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광 안마군도가 올해 서해 감성돔 핫플레이스로 떠올랐다. 지난 수년간 서해권 선상낚시 인기에 묻혀 갯바위 출조가 뜸했지만 최근 다시 출조가 활발해지면서 과거의 명성을 재현 중이다. 지난 10월 20일 출조 때는 안마도에서는 귀한 5짜 감성돔이 2마리나 낚여 눈길을 끌었다.

▲ 안마도 원정 둘째 날, 석바리 동쪽 끝바리에 올랐던 부산 김경민 씨가 감성돔과 파이팅을 벌이고 있다. 이 자리에서만 30~40cm급으로 4마리를 뽑아냈다.

안마도는 전남 영광의 계마항에서 낚싯배가 뜨지만 개발 초기였던 90년대 초중반에는 주로 전북 격포항에서 낚싯배가 떴다. 당시에는 속력이 느린 어선형 낚싯배를 타고 출조하곤 했는데 격포항에서 안마도까지 무려 2시간가량이나 소요됐다.

당시 낚시인들이 가까운 격포와 군산 앞바다를 놔두고 안마도까지 간 이유는 풍성한 감성돔 자원 때문이었다. 씨알은 30~35cm가 주류지만 구멍찌낚시 붐이 한창이던 당시에는 감성돔이 찌낚시인들의 최대 로망이었던 터라 다수확이 보장되는 안마도는 서해 감성돔 최고 명소로 인기를 끌었다.

그러나 2000년대 중반 들어 주꾸미, 문어, 민어를 주 대상으로 하는 생활낚시가 인기를 끌면서 안마도 갯바위 출조는 뒷전으로 밀렸다. 선장 입장에선 갯바위 출조보다 선상낚시 출조가 더 큰 돈이 됐기 때문이다. 운이 좋아 선상낚시 출조 때 빈자리가 생기면 갯바위 출조가 가능했지만 이 역시도 ‘부정기적’이다 보니 한동안 지속적인 출조가 어려웠다(안마도 감성돔낚시는 추석 무렵이 최고의 피크다. 그러나 이때까지도 선상낚시가 활발하다보니 최고의 전성기를 놓쳤다는 느낌 탓에 이후로는 출조를 포기한 측면도 있긴 하다). 실제로 나는 이번 취재에 앞서 가장 최근에 다녀온 안마도 출조 기사를 검색해보니 2013년 가을이 마지막이었다.

그런데 이번 취재는 우여곡절 끝에 가능했다. 유튜브 기술자TV를 운영 중인 부산의 김종호 씨가 ‘색다른 촬영지를 원한다’는 요청에 서해 안마도를 소개했고, 기존 푸른바다호 외에 다른 낚싯배를 ‘수배’하다가 알게 된 것이 브라더호였다. 브라더호는 3년 전부터 안마도 출조에 나서고 있었는데 선상낚시 붐 탓에 갯바위 출조 인기가 시들해진 점, 자체 홍보 부족과 주로 주말에만 출조하는 점 때문에 그동안 소문이 덜 나 있었다.

▲ “안마도 감성돔 힘이 장사입니다 장사!” 취재에 동행한 다이와 필드스탭 이영희 프로가 주려에서 올린 조과를 자랑하고 있다.

▲ 철수 직전 촬영한 석바리. 우측으로 약간 삐져나온 마당여에서 5짜 감성돔이 속출했다.

▲ 취재 첫날 석바리에 내렸던 대구 낚시인들이 브라더호를 이용해 철수하고 있다.

▲ 첫날 낚시를 마친 촬영팀이 법성포의 굴비백반집에서 저녁식사를 즐기며 회포를 풀고 있다.

서둘러 팀을 짠 우리는 부산에서 2명, 대구에서 2명, 서울에서 나와 이영희(다이와 필드스탭) 씨가 합류해 안마도로 들어갔다. 물때는 2물로 안마도 출조에는 최적의 물때였다(참고로 안마도는 사리물때에는 뻘물이 심하게 발생해 감성돔낚시가 어렵다. 그래서 조금~5물 사이가 최적의 출조 시기로 꼽힌다. 그런데 이 물때는 서해안의 배낚시 호황 물때와도 겹치다 보니 그동안 낚싯배 이용이 더욱 어려웠다).

새벽 5시에 계마항에 도착하자 푸른바다호가 단체손님을 먼저 태우고 출발했고 우리가 탄 브라더호는 20분 정도 늦게 출항했다. 터줏대감 낚싯배와 후발주자 간의 룰일까?

