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해 금산에도 오색단풍이 한창일 때면 나는 어김없이 남해 상주 갯바위를 찾는다. 매년 10월 말에 찾는 남해 상주권 감성돔은 씨알이 좋고 힘이 당차다. 남해권 그 어느 지역보다도 큰 씨알을 만날 수 있는 시기여서 후배 황석수와 함께 출조에 나섰다.

11월 1일, 남해 상주선착장에 도착한 시각은 아침 6시 무렵. 상주 선착장에는 3척의 갯바위 낚싯배가 있는데 출조일에는 남성호를 이용하기로 했다. 선장님에게 전화를 하니 곧바로 항구에 접안을 한다. 승선하며 인사를 나누고 다른 한 팀과 함께 갯바위로 향했다.

상주권은 본섬을 비롯해 목섬, 돌여, 삼여 등의 포인트가 유명하다. 우리가 내린 곳은 목섬 동쪽에 있는 일명 ‘간판 밑 자리’라는 곳이다. 예전에는 포인트 뒤에 간판이 있었는데 지난 태풍 때 날아가 보이지 않았다. 간판이 없어도 선장님들은 쉽게 포인트를 찾는 듯싶었다.

갯바위에 하선하니 서서히 여명이 밝아오기 시작했다. 아직 사위가 어두운 상황에서 1호 5.3m 낚싯대에 3000번 스피닝릴을 세팅했다. 원줄은 3호, 구멍찌는 1호 전자찌를 달았다. 목줄은 1.7호. 찌 밑 수심은 약 11m 정도를 주고 가까운 지점부터 탐색하기로 한다.

발밑부터 노린 이유는 두 가지다. 아직 어두운 상황에서는 감성돔이 가까운 곳에서 움직이고, 시기적으로 잡어가 많은 때라 동 트기 전을 노리려는 것이다.

밑밥을 몇 주걱 앞쪽에 투척하고 찌를 던졌다. 조류는 갯바위에서 좌측 방향으로 조금씩 흘러가며 가끔씩 큰 너울이 밀려오기도 했다. 아직 날이 밝기 전이라 전자찌의 붉은 불빛이 물속에서 선명하게 보였고 찌매듭이 닿자 살짝 수면 아래로 잠겼다. 밑 채비가 정렬됐음을 알 수 있었다.

그와 동시에 찌가 계속 잠겼다. ‘뭐지?’ 싶어 챔질하니 헛챔질이 되고 말았다. 물밑에 감성돔이 있는 것 같다는 생각을 하며 두 번째 찌를 던지자 역시 서서히 채비가 정렬되는가 싶더니 이내 물밑으로 빨려 들어갔다. 챔질과 동시에 낚싯대는 휘어지며 드랙이 힘겹게 풀리기 시작했다.

“왔다 왔어!”라고 소리치며 버티자 낚싯대가 허리까지 휘어졌다. 드랙을 차고 나가는 힘이 보통이 아니었다. 밀고 당기기를 반복하는 사이 옆에서 낚시하던 석수가 뛰어왔다. 한참을 버티다 놈이 뜨자 석수의 입에서도 “와~”하는 감탄사가 나왔다. 한눈에 보기에도 5짜 감성돔이었다. 줄자로 계측해보니 52cm였다.

▲ 아직 주변이 어두운 시간에 52cm 감성돔을 올린 필자. 잡어가 많은 가을에는 전자찌를 사용한 새벽낚시를 시도해볼 필요가 있다.

▲ 필자가 두 번째로 입질한 44cm 감성돔을 뜰채로 떠내고 있다.

서둘러 녀석을 살림망에 넣어 던져놓고는 밑밥 세 주걱을 발 앞에 던졌다. 그리고 다시 입질 받은 지점으로 찌를 흘렸다. 약 20분 정도가 지났을까? 같은 지점에서 또 다시 찌가 서서히 잠겨 들었다. 이번에도 낚싯대가 포물선을 그렸다. 방금 전 올린 놈보다는 약간 힘을 덜 쓰는 녀석이었다. 44cm 정도의 감성돔이었다.

해가 뜨기도 전에 굵직한 씨알을 두 마리나 낚고 나니 갑자기 맥이 빠졌다. 마치 ‘오늘 일당은 했다’는 그런 느낌이랄까? 이 시기에 40cm 후반급 감성돔을 낚은 적은 있지만 이렇게 큰 씨알의 감성돔이 낚일 줄은 나도 예상하지 못했다.

그리고 본격적으로 날이 밝자 잡어들이 몰려들었다. 복어, 용치놀래기, 미역치 등이 많았다. 작년에는 독가시치 치어들이 어마어마하게 들어와 힘들었는데 올해는 그에 비하면 양반인 상황이다. 모기떼까지 극성을 부리면서 낚시가 힘들어졌다. 그리고 감성돔이 갯바위에서 멀어진 듯해 1.5호 막대찌채비로 바꾸고 철수 때까지 낚시를 이어 나갔지만 더 이상 입질은 받지 못했다.

상주권 갯바위는 썰물 포인트와 들물 포인트가 어느 지역보다 명확하게 갈린다. 물론 본섬 주변과 그렇지 않은 포인트도 있지만 대체로 그런 양상이다. 따라서 철수 때까지 끝까지 열심히 낚시해볼 필요가 있다. 즉 예를 들어 (그 포인트가 언제 입질이 오는지 모르더라도)들물 때 입질을 받지 못했다면 썰물 때는 입질이 들어올 수 있는 확률이 높기 때문이다.

상주권 갯바위는 육지에서 가까운 내만이라 낚싯배가 수시로 운항한다. 남성호, 만해호, 대준호가 있으며 철수 시간도 오후 1시, 3시, 5시로 다양하니 상황에 맞춰 철수 시간을 잡으면 될 것이다.

끝으로 남해 상주권 감성돔은 9월 중순부터 시즌이 열려 이듬해 영등절(2월) 전까지를 동절기 시즌으로 보면 될 것이다. 11월에 들어 본격적으로 큰 씨알의 감성돔이 들어오기 때문에 필자는 이 시기에 자주 상주 갯바위를 찾는다. 이 시기에는 난바다에서 큰 너울이 많이 들어오기 때문에 낚시도구는 반드시 갯바위 높은 곳에 올려두어야 하며 새벽 기온이 쌀쌀하니 보온에도 신경 써야 될 것이다.

▲ 필자 일행이 타고 들어간 남성호.

▲ 필자가 상주 목섬 간판 밑 포인트에서 올린 52cm와 44cm 감성돔.

▲ 낚시 자리에서 바라본 선창여 포인트. 뒤편으로 단풍이 든 상주 금산이 보인다.

▲ 44cm 감성돔을 히트한 필자의 파이팅 모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