펴보니 살짝살짝 초리를 당기는 것이 느껴졌고 갑오징어가 올라왔다. 처음엔 작은 갑오징어가 잡히더니 갈수록 씨알이 굵어졌다.

이날 가장 큰 갑오징어는 30cm로 보통 낚시인들이 말하는 럭비공 사이즈였다. 이렇게 큰 씨알이 잡히면 기분은 더 좋아진다. 그렇게 낚시를 이어가던 중 채비가 바닥에 걸린 느낌이 들었다. 로드를 일자로 세워 터트리려고 하는데 뭔가 묵직하게 올라오는 게 느껴졌다. 폐그물, 폐통발이라 하기엔 올라오는 저항이 다르게 느껴졌는데 다 올려보니 씨알 좋은 문어였다. 마지막 포인트에서는 갑오징어와 문어가 제법 낚였다. 낚시 대상을 주꾸미로 정했는데 예상 밖으로 갑오징어와 문어가 많이 낚였다.

모두 한마음으로 열심히 낚시를 한 것 같다. 채비 몇 개가 서로 엉켜도 화내지 않고 다들 행복한 마음으로 낚시를 즐겼다. 낚시가 끝난 후엔 항으로 철수해 각자 잡은 조과물을 한곳에 모았다. 기상이 안 좋은 상황에서도 다들 노력한 덕분에 조과물은 풍성했다.

낚은 주꾸미, 갑오징어, 문어는 여수 아이꿈터에 전달했다. 아이들의 표정이 너무 밝아서좋았다. 언젠가는 내 이름으로 기부행사를 개최하고 싶다. 아울러 다른 낚시업체나 선사에서 이런 뜻 깊은 행사를 자주 개최해주길 바라는 마음이다.

▲ 기부 출조에 참가해 주꾸미와 갑오징어 조과를 올린 낚시인들. 상단부터 아래 방향으로 세온피싱 김태진 대표, 서규리, 이옥희, 윤여산 씨.

▲ 이정선 씨가 큰 씨알의 갑오징어를 걸고 파이팅을 하고 있다.

▲ 철수 후 여수 아이꿈터 복지시설을 방문해 원장님을 만나 직접 조과물과 라면 등을 전달했다. 좌측부터 세온피싱 김태진 대표, 여수 아이꿈터 김혜경 원장, 필자.

▲ 신발짝 보다 큰 씨알의 갑오징어.

몇 해 전 나는 어느 낚시업체에서 주최한 낚시기부행사에 참석한 바 있다. 낚시를 해서 거둔 조과를 기부하는 행사였다. 이 행사는 낚시의 목적이 달랐다.

지금까지 나는 낚는 재미와 먹는 즐거움을 위해 낚시를 해왔다. 바다에서 막 건진 냉동하지 않은 수산물을 먹는 건 낚시인의 특권인데, 그런 신선한 조과물을 도움이 필요한 복지시설에 기부를 한다고 하니 매우 뜻 깊은 일이라고 생각했다.

이 행사는 낚시하는 시기에 따라 기부하는 대상이 다르다. 오징어, 참돔, 주꾸미, 갑오징어, 문어 등 그 시기에 잘 나오는 수산물이 대상이 된다. 조과물은 반을 기부하기도 했고 전부 다 기부하기도 했다. 그리고 올해는 세온피싱이라는 낚시업체에서 기부행사를 주최했다. 올해로 4회째 행사를 계속하고 있어 고마운 마음이 들었다. 배를 선정하고 참여자를 모집하고 기부처를 고르고 하는 것은 단순히 선비를 한 번 내어준다는 것과는 차원이 다른 일이다. 낚시계에 이런 선한 영향력이 널리 퍼졌으면 하는 바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