우리가 첫날 내린 곳은 안마도 본섬 가기 전의 큰 여들이었다. 주려(주여), 고려여, 석바리 등으로 불리는 곳인데 내가 내린 주려 우측에 석만도가 보였고 그 뒤로 안마도 본섬이 바라다보였다.

지금껏 나는 안마도에 올 때마다 본섬 포인트에 주로 내렸고 안마도 초입 여 포인트에 내린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주려 인근은 주변이 온통 여밭이었다. 수중 굴곡도 심해 이곳을 잘 모르는 낚싯배들은 접근조차 위험할 듯했다.

우리를 포인트에 내려준 브라더호 가이드 이도창 씨는 “우리는 이 일대에 낚시인들을 내려놓을 때마다 심란하다고 표현합니다. 여가 너무 거칠어 위험하기 때문이죠. 그나마 선장님이 안마도 물속을 손금 보듯 알고 있어 안심이지만 늘 조심하며 손님들을 내려놓고 있습니다”라고 말했다.

석바리에 상륙한 김종호 씨와 통화하자 “이곳도 주변이 온통 여밭이다. 멀리 흘려도 여밭이니 내가 좋아하는 본류대낚시를 구사하기 좋은 여건이다”라고 알려왔다. 우리를 내려놓은 낚싯배는 다시 본섬으로 달려갔다.

우리가 내린 주려 서쪽은 초들물 때 발밑 수심이 약 5m, 멀리 치면 7m까지 나왔다. 대체로 5~6m 수심권을 노려 낚시하면 될 듯했다. 첫 입질은 이영희 씨가 받았다. 발 앞 가까운 수중여를 노리던 중 밑걸림처럼 들어온 입질을 제대로 감지해 히트에 성공했다. 씨알은 33cm였지만 서해 감성돔답게 힘이 좋아 4짜로 착각할 만한 녀석이었다.

두 번째 입질은 내가 받았는데 20m 전방의 골자리를 노린 것이 주효했다. 망치로 퉁 치는 듯한 묵직한 저항에 잠시 당황했으나 올리고 보니 35cm가 약간 넘는 씨알이었다. 중들물로 접어들자 조류가 거세져 잠시 낚시를 쉬다가 만조 무렵 다시 입질을 받아 이 포인트에서만 둘이 6마리를 올릴 수 있었다.

석바리에 내렸던 김종호 씨와 김경민 씨 역시 5마리 정도를 낚았고 석바리 서쪽여(석바리는 하나의 여지만 서로 건너갈 수는 없다)에 내린 대구 김경욱 씨 일행은 43~45cm급 2마리와 30~35cm급 2마리를올렸다. 김경욱 씨 자리에서는 30cm가 넘는 우럭이 유독 많이 올라와 눈길을 끌었다.

▲ 낚시인들을 싣고 이동 중인 브라더호. 뒤로 보이는 등대여가 고려여, 더 멀리 보이는 큰 섬들이 석만도와 안마도 본섬이다.

▲ 석바리에서 김경욱 씨 일행이 올린 첫날 조과. 씨알 굵은 우럭이 잘 낚였다.

▲ 김종호 프로가 최근 출시한 테크니션 JH31 원투 pro(앞)와 여 구멍찌.

첫날 낚시를 마친 우리는 법성포 인근 모텔에서 1박한 뒤 둘째 날 출조에 나섰다. 첫날 조과는 안마도 명성에는 크게 못 미치는 마릿수였던 터라 둘째 날은 첫날보다 더 열심히 낚시해 보기로 했다.

그 결과일까? 전날 석바리에 내린 김종호 씨가 안마도 감성돔낚시 사상 최대 대박으로 기록될만한 사고를 터트렸다. 동쪽 마당바위 포인트에서 55, 51cm 포함 혼자서만 총 9마리의 감성돔을 뽑아낸 것이다.

오전 10시경 ‘55cm를 낚았다’는 전화를 받았을 때만 해도 ‘사고를 쳤구나’ 싶었는데 철수 때 들러보니 30cm~55cm까지, 씨알도 고르게 9마리를 낚아놓고 있었다. 목줄이 터져 놓친 놈도 3마리나 됐는데 그중에는 5짜에 가까운 씨알로 느껴지는 녀석도 2마리나 있었다고 말했다.

나는 96년부터 안마도 감성돔낚시를 취재했지만 50cm가 넘는 씨알을 눈으로 본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안마도를 자주 찾는 현지 낚시인들 사이에서도 ‘언제 누가 낚았다더라’는 식의 소문만 나돌 뿐 5짜 감성돔을 직접 구경한 낚시인은 극히 찾아보기 어렵다. 그런 상황에서, 처음와본 갯바위에서 5짜 2마리 포함 30cm~55cm까지 9마리를 뽑아낸 김종호 씨의 기량은 역시 눈이 부셨다.

김종호 씨는 “전날은 반대편 콧부리에서 낚시했는데 낚시 도중 뒤편을 보니 본류대 멀리까지 수중여가 박힌 것이 보였다. 그래서 오늘은 그 자리로 들어간 건데 60m 가까이 채비를 흘리자 굵은 감성돔들이 연속으로 물었다”고 설명했다. 안마도 단골 낚시인들 사이에는 ‘안마도에도 5짜급 감성돔이 많다. 그러나 대부분 멀리, 깊은 곳까지 흘렸을 때 입질한다’는 얘기가 있는데 그 소문이 사실로 밝혀진 장면이었다.

아무튼 둘째 날은 나와 이영희 씨만 감성돔을 못 낚았을 뿐 대구에서 온 김경욱 씨와 김보성 씨는 전날 우리가 내린 주려에서 총 8마리를 올렸다. 씨알은 30~43cm까지로 탄탄했다. 김종호 씨와 함께 내린 김경민 씨도 35~40cm급으로 혼자 4마리를 뽑아냈다. 평소 같으면 모두 수준급 조과였으나 이날만큼은 김종호 씨의 원맨쇼에 묻혀 평범한 조과가 되어 버렸다.

영광 안마도는 본섬인 안마도 외에 본섬 북쪽의 대석만도와 소석만도, 남쪽의 황도와 횡도, 오도 등 여러 개의 큼지막한 부속섬으로 이루어진 군도다. 이번에 우리가 들어간 주려, 고려, 석바리 등은 안마도를 들어가기 전에 들리는 동쪽 부속섬으로, 안마도 베테랑들 사이에서는 ‘본섬권보다 씨알에서 앞선다’는 평가를 받는다. 본섬 포인트는 지형이 밋밋하고 조류도 완만한데다가 갯바위에서 약간만 멀리 떨어져도 뻘밭으로 이루어져 있다. '안마도 감성돔낚시는 갯바위 가까운 곳을 노려야한다'는 말도 그래서 나온 말이다.

반면 고려여, 주여, 석바리 등지는 쉽게 말해 추자도의 여밭과 비슷한지형을 갖추고 있다. 발 앞은 물론 50~100m까지도 여밭이 발달해 본류대낚시도 가능한 곳이다. 이번에 김종호 씨가 두 마리의 5짜를 뽑아낸 원동력도 역시 초원투와 본류대 직공의 결과로 볼 수 있다. 만약 차후에 고려여, 주여, 석바리 등지로 들어갈 기회가 된다면 과감하게 본류를 노려볼 것을 추천하고 싶다.

▲ 촬영 둘째 날 석바리 마당바위에서 55, 51cm 포함 총 9마리의 감성돔을 올린 김종호 프로. 30~35cm가 주종인 안마도에서는 좀처럼 보기 드문 대박 조황이다.

▲ 주려에 함께 내린 이영희 씨가 만조 무렵 감성돔을 걸었다. 좀 더 안전한 뜰채질을 위해 아래쪽 갯바위로 이동하고 있다.

▲ 대구에서 온 김보성(왼쪽) 씨와 김경욱 씨가 첫날 석바리에서 올린 조과를 자랑하고 있다.

안마도는 물때를 크게 타는 섬이다. 격포권만 가도 사리물때에도 낚시가 가능하지만 영광권으로 내려가면 뻘물 영향을 강하게 받는다. 거의 진도권과 비슷한 여건이라고 보면 틀림없다. 따라서 사리물때는 무조건 피해야 하고 조금~5물때 정도가 최고의 물때라고 할 수 있다. 전반적인 수심이 얕은 탓인지 대체로 11월 말이면 시즌이 막을 내린다.

그런데 아쉽게도 이런 제한적인 여건이 안마도 출조를 어렵게 만든다. 적정 낚시 물때는 짧고, 날씨까지 좋아야 되며, 선상낚시 인원이 많을 때는 출조가 힘들기 때문이다. 다행히 올해는 선상낚시 조황이 예년보다 부진해 갯바위 출조일이 많았으나 남은 시즌 그리고 내년이 되면 상황이 또 어떻게 변할지는 모를 일이다.

그나마 기존 갯바위 출조선이 푸른바다호 외에 브라더호가 한 척 더 생긴 점은 고무적이다. 다만 브라더호는 사정상 주중에는 출조하지 않고 금요일부터 출항할 수 있으며, 최소 6명 이상이 모집돼야 출조가 가능하다니 참고 바란다